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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판 서문
칸토 무고 제1판 서문 서문과 감사의 말 시작하면서 - 골렘 1장 알약으로 먹고 주사로 맞는 지식 - 기억을 화학적으로 옮기다 2장 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두 가지 실험 3장 시험과 속의 태양 - 상온 핵융합 이야기 4장 세균들은 반대했지만…… - 루이 파스퇴르와 생명의 기원 5장 우주를 향해 열린 새로운 창 - 중력 복사선의 탐지 실패 6장 채찍꼬리도마뱀의 성생활 7장 태양의 중심부를 통제하기 - 태양의 사라진 중성미자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결론 - 골렘을 작동시키기 후기 - 골렘과 과학자들 참고문헌과 더 읽을 자료들 찾아보기 |
Trevor P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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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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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검증’과 ‘재연’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
- 과학의 뒷골목을 들여다보자! 황우석 교수 논문 사건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어떤 논문이 유명 과학저널에 실렸다고 해서 과학계가 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논문에 제시된 연구 방법이나 데이터의 신뢰성이 도전받는 경우, 또는 1~2년이 지나도 실험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검증하거나 재연하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검증’이나 ‘재연’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특히 ‘검증’의 대상이 될 만한 실험 대상이 남아 있지 않거나 얻기 어려운 경우, 검증 기법 자체의 신뢰도가 문제되는 경우, 또는 ‘재연’하는 과정에 실험자의 기예(art)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되는 경우에는, 논란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기준에 의해 종식된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이때 과학자 사회의 알력과 타협, 관심의 이동, 때로는 권력관계가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파스퇴르가 세균 배양 실험을 통해 자연발생설을 패배시키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당시에 파스퇴르의 연구가 인정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자연발생설은 진화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믿어졌는데,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진화론을 배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파스퇴르의 연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즉 파스퇴르의 기본적 입장은 훗날 올바른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는 데이터 조작을 통해 자신의 결론을 뒷받침했으며, 당대의 과학계는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인해 그의 연구를 승인했던 것이다. 때로 과학의 뒷골목에서는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과학계에서 ‘검증’이나 ‘재연’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경우는 예외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이 밝히고 있듯이,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논란이 어떻게 귀결되었는지에 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교양과 식견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 '골렘'(The Golem: What You should know about Science)은 영국의 과학사회학자 콜린스(Harry Collins)와 핀치(Trevor Pinch)가 1993년에 펴냈으며 서구에서 이른바 ‘과학 전쟁’을 촉발시킨 유명한 책이다(본 번역서는 1997년에 발간된 2판을 번역하였다). ‘골렘’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구스타프 마이링크의 환상소설 ?골렘?을 통해 유명해졌으며 최근에는 롤플레잉 게임(RPG)의 단골 캐릭터로 유명하다. 원래 골렘은 히브리 전설에 나오는 인조인간으로서, 랍비가 진흙으로 빚어낸 후 주문을 외워 생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살아 움직이게 된다. 골렘은 원래 주인의 통제를 따르는 훌륭한 하인이지만, 유대교 안식일에 일을 시키거나 생명의 부적을 잘못 사용하면 통제를 벗어나 발광하여 난폭한 행동을 하며 질주한다. 저자들은 과학을 골렘에 비유함으로써 과학의 뒷골목에서 발견되는 이면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 책은 1993년에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영국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랫동안 머물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으며, 이것이 과학의 참모습을 왜곡한다고 여긴 일부 과학자들이 1994년 영국과학진흥협회에서 저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특히 이 책의 저자들을 상대주의자로 규정하고 저자들을 포함한 포스트모더니적인 지적 조류를 배격하는 '고등 미신'(Higher Superstition)이 1994년에 출간되고, 뉴욕대 수학과 교수 소칼(A. Sokal)이 1996년에 날조된 물리 지식을 동원한 허위 논문을 인문학 저널에 투고하여 인문학자들을 조롱함으로써 ‘과학 전쟁’은 극에 달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골렘'을 비판했던 물리학자 머민(N. D. Mermin)이 공식적인 사과와 화해를 청하였고, 이는 결국 저자 중 한 명인 콜린스와 라빙거의 공동 편집으로 ?한 문화??(The One Culture?)