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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애는 어느 날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2. 국어 시간의 그 일 3. 내가 놓친 것 4. 새벽 3시의 외딴섬 5. 금요일 오후 6. 친구가 많다는 것 7. 여름방학 8. 달라진 기류 9. 맹세의 의미 10. 색깔 11. 검은색 노트 12. 새로운 권력관계 13. 갈등 14. 동면 15. 등산 16. 대화 17. 빠뜨렸던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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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야!”
나는 다급하게 시우를 불렀다. 시우는 뒤돌아 나를 보았다. 나는 시우의 눈을 보고 말했다. “내 친구가 되어줘.” 내 얼굴은 절박함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내 말이 끝나자 시우가 뚜벅뚜벅 다가와 내 앞에 섰다. 너무 가깝지 않나? 우리 사이는 불과 30c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시우가 말했다. “알겠어.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시우는 내 손에서 우산을 받아 바닥에 살짝 내려놓았다. 친구가 되는 데 방법이 따로 있는 건가. 의문이 가득한데 시우는 ‘우리 동네에선 이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우선은 서로의 옷깃이 닿아야 해.” 시우는 오른손으로 자기 셔츠의 깃을 가리켰다. “그리고 네 오른손은 내 뒤통수를 쓰다듬는 거야. 뒤통수에서 내려오던 손은 목덜미에서 멈추고 나에게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게’라고 말해야 해.” 이상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친구가 되는 방법. 그렇지만 진지한 시우의 얼굴을 보니 장난치려고 한 말 같지는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시우를 와락 끌어안고 그 애의 뒤통수를 오른손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 애의 축축하고도 매끄러운 단발머리를 타고 내려온 내 손은 그 애의 목덜미에서 멈췄고 나는 그 애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게.” --- pp.11-12 집에 와서는 텔레비전만 멍하게 보다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가만히 학교에서의 일을 생각해 보니 서러움이 몰려왔다. 국어 시간의 일로 나를 싫어하는 애가 생겨버렸다. 나는 걔의 날카로운 그 눈빛이 무서웠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내 친구 은채와 하윤이가 내가 겪은 일을 모른 척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명백히 나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자마자 말이다. 눈물이 차올라 닦을 새도 없이 귀 쪽으로 흘러내렸다. 알겠어. 너희들이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그런데 내가 바란 게 그렇게 큰 것이었어? 내가 언제, 무조건적인 내 편이 되어달라고 했어? 걔를 같이 싫어해 달라고 했어? 나는 한 번만 물어봐 주면 괜찮았다고. “너 괜찮아?”라면서 내 얼굴 한번 살펴봐 주고 공감과 위로의 한두 마디만 건네주면 됐다고. 그런데 너희들은 아예 그 일을 없었던 일로 취급하고 내 마음을 조금도 들여다봐 주지 않았지. 우리들 사이에 그런 반응이 당연한 거라면……. 나는 앞으로 너희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가 있을까? 내가 정말로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거야? 이런 생각들은 꿈까지 나를 따라와서 새벽에도 몇 번이나 뒤척였다. --- pp. 26-27 나는 화가 치밀어서 말했다. “나한테 처세술을 가르쳐 주려는 거야?” 이 말을 뱉을 때, 시우는 내가 잠겨 있는 그 끈적한 늪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하는 게 있다고. 넌, 내 편 하나 없는 곳에서 그 살벌한 미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매일매일을 보내본 적이 있을까? 울다가 잠으로 도피하는 매일매일을 안다면, 시우 넌, 네가 방금 전 했던 말들은 꺼낼 수도 없을걸? 너는……. 몰라. 모른다고!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말이야, 나는 그 많은 애들 앞에서 그렇게 민첩하게 머리를 굴려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고. 너한테야 쉽겠지. 너는 전교생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애니까! 그러니까 이런 내가 이해 안 되겠지……. --- pp.91-92 그리고 시우가 나의 절친한 친구인 동시에, 나의 적 김혜은과 가까운 김승민과도 절친한 친구라는 게 가능한 일일까? 어떻게 나의 아픔을 모두 알고도, 나를 힘들게 하는 무리의 애와도 마음을 나누는 사이일 수 있나! 진정한 나의 친구이고 이해자라면 적어도 김승민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시우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건가? 이 정도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시우는 나에게 이렇게도 다정한데. 그렇지만 시우는 누구에게도 다정한 애고……. 시우를 믿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시우가 온전히 내 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이 마음을 옥죄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 pp.94-95 시우에게 이러한 응원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에는 작은 행복이 차올랐다. 시우 덕분에 빙그레 웃게 되는 그 순간에는 은채와 하윤이의 냉담함과 변덕스러움도 김혜은의 무서운 눈초리나 비웃음도 무력해졌다. 한 사람의 응원이 이렇게나 강력하다니! 나는 그 위력에 가끔 놀라기도 했다. 나에게 지속적인 응원을 보내는 시우에게 경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너 덕분에 이 시간을 무사히 지나가고 있어. 대낮에 그 많은 애들 속에서 혼자일 때면 빨리 하루가 저물었으면 했어. 하지만 그렇게 하여 맞이한 깜깜한 밤도 나에게 포근하진 않았지. 어두운 방에 혼자 누워 있을 때면 이 밤에서 저 낮으로 건너가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어디로 가든 탈출구가 없는 것 같았어. 그렇지만 네가 보내준 하루분의 응원은 저 멀리서 반짝이고 있는 등대 불빛 같았어. 그 불빛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언젠가는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지. 일주일분의 응원이나 사흘분의 응원, 이틀분의 응원은 나에게는 부족했을 거야. 나에게 필요했던 건 날 숨 쉴 수 있게 하는 하루분의 응원! 시우 너는, 내가 필요하다고조차 깨닫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나에게 줄 수 있었을까. 정말 놀랍고-. 고마워. --- pp.103-104 나도, 시우 네가 혼자가 되는 일이 있더라도 나만은 끝까지 너의 편이 될 거야-.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하니 시우가 혼자가 되는 일,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모두가 시우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혼자가 될 수 있겠어. 외톨이가 되는 것도 아무에게나 가능한 건 아니야. 나 같은 애한테나 쉽지, 시우에게는 도무지……. 그렇지만 내 마음은 그렇다는 거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은 그래! 언제까지나 네 편이 될게. 때맞춰 내리는 비와 함께 나에게 온, 이다지도 고마운 내 친구 시우야. 나는 네가 나만의 친구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단다. 나는 오늘을 영영 잊지 못할 거야-. --- p.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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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우정 맹세』는 ‘외로운 나날의 빛’이 되어준 친구와 과연 언제까지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주인공의 의문을 따라가며,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중학교 교실 안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권력관계는 우정에 균열을 일으키고 불안을 증폭시키며 이야기의 긴장을 더한다. 작품은 적의와 외면, 의심과 배신 등 청소년기의 현실적인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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