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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의 말
제1장 편지 제2장 봄, 여름, 가을, 겨울 제3장 육각볼트 제4장 블랙홀 제5장 반쪽 색이 다른 피 제6장 열두 살의 우편배달부 |
小坂流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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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겨울을 잇는 건 여름과 가을.”
“네?” 되묻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하루카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아.” 타오르는 듯한 그녀의 눈을 마주한 순간, 나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예감했다. --- p.118 “아아, 사라진다.” 하루카의 목소리가 빛의 궤적을 좇았다. 하지만 형광 스티커의 빛은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안쪽부터 조용히 어둠에 잠겨갔다. 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천천히 사라졌다. 빛이 사라질수록 이 공간에 우리 둘만 남았다는 느낌이 더욱 또렷해졌다. “예뻤는데.” 하루카가 무방비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되었다. 나는 서서히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 p.231 “아키하, 이거 봐. 용담 꽃말이야.” “승리에 대한 확신. 맞지?” “더 있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슬플 때만 사랑한다는 뜻이야?” (…) 하루카는 아직 남아 있는 어슴푸레한 밤의 기운을 붙잡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의 슬픔에 사랑으로 다가간다. 이쪽이 더 멋있지 않아?” “당신의 슬픔에 사랑으로 다가간다.” 조금 전보다 훨씬 와닿는 말이었다.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뜻이지?” “응, 그렇지.” 내 말투를 따라 하듯 대답하는 하루카를 이불째로 힘껏 끌어안았다. --- pp.268-269 내 안에서 불붙어 활활 타오르는 심지를, 아키하 씨가 맨손으로 감싸안았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뒤, 내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지카게.” 나는 이 눈을 알고 있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나는 이 눈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은, 예전에, 어딘가에서, 내가 마주했던 빛이다. “리오랑 나쓰메는 아무 잘못 없어. 내가 버린 거야. 내 의지로 하루카를 버렸어. 봄과 겨울을 이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 p.336 “하루카는 살 거야. 사람은 말이지, 아무리 슬프고 절망스러워도 하나의 감동과 하나의 기쁨, 하나의 사랑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어.” “살아 있기 때문에 슬픈 일이나 절망스러운 상황을 겪게 되는데도?” (…) “살아 있지 않으면 슬픔도, 절망도 극복할 수 없어.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야 감동과 기쁨, 그리고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거니까.” --- pp.346-347 살아 있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변함없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끝없이 순환하는 풍경 속에서. --- pp.349-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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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슬픔에 사랑으로 다가간다.”
독보적인 서정성으로 그려낸 처절하고 아름다운 구원 서사 작가는 용담꽃의 꽃말인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소설 전반에 배치하며 상대의 결핍을 내가 가진 온기로 채워내는 인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봄과 겨울을 잇는 건 여름과 가을.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아”, “정말로 네가 좋아. 이런 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뭐가 사랑인지 모르겠어”, “내게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 준 사람이야”라며 서로의 일상을 물들이는 대사들은 고사카 루카 소설 특유의 세련되면서도 절절한 감수성을 대변한다. 그렇게 이 소설은 두 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랑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아무리 슬프고 절망스럽더라도 단 하나의 기쁨, 단 하나의 사랑만 있다면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결코 그 찬란한 순간들을 만날 수 없다고 말이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병마와 싸우며 필사적으로 원고를 써 내려갔을 작가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이 애틋한 생의 예찬은 독자의 가슴에 더욱 절실하게 와닿을 것이다. “살아 있다면, 사랑도 시작할 수 있다. 살아만 있다면.” 작가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가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는 순간 이 책의 제목 ‘살아만 있다면’은 작가가 세상에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언이자,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나지막이 건네는 사려 깊은 메시지다. 살아 있다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살아 있다면 내게 ‘진정한 행복’을 알려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설령 지금 마주한 현실이 슬픔과 상실로 가득할지라도,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절망을 극복하고 비로소 기쁨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빚어낸 문장들은 《살아만 있다면》을 통해 세상에 남겨져 결코 꺼지지 않을 생의 불꽃을 활짝 피워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심장 박동과 호흡을 통해 매 순간 다시 살아 움직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끝없이 순환하는 풍경 속에서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찬란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생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