가 출간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골렘'은 과학기술학 연구에 있어서도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성과이며, 이 책의 번역기획자로서 때마침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이범 (서울대학교 과학사 전공ㆍ과학탐구 강사) 내용 소개 “기억을 전달하는 유전 물질이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의 경우 실험 결과들 사이의 불일치를 설명하는 데 70여 가지에 달하는 변수들이 동원되었다.” “해당 분야의 선구자가 ‘황금 손’을 가진 것으로 주장하고, 게다가 연구실 내에 숙련된 솜씨가 실험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 실험 결과의 재연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실험의 논리는 명확하고 단순해 보여도 논쟁은 오랫동안 질질 끌게 된다.” “이론이 있고 다음에 시험이 있고 다음에 확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의하기로 동의하기’가 있었다. 다시 말해 상대성 이론은 새로운 이론에 대해 동의하기로 동의함에 따라 존재하게 된 진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일련의 결정적 실험에 따르는 굽힐 수 없는 논리에 의해 우리가 받아들이게 된 논리가 아니다.” “과학자들이 거의 근거가 없으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의 논평이 과학자들 사이의 평가를 대체했다는 한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 “모든 일은 끝에 가면 옳은 것이 가려지기에 과학은 결국 입증되기 마련이다? 이것만큼 과학의 신화로 오해되어온 것도 없다.” 1. 신화-미디어-(과학 밖의) 대중 사이에 낀 과학 “단단했던 것이 깨지기 쉬운 것이 되었고, 닫혔던 것이 열렸고, 확실했던 것이 불확실하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말할 권리를 허용하는 것은 한 집단에게만 말을 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아무도 말 못 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골렘?에 나오는 이 구절만큼 MBC의 PD수첩으로 촉발된 배아줄기 세포 복제 관련 논쟁을 축약적으로 정리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난자 제공의 ‘윤리 문제’를 취재한 방송이 방송 취재 ‘윤리 문제’로 암초에 부딪히는 역설적인 결과가 빚어지면서 ‘과학’ 논쟁은 정치?사회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대통령부터 일반 네티즌까지 누구나 한 마디씩 거든 이 논쟁은 이제 다시 배아 복제 실험의 진위 여부로 불길이 번지면서 갑자기 ‘확실했던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계 최초의 과학적 성과는 ‘사기’, ‘음모’, ‘헤게모니 쟁탈전’, ‘애국주의’, ‘미디어들 간의 투쟁’ 등 온갖 비과학적 영역들까지 모두 개입되면서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과학’이라는 단어에 합리성과 객관성, 그리고 잘 숙련된 전문가들의 이미지를 투영해온 우리들에게 현재의 논쟁은 집단적 열광과 패거리 정치, 협박과 회유, 비전문가들의 중구난방식 논쟁, 언론들의 신화 만들기와 부풀리기 보도 등 ‘과학’과는 전혀 무관한 온갖 비논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21세기를 선도할 최첨단의 과학적 성과를 둘러싼 과학적 성과가 이처럼 얼핏 보면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 TV 스타를 둘러싼 팬들과 미디어들 간의 좌충우돌 같은 상태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2. 과학은 온갖 우회로와 뒷골목과 논쟁과 우연으로 점철된 논쟁적 과정의 산물이다 이 책 ?골렘?의 지적처럼 “과학은 너무 차갑고, 비인격적이며, 원자폭탄처럼 정밀함을 추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화끈하고 “일상적이며, 자극적이고 논쟁적인” 것으로 되어버렸다. 마치 과거에는 귀족 계급만 말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가용을 갖고 있듯이, 과학은 과학자나 미디어와 같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다 관심을 가져야 할 ‘민주주의의 문제,’ 대학과 연구 기관 밖에서의 ‘토론’의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학자는 연구실의 범위를 벗어나 대중의 스타나 영웅, 심지어 ‘민족의 영웅’으로까지 우상시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1993년에 초판이 출간되어 서양의 과학계와 지식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 ?골렘―과학의 뒷골목?이 제시하고 있는 아래의 제안은 바로 그래서 지금 혼란과 혼돈 속에 빠져 있는 우리의 길 찾기를 위한 핵심적인 지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사회의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길 바라는 많은 시민들에게 그들이 알아야만 하는 과학은 모두 논쟁적인 것이어야 한다.” 지난 1993년에 출간되어 유명한 소칼의 ‘과학 전쟁’을 촉발시킨 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이 책은, 과학의 역사에서 황우석 교수 논문을 둘러싼 논쟁을 연상시키는 사례를 7가지 찾아낸다. 그리고는 지금 우리의 논쟁이 대단한 혼란 같아 보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과학의 정상적인 과정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실로 놀라운 제안을 내놓는다. 즉 과학은 소수의 천재적인 인물들이 차가운 실험실에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단 한 번에 내놓는 것이라는 신화를 부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과학은 골렘’이라는 명제를 제시하며, 과학사의 뒷골목 7군데를 누비면서 과학이 우리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얼마나 좌충우돌과 혼란과 소 뒷걸음에 쥐잡기 식으로 진행되어왔는지를 밝혀낸다. 그러면서 작금의 네티즌들의 감정적인 패거리 찬반 논쟁도, 또 그에 대한 역편향으로 제기되는 ‘과학자들에 의한 과학자들의 과학’도 아닌,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토론 과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3. 과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흥미진진한 7개의 에피소드들 우리는 과학 혹은 과학적 방법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배워왔다. 먼저 과학적 가설(이론)을 수립하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 가설(이론)을 검증한다. 그리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나타난 사실이 가설(이론)과 어긋남이 없을 때 이 가설(이론)은 하나의 진정한 이론, 틀림없이 ‘참’인 이론으로 확립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과학의 논쟁사라고도 할 수 있는 ?