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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1장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
2장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들

해제: 반철학자?철학을 깨우는 자 (서용순)
옮긴이 후기

저자 소개 1

알랭 바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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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in Badiou

오늘날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1937년 모로코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강의하던 중 1968년 혁명을 계기로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했으며 『모순의 이론』,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등의 정치 저작을 집필했다. 문화대혁명의 실패와 마르크스주의의 쇠락 이후 해방을 위한 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체의 이론』을 출간했고, 1988년 『존재와 사건』에서 진리와 주체 개념을 전통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범주로 세웠다. 그 후 『철학을 위한 선언』, 『조건들』, 『윤리학』, 『비미학』, 『메타정치론』 등을 썼고 2006년에는 『존재와 사건』
오늘날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1937년 모로코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강의하던 중 1968년 혁명을 계기로 마오주의 운동에 투신했으며 『모순의 이론』,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등의 정치 저작을 집필했다. 문화대혁명의 실패와 마르크스주의의 쇠락 이후 해방을 위한 또 다른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주체의 이론』을 출간했고, 1988년 『존재와 사건』에서 진리와 주체 개념을 전통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범주로 세웠다. 그 후 『철학을 위한 선언』, 『조건들』, 『윤리학』, 『비미학』, 『메타정치론』 등을 썼고 2006년에는 『존재와 사건』의 후속작인 『세계의 논리』에서 세계에 나타나는 진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뤘다. 2018년 『진리들의 내재성』을 출간해 ‘존재와 사건’ 3부작을 완성했다. 바디우의 첫 번째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검은색』은 어린 시절에서 검은색의 변증법에 이르기까지 ‘검정’에 관한 21편의 찬란한 사유를 펼쳐 놓는다.

알랭 바디우의 다른 상품

역자 : 박성훈
연구집단 CAIROS 회원이며, 원래 생물학 전공자였지만 지금은 철학 및 신학 관련 책들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테드 W. 제닝스의 『예수가 사랑한 남자』 『데리다를 읽는다 / 바울을 생각한다』가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가 있다.
역자 : 박영진
연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에서 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토론토대 비교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바디우와 라캉에 대한 학위논문을 준비 중이다.
감수 : 석기용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언어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러 권의 철학 및 인문학 서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서강대 철학과 대우교수로 있으면서 언어분석철학과 논리학 관련 과목들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공역)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등이 있다.
해제 : 서용순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라깡, 사유의 모험』(공저) 『알튀세르 효과』(공저) 『포스트모던의 테제들』(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철학을 위한 선언』 『베케트에 대하여』(공역) 『투사를 위한 철학』 『인민이란 무엇인가』(공역) 등이 있다.

관련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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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2g | 140*210*20mm
ISBN13
9788997186402

책 속으로

우리는 니체와 비트겐슈타인이 공유하는 어떤 것을, 20세기에 세 번째로 등장하는 위대하고 매혹적인 철학의 비방자 자크 라캉의 용어를 빌려 지칭할 것이다. 한마디로 반철학이라고 말이다. --- p.17

요컨대 반철학의 요구는 반철학자를 항상 실존적인 단독성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요구에 예외는 없다. 파스칼의 『회상록』으로부터 라캉 세미나의 핵심부에 나타나는 그 자신의 개인적인 운명과 공적인 운명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루소의 『고백록』으로부터 니체의 “왜 나는 하나의 운명인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키에르케고르와 레기네의 고뇌들로부터 성욕과 자살의 유혹에 맞선 비트겐슈타인의 투쟁에 이르기까지, 반철학자는 자신의 사유를 노출하기 위해 몸소 공개적인 무대에 오른다. 왜일까? 과학의 통제된 익명성과 달리, 그리고 보편의 이름을 참칭하여 말하는 철학에 반하여, 반철학적 행위는 어떤 전례나 보증도 없이 오로지 그 행위 자체와 효과들만을 가치의 증거로 삼기 때문이다. --- p.30

철학은 명제 안으로 들어갈 길이 없는 것을 명제의 형식 안에 고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무엇에 관련되는가? 명백히 세계의 의미에 관한 가설들에 관련된다. 따라서 철학의 부조리함은 말할 수 없는 의미(원한다면 신이라고 불러도 좋은)를 명제적 의미의 형식으로 말해지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귀결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다시 말해, 철학은 세계 바깥에 있는 “더 높은” 의미를, 마치 그 의미가 명제로 기술할 수 있는 사태이고 그래서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처럼 제시한다고 말이다. 결국 철학의 부조리함은 오로지 (과학적) 진리의 (신성한) 의미만이 가능할 뿐인데도, (세계의) 의미의 진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데 있다. --- p.58

반철학자는 진리의 가장 단호한 신자다. 이것이 반철학자를 소피스트와 구별해 주는 결정적인 단서다. 규칙의 체제 안에 있는 소피스트는 의미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세계의 다의성만을 신봉하는 동시에 진리 자체를 거부한다. 반면, 반철학자는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철학이 추구하는 이론적 체계, 철학이 갖는 야망으로서의 ‘이론’이다. 그러한 철학적 담론에 반대하여 내세우는 것이 새로운 행위고, 그 행위는 고전적인 철학적 행위와 구분되는 완전히 새로운 행위에 다름 아니다.

