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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명이 시작되었을 때 신은 죽었다
2.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까닭에 3. 수형자 아들이기에 군 복무를 거부한다 4.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주역 여섯 명 5. 1945년 독일,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 6. 참으로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7.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는 사제 8. 핏줄이냐, 사악한 범죄자의 아들이냐 9. 운명이 우리에게 내린 시험 10.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려 한다 11.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꿈꾸는 여자 12.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눈먼 인생 13.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스타였다 14. 영리한 여자와 분노하는 남자 15. 부모의 이혼, 그러나 성공한 다섯 아이들 16. 변호사 사무실의 마지막 약속시간 17. 아직 끝나지 않은 그림자와의 싸움 |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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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소름끼치는 이야기이지만, 지몬 바이젠탈은 이 사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점을 똑바로 인식해야만 대부분의 사람들 안에 악이 숨어 있고 그 악이 언제든지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나치와 같이 잔인한 독재는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잔혹한 나치즘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악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늘 계속해서 악과 싸워야 한다. --- p.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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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나치 전범자들의 자녀들이 비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존하기 위해서 그들이 필요로 한 것은 자신들이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부모로부터 그것을 배우지 못했다.
소년 시절 나는 당신의 죽음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10월 15일의 밤은 내게 성스러운 밤이다. 당신의 죽음을 원한다. 커다란 화장실, 냄새나는 바닥에 발가벗고 누운 채 다리를 벌린다. 흐느적거리는 성기를 왼손으로 잡고 가볍게 위 아래로 흔들기 시작하면 당신이 눈앞에 보인다. 감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알을 누른 당신. 군인다운 죽음을 쓸데없이 뇌까리면서 수백번이나 신음소리를 낸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누가 오는지 귀를 기울인다. 바스락 소리 하나조차 모두 알고 있다. 벌써 오랫동안 감방에 있었으니까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맥박이 빨라진다. 억지로 눈을 마지막 편지에 돌린다. 집에 있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그 편지가 얼마나 공허하고 거짓되고 위선적인지를 당신도 잘 알 것이다. --- p.244,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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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들이 이 날조된 독일 역사를 내던져 버릴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독일 민족이 언제까지나 이 거짓말을 듣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그 날이 오면, 아버지의 위대한 정신은 '루돌프 헤쓰, 평화의 순교자였다'라고 하여 분명 독일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순교자'라고 했다. 부친이 1941년 영국으로 건너간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 또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기에 순교자라는 해석이다. 생각해 보면, 그의 부친이 93세에 죽은 것도 그로 하여금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아니, 조금만 잘 다듬으면 아주 딱 들어맞게 만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정권 하의 소련은 부친의 석방을 원했기에 영국은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부친이 석방되면 처칠 등에 관한 '사악한 진실'을 밝힐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p.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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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들이 이 날조된 독일 역사를 내던져 버릴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독일 민족이 언제까지나 이 거짓말을 듣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그 날이 오면, 아버지의 위대한 정신은 '루돌프 헤쓰, 평화의 순교자였다'라고 하여 분명 독일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순교자'라고 했다. 부친이 1941년 영국으로 건너간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 또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기에 순교자라는 해석이다. 생각해 보면, 그의 부친이 93세에 죽은 것도 그로 하여금 부추긴 면이 없지 않다. 아니, 조금만 잘 다듬으면 아주 딱 들어맞게 만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고르바초프 정권 하의 소련은 부친의 석방을 원했기에 영국은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부친이 석방되면 처칠 등에 관한 '사악한 진실'을 밝힐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p.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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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독일의 언론지 벨트빌트에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까닭에…'라는 루돌프 헤쓰, 하인리히 힘블러, 헤르만 괴링 등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나치 일급전범들의 자식들을 최초로 인터뷰한 기사가 실린지 40년이 지난 1999년, 이번에는 그들을 인터뷰했던 신문기자의 아들이 40년동안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추적했다. 그리고 20세기 유럽을 전쟁과 대량학살로 치닫게 만든 살인자의 자식으로 산다는 운명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 물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악명 높은 이름 때문에 평생토록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의 그림자에 고통받고 있는 그들이 살아온 기막힌 인생 역정, 특시 유산에 대한 생생한 증언은 한편의 역사 다큐멘터리이다. 우리는 이들의 삶을 통해 지난 반세기 역사청산문제로 시련을 겪어온 우리의 현대사를 옳게 볼 줄 아는 안목과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현대사 입문서이고, 우리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지침서 역할을 해준다. 살인자의 자식들이라는 게 대체 어떤 운명일까. 저자는 나치 전범자의 자식이란 존재는 '적극적인 행위자와 수동적인 희생자 사이의 중간자적 존재'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행위자이다. 때문에 '당신들도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가, 아버지와 같은 생각인가"라고 묻게 되는 한편 "그들은 수동적 희생자가 아닌가"라고 묻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만난 나치전범들의 자식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버지의 편을 선택한 자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버지를 전혀 상반되는 두 개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자는 나치전범 자식들의 만남을 통해 역사는 참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결론짓고 있다.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의 글, 40년의 간격을 두고 쓰여진 글이 계속 교차되는 스냅사진을 보는듯 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같은 사람, 같은 내용을 인터뷰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글체는 나치시대에 어린시절을 보냈던 아버지의 글에 '동정심'이 느껴지는 반면 40년 후 아들의 글에는 과거청산의 주제가 보다 강하게 드러나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만일 당신의 아버지가 나치 전범자였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저자는 자신의 시간여행이 소름끼치는 체험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이제 우리도 친일파들의 자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한번쯤 추적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