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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달리기는 내가 나를 놓지 않는 방식이다"
달리기는 나의 유일한 생존 방식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묶이는 끈 하나였다 10km 기록 단축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 달리면 생각이 정렬된다 완주는 ‘잘했다’가 아닌 ‘살았다’였다 엄마의 달리기 아침 달리기: 오늘을 버틸 나를 미리 만들어 두는 일 저녁 달리기: 오늘을 씻어내고 나의 하루를 복기하는 일 나를 결승선까지 데려간 문장들 내 꿈: “달리는 할머니” 느린 달리기가 필요한 이유 언젠가 함께, 고비 페이스메이커 속도를 맞춘다는 건 사랑의 기술이다 완벽한 기록 대신 살아있는 자기 신뢰 Did Not Finish? Do Not Fail! part2 "그 한 발자국이, 너를 여기까지 데려왔어" 불안을 달리면, 불안이 작아진다 글쓰기와 달리기 달리기는 늘 ‘미완’으로 끝나서 더 좋다 욕심의 무게를 줄이는 연습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트레일러닝 에그타르트는 식어야 맛이 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는 법 길을 잃어 본 러너만 아는 선물 내 마음의 블루 이름 없는 달리기는 없다 100마일, 논스톱 트레일러닝 9대 마라톤과 별 시각장애인 언젠가 달릴 수 없게 된다고 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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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뛰던 날을 아직 기억한다. 날씨가 어땠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까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몸에서 올라오던 감각은 선명하다. 첫 몇 분은 정말 지옥 같았다. 폐가 뜨거웠고, 심장은 너무 크게 뛰었고, 다리가 무거웠다. 머릿속에서는 ‘이걸 왜 해’라는 목소리가 계속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통이 싫지 않았다. 그 고통은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내 고통에는 이름이 없었다.
--- p.13 완주 메달은 이상한 물건이다. 그걸 목에 거는 순간 사람들은 자동으로 웃는다. 사진을 찍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고생했어요!”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 얼굴이 빨갛고 땀도 아직 식지 않았는데 메달은 반짝이는, 그 장면 전체가 마치 ‘인생의 좋은 페이지’처럼 보인다. 출산을 두 번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자면 무수한 고통 뒤에도 아이가 태어나면 그 고통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피니시라인도 그러한 존재다. --- p.40 어느 날은 정말로 달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그 가능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가능성이 내 상상을 더 진짜처럼 만든다. ‘언젠가’라는 단어가 붙는 꿈은, 늘 조금 쓸쓸한 맛이 있다. 하지만 그 쓸쓸함이 꿈을 더 소중하게 한다 --- p.67 내 꿈은 사실 엄청 거창한 게 아니다. 메달이 아니라 장면이다. 아이들이 사막의 저녁 바람 속에서 텐트 앞에 앉아,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나란히 컵라면(아마 사막에서는 그것도 엄청난 미식일 거다)을 먹으며 깔깔 웃는 장면. 남편이 체크포인트에서 내 얼굴을 보고 조용히 엄지를 들어 주는 장면. 그리고 내가 모래를 밟으며 마지막 날 결승선 쪽으로 걸어 들어올 때, 아이들이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뛰어오는 장면. 그 장면 속에서 나는 완주보다 더 큰 걸 얻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뭔가를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는 기억이 남고, 나에게는 ‘아이들이 내 꿈의 일부가 되어 주었다’는 기억이 남겠지. --- p.81 세 번째 번역의 말도 있다. Do Next Faster. 이 말은 진짜 러너의 언어다. 다음엔 더 잘하자. “다음엔 더 빠르게 하면 되지 뭐.” 여기엔 약간의 허세도 있고, 약간의 다짐, 무엇보다 약간의 낙관이 있다. 지금 막 무너졌는데도 ‘다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다는 건 사실 꽤 대단한 능력이다.물론 Do Next Faster라고 해놓고 다음날 바로 진짜 빠르게 뛰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은 이렇게 된다. Do Next... Later. 그게 더 사람답다. --- p.104 달리기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내가 나를 놓지 않는 방식이다. 현관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는다. 발바닥이 뜨겁다. 그 뜨거움이 좋다. 살아 있다는 건 대개 뜨거움으로 온다. 온기. 나는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끈을 풀어 둔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나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 p.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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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루는 것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었는데도 ‘200명 중 유일하게 비자를 받지 못한 1명’이라는 절벽 앞에 멈춰야 했던 시절, 저자 안정은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달리기'였다. 사막을 달리고 기부 러닝을 이끌며 대한민국 '러닝전도사'로 자리 잡은 지금, 저자는 역설적으로 ‘상실’과 ‘멈춤’을 응시한다.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루는 달리기를 언젠가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신간 『언젠가 달릴 수 없게 된다 해도』는 이 도발적인 ‘What if(만약)’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러닝 전도사’인 그도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지옥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그 고통이 싫지 않았다’는 고백이 절절하다. 이전까지 그가 느꼈던 고통에는 이유도, 이름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 나만 제외되어야 했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고통과 달리, 달리기로 인한 고통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숨이 차니까 폐가 아프고, 달리니까 다리가 아팠다. 달리기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하루를 통과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에게 ‘달리지 않더라도 운동화를 신고 끈이라도 묶어 보라’는 조언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신발이 내 발뒤꿈치를 안정적으로 감싸는 기분. 밖으로 나갈 준비는 된 듯한 감각. 이런 것들이 하루를 한 겹 더 쌓아 올리게 한다는 것을 저자 안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달리기 예찬론을 넘어, 인생의 예기치 못한 ‘멈춤’에 대비하는 단단한 마음 근육을 다룬다. 저자는 “완주는 ‘잘했다’가 아닌 ‘살았다’였다”고 고백하며, 달리기가 우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살아있게 만드는 동력임을 강조한다. 특히 목차 곳곳에 녹아있는 ‘느린 달리기의 필요성’, ‘불안을 줄이는 러닝법’, ‘실패가 아닌 미완의 미학’ 등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혹은 멈춰서야 하는 기로에 선 사람에게 실질적인 위로를 건넨다. 삶의 가장 큰 축이었던 달리기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통해, 저자는 흔들림 속에서도 쓰고 움직이며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독자들과 나눈다. 살아있음은 언제나 뜨거움으로 온다면서, 달리고 돌아온 저자는 아직 열기가 남은 발바닥으로 운동화를 가지런히 정리해둔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의 나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다. 그러니 언젠가 달릴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오늘은 그저 한 걸음만 디뎌보자. 그 한 걸음이 어쩌면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할지도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