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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티스트에게 지우개는 필요 없다 6
스케치북 이중생활 16 볼펜심에 빠져들다 22 여우로운 창작을 위한 원칙 30 아티스트에게 상상력이 필요할까? 40 살아 있는 선을 그린다는 것 50 야외 스케치를 즐기게 되기까지 60 공상 속의 리얼리티 68 중고 미술용품의 세계 80 학습 곡선을 쌓아 올린다 86 세계관 만들기는 정말 어려워 94 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여 온 덕분에 104 내 이름을 걸고 활동한다는 건 112 참고 자료를 대하는 방식 120 다치카와 공원에 살고 싶다 132 SNS를 창작으로 대체하다 142 나의 사랑스러운 도구들 150 사는 곳을 옮기니 새롭게 보이던 것들 162 희망적 사고가 발목을 잡는다 172 창의성 냉장고 186 불안과 야심 194 만년필에 대하여 198 동네에서 기와가 사라져 간다 206 샤프펜슬은 정말 멋져! 218 예술 vs. 엔트로피 230 플라스틱은 줄이고, 창작은 늘리고 236 독서에 푹 빠져들다 242 라미 펜을 커스텀하다 252 나의 작업 환경을 돌이켜 보며 264 하이브리드 창작 활동 278 예술에 필요한 마음가짐 290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다 306 |
Mateusz Urbanowi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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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무의미한 트라우마 탓에, 나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자신감을 잃어 창작에 과감히 뛰어들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예술의 길에서 내 창의성을 가장 해친 것은 실수에 대한 공포였다.
---p.10 요즘은 빠른 속도와 효율성만 추구하는 예술 문화가 만연하다. 거기에 휩쓸리면 ‘노트에 낙서만 하고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라거나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를 그려서 부업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같은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 작품을 대표하는, 의미 있는 기획이 된 그림들은 대부분 남에게 보여 줄 생각 없이 그린 스케치에서 시작되었다. ---p.20 아무리 그림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금세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슬럼프가 찾아온다. 더 나아가 자신의 작품이나 도구에 애정을 잃고 예술계나 사회, 심지어 세상 전체를 이유 없이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p.30 완벽함이 환상이고 편의적으로 쓰이는 말에 불과한 이상, 완벽한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잘 만든 작품이란 가장 좋은 순간에 아티스트의 손을 떠난 작품이다. ---p.37 좋은 도구는 아티스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린다. 더 즐겁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겠다며 몸이 간지러운 듯하다. ---p.80 예술의 그런 힘을 비로소 자각한 순간은 내가 그린 일본의 상점 구조나 풍경 그림을 본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질 때였다. 그림의 모델이 된 장소에서 내가 느꼈던 밝은 정서가 갑작스레 그들의 마음속에도 넘쳐흐르는 듯했다. ---p.138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콘셉트 아트를 만드는 일이 어느새 내 창작의 주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작업하면서 나는 내 그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생각한다. ---p.140 일본을 방문한 이후 나는 이 나라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거리, 건물, 자연, 문화에 마음을 빼앗겨 머릿속에서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영감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p.143 자기혐오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창의적인 일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실패에서 배우거나, 심지어 창작을 즐기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p.177 아티스트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더욱 드러내고 거기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세련되고 완벽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벗어나 예술을 창작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p.184 자신의 냉장고에 무엇을 넣을지는 아티스트 마음이다. 중요한 점은 어떤 선반이든 품질 좋고 균형 잡힌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193 예를 들어 주인공의 집을 그릴 때 약간의 연필 선과 수채 물감의 가벼운 터치만으로 미묘한 분위기까지 전하려면 어떤 붓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선 하나도 보이지 않는 요소를 보여 주는 표식이 된다. ---p.319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케케묵은 격언 같지만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다. 본질적으로 예술은 영향력 그 자체다. 잘 만든 작품일수록 그 힘(또는 확산성)도 강해진다. ---p.300 그림에 향수를 담고 싶다면 그 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즉 작품에 내용과 표현 형태를 부여하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림 속 요소는 그저 화면을 채우는 소품이 아니라 무언가를 암시하는 장치로 의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p.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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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즐겁게 그려 나갈 순 없는 걸까?”
