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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싱 더 바디
젠더 정치와 섹슈얼리티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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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24위 여성/젠더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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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Dictee)

책소개

목차

서문 11
감사의 글 15

1장 이원론에 맞서기 19
2장 지배적인 성별 63
3장 젠더와 생식기: 현대 간성인의 활용과 남용 85
4장 성별은 오로지 두 개만 존재해야 하는가? 131
5장 뇌의 성별 부여하기: 생물학자들은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171
6장 생식샘과 호르몬 그리고 젠더의 화학작용 211
7장 성호르몬은 정말로 존재할까?: 화학작용이 된 젠더 245
8장 설치류 이야기 281
9장 젠더 체계: 인간 섹슈얼리티 이론을 향해서 335
10장 젠더의 바다 367

후기 425
주 465
참고문헌 600
찾아보기 690

저자 소개2

앤 파우스토-스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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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Fausto-Sterling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이자 과학사학자. 1970년 브라운 대학교에서 발달 유전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해 현재는 같은 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1993년에 「다섯 가지 성」The Five Sexes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대안적 성별 모델을 위한 사고 실험을 제시했고, 이는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85년작 『젠더의 신화들』에서 성차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에 투영된 문화적 편견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이후, 2000년 『섹싱 더 바디』를 통해 성별 연속체 개념을 주장하며 인간 발달 연구에 동적 체계 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유전자 대 환경’, ‘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이자 과학사학자. 1970년 브라운 대학교에서 발달 유전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해 현재는 같은 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1993년에 「다섯 가지 성」The Five Sexes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대안적 성별 모델을 위한 사고 실험을 제시했고, 이는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85년작 『젠더의 신화들』에서 성차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에 투영된 문화적 편견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이후, 2000년 『섹싱 더 바디』를 통해 성별 연속체 개념을 주장하며 인간 발달 연구에 동적 체계 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유전자 대 환경’, ‘본성 대 양육’, ‘섹스 대 젠더’와 같은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했다. 이 책은 그해 미국사회학회가 수여하는 로버트 머튼상과 여성심리학회가 수여하는 우수도서상을 받았다. 현재는 동적 체계 이론을 유아기 성별 분화 연구에 적용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젠더와 인종의 교차성을 고려한 발달 이론을 고민하고 있다. 과학사학자 에블린 해먼즈는 그녀를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 과학자”로 평가했으며, 2020년 베른 대학교는 “젠더 연구, 특히 생물학적·사회문화적 젠더 구성에 대한 획기적인 기여”와 “편견과 환원론, 가짜뉴스에 맞선 지식인”으로서의 공로를 인정하며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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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진화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과학 책 만드는 일을 하다, 제약 회사 마케팅 부서와 리서치 전문 업체를 거쳐, 현재는 국내에 좋은 과학 책을 소개하고,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이야기로써 풀어낼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살인의 진화 심리학』을 썼으며, 『이웃집 살인마』를 번역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과자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의 대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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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704쪽 | 870g | 140*210*33mm
ISBN13
9788964375013

책 속으로

나는 생의 한때를 당당한 이성애자로, 또 한때는 레즈비언으로, 그리고 한때는 성 전환기를 겪으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성인기에도 새로운 행동 패턴들이 유연하게 발달한다는 섹슈얼리티 이론에 열린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평생 이성애자 혹은 동성애자로 생각해 온 사람이 섹슈얼리티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며 발달과 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그것이 드러난다고 가정하는 이론에 수긍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할 것이다.
--- p.11

우리의 신체는 너무나 복잡해서 성차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성별’의 단순한 신체적 토대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성별’이 순수한 신체적 범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점점 명확해진다. 우리가 여성 혹은 남성으로 규정하는 신체적 신호나 기능은 이미 젠더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뒤얽혀 있다.
--- p.26

나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같은 라벨이 실제로는 전혀 좋은 구분이 아닐 수 있으며, 특정 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독특한 발달 사건developmental events 발달 사건이란 유기체의 발달 과정 중에 일어나는 특정한 변화나 사건을 가리킨다. 이는 발달 체계 내의 여러 요소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로 발생한다. 연구자들이 일란성쌍둥이에게 퍼즐을 풀게 하면, 쌍둥이는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한 쌍의 일반인보다 훨씬 더 비슷한 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양전자단층촬영PET 스캔을 활용해 추적 관찰하면 퍼즐을 푸는 동안 쌍둥이의 뇌는 동일한 기능을 보이지 않는다.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쌍둥이도 결코 동일한 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측정 수치가 다르다.” 이런 결과는 행동에 대한 발달 체계적 설명을 통해 해명할 수 있지만, 유전자가 행동을 “프로그램” 한다는 설명으로는 해명하기 어렵다(Sapolsky 1997, 42).의 측면에서만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59