--- p.134

출판사 리뷰

“비트겐슈타인 이후에도 철학은 가능한가?”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도발적인 비트겐슈타인론論
비트겐슈타인은 왜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나?


제아무리 훌륭한 철학 이론이라 해도 그 자체가 실천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인간 존중을 위한 이론이 아니라 오히려 말없이 인간 존중을 실천하는 행동이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이 철학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론보다 실천이 훨씬 더 중요하며 철학 이론이란 특정한 언어적 실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이상한’ 철학자이다. 나아가 그는 거의 모든 철학적 명제는 ‘헛소리’이며, 진정한 삶의 문제는 언어 바깥에 있으므로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충격적인 “반反철학적” 입장이다.

비트겐슈타인 이후에도 철학은 가능할까? 이 책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2009)에서 프랑스의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과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왜 비트겐슈타인인가?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반철학자이자 우리 시대의 윤리적 입장을 증언하는 반철학적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는 20세기 철학이 ‘언어 비판’으로 전환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 자신의 윤리적 삶을 통해 자신만의 윤리를 지키는 삶의 태도를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철학은 전문적인 언어 분석으로 한정되고 말았으며, 개인의 삶에 철학이 개입할 수 있는 이론적 여지 역시 사라져버렸다는 데 있다.

이 책에서 철학자 바디우는 비트겐슈타인이 생전에 유일하게 출간한 책 『논리-철학 논고』를 세밀하게 분석하며 반철학의 구조와 그 한계를 낱낱이 보여준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선구자’인 니체,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라캉의 ‘공감’, 파스칼, 루소, 키에르케고르와 같은 ‘기독교적 반철학자들’과 비트겐슈타인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서술하고 있다. 바디우는 철학에 대항하는 반철학적 전통의 유구한 계보를 보여주며 그들이 어째서 자신들의 ‘고유명’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힌다. 이 책은 ‘철학’과 ‘반철학’이라는 대립쌍을 통해 삶과 존재, 진리와 의미라는 가장 철학적인 문제에 깊이 천착하며 우리 시대를 위한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왜 반철학자가 문제인가? - 철학자 바디우, ‘철학의 이단자’들을 논하다

‘반反철학’이란 무엇인가? 그 이름처럼 반철학은 철학에 대한 대항담론을 말한다. 철학은 특정한 이론을 통해 세계의 진리를 설명하고자 한다. 존재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물음에 대해 철학은 체계적인 답변을 준비한다. 문제는 특정한 시기에 유효했던 철학적 답변들이 아카데미적 지식이 되면서 변화한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신앙이 되어버릴 때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건만 이미 정립된 철학 이론들은 쉽게 변화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등장하는 진리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배제하고 강압하려는 시도가 생기게 된다.

반철학과 반철학자가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반철학자는 구시대적 이론을 답습하는 철학을 비판하고 동시대적 진리의 존재를 증언하며 그 의미를 포착한다. 그래서 반철학은 철학이 행하는 진리의 체계화에 반대하여 진리와의 만남과 진리의 체험을 강조하게 된다. 진리와의 만남이라는 주체적 행위야말로 반철학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참여 지식인이자 세계적인 철학자인 알랭 바디우는 왜 반철학자에 주목했을까? 한국 방한으로도 널리 알려졌듯이 그는 ‘급진적인’ 정치철학을 표방한다. 실제로 그는 68혁명을 계기로 좌파 정치 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고 여러 정치 저작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후 서구 급진 정치 운동의 쇠락과 1980년대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격랑을 겪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서 그가 주목했던 것이 바로 ‘반철학’의 사유였다. 시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철학을 열어나가기 위해 고대의 헤라클레이토스에서부터 이어지는 반철학의 계보를 참조하고 그들을 스승 삼아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바디우는 1992년부터 1996년까지 반철학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를 이어나갔다. 당시 다루었던 네 명의 반철학자가 바로 니체, 비트겐슈타인, 라캉, 성 바울이었다. 이외에 헤라클레이토스, 파스칼, 루소, 키에르케고르 등도 반철학자의 목록에 추가된다. 성 바울과 라캉을 제외한다면 그들 대다수는 철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일반적으로 ‘철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바디우는 이들을 라캉이 창시한 ‘반철학자’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 이유는 그들이 모두 철학의 지배적인 경향에 대항하여 사유의 전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존의 철학을 궁지로 몰아넣은 ‘철학의 이단아’들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단아들은 철학자에게 폭력을 가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철학을 구해낸다. 철학은 반철학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반철학자는 언제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반철학자는 철학의 종말과 죽음을 선포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새로운 철학의 시작,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의 시작을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반철학자는 귀를 찢는 고성(高聲)으로 철학을 깨우는 폭력적인 예언자다. 오만에 빠졌던 철학은 이제 새로운 철학적 체계를 갖추고 새로운 설명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진리에 대응한다. 철학자 바디우가 반철학을, 특히 반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불러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도에서이다.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 - 우리 시대의 윤리적 영웅인가, 우리 시대의 고르기아스인가?