골렘?의 두 저자는 과학사에 나타난 흥미로운 7가지의 사례들을 통해 이러한 깔끔한 도식이 허구적일 수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낯선 몇몇 사례들은 물론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 등 오늘날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이론들에서조차도 그것을 검증한 실험과 관찰들은 결코 ‘논란의 여지 없이’ 이론들을 확증할 수 있는 실험들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제 각각의 사례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장 ?알약으로 먹고 주사로 맞는 지식?은, 기억을 화학적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실험들과 그를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부터 실험을 시작한 제임스 맥코넬과 뒤이어 실험에 착수한 조지스 웅가가 ‘기억 이전 실험’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두 중심인물이었다. 먼저 제임스 맥코넬은 환형동물인 플라나리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벌인다. 이 벌레에 빛을 쬐는 것과 동시에 전기 충격을 주어 마침내 빛만 쬐어도 몸을 뒤틀도록 훈련시킨 뒤, 이를 반으로 갈라보거나(플라나리아는 몸을 둘로 자르면 각각의 조각이 다시 하나의 완전한 개체로 자라나는 특성이 있다) 잘게 썰어 훈련을 받지 않은 다른 플라나리아 벌레에게 먹여보았다. 그랬더니 뇌가 있지 않은 반쪽에서 자라난 플라나리아나 훈련받은 개체의 고기를 먹은 (훈련받지 않은) 플라나리아들이 빛에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기억 내용이 화학물질로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나온 것이다. 한편 조지스 웅가는 이러한 화학적 기억 이전을 포유동물에게로 확대시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벌였고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역시 훈련 내용이 뇌 속에 화학물질 형태로 저장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실험을 다른 연구자들이 시도할 때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기억 이전 이론의 지지자들은 실험의 여러 변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등 실험 방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결과를 얻어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고 비판자들은 재연 불가능한 실험을 어떻게든 옹호해보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침내 기억 이전은 신빙성 없는 이론으로 결론이 나고 말지만, 화학적 기억 이전이 불가능함을 결정적으로 증명하는 실험은 하나도 없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논란이 기억 이전을 주장한 사람들의 패배로 끝나고 더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은 그것이 더이상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지 못하고” “골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기” 때문일 뿐이다. 2장에서는 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평가되는 두 가지의 실험/관측을 살펴본다. 빛이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속도로 나아감을 밝혀낸 마이컬슨-몰리 실험과 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아인슈타인의 이론대로 1.7초만큼 휘어짐을 증명했다고 평가되는 에딩턴의 별의 겉보기 위치 이동 관측이 그것이다. 마이컬슨과 몰리는 ‘에테르’라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에테르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속도의 차이를 측정하여 지구의 속도를 계산해내겠다는 의도 아래 실험 장치를 만들고 측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빛의 속도는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며 ‘에테르 흐름’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 전에 수행된 이들의 실험은 상대성 이론의 발표 이후에 그것을 증명해주는 중요한 실험으로 재해석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험은 측정 시기나 실험 장치를 설치하는 장소 등에서 원래 준수하여야 할 몇 가지 조건들을 엄격히 따르지 않은 것이었다. 이후 데이턴 밀러라는 과학자가 이러한 조건들을 좀더 엄격히 준수하여 실험/관찰을 시행한 뒤 에테르 흐름의 효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상대성 이론이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실험 결과는 그저 ‘변칙 현상’ 정도로 치부되고 만다. 다음으로 에딩턴은 일식 때 별의 겉보기 위치 이동을 측정하여 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1.7초만큼 휘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했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그의 연구팀은 두 군데에서 두 종류의 망원경을 사용하여 관측을 진행했으며 여기서 나온 값들은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에딩턴은 다른 결과들을 무시해버렸으며 1919년 영국의 왕립천문학회는 이 관측값들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확증되었다고 공표한다. 3장에서는 1989년 유타 대학의 플라이슈만과 폰즈가 기자회견을 열어 상온(常溫)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불붙게 된 논쟁을 다룬다. 핵융합은 대단한 고온에서만 가능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들은 특정한 조건에서 상온(常溫)에서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들의 발표는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과학자뿐 아니라 정부와 일반인 등 많은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지만 여러 연구소에서 상온 핵융합 실험에 실패하면서 곧 진위 여부를 의심받게 된다. 