페미니스트들은 저항의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기술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한다. 섹스와 젠더에 대한 이론들은 간성인에 대한 의학적 관리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아이를 소년으로 길러야 할지 아니면 소녀로 길러야 할지, 외과 수술로 변형을 시켜야 할지, 다양한 호르몬을 투여해야 할지는 우리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음경 크기는 얼마나 중요한가? 어떤 형태의 이성애적 성관계가 “정상”인가? 통계적인 평균치보다 크고 음경과 비슷하지만 성적으로 민감한 음핵을 가지는 것이 외관상 일반적인 음핵을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지식의 그물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또 그 줄기들은 항상 서로 연결돼 있다. ... 그렇다고 우리가 젠더에 대한 현재의 설명에 영원히 얽매여 있을 것이라는 - 물론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이 상태가 축복받은 상태일 수 있다 - 의미는 아니다. 젠더 체계는 변화한다. 그 체계가 변화함에 따라, 본성[자연]에 대한 설명 또한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기의 여명기에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성별 이형성의 시대에서 다양성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문화에서 전에는 듣지 못했던 질문을 다음과 같이 던질 수 있는 이론적인 이해와 실천적인 힘을 가진 역사의 한 순간을 살고 있다. “성별은 오로지 두 개만 존재해야 하는가?”
--- p.129~130

미래의 부모들은 ‘아들이에요’, ‘딸이에요’라는 신생아의 탄생 소식을 들으며, 훨씬 더 폭넓은 가능성이 아이들 앞에 펼쳐져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의 생식기가 통계적으로 드문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희귀한 아이들을 특별히 축복받았거나 운이 좋은 경우로 보게 될 수도 있다. 그중 일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파트너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성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드물게 작은 음경을 가진 남성들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그들이 “체위와 방법에 대해 실험적인 태도를 가진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런 남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파트너가 성적으로 만족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적인 이유를, 비삽입적인 다양한 기술을 비롯해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의 비전은 유토피아적이지만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것이 실현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는 적어도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이미 존재한다. 반드시 필요한 법적 개혁은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여성 인권, 동성애자 인권,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해 일하는 정치조직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 관행은 간성인 환자와 그 지지자의 압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젠더와 동성애에 관한 공개 토론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것은 젠더 다양성과 모호성을 더 많이 관용하려는 일반적인 경향과 발맞추고 있다. 그 길이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이 목적을 실현하는 쪽을 선택한다면 더욱 다양하고 공평한 미래의 가능성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 p.168~169

성차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공적인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동성애자들은 변할 수 있는가? 우리는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는가? 소녀들도 고차원의 수학을 하고 물리학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 혹은 이와 관련된 곤경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다시 읽고 당면한 문제들을 개념화할 새롭고 더 나은 방식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페미니즘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는 생물학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했다. 이 책은 상세한 논증을 통해 이 주장의 진실성을 뒷받침한다. 나는 우리가 생물학에 관한 논쟁을 통해 정치적인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신체의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논쟁들이 언제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평등과 변화의 가능성에 관한 도덕적·윤리적·정치적 논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하질 않길 바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p.366

출판사 리뷰

성별은 꼭 두 가지여야만 할까?
· 인터섹스인 아이가 미국 혹은 서부 유럽의 대도시에 위치한 어느 대형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주치의는 신생아의 생식기가 어느 쪽도 아니거나 양쪽 다라는 걸 알아채고 … 응급 상황을 선언한다. 현재의 치료 기준에 따르면, 차분히 심사숙고하거나 부모와 모든 걸 열어 놓고 상의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은 비슷한 일을 겪어 본 다른 부모들이나 성인이 된 간성인들과 상담해 볼 시간이 없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아이는 “하나의 성별로서” 병원을 떠나야만 하며 부모는 그 결정이 확실하다고 생각해야 한다(87).

