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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의 그리스신화 2
신에 맞선 영웅들
유재원
북촌 2015.06.30.
베스트
종교학/신화학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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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글쓴이의 말 04
일러두기 12

들어가기 | 영웅 이야기를 시작하며 14
1장 |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26
2장 | 시시포스와 벨레로폰 74
3장 | 테바이를 건설한 카드모스 102
4장 | 미노스와 다이달로스 118
5장 | 테세우스 이전의 아테네 왕들 172
6장 |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206
7장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240
8장 | 멜레아그로스와 멧돼지 사냥 268
9장 | 아르카디아 여걸, 아탈란테 290
10장 |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300
11장 | 익시온과 주제넘은 영웅들 320
12장 | 탄탈로스와 신을 넘본 영웅들 348

찾아보기 378

저자 소개 1

劉載源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그리스 아테네 대학교로 유학해 「그리스어의 시제 일치 현상」에 대한 논문으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에는 『순 우리말 역순 사전』을 편찬하여 한글학회 표창장을 받았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하다가 한국외국어대 언어학과로 자리를 옮겼으며, 한국외대 그리스-발칸어학과 교수 및 학장으로 재임 후,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한때 전산 언어학에 몰두하여 '한국어 맞춤법 검색기'를 비롯한 몇 가지 한국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으며, 컴퓨터를 이용한 사전 편찬에도 관심이 있어 '표준 한국어 발음 대사전'과 '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그리스 아테네 대학교로 유학해 「그리스어의 시제 일치 현상」에 대한 논문으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에는 『순 우리말 역순 사전』을 편찬하여 한글학회 표창장을 받았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하다가 한국외국어대 언어학과로 자리를 옮겼으며, 한국외대 그리스-발칸어학과 교수 및 학장으로 재임 후,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한때 전산 언어학에 몰두하여 '한국어 맞춤법 검색기'를 비롯한 몇 가지 한국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으며, 컴퓨터를 이용한 사전 편찬에도 관심이 있어 '표준 한국어 발음 대사전'과 '바른 한국어 전자 사전' 등을 편찬했다. 또 「한국어 음성 인식을 위한 음운 규칙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한글학회 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신화를 좋아하여 『그리스 신화의 세계1: 올림포스의 신들』과 『그리스 신화의 세계2: 영웅 이야기』,『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슬픔이여, 안녕』를 집필했고, 그리스에 대한 지역학 연구서인 『그리스 고대로의 초대, 신화와 역사를 따라가는 길』도 썼다. 여행과 답사를 좋아하여 국내는 물론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지금도 그 열정이 식지 않아 직접 여행 계획을 만들고 답사단을 조직하여 여행을 다니고 있다. 현재 ‘한국-그리스 협회’ 회장, ‘한국 그리스학 연구소’ 소장, ‘한국 카잔자키스의 친구들 모임’ 명예회장 등을 맡고 있다. 한국 그리스학의 최선두에 서 있는 학자로서 그리스가 ‘발명’해낸 ‘데모크라티아’의 참뜻을 알리기 위해 『정치를 발명한 그리스에 묻다』를 썼다. 현재 '한국-그리스 친선 협회' 회장과 서울예술대학교 재단 이사, 사단법인 문화문 이사장, 한국 카잔차키스 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그리스 신화의 세계 1: 올림포스의 신들』, 『그리스 신화의 세계 2: 영웅들 이야기』, 『신화로 읽는 영화, 영화로 읽는 신화』, 『그리스 고대로의 초대, 신화와 역사를 따라가는 길』, 『터키, 1만 년의 시간 여행 1,2』, 『슬픔이여 안녕: 순수한 영혼과의 이별』, 번역서로 『그림으로 보는 그리스-로마 문명』, 『그리스 민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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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784g | 170*225*30mm
ISBN13
9791195509126

책 속으로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메두사의 목을 치기는 쉽지 않았다. 메두사가 깨어 있어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반드시 고르곤들이 잠든 틈을 이용하여 공격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쏜살같이 하늘을 날아 고르곤 자매가 사는 세상 끝에 도착한 페르세우스는, 황금투구를 써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기회를 기다렸다. 드디어 고르곤 자매가 졸음을 못 이기고 잠이 들자 페르세우스는 조심스레 다가가 청동 방패를 통해 목표물을 겨냥하고는 강철 낫으로 재빨리 메두사의 목을 쳤다. 메두사의 목에서 솟아난 피로부터 크리사오르(Χρυσ?ωρ Chrysaor)와 날개 달린 말 페가소스가 튀어나왔다. 이들은 메두사가 포세이돈과 어울려 낳은 자식들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떨어진 메두사의 피에서는 수많은 맹수들이 생겨났다.
---「1장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중에서