핵융합이 일어났다는 증거 중 하나가 중성자가 방출되는 것이었는데, 화학자였던 플라이슈만과 폰즈는 이 부분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했고 이는 물리학자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부분이 되며 결국 실험 자체가 의심받는 빌미를 제공한다. 4장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파스퇴르의 세균 실험을 다루는 장이다. 파스퇴르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생명의 ‘자연발생설’을 주장한 푸셰를 패배시키고 나아가 자연발생설을 결정적으로 굴복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푸셰는 밀폐된 용기 속에 담아둔 영양물질에서도 곰팡이가 피어나는 것을 발견하여 자연발생설을 계속 주장할 근거를 갖고 있었으며 파스퇴르조차도 그런 결과를 전혀 얻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결과에 대해(그리고 자신의 결과에 대해서도) 실험 과정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다며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판은 이들의 실험을 검증하기 위해 구성된 과학아카데미 위원회에 의해 내려졌다. 이들은 거의 일방적으로 파스퇴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당시 프랑스 과학계에서 생명의 자연발생설이 진화론의 근거를 이루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진화론에 적대적이던 과학아카데미 위원회의 위원들이 자연발생설을 부정함으로써 진화론 또한 물리칠 수 있다고 여겼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여 판정은 파스퇴르의 승리 쪽으로 났으며,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옳은 결론이지만, 당시 상황에서 파스퇴르와 푸셰 간의 논쟁은 순수하게 과학적 실험이라는 방법만으로 판가름이 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어서 5, 6, 7장에서는 각각 중력 복사선 탐지, 단성 생식을 하는 채찍꼬리도마뱀들이 보여주는 동성끼리의 성적 행동에 대한 해석, 태양의 중성미자 검출을 둘러싼 논쟁들을 다루고 있다. 4. 너무 뜨겁기만 한 우리의 과학 전쟁 ― 과학의 세기에 열린 이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상의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과학적 논쟁이 해결되는 방식이 늘 과학적인 방법에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실험자 회귀”(experimenters’ regress)라는 것을 언급한다. 어떤 실험에서 올바른 결과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은, 어떤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것의 존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실험 장치를 만들어 관찰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험 장치를 테스트해보고 올바른 결과를 얻기 전까지는, 우리는 우리가 과연 그 장치를 적절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현상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올바른 결과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책에 따르면 이와 같은 실험자 회귀라는 무한 반복을 끊는 데는 “과학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어떤 기제가 작용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물의 끓는점을 알아보는 실험을 할 때 학생들이 실제로 얻어내는 온도는 각각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은 마지막에 물의 끓는점은 섭씨 100도라는 것을 가르친 후, 각각의 실험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완벽한 조건―어른들의 진짜 과학에서는 이미 구비하고 있는―에서는 당연히 섭씨 100도라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과 같이 과학자들은 어느 지점에 이르면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동의하기로 동의”하게 되며 논쟁은 그런 식으로 종결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여기서 저자들은 상대성 이론이 의심스럽다거나 파스퇴르 대신 푸셰가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과학은 겉보기와는 달리 오류투성이라고 하면서 반(反)과학 운동을 주창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저자들의 멋들어진 비유대로, 배관공이 실수를 한다고 해서 반(反)배관공 운동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과학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사항들이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해결되는지를 우리 일반인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과학은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일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과학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일상생활에 대한 잘 발달된 전문 지식”이다. 우리가 가전제품 수리 기술자나 여행 안내원 등 다른 전문인들을 대할 때 사용하는 바로 그 지식 말이다. 말하자면 과학을 좋기만 한 것으로 신비화하거나 끝없이 나쁜 것으로 경원시하는 태도 모두를 피하고 우리 삶과 사회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는 과학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이 책은 이른바 ‘과학 전쟁’이라는 것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게 되었다. 전문 과학연구자가 아닌 ‘국외자’로서 과학사회학 연구를 진행해온 두 저자가 쓴 이 책은,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과학자들에게는 과학을 밖에서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일반인들에게는 과학의 안으로 들어가 그 내막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리고 또한 현재 또다른 과학 전쟁이 진행 중인 우리의 상황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무엇이 어떻게 그리고 왜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