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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이든
새 번역판, 양장
한울 202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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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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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 6
2장 ∙ 20
3장 ∙ 33
4장 ∙ 42
5장 ∙ 48
6장 ∙ 56
7장 ∙ 66
8장 ∙ 80
9장 ∙ 91
10장 ∙ 102
11장 ∙ 110
12장 ∙ 119
13장 ∙ 126
14장 ∙ 139
15장 ∙ 154
16장 ∙ 165
17장 ∙ 175
18장 ∙ 184
19장 ∙ 190
20장 ∙ 199
21장 ∙ 208
22장 ∙ 216
23장 ∙ 225
24장 ∙ 233
25장 ∙ 244
26장 ∙ 255
27장 ∙ 269
28장 ∙ 286
29장 ∙ 294
30장 ∙ 308
31장 ∙ 319
32장 ∙ 331
33장 ∙ 338
34장 ∙ 346
35장 ∙ 354
36장 ∙ 360
37장 ∙ 370
38장 ∙ 381
39장 ∙ 387
40장 ∙ 396
41장 ∙ 405
42장 ∙ 413
43장 ∙ 425
44장 ∙ 436
45장 ∙ 446
46장 ∙ 463

옮긴이의 말 ∙ 477

저자 소개 1

Jack London

잭 런던은 1876년 1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했다. 경제적 사정으로 중학교를 중퇴한 그는 통조림 공장 직원, 신문 배달원, 어업 감시원 등의 허드렛일들을 하면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1895년 20세 가까운 나이에 오클랜드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듬해 곧바로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하여 스펜서, 다윈, 니체 등의 책을 읽으며 교양과 사상을 습득하고 그에 심취했다. 1897년 클론다이크 지방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잭 런던도 그해 7월 12일, 21살의 나이로 그의 매형 셰퍼드와 함께 클론다이크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괴혈병을 얻어
잭 런던은 1876년 1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했다. 경제적 사정으로 중학교를 중퇴한 그는 통조림 공장 직원, 신문 배달원, 어업 감시원 등의 허드렛일들을 하면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1895년 20세 가까운 나이에 오클랜드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듬해 곧바로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하여 스펜서, 다윈, 니체 등의 책을 읽으며 교양과 사상을 습득하고 그에 심취했다.

1897년 클론다이크 지방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잭 런던도 그해 7월 12일, 21살의 나이로 그의 매형 셰퍼드와 함께 클론다이크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괴혈병을 얻어 돌아온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그에게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오클랜드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뒤 우편국에서 일하며 잡지에 단편들을 기고했다.

잭 런던은 1900년에 『늑대의 아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03년에 『야성의 부름』을 발표해서 초판 1만 부가 하루 만에 매진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그는 『바다늑대』『강철 군화』 등을 비롯해 많은 단편집과 자전적 소설들을 발표하고 평론가로도 활동하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렇게 명예와 부를 누리던 잭 런던은 1916년 11월 22일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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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153*224*12mm
ISBN13
9788946084520

책 속으로

그러고 나서 그는 돌아서서 그 여자를 보았다. 그녀의 모습에 그의 머릿속 만화경 같은 환영은 사라졌다. 그녀는 창백한, 천상의 존재였고, 크고 영적인 푸른 눈에 풍부한 금발이었다. 그는 그녀가 어떤 옷을 어떻게 입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고 다만 그녀의 옷도 그녀만큼이나 경이롭다고 느꼈다. 그는 그녀를 가느다란 가지 위에 핀 옅은 황금빛 꽃에 견주어 보았다. 아니, 그녀는 정령이요, 신성한 존재요, 여신이었다. 그렇게 숭고한 아름다움은 지상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면, 책에 적힌 것이 맞을지 몰랐고, 상류사회에는 그녀와 같은 여자가 많을지도 몰랐다.
--- p.10, 「1장」 중에서