크레타 섬에는 올림포스 신앙이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고도의 문명이 발달해 있었다. 이 문명이 바로 ‘미노아 문명’이다. 미노아 문명은 그리스인들의 새로운 문명인 ‘미케네 문명’에 자리를 내어준다. 따라서 크레타 섬의 신화는 올림포스 신앙 이전에 번성했다가 사라진 고대 토착 종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에우로페와 파시파에, 페드라, 아리아드네처럼 달빛과 관련 있는 여자 영웅들의 그늘에는 풍요와 다산을 관장하던 고대 여신들의 모습이 숨어있다. 특히 황소와 짝짓기를 하는 파시파에의 이야기에서는 고대 종교 제전의 모습을 비교적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4장 “미노스와 다이달로스”」중에서

테세우스는 아테네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원전 6세기부터 갑자기 아테네에서 가장 위대한 그리스 영웅으로 받들어졌다. 여기에는 정치적 의미가 짙게 깔려 있다. 그리스 전역에서 최대 영웅으로 받아들여진 인물은 헤라클레스다. 그는 도리아인으로 스파르타인들의 조상이었다. 스파르타와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아테네인들에게는 헤라클레스와 맞먹는 자신들의 영웅이 필요했다. 테세우스는 이런 정치적 요구에 걸맞은 영웅이었다. 그는 아테네인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이오니아인이었기 때문이다. 테세우스는 원래 트로이젠의 영웅이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트로이젠은 펠로폰네소스에 있지만 이오니아인의 나라다.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의 성격 차이는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성격 차이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두 영웅의 대비는 출신 민족의 차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고 테세우스는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헤라클레스는 땅에서 무적인 지상의 영웅인 반면 테세우스는 바다에서 강하다. 아리따운 처녀 페리보이아를 가운데 놓고 제우스의 또 다른 아들인 미노스와 테세우스가 힘겨루기를 하는 설화 역시 바다에서는 테세우스를 당할 영웅이 없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스파르타는 육지에서 강하고 아테네는 바다에서 강하다. 육지에서 강하려면 육체의 물리적 힘이 세야 한다. 그러나 바다에서 강하려면 힘보다는 기술과 지식이 앞서야 한다. 헤라클레스는 꾀는 많지 않지만 힘이 천하무적이다. 테세우스는 힘보다는 꾀가 많은 영웅이다.
---「6장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중에서

지하세계로의 여행은 영웅 설화의 중요한 모티브다.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 오디세우스도 지하세계에 다녀왔다. 죽음과 맞서는 것이 영웅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메두사를 죽인 페르세우스와 키마이라를 처치한 벨레로폰도 죽음의 땅인 황야를 다녀왔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저승의 상징인 지하의 미로 라비린토스로 들어갔다. 요나는 고래 뱃속에서 사흘을 지냈다. 고래 뱃속도 죽음을 상징한다. 단테의 《신곡》이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들도 저승세계를 여행한다. 그러나 일반 영웅의 모험과 종교적 영웅의 모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 영웅들은 죽음과 맞서 죽음을 물리친다. 그들은 죽음을 이기지만 사후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저 너머 세계의 일이다. 그러나 종교적 영웅들은 실제로 죽음을 맛본다. 죽음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해 모든 지식을 가지고 부활한다. 죽음으로써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예수 역시 죽음의 땅인 광야에서 40일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죽었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
---「7장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중에서

