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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산 시집》(남정찬 지음, 김승룡 · 최금자 옮김, 293쪽, 24800원)
19세기 말 격동의 시대를 살다 간 의령의 선비, 니산 남정찬의 한시를 소개한다. 이 책은 외세의 침탈 속에서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망국의 비통함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는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주희의 가르침을 본받아 학문적 신념을 굳건히 하고, 훼철된 서원을 대신해 재실을 세워 지역 유풍을 되살리고자 애썼다. 또한 고향에 은거하며 굳건한 절개를 시로 노래했다. 절망적인 시대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치열하게 고뇌했던 한 선비의 내면 기록이자, 의령 지역사 연구의 귀중한 사료다. 《성재 시문선집》(정재기 지음, 정우락 옮김, 310쪽, 24800원) 1919년 파리 장서 운동에 서명하고 일제의 탄압에 항거해 최초로 자정순국(自靖殉國)한 유학자 성재 정재기의 시문을 소개한다. 한강 정구의 후손인 그는 격동의 근대 전환기 속에서 치열한 학문적 수양과 실천을 중시한 전형적인 도학자였다. 이 책에는 그의 학문과 일상을 담은 편지글, 수양 과정이 생생히 기록된 일기 등 시대적 고뇌가 투영된 산문과 시가 실려 있다. 망국의 위기 앞에서 위정척사 사상을 애국 운동으로 승화시키고 목숨으로 지조를 지킨 한 선비의 기록을 통해, 오늘날 참된 지식인의 길이 무엇인지 묻는다. 《심석재 시선》(송병순 지음, 강동석 · 전현종 옮김, 214쪽, 20800원) 구한말의 강직한 유학자 심석재 송병순의 한시 173수를 엄선해 번역한 《심석재 시선》을 소개한다. 우암 송시열의 후손인 그는 일제의 국권 침탈에 통탄하며 모든 회유를 거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순국한 인물이다. 이 시집에는 자연을 매개로 한 서정시부터 독특한 기교의 12첩 제화시까지 다양한 작품이 담겨 있다. 특히 망국의 비애 앞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참된 지식인의 꼿꼿한 절의와 치열한 시대적 고뇌가 짙게 배어 있어, 구한말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죽우사 시집》(강세백 외 지음, 방현아 옮김, 233쪽, 20800원) ‘죽우사(竹雨社)’는 19세기 초 경북 상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시 모임이다. 이 시집은 죽우사의 핵심 문인 12명이 1816년 봄부터 가을까지 지은 106수의 시를 모은 것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 풍류뿐만 아니라 스승을 향한 애도와 벗과의 이별 등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년 전 선비들이 시를 매개로 나눈 맑고 순수한 우정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묻고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태재 시선 2》(유방선 지음, 김승룡 · 류재민 옮김, 145쪽, 16800원) 여말 선초의 학자 태재(泰齋) 유방선(柳方善)의 7언 율시 61제 108수를 소개한다. 목은 이색의 외증손인 그는 권근과 변계량에게 수학했으나, 가문이 민무구 형제의 옥사에 연루되는 바람에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고 장장 19년간의 유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유방선은 고려 말 시학의 전통을 계승해 조선 초 문단을 진작하고, 한시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서거정, 권남, 한명회 같은 탁월한 제자들을 길렀다. 그의 7언 율시에는 당시 문인들과의 교류, 유배지에서의 아픔, 그 가운데서도 잃지 않았던 ‘한(閒)’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학언》(김인섭 지음, 구경아 옮김, 298쪽, 24800원) 19세기 지식인 단계 김인섭의 시집 《학언》을 소개한다. 그가 젊은 시절 서울 객관 소도원에 머물던 6개월간 지은 100수의 7언 율시를 엮은 것이다. ‘학언’은 자신의 시가 “갓난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겸양의 표현이다. 이 시집에는 지독한 가난이 덮친 서울살이의 고달픔, 벗과의 교감, 유람을 통한 위로, 그리고 벼슬과 은거 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뇌가 생생히 담겨 있다. 세속적 출세 대신 학문과 수양의 길을 택한 젊은 선비의 내면 기록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성찰의 울림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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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의 대나무를 아끼나니
고이 길러 온 지 얼마이런가? 군자의 절조를 취해서만은 아니요 또한 나도 기약한 바 있었지. 만일 장대와 화살대를 만들면 송골매를 쏘고 이무기도 낚으리라고. 하룻밤 사이 도둑이 꺾어 가니 나더러 깊은 사념을 터뜨리게 하는구나. 歎園筠見折 愛此園中筠 長養能幾時 非徒取君節 亦有吾所期 若將竿與箭 射鸇又釣螭 一夜盜折去 令人發深思 (《니산 시집》, 남정찬 지음, 김승룡 · 최금자 옮김) --- 「정원의 대나무 가지가 꺾인 것을 보며 탄식하다」 중에서 고전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1차적으로 규정을 받으며, 지금 이곳을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는 텍스트를 말한다. ‘고전’은 역사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고정불변의 권위를 특별히 갖지는 않는다. 보편성을 갖는다고 여겨지는 텍스트들의 경우, 그것이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여전히 지금 여기의 문제를 논의하는 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를테면 《논어》가 고전일 수 있는 이유는 ‘공자의 《논어》’라서가 아니라 지금 이곳을 위해 《논어》 속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사기》를 읽어야 한다는 것도 ‘사마천의 《사기》’라서가 아니라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전 목록’이 시기별, 주제별로 제작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고전은 철저하게 ‘지역’에 복무한다. 지역은 지금 이곳의 다른 말로서, 시간과 공간으로 규정되는 인간의 삶 자체를 뜻한다. ‘지역’을 특정 공간으로 한정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지역’을 중심과 상대되는 주변으로 환치해서도 안 된다. 중심도 지역이요, 주변도 지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역’을 인간의 삶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장소,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 의해 구분되는 인간적, 인문적 영역으로 이해한다. 