그녀의 시선이 잠시 근육질의 목덜미에 머물렀다. 마치 황소같이 힘줄이 불거진 그의 억센 목은 태양에 그을려 구릿빛이 났고, 건강과 힘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가 얼굴을 붉히고 겸허하게 거기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는 또다시 그에게 이끌림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뇌리에 몰려드는 엉뚱한 생각에 스스로 놀랐다. 만약 그녀가 양손을 저 목에 갖다 댄다면 그 모든 힘과 활력이 자기에게로 흘러들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그건 마치 그녀의 본성에 내재한 꿈에도 생각지 못한 퇴폐성을 드러내는 듯했다. 더욱이 그녀에게 힘이란 조야하고 야만적인 것이었다. 그녀에게 남성미의 이상은 언제나 호리호리한 우아함이었다. 그렇지만 그 엉뚱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자기 손을 태양에 그을린 저 목덜미에 갖다 대고 싶은 욕망이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사실, 그녀는 전혀 강건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녀의 몸과 마음은 힘을 지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걸 알지 못했다. 그녀는 다만 이전에 어떤 남자도 이 사람만큼, 끔찍한 문법으로 자기에게 수시로 충격을 주는 이 사람만큼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 뿐이었다.
--- pp.17-18, 「1장」 중에서

그 후 그녀는 그를 위해 피아노를 쳤는데, 그를 겨냥하여 그들 사이에 놓인 간격이 건너뛸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어렴풋이 담은 공세적인 연주였다. 그녀의 음악은 그의 머리를 잔인하게 강타하는 몽둥이였다. 그런데 그 몽둥이가 그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짓부수기도 했지만 그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경외감에 빠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에서와 같이 그의 마음에서도 그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으나 벌어지는 것보다 더 빨리 그 간격을 건너뛰려는 야망이 솟구쳤다. 게다가 그는 저녁 내내 그 간격을 응시한 채 그냥 앉아 있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감수성의 소유자였다. 특히 음악이 있는 경우에는 더 그랬다. 그는 놀랄 만큼 음악에 민감했다. 음악은 그에게 대담한 감정을 촉발하는 독주와 같았고, 그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하늘 높이 치솟게 하는 마약이었다. 그것은 더러운 사실을 몰아내고 그의 마음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웠고, 로맨스를 풀어놓고 거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 p.29, 「2장」 중에서

그는 하프였고, 그가 알았고 의식했던 모든 삶은 현이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음악은 그 현에 부딪혀 기억과 꿈으로 떨리게 만드는 바람이었다. 그는 단지 느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감각은 형태와 색과 광휘의 옷을 입고 그의 상상력이 과감히 시도하는 것을 어떤 숭고하고 마술적인 방식으로 객관화시켰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였으며, 그는 고도의 모험과 고귀한 행위로 넓고 뜨거운 세계를 헤쳐나가 그녀에게 가고 있었다…. 그래, 그녀를 얻고, 그녀를 안은 채 그녀와 함께 그의 마음의 왕국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것이다.
--- pp.30-31, 「2장」 중에서

그에게 삶의 의미는 아이스크림과 신사 친구를 넘어서서 생각하지 못하는 이 아가씨들의 삶의 의미 이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 속에서는 항상 현실과 다른 비밀 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이런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노력했으나 이제껏 이해해 줄 만한 여자를 찾지 못했고, 남자도 찾지 못했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듣는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의 생각이 그들 너머에 있었듯이, 자기는 그들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지금 그의 논리였다. 그는 자기 속내에서 힘의 움직임을 느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삶이 그에게 이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면 그는 삶으로부터 이 이상의 것을 요구해야 하지만, 그것을 이런 친구들한테 요구할 수는 없었다.
--- p.64, 「6장」 중에서

그 뒤 빠르게 지나가는 며칠 동안 그녀는 더 이상 원래의 그녀가 아니라 이상하고 기묘한 존재가 되었다. 판단할 때 고집을 피우고 자기분석을 비웃었으며, 미래를 응시하는 것도 자신에 대해서나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거부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는 신비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깜짝 놀라다가 매혹되기를 반복하면서 항상 어리둥절한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줄 한 생각을 단단히 굳혀놓았다. 마틴의 사랑 고백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이것만 지키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다. 며칠 후면 마틴은 바다로 떠날 것이다. 설령 그가 말을 꺼낸다 해도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다. 괜찮지 않을 도리가 없는 까닭은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경우,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삼십 분이 될 것이고, 처음으로 청혼을 받는 그녀에게는 당혹스러운 삼십 분이 될 것이다. 그녀는 그 생각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 pp.206-207, 「20장」 중에서