아스클레피오스의 격상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생로병사의 네 가지 괴로움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은 병마다. 특히 죽을병에 걸린 환자들은 고통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무엇에든 맹목적으로 매달린다. 이들에게 병마로 고통 받는 인간들을 보살피고 고쳐주는 아스클레피오스는 단순한 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존재였다. 죽은 사람까지 살릴 수 있는 아스클레피오스는 구세주로서 다른 어떤 신보다도 위대한 신이었다. 제정 로마 시대 말기에 이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와 맞먹는, 아니 어쩌면 제우스의 신격을 흡수하는 최고의 신으로 추앙 받게 된다. 이제 인간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는 제우스나 너무 분주해서 인간을 돌보지 못하는 아폴론은 더 이상 숭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기원후 2세기에 세워진 페르가몬의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는 ‘제우스-아스클레피오스’ 신상이 모셔졌다. 인간의 한계를 모르고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불경죄를 저질러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죽은 젊은이 아스클레피오스가 자신을 벼락으로 때려죽인 최고의 신 제우스의 자리까지 넘보게 되었으니, 신들 세계의 역사도 무척이나 아이러니하다.
---「10장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중에서

아득히 먼 옛날 그리스 땅에서는 한동안 원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그리스인들 사이에 싸움이 있었다. 이 싸움은 무력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전쟁이 아니었다. 종교와 생활양식, 가치관과 세계관의 대립까지 수반한 투쟁이었다. 이 싸움에서 그리스인들이 승리했다. 승리한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인 올림포스 신앙과 경쟁 관계에 있던 토착 신앙을 깎아 내리고 자신들의 종교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원주민들의 숭배 대상인 토착신들과 위대한 영웅으로 받들어지는 인물들에게 흠집을 낼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플레기아스와 익시온, 카이네우스와 살모네우스가 지방신이나 영웅에서 신성모독을 한 파렴치한 악당으로 전락한다. 한때 토착민들에 의해 위대한 신으로 받들어졌던 카이네우스와 살모네우스는, 백성들에게 제우스 대신 자신을 숭배하라고 명령한 신성모독을 한 악당으로 전락했다. 위대한 살모네우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었기에 호메로스는 그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또 카이네우스는 늪지대에서 수상가옥의 안전을 지켜주던 신이었을 것이다. 그가 땅에 박혀 죽었다는 설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리카온과 탄탈로스 역시 토착 신앙을 지키던 존경 받는 제사장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 조상들의 가르침에 따라 첫아이를 신에게 바쳤다. 그러나 사람의 피를 혐오하는 올림포스 신앙에 의해 그들의 정성은 야만스럽고 파렴치한 행위로 몰렸고 후대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12장 “탄탈로스와 신을 넘본 영웅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신(神)에 맞섰던 위대한 영웅들

“좋은 책은 쉽고 재미있는 책”이란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여기저기서 신화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신화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가득하고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앞에 다가온 신화책들이 정말 쉽고 재미있을까?

서가에 가득 꽂힌 신화책을 하나씩 열어보지만, 정작 신화를 제대로 설명해 주는 책을 찾기란 어렵다. 더구나 그리스신화는 로마시대와 중세를 거치며 그 의미가 왜곡되거나 변질되어 버렸고, 그나마 참고할만한 소수의 외서들이 번역되어 출판되었지만 우리 독자들이 그 구성과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을 그리스학에 바친 유재원 저자(한국외국어대 그리스학과 교수)는, 그리스신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하는 “세대별 전개 방식”을 세계 최초로 고안해냈다. 이런 집필 방식을 통해, 그는 신화에서 상상력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고 즐겁게 신화의 바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유재원 저자는 1975년 그리스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인류 정신세계의 보물창고이자 살아있는 지식인 그리스신화를 제대로 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4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그리스신화에 감춰져 있던 본질과 만나게 된 그는, 방문조사 및 연구 성과를 정리해 시리즈로 펴내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책은 《유재원의 그리스신화 1》(부제 : 올림포스 신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책에서는 ‘인간이었지만 신의 반열에 오를 만큼 탁월한 영웅들’과 ‘주제넘게 신들을 넘보았던 제1세대 영웅들’의 이야기를 12장에 걸쳐 다루었다.

그리스신화에서 역사를 엿보다

올림포스 신들의 통치가 막 시작되던 시대에 지상에는 아직도 무지막지한 괴물들이 인간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 괴물들을 처치하는 일은 초창기 영웅들에게 맡겨졌다. 그 시절 인간과 신들의 세계는 아직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기에, 영웅들은 신들과 자유로이 만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적하기도 했다. 영웅 페르세우스가 디오니소스와 싸워 이기고, 벨레로폰이 페가소스를 타고 신들의 영역인 올림포스로 올라가려 하는가 하면, 인간 카드모스가 여신 하르모니아와 결혼하던 시절이다.