이 책의 가장 “선정적인” 장들로 알려진 2~4장에 걸쳐 파우스토-스털링은 간성인들을 둘러싼 의료 관행의 한 세기에 걸친 역사를 추적한다. 오늘날의 성별 이분법 체계 아래 태어난 신생아는, 반드시 남자나 여자 두 가지 꼬리표 중 하나를 달고 병원을 나가야만 한다. 이 틀에 맞지 않는 존재, 의사들이 생각하는 ‘자연’의 기준에 맞지 않는 영아의 생식기는 ‘정상화’ 수술에 의해 말 그대로 재단된다. 기준은 엄격하다. 지나치게 큰 음핵도 너무 작은 음경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성적인 여성이나 여성적인 남성은 필요 없다. 하지만 소위 ‘정상인’들을 조사해 봐도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이들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술이 효과가 없으며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증거 역시 넘쳐난다. 생식기 성형수술은 여러 번에 걸쳐 고통스럽게 시행돼야 할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흉터를 남기고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오히려 불완전한 상태를 받아들이고 ‘색다른’ 생식기에 적응하면서 만족스런 성생활을 영위하는 간성 성인들의 사례도 많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를 여전히 소아 때 실시돼야 하는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자는 간성인의 “색다른” 성기를 “완성한 상태”로 여길 수 있는 체계, “생식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남성과 여성을 훨씬 폭넓은 조합의 범주로 보는 체계, 젠더 다양성과 모호성을 더욱더 관용하는 체계를 위해 이 같은 논의를 성호르몬 논쟁과 남녀 뇌들보 논쟁으로 확장해 나간다.


섹싱 더 바디: 현대 과학은 우리의 신체를 어떻게 성별화했나
/ 남자와 뇌, 여자의 뇌,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은 존재하는가?

· 남성과 여성은 뇌 발달이 조금 달라요. 예를 들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좌뇌, 우뇌가 다르게 발달해요.. 뇌량[뇌들보](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다리)이 다르게 발달하기 때문이지요. 한 이론에 의하면 남성의 뇌는 좌뇌, 우뇌의 기능 편중이 되어 있어요. 즉 남성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좌뇌와 우뇌가 다르게 발달되어 있어요. 반면 여성은 양쪽 뇌를 대칭적으로 사용해요. 그것은 여성의 뇌량이 더 크고 더 많은 섬유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강원일보』(2011/12/19), 「좌 우뇌 연결이 다르게 발달하는 남녀」 중에서

· ‘테토녀(테스토스테론+女)’와 ‘에겐남(에스트로겐+男)’이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남성적이고 주도적인 여성과 여성적이고 섬세한 남성을 각각 지칭한다. 단순히 성격을 묘사하는 용어라기엔,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性) 역할에서 비껴 나간 이들에게 일종의 꼬리표를 붙이는 느낌이다. 본래 성별에서 지배적이어야 할 성호르몬이 아닌, 이성(異性)의 성호르몬이 과잉 분비되어 기대되는 성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지 않은가. -『조선일보』(2025/08/06), 「‘테토녀’와 ‘에겐남’」

· 20세기 내내 과학자들은 젠더 표지들 - 생식기부터 생식샘과 뇌의 해부학적 구조, 나아가 우리 몸의 화학적 작용에 이르기까지 - 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우리 몸에 기입해 왔다. 연구자들은 화학적으로 신체 내 여러 곳의 성장을 조절하는 물질을 성호르몬이라 정의함으로써 … 호르몬이 남녀 모두의 발달 과정에서 수행하는 성적이지 않은 광범위한 역할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이 스테로이드 분자들에는 성호르몬이라는 꼬리표가 강력 접착제로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뼈나 창자 같은 조직들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을 재발견할 때마다 이상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른바 성호르몬이 신체의 생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덕분에, 명백히 번식에 관여하지 않는 이런 기관들도 성 기관으로 보이게 되었다. 화학물질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우리의 온몸에 젠더의 의미를 불어넣고 있다(215).