비트겐슈타인은 평생 『논리-철학 논고』라는 단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럼에도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여겨진다. 그 짧은 책이 담고 있는 사상이 그 이전의 모든 철학의 지위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삶과 존재의 탐구’라는 의미의 전통적인 철학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철학은 언어라는 한계에 갇혀 있고 언어 바깥에 있는 삶과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으로서의 철학은 부조리하고 불필요하며 무용하다. 이제 철학은 무의미한 헛소리에 대한 언어 비판에만 머물러야 한다.

그렇지만 비트겐슈타인이 단지 기존의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 이런 ‘반철학적’ 주장을 펼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언어의 한계를 말한 것은 언어 바깥에 있는 삶과 존재라는 진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리키기 위해서였다. 이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진리의 가장 단호한 신자다. 이것이 비트겐슈타인을 소피스트와 구별해주는 결정적인 단서다. 상대주의를 신봉하는 소피스트는 세계의 다의성과 다원성만을 인정하며 진리 자체를 거부한다. 반면 반철학자는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철학이 추구하는 이론적 체계, 철학이 갖는 야망으로서의 ‘이론’이다.

“반철학은 바로 여기에서 철학을 쫓아낸다. 철학의 이론적 야망에 결여된 어떤 것을, 결국 실재에 다름 아닌 어떤 것을 철학에 보여줌으로써 말이다.”(36쪽)

그렇지만 바디우가 지적하듯이 철학의 문제를 지적하는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에도 문제가 있다. 철학이 거치는 세심한 탐구와 이를 위한 매개의 사유(수학)와 비교할 때, 반철학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즉각 제거하려 한다. 게다가 반철학은 오직 반철학자 자신의 고유명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달될 수 없기에, 반철학자 자신의 권위와 절대성을 자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반철학 자체가 비판해 마지않는 철학의 오만에 가까운 어떤 것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바디우는 이러한 반철학자의 ‘오만’에서 또 다른 주체적 모습을 보기도 한다.

“나에게 바울은 사도나 성인이 아니다. 나는 그가 선포한 복음이나 그에 대한 숭배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는 아주 중요한 주체적 인물이다.”(『사도 바울』, 11쪽)

바디우가 또 다른 반철학자인 사도 바울에 대한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반철학자는 언제나 “주체적 인물”이다. 그들은 동시대의 진리에 충실하고자 하며 그런 한에서 기존의 외적 권위와 대립한다. 반철학자들은 낡아빠진 철학 이론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진리를 설명해낼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려 한다. 이 점에서 바디우는 바울의 ‘서한’을 다루는 것처럼 비트겐슈타인의 ‘논고’를 다룬다. 이들은 상대주의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세계 속에서 절대적 윤리라는 진리를 긍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반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우리 시대의 윤리적 영웅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반철학자들은 종종 지속하기 힘든 실천의 한계에 부딪혀 소피스트의 길로 접어들곤 한다. 이는 비트겐슈타인에게 더욱 특징적이다. 후기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게임에 경도되어 규칙의 체제 안으로 들어가고, 존재와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의식에서 멀어진다. 바디우가 다른 저서 『조건들』에서 비트겐슈타인을 “우리 시대의 고르기아스”라 칭하며 그를 소피스트의 목록에 포함시킬 때, 그는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그러한 논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바디우는 이 책의 “2장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들”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룬다. 그는 초기 비트겐슈타인의 끊임없이 단언하는 문체가 후기에 들어 끊임없이 질문하는 문체로 대체된 것이 그의 철학적 사유 변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그 함의가 무엇인지 밝힌다. 그것은 “침묵 속에서 그 자체의 전례 없는 행위를 헛되이 기다리다 지쳐버린 반철학이 소피스트의 궤변술로부터 차용한 장광설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순간에 대한 물질적인 기록에 다름 아니다.”(80쪽)

이 책은 철학자의 입장에서 수행되는 ‘반철학적’ 탐험의 교본이라 할 수 있다. 바디우는 반철학의 문제제기에 열광하지만, 결코 스스로를 반철학자로 자리매김하지는 않는다. 철학자 바디우는 철학적 사유 자체에 가해지는 반철학자의 폭력적인 도발에 맞서 철학을 방어한다. 그는 사유로서의 수학의 지위를 긍정하고, 진리의 존재 자체를 방어하면서 새로운 존재론의 다수적 근거를 반철학자로부터 끌어온다. 반철학자가 전례 없는 행위를 통해 보여주려는 진리를 다시금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동시대적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철학사를 ‘철학’과 ‘반철학’으로 나누고 반철학을 통해 철학의 의미를 명료화하는 독특한 저작이다. 문제작 『사도 바울』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되는 이 ‘반철학자 연대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인식할 수 있는 철학적 틀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이 왜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는지, 어째서 철학의 종말에 이른 시대에 반철학자들이 철학을 혁신하는지에 대한 많은 영감들과 함께, 오늘날 철학이 어떤 조건들에서 새롭게 가능할 수 있는지 역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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