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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당신에게
정유엽
책들의정원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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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 두 분의 아버지가 남긴 가르침

1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역경도 성장이기에 · 摩擦
빛이 있기에 그림자도 있다 · 樂悲
사랑하기에 증오한다는 모순 · 愛憎
언제 어떻게 물러설 것인가 · 進退

2부 태어나고, 살아가고

세상에 나온 것은 내 뜻이 아니었지만 · 生產
지식과 지혜의 역사 · 文字
내 안의 가능성 바라보기 · 幼少
나는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家族 · 親舊

3부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머리로만 알면 내 것이 아니다 · 學習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지혜 · 知智
책상 앞을 떠나 부딪혀 봐야 한다 · 觀察
좋은 스승은 기다려주는 사람 · 問答 問聞

4부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

군자는 편을 짓지 않는다 · 與野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 改變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當然
나의 직은 무엇이고, 업은 무엇인가 · 職業

5부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듯이

무와 유는 단 하나의 차이 · 零一
그칠 줄 아는 인생의 맛 · 足慾
크다고 모두 좋지는 않다 · 分加
삶을 길에 비유하는 까닭 · 道路

6부 끝이 있기에 시작이 있다

영원한 잠 · 睡眠
나이 듦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 老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 死滅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 · 終結

저자 소개 1

맛있는 글씨 글맛

유년 시절부터 서예와 펜글씨를 배웠다. 서예를 전공하라는 스승의 권유를 고사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던 1992년,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다지 원하지 않던 2지망이라 학업보다는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보내며 학사경고를 받아 졸업이 힘든 상황까지 처했다. 중국어라고는 ‘니하오’밖에 할 줄 몰랐던 당시, 중국어 연극 수업에서 아무도 함께하겠다고 하지 않았고, 덕분에 얻은 수치심을 계기로 중국 텐진 유학을 떠났다. ‘과외 선생 구함’이라고 쓴 종이를 등에 붙이고 도서관을 어슬렁거릴 정도로 배움에 목이 말랐었고, 매일 저녁 뉴스를 받아쓰기할 정도로 땀을 흘린 결과, 1년
유년 시절부터 서예와 펜글씨를 배웠다. 서예를 전공하라는 스승의 권유를 고사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던 1992년,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다지 원하지 않던 2지망이라 학업보다는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보내며 학사경고를 받아 졸업이 힘든 상황까지 처했다. 중국어라고는 ‘니하오’밖에 할 줄 몰랐던 당시, 중국어 연극 수업에서 아무도 함께하겠다고 하지 않았고, 덕분에 얻은 수치심을 계기로 중국 텐진 유학을 떠났다. ‘과외 선생 구함’이라고 쓴 종이를 등에 붙이고 도서관을 어슬렁거릴 정도로 배움에 목이 말랐었고, 매일 저녁 뉴스를 받아쓰기할 정도로 땀을 흘린 결과, 1년 후 귀국할 때는 어디 가서 무시받을 실력은 아니게 되었다. 2004년 L 기업 주재원으로 중국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상하이에서 거주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지며 일을 접을까 고민하던 시절, ‘아빠가 좋아하는 것 중에서 잘하는 것을 해보라’는 딸의 권유로 유튜브 채널 <맛있는 글씨 글맛>을 시작했고, 2년 만에 구독자 15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566g | 152*225*23mm
ISBN13
9791164162727

책 속으로

사마천은 궁형(宮刑)을 받음으로써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죄를 지어 받은 것도 아닙니다. 누명으로 미움을 받아 궁형을 받았습니다. 잘린 부분은 썩어 진물과 냄새가 가득했고, 내장이 하루에도 아홉 번 뒤틀린다며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그냥 죽고 싶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역경에도 본인의 과업인 역사서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은 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았습니다. 비운과 비통 속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낙이망우(樂以忘憂)한 것입니다.
--- p.39 「빛이 있기에 그림자도 있다」 중에서

꽃이 물러남은 열매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낙화생(落花生)의 성장과정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깨닫습니다. 낙화생은 땅콩을 달리 일컫는 이름입니다. (…) 뜻을 풀면 ‘떨어진 꽃이 살아나다’입니다. 땅콩을 낙화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땅콩의 성장과정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땅콩은 꽃이 지상에서 피지만 열매는 땅속에서 자라는 독특한 생장과정을 거칩니다. 땅콩의 꽃이 땅으로 떨어지면, 꽃은 땅속으로 줄기를 뻗어 땅속에서 땅콩 열매를 맺습니다.
--- p.65 「언제 어떻게 물러설 것인가」 중에서

중국의 남백자기라는 사람이 길을 가다가 거대한 나무를 발견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거대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이 나무가 특별한 재목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요약하면 ‘가지는 가늘고 구부러져 대들보로 쓸 수 없고, 뿌리는 속이 비어 푸석하여 관으로 쓸 수 없고, 잎사귀는 핥으면 상처가 생겨 위험하고, 그 냄새를 맡으면 삼 일 동안 미쳐 날뛰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소용없음, 쓸모없음은 오히려 생존과 자유를 가져다줍니다.
--- p.106 「내 안의 가능성 바라보기」 중에서