남녀의 뇌구조가 다르며 이는 결국 남녀가 가진 능력의 차이를 낳는다는 담론은 여전히 대중적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테토녀, 에겐남 등 ‘성’호르몬을 둘러싼 최근 담론들도 실은 양성 체계의 고정관념을 답습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남아와 여아가 취향과 성향, 성격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이 같은 담론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지속 중이다. 과학적인 사실은, 일단 확고해지면, 때때로 한 분야에서 틀렸음이 입증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사실”로 여겨질 수 있으며, 대중의 마음속에서는 더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뇌들보 논쟁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여성의 경우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들보가 더 크고 더 많은 섬유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쪽 뇌를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는 뇌들보가 작아 주로 어느 한쪽에 편측화된 사고를 하며, 이 차이는 언어 능력과 수리 능력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해 왔다. 파우스토-스털링은 5장에서 이 같은 뇌들보 연구의 역사를 파헤치며 남녀의 뇌가 다르다는 과학적 ‘주장’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험실에서는 어떤 ‘조작’이 이루어졌는지를 촘촘히 분석해 간다. 파우스토-스털링은 다른 부위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3차원의‘야생’ 뇌들보가 측정을 위해 평면화되면서 어떻게 조작되고 단순화되었는지, 또 뇌들보 용량에서 남녀 간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뇌들보 부위를 임의적으로 구획하는 등의 방법으로 과학자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남녀 차이를 발견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는지를 폭로한다.
한편, 이분법적 성별 이데올로기에 따라 실험 과정이 ‘설계’되고 그 결과가 ‘해석’되는 과정은 ‘성’호르몬의 발견과 추출, 명명 과정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남성/여성 어느 한쪽 젠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생식에만 관여하는 것도 아니며, 우리 몸 전반(간, 신장, 뇌 등 광범위한 신체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이 어떻게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추적한 6, 7장은, 여성을 ‘번식하는 존재’로만 규정하려 했던 사회적 시각이 과학적 용어에 어떻게 박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고발장이다.
스털링이 8장에서 제시한 설치류의 행동 실험은 남녀가 성적 행동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20세기 중반에 밝혀진 설치류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행동 실험 결과, 성적 행동에서 유의미한 성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컷과 암컷 쥐 모두에서 ‘수컷적인’ 생식 행동(마운팅과 같은)과 ‘암컷적인’ 생식 행동(로도시스 반응)이 나타났으며(게다가 쥐는 양성애 성향을 보였다), 질적으로 이 같은 행동의 암수 차이는 없었다. 이 실험들은 “설치류의 성적 행동조차 ‘뇌에 고정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호르몬과 환경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만들어 내는 ‘유동적인 결과물’임을 보여 준다.
이 같은 결과들이 양성체계가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함의는 크다. 2024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여느 때처럼 ‘성별 논란’이 반복되었다. 실은 남성인데 여성 경기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국제육상연맹을 비롯해 올림픽위원회는 공정성이라는 명분하에 그간 ‘가짜 여성’을 퇴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례는 계속해서 나타났고, ‘진짜’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도 계속 변해 왔다. 처음에는 외부 생식기였지만, 이후 염색체 검사가 시도되었고, 이조차 ‘진짜’ 여성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되지 못하자, 테스토스테론이 등장했다. 이른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여성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별 사회화는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증가 행동을 장려하지만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음으로써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453).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기 때문에 운동 능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거꾸로 높은 경쟁 압박으로 말미암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연구 결과들은 테스토스테론이 소위 남성적 행동만이 아닌, 여성적 행동에도 광범위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결국 이를 반영하듯 2021년 국제올림픽 위원회는 여성성 검사를 폐지했다.

젠더의 바다를 헤엄치는 법 - 이분법을 넘어
페미니즘 이론은 섹스와 젠더 구분을 통해, 생물학적 차이를 사회적 차별로 고착화하려는 가부장적 논리에 맞서, 여성의 종속적인 위치가 고정불변의 생물학적 결과가 아니라 변화 가능한 사회적 구조의 산물임을 주장하며 여성해방을 모색해 왔다. 이 같은 구분의 등장은 그 자체로 페미니즘 운동의 중요한 동력으로 기능하며 교육 기회의 균등, 고용 차별 철폐 등 사회적 영역에서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불평등 앞에서 낙관적 전망은 점점 시들어 갔고, 생물학을 비롯해 인간 신체에 대한 과학적 논의의 눈부신(?) 발전은 페미니즘의 분석과 비판적 기능을 점점 더 제한해 갔는데, 이는 거꾸로 생물학적 결정론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수행성 개념을 통해 ‘섹스 또한 젠더만큼이나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주장했고, 엘리자베스 그로스는 바깥 면과 안쪽 면이 구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라는 비유를 통해 본성과 환경의 이분법을 뛰어넘고자 했다. 『섹싱 더 바디』는 이 같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동적 체계 이론(발달 체계 이론)의 틀을 통해 섹스 대 젠더라는 오래된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시도다.

· 발달 체계 이론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의 과정, 즉 유전자와 호르몬, 뇌세포(즉, 본성)가 이끄는 하나의 과정이 있고, 환경과 경험, 학습, 성장 초기 단계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즉, 양육)이 이끄는 또 다른 과정이 있다는 점을 부정한다. … 유전자도 환경도 해부학적 구조를 결정하지 않는다. 오직 [해당 개체의 해부학적 구조, 그 개체가 겪은 우발적 사건 및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이루어진] 총체ensemble만이 이런 힘을 가진다. 많은 발달 생리학자들은 이 같은 원리를 인정한다. 한 생물학자가 썼듯이, “개체의 생애가 지속되는 내내 구조 조정이 일어난다(56-57).