‘완벽한 작품만 만드는 아티스트'라는 허상과 작별하다 창작자는 종종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존재가 된다. 존재할 리 없는 완벽한 기준을 세워 자신을 몰아붙이다 보면 창작하는 즐거움은 빛을 바래고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마저 빼앗기기 마련이다. 이름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최고의 감독들과 일해온 저자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스스로를 압박하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수염도 길러 보고, 같은 도구도 사용해 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진정한’ 아티스트는 어떻게 창작하는지 그들의 인생과 예술관, 작업 과정을 진지하게 들여다봐야만 했다.” 뛰어난 작품 뒤에는 사색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과 학습을 통해 숙달되어 가는 ‘현실적인’ 아티스트의 모습이 있다. 아티스트가 작업에서 겪는 고생, 불확실성, 실망이 흔한 일임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수고와 과정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테일에 대한 고집 우르바노비치가 그린 배경 일러스트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아도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모된 간판 글씨, 빨랫줄에 걸린 티셔츠,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한 라디오 같은 사물 하나하나에 형체가 없던 생명력과 온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의 말처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작품은 눈에 보이는 모든 재료를 통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응시하게 만든다.” 저자는 사물을 분해해 구성 요소를 꼼꼼히 관찰하기를 즐기며, 산책하다 발견한 건물의 배관 구조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충분히 발전해 세계관을 이루도록 방대한 자료 조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 하나에도 모든 집중력을 기울이고, 건물 하나를 그릴 때도 언제 지어졌는지, 누가 이곳을 찾는지, 그 사람은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상상하며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림은 타고난 재능이나 기적 같은 영감에 기대어 탄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디테일’에 대한 강한 집념에서 비롯된다. 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구체적으로 질문하며, ‘나’라는 필터를 거쳐 표현하는 일. 이런 섬세한 과정은 생성형 AI에 맡길 수 없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때로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보이는 것 너머를 탐구하는 저자의 노력은 AI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인간적인 예술 창작의 가치를 기억하게 한다. 도구가 예술의 본질은 아니지만 『영감은 그릴 때만 찾아온다』는 한 문구 애호가의 특별한 만남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매력적이던 볼펜심,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키워 준 펜 태블릿, 첫 작품집을 완성하는 데 큰 동력이 된 만년필, 오래된 도구 상자에서 발견한 할아버지의 클러치 펜슬, 그리고 버려질 뻔했던 중고 미술용품까지. 자신에게 맞는 도구는 “매일 충실한 창작 활동을 유지하는 데 한몫하는 존재”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작업 방식뿐만 아니라 작품과 창작 동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운명처럼 손에 쥐어진 도구는 “단순한 합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경험하게 한다. 그저 비싸고 희귀하거나 기능이 화려한 도구가 아니라, 다른 미술용품과 조화를 이루며, 매일 기꺼이 손에 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개인적인 만남은 남들에게 그대로 추천할 수 없다. 예술은 어쩌면 우리가 자신만의 도구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오래 함께할수록 관계는 깊어지고, 그만큼 창작의 기쁨도 커져 간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그가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 라인업은 오히려 단순해졌다. “좋은 도구가 주는 즐거움은 분명하지만 예술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작업하느냐보다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일이다. 최고의 도구에 집착하는 대신, 사랑하는 도구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계를 종이 위에 펼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려는 저자의 태도가 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예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혼란이 가득한 시대에 창조적인 인간으로서 허무의 소용돌이에 맞서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예술이다. 그리고 인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과 소설,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메시지”다. 기술적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작품은 보고 싶지도,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도, 비슷한 작품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시대에 상관없이 사랑받는 최고의 작품은 윤리적 기준이나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의미를 잃지 않는다.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의무감을 갖지 않은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는 정신적인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어려움 속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세상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를 격려한다. 최고의 예술을 위해서는 아티스트가 작품에 묻어나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태도, 영향력을 자각하고 이를 책임 있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기술적 측면에 집중하던 데서 눈을 돌려, 이제는 ‘기술’과 ‘메시지’의 균형을 갖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일상의 작은 습관을 바꾸어 나간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고, 동네에 버려지는 기와의 재사용 가능성을 모색하며, 관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영감을 수집한다. 창작자의 책임과 용기를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밝혀 주는 일들이 우리의 손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