무언가를 배우게 되면 불편한 게 진실입니다. 내가 알던 것이 그게 아니고 이거였구나 하며 개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배움의 첫 단추는 그런 심적 불편함을 즐기고 재미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그게 불편함으로 끝나버리면 배움이 절대 재미로 둔갑할 수 없겠지요. 비워져 있기에 채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저절로 배워지고(學), 쌓이면 몸에 붙어(習)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 p.136 「머리로만 알면 내 것이 아니다」 중에서

공자는 잘못을 했으면 고치길 꺼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말로 꺼릴 탄(憚)을 넣어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렇게 허물(過)과 고침(改)은 쌍을 이루어 등장합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공자는 우리에게 잘못을 하지 말라고 전하는 것이 아니고 잘못이 있으면 고치라고 전하고 있음입니다. 즉, 잘못과 허물은 없어야 할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할 것으로 누구나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pp.206-207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은퇴를 해서도 업(業)은 계속 남습니다. 더 이상 직(職)은 없지만 업(業)은 여전히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業)만을 통해 돈을 벌고 생계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고 있는 일인 직(職)에서 업(業)의 의미를 찾는 게 가장 쉽습니다. 그러면 직업은 소명이 됩니다. 그리고 소명이 된 직업을 통해 일의 보람과 경제적 보상도 함께 받을 수 있겠지요. 직은 맡겨진 것이고 업은 스스로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職)은 책임에 가깝고, 업(業)은 권한에 가깝습니다.
--- p.244 「나의 직은 무엇이고, 업은 무엇인가」 중에서

노자가 말했던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은 만물에 이로움을 주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水善利萬物而不爭),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處衆人之所惡). 그러므로 도와 가깝다(故幾於道)”고 했듯이, 가지려고 애쓰는 다툼보다, 사랑으로 베풀며 낮은 곳에 머무는 것이 진정한 도(道)가 되어 득(得)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베풂은 나눔으로 분(分)이 되고, 이를 통해 얻음은 가(加)가 됩니다.
--- p.282 「크다고 모두 좋지는 않다」 중에서

꿈 몽(夢)은 갑골문에서 나무 목(木)의 왼쪽 절반인 나뭇조각 장(爿) 위에 사람이 마치 무엇을 본 듯 눈을 크게 뜨고 누운 모양으로 잠을 자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 여기서 꿈은 헛된 것을 의미하여 헛된 것을 상상하는 부정적인 뜻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말 꿈을 관념으로 쓸 때에는 희망이나 이상을 뜻하여 이루고 싶은 목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어 장래희망(將來希望)에 씁니다. 꿈은 이렇게 인간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녔지만 반드시 잠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만나게 됩니다.
--- p.314 「영원한 잠」 중에서

‘나는 열다섯 살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홀로 설 수 있었으며, 마흔 살에 밖의 미혹에 빠지지 않았고, 쉰 살에 사람이 할 수 없는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어떤 말이든 잘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흔 살에는 마음의 뜻을 좇았으나 법도를 넘지는 않았다.’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입니다. 여기에 80, 90, 100세가 빠져 있는 이유는 공자가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인데 공자가 100세를 넘겨 살았더라면 과연 어떤 말을 남겼을까 궁금합니다.

--- p.326 「나이 듦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지만
그조차 받아들여야 하기에
우리는 고전을 읽는다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괴롭고 얄팍한 지갑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의 어깨는 무겁다. 냉혹한 현실에 만신창이가 되기도 한다. (본문 발췌)” 이 문장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실제로 겪는 현실을 그대로 비춘다.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수월히 풀리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자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어떤 날은 세상이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고전은 이런 순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맹자는 말한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그 몸을 지치게 하며,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삶을 곤궁하게 한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지금의 역경이 삶의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삶의 고비는 직업이나 금전 문제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종종 무력한 기분을 느낀다. 특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관계가 있다. 바로 자식과의 관계다. 부모는 아이가 그저 잘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음이 항상 곧바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저자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사춘기를 겪던 딸이 결국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말했을 때였다. 부모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동안 딸을 위해 애써 온 세월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 저자는 깨닫는다. ‘목수승즉직(木受繩卽直)’이라며 자신이 그어 놓은 줄 위에 딸의 삶을 올려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전은 바로 이런 순간을 이해하게 만든다. 사람을 바꾸려 하기보다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 그것이 삶을 조금 다르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딸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기다리기 시작하자 딸 역시 자신의 길을 찾아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는 고전을 설명하기보다 삶 속에서 고전을 만나게 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관계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길을 잃었다고 느낀다. 그때 오래된 문장은 뜻밖의 방향을 보여준다. 그래서 고전은 과거의 책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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