파우스토-스털링은 선도적인 발달 생물학자이자 과학기술학(STS) 연구자, 사회 운동가, 또 스스로가 “당당한”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로 성적 정체성의 변화를 겪은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과학자들이 생산한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설명이 정치적·사회적·도덕적 투쟁의 구성 요소임을 밝히고, 이와 동시에 정치적·사회적·도덕적 투쟁을 통해 형성된 사회구조적 환경이 생리학적 존재인 우리의 신체 속에 말 그대로 체화되고 통합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이 같은 입장은 도나 해러웨이가 말하는 ‘기술과학적 신체’ 개념과도 공명하는데, 여기서 신체는 단순히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적 연구 대상인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고, 과학기술적 담론과 상징체계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해석되는 존재다. 이는 한편으로는 인간의 몸이 해당 사회의 지배적인 질서의 통제 아래에 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이 기존 지배 질서의 경계를 위반하고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 내는 저항의 거점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 나는 분자생물학과 러브웹, 페미니스트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자로서 나는 물질계를 믿는다. 과학자로서 나는 실험을 통해 특정 지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목격자로서, 또 최근에는 역사가로서 나는 우리가 생물계에 대해 “사실”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보편적인 진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오히려 해러웨이가 썼듯이, 그것들은 “특정한 역사와 관습, 언어와 사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세기 초반 미국과 유럽에서 탄생한 이래로, 생물학은 줄곧, 성·인종·민족의 정치를 둘러싼 논쟁과 뒤엉켜 있었다. 우리의 사회관이 변화함에 따라 신체에 대한 과학 역시 변모해 왔다(29).

· 페미니즘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는 생물학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했다. 이 책은 상세한 논증을 통해 이 주장의 진실성을 뒷받침한다. 나는 우리가 생물학에 관한 논쟁을 통해 정치적인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신체의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논쟁들이 언제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평등과 변화의 가능성에 관한 도덕적·윤리적·정치적 논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하질 않길 바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366).


결국 성별은 이 같은 다양한 실천과 투쟁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여자 아이라서 얌전한 것이 아니라, 얌전하게 만드는 복장(예컨대, 거추장스러운 치마)과 양육 방식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뇌와 근육이 그에 맞춰 발달한 결과다. 미세한 생물학적 차이가 양육에 의해 강화되고, 몸에 체화되며, 신체 그 자체를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된 신체는 생물학적인 신체인가, 사회문화적인 신체인가. 그것은 섹스인가, 젠더인가.

· “예쁘다” “잘생겼다” 2.5개월에 이미 영아들은 젠더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사실 이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그렇다. 태아의 초음파 사진(아이의 첫 사진), 아기 성별 확인 파티, 부른 배에 대고 부모가 속삭이는 이야기들, 아기 방의 벽지, 분홍색과 푸른색 유아복, 부모의 손길과 입에 담는 말들은 모두 유아가 젠더 상징, 젠더화된 언어 혹은 젠더를 구분하는 손길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젠더 정체성의 발달은 중층적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과학자도 일반인도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왜 어떤 소년은 자신의 정체성을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하는 반면, 다른 소년은 분홍색에 대한 선호로, 또 다른 소년은 분홍색과 야구를 모두 좋아하는 것으로 표현할까? 여성의 신체 부위를 지니고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남성의 정체성을 발달시키게 될까? 남성의 신체 부위를 지니고 태어난 아이는 어떻게 해서 예쁘게 꾸민 인형을 좋아하고 주름 장식이 많은 드레스를 입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걸까? 내가 이 질문들과 젠더/섹스 정체성에 대한 많은 유사한 의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순 없지만, 우리가 답을 찾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틀은 제공할 수 있다(369).

『섹싱 더 바디』는 어린 아이의 미소, 여성들의 앉는 자세나 공 던지는 모습은 물론, 영유아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행동들이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환경적 요인의 결합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체화되어 나타나는지 발생 생물학, 뇌신경학, 영유아 발달 체계 이론 등 생물학 분야의 주요 성과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성과들을 도나 해러웨이, 주디스 버틀러, 엘리자베스 그로스, 프란시스코 바렐라 등과 같은 페미니즘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의 최신 논의들과 결합해 그 함의를 확장한다.
『섹싱 더 바디』가 제기하고 있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은 비단 섹스 대 젠더, 본성 대 양육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론과 대상, 담론과 실재를 둘러싼 과학철학과 포스트구조주의의 오랜 쟁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참조점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생물학에 기초한 교육과 성에 대한 주장들은 수 세기에 걸쳐 반복되어 왔다. 이는 우리가 인간 발달에 대한 잘못된 이론들을 계속 활용하기 때문이다. 몸은 자연적 부분들과 양육된 부분들이 합쳐진 모자이크가 아니라, 사회적 자극들에 반응하면서 새로운 방식들로 성장하는 역동적 체계다. 인간의 행동을 본다면, 서로 다른 양육과 사회화는 개인의 두뇌 발달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이 영향은 지속적이며 또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것 위에 더해진다. 따라서 개인의 인생사는 몸 이야기의 한 부분이다. 간단히 말해 논쟁의 전제들 - 자연/본성 아니면 양육, 환경/양육 아니면 본성 - 은 틀렸다. 이 전제들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또다시 한 세기 동안 헛수고만 하게 될 것이다.
- 앤 파우스토-스털링, 「자연」, 『젠더 스터디』(후마니타스, 2024)

추천평

탁월한 저작들은 오래된 질문을 더 나은 질문으로 바꾸어 놓는데, 『섹싱 더 바디』가 그렇다. 앤 파우스토-스털링은 성차가 자연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인지를 묻는 낡은 질문을 버리고, 대신 우리가 왜 성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성에 관한 인간의 선입견이 어떻게 과학 지식에까지 스며들게 되었는지를 촘촘히 보여 주면서 말이다. 그럼으로써 과학 지식을 폐기하거나 회의하기보다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킨다. 책의 표피는 학술적이지만 심층은 무엇보다 로맨틱하다.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썼을 것이 분명한 이 책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사회에서 오랫동안 배제되어 온 존재들을 제대로 편들고 있다. 이런 사랑은 편애를 받지 않는 이들마저 해방시킨다. 학자가 할 수 있는 궁극의 아름다운 행위다. - 하미나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매혹적인 필독서. 파우스토-스털링은 ‘선천 대 후천’, ‘유전자 대 환경’,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 대 생물학적 섹스’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아름답게 증명해 낸다. 그녀는 성 정체성의 근원을 설명할 때 생물학이나 문화를 우위에 두는 것이, 물의 성질을 설명하며 산소보다 수소를 우선시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함을 보여 준다. 단순화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과학, 역사, 페미니즘을 아우르는 선도적 학자의 수정안. - 내털리 앤지어 (『뉴욕 타임스』 과학 저널리스트)
젠더/섹스 주제에 대해 길잡이가 되어 줄 사람 중 앤 파우스토-스털링보다 더 신뢰할 만한 이는 없다. - 앤절라 사이니 (BBC 과학 저널리스트)
의사, 과학자, 그리고 시민들이 이 새로운 세기에 여성과 남성, 소녀와 소년에 대한 관념을 계속해서 갱신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파우스토-스털링의 신중하고 통찰력 있는 이 책은 과거 여성에게 투표권을 허용했던 것만큼이나 급진적이고 새로운 개념들을 꿈꿀 기회를 제공한다. - 마크 브리드러브 (미시간 주립대 신경과학자)
이분법적 사고를 과감히 배제한 『섹싱 더 바디』는 인간 경험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에 대한 획기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앤 파우스토-스털링의 생물학과 사회 이론에 대한 유창한 이해는 눈부시다. 초판이 출간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이 통찰력 있는 책이 우리로 하여금 이해하게 한 세계에 살고 있다. 지속적인 힘과 영향력을 지닌 진정한 고전. - 알론드라 넬슨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
신체는 분명히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며, 과학자들은 그 물리적·생물학적 특성을 일부 규명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이 세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류다. 간성인들은 이 오류의 가장 명백한 희생자일 뿐이다. 신체의 ‘과학’을 결정하는 사회적·정치적·역사적·도덕적 고려 사항을 탁월하게 밝혀 준 앤에게 감사한다. - 셰릴 체이스 (북아메리카간성협회 창립자)
20세기 젠더와 성역할에 관한 사상사를 균형 있게 검토하며, 과학자들의 사회적 배경이 실험 설계, 연구 결과의 개념화, 발견의 명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주석이 100쪽이 넘는 학술서임에도 베스트셀러처럼 읽힌다. -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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