“천만에요. 저는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당신은 아직 평등을 믿고 있지만, 주식회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회사는 하루하루 평등을 매장하느라고 바쁩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평등을 부정한다고 해서, 당신이 실행하는 일을 긍정한다고 해서 나를 사회주의자로 부르는 것입니다. 공화당원들은 대부분 평등에 반대하는 투쟁을 하면서 평등 구호를 입에 올리지만, 평등과는 원수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평등의 이름으로 평등을 파괴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멍청하다는 겁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개인주의자죠. 저는 빠른 사람이 경주에서 이기고 강한 사람이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을 믿죠. 제가 생물학에서 배운 것, 아니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교훈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개인주의자이며, 개인주의는 대를 물려 사회주의와 투쟁하는 영원한 적입니다.”
--- p.301, 「29장」 중에서

그의 힘이 물결처럼 출렁이며 그녀에게 파상적으로 부딪쳤고, 그의 의지가 그녀의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맞받아칠 때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더없이 강력하게 끌려드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그로부터 쏟아져 나와 그녀에게 닿았던 그 힘이 이제 그의 열정적인 목소리와 빛나는 눈길에서 활짝 피어났으며, 그의 내면에서 솟구치는 삶의 활력과 지력으로 활짝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잠깐 동안 그녀는 자기의 확신 속에 갈라진 틈새 — 그것을 통해 진정한 마틴 이든을, 멋진 무적의 투사를 힐끗 보았던 그 틈새 — 를 의식했으며, 동물 조련사에게 의심의 순간이 있듯 그녀도 그 순간만은 이 야성적인 영혼의 남자를 길들일 수 있을지 자기 역량에 의심이 들었다.

--- pp.316-317, 「30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수평선 너머의 연인
다른 욕망, 다른 갈망, 다른 허기


몸에 맞지 않는 옷과 상처투성이 손, 햇볕에 그을린 얼굴, 지독한 노역을 말해주는 우람한 근육. 거친 밑바닥 세상살이를 살아온 흔적이 여실이 몸에 드러난 사람 마틴 이든. 그런 그가 루스, 그 창백한 여인을 본 것이다. 자신이 이제껏 보아온 사람들과 삶의 장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녀와 그녀 주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마틴은 그녀와 함께하기를 갈망하며 그녀가 속한 저 위의 계급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감수성과 공감력이 큰 마틴이기에 루스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만큼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지적인 허기도 커져갔다. 아름다움의 힘으로 충만한 채, 비틀대고 더듬거리면서 그는 루스에게 다가가기 위한 궁리를 한다.

루스, 그녀는 천성적으로 보수적인 데다 교육도 보수적으로 받았으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삶의 틈바구니에 들어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녀 역시 마틴에게 이끌렸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 남자의 근육질과 남성미에 이끌렸고, 그 거친 삶의 흔적들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는 그라는 존재를 욕망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슴으로 경험한 적 없는, 책을 통해 경험한 것이 전부인 루스로서는 실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는 점이다. 그녀가 아는 사랑이 순전히 이론적인 것이듯, 그녀가 아는 삶에 대한 모든 감각 또한 그러했다. 이런 편협함으로 인해 루스는 자신의 지평 너머 다른 세계에서 온 이 남자를 자기 삶의 틈바구니 안에 사는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으로 빚어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편견과 관습을 난타하는 굳은살 박인 손과
일해본 적 없는 부드러운 손
끔찍한 개연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사랑


루스를 만나고 마틴은 자신의 현실, 비눗물과 더러운 빨래 냄새 가득한 방, 그 좁은 세계를 절감한다. 고통스러운 삶의 소음, 그 극도의 너절함에, 노동계급이라는 자기 자신의 위치에 짓눌린 채 마