신을 넘본 영웅들은 또 있었다. 신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속이는 ‘가장 꾀 많은 인간’ 시시포스, 크레타를 중심으로 위대한 해양제국을 건설한 미노스,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인류 최초의 비행’에 성공했던 다이달로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로를 탈출한 테세우스, 음악의 힘으로 산천초목까지 감동케 했다는 트라케의 영웅 오르페우스, 인간으로 태어나 의술의 신으로 숭배된 아스클레피오스 등이 올림포스 신들에 맞서 그에 버금가는 면모를 보여 주었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역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후대에 “신화”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서, 신화는 ‘신화라는 무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조금씩 다른 옷을 입고 있어서 우리가 알아채기 힘들 뿐이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초현실적 이야기라는 이유로 신화를 “재미있지만 황당무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은 완벽하게 틀린 얘기다. 신화는 허구가 아니라 “진실이며 역사”다. 그리스신화를 예로 들면, 우리가 익히 아는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여러 신전들은 당시 그리스인들이 실제로 기도하고 예배하던 역사적 성소였다.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에서도 발굴 결과 엄청나게 복잡한 미로가 드러났는데, 이는 미노타우로스가 살았다는 라비린토스(Labyrinthos)라는 미로의 존재를 입증했다.

신화의 무대에서 마주친 영웅들의 비밀

그렇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황소머리에 하반신은 사람인 미노타우로스, 아들 펠롭스의 고기를 신에게 대접한 탄탈로스 같은 괴물들이나, 아탈란테처럼 남성과 겨뤄 이기며 결혼을 거부하는 여걸의 이미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이런 독특한 캐릭터들은 올림포스 신앙이 그리스 땅으로 유입되기 전에 선주민들이 숭배하던 신들이었다고 설명한다. 크레타 섬의 선주민들이 숭배하던 신 미노타우로스가 소년들과 소녀들을 잡아먹은 것은, 올림포스 신앙이 들어오기 전에 크레타 섬에서 사람을 잡아 희생물로 바치던 인신공희(人身供犧)의 풍습을 상징한다. 크레타 섬을 발굴한 결과 실제로 인신공희의 증거가 나왔다고 한다.
신들을 시험하기 위해 자식을 잡아 바친 것으로 악명 높은 탄탈로스도 할 말이 많을 듯하다. 저자는 그리스 땅의 선주민들이 ‘새로 주도권을 잡은’ 올림포스 신앙의 숭배자들을 대접하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귀한 존재였던 아들을 잡아 바쳤다고 보았다. 하지만 선주민들의 ‘좋은 의도’는 새로운 권력자들에게 야만스럽고 혐오스런 것으로 받아들여져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테네 출신 테세우스가 크레타의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것은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인들이 크레타 섬의 미노아인들을 제압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크노소스 폐허처럼 “아득한 옛날이 현실이 되고 신화와 전설이 역사가 되는” 신화의 현장을 철저하게 답사함으로써, 우리가 꼭 만나야 할 신화 속 주인공들을 생동감 있게 무대에 등장시킨다. 또한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들에 대한 인류학적?종교학적?문학적 의미와 상징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이제 시작된 그리스신화, 그리고 우리 시대의 영웅

유재원 저자의 그리스신화가 특별한 것은, 그가 단순히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신화에 스며들어 있는 역사를 발굴함으로써, 고대 그리스 세계의 신화가 발생?변모?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수십 년에 걸친 현지답사를 통해, 그는 신화를 주제로 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회화와 조각 이미지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신화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높였다.

그는 이 책에서 혈연이나 지연, 혹은 우정과 악연으로 얽힌 영웅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무려 600개에 가까운 고유명사들과 그들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게다가 원래 공간적으로 배열되어 있던 그리스신화를 우리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시간적으로 재구성했다. “한 인물을 밝히는 데 하룻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고백할 만큼, 저자는 그리스신화 속 영웅들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 책에는 진정한 영웅들과 함께 천박한 소영웅주의에 빠져 우매한 실수를 저지르는 사이비 영웅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천박한 인간들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진정한 영웅들을 찾기 힘든 이 시절에, 이 책이 우리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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