곧 특정한 장소는 상상의 중심에 의해 주변화한 곳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간과 공간에 의해 규정된 사람들의 삶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생산된 텍스트, 특히 한문 고전은 무엇이든 의미가 있다. 모두 특정 주체들의 이성과 감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문 고전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 안에 우리 전통의 삶이 지혜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역은 한글이 일상어가 된 근대 이후에도 한문 고전을 생산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지점도 주목한다. 지역의 한문 고전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삶을 보여 주는 텍스트였던 것이다. 우리가 ‘지역’과 ‘고전’을 하나로 붙이고, 지역의 모든 인문적, 인간적 생산물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의 다른 말로 ‘지역’을 주목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한문 고전을 텍스트로 읽고자 하는 데에는 더욱 중요한 사고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바로 인간의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태도다. 살았던 것/살아온 것/살아갈 것은 모두 존중받을 필요가 있으며, 이들에 의해서 생성된/생성되고 있는/생성될 텍스트는 모두 평등한 가치를 부여받아야 한다. 학연이든, 지연이든, 권력이든, 소용(所用)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우리는 문헌도 하나의 생명으로 간주한다)에 대해 차별할 근거는 없다. ‘지역’의 편언척자(片言隻字)조차도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기》를 짓기 위해 산천을 거듭 다녔던 사마천의 마음과, 조선 팔도를 수차례 걸어 다니며 작은 구릉과 갈래 길도 세세히 살폈던 김정호의 생각을 떠올려 본다. 이제, 우리는 ‘지역’에서 생성된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생명 없는 생명체’였으며, ‘고립된 외딴섬’이었다. 비록 미약하지만 이후로 하나씩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될 수 있도록 소중하게 발굴하고 겸손하게 살피고 애정으로 복원해 21세기 한국 사회의 지적 자산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그 방법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하나씩 ‘고전’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저들이 우리의 곁에 존재했건만 아직 손대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이후 복원된 생명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훌륭한 인간적, 인문적 세계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린다. 2022년 8월 지역 고전학 총서 기획 위원회 ---「〈지역 고전학 총서〉를 기획하면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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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는 누구일까?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남명 조식,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덕보 홍대용 등, 아마 누구나 대여섯 명 정도는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고향을 대표하는 학자는 누구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온 내용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한 관방 학자들의 글이고, 학계의 연구도 이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 지역의 고전을 발굴, 번역, 소개,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지역 고전학이다. 그러나 낯선 학문이다. 그만큼 학계에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지역’은 ‘서울’보다 뒤떨어졌다는 선입관 탓이다. 드물게 지역 학자들이 자기 지역의 고전을 연구해도 축적과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역 학자들의 객관적인 시각도 부족했다. ‘지역 고전학’에서 ‘지역’이란 ‘중앙’의 반대어로서의 ‘지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 용어로서 특정한 장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지역’은 중앙과 구분되는, 중앙보다는 못한 무언가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학문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 학문에서만이라도 ‘중심’과 ‘주변’이라는 권력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의 문화 자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특히 현대는 더 이상 중앙 집중적인 사회가 아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깊이 있는 이해와 발전이 요구되는 시대다. 지역 고전학은 이러한 지역 문화의 이해와 발전의 뿌리가 될 것이다. 이것이 지만지한국문학에서 지역 고전학 총서를 출간하는 이유다. 이 총서는 단순히 각 지역의 문화 자산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학문적으로 축적해 다음 세대에게 더 다양하고 균형 있는 문화를 전승함으로써 지역 고전학의 초석을 닦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획 의원은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정우락 교수,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강정화 교수, 전북대 중문학과 박순철 교수, 부산대 한문학과 김승룡 교수다. 처음에는 17~19세기 영남학 학자들의 작품을 소개하려 했으나 차츰 폭을 넓혀 전반적인 지역 문인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기획 위원들이 각 지역별 주요 학자들을 선정했고, 한문학을 전공한 박사 이상의 젊은 연구자들이 옮기고 기획 위원들이 감수했다. 선정 작품은 각 지역 도시의 학맥을 중심으로 학문 연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지역의 주요 학자들을 연결하면 이 시대 새로운 지성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2022년 1차로 10종을 출간, 2024년 2차분인 10종을 출간한 것에 이어 2026년 3차분 6종을 새로 출간했다. 현재 번역 중인 10종이 2027년 4차로 출간될 예정이다. 영남학에서 시작해 호남학, 기호학(서울)까지 전국적인 학문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최소 100종에서 400종까지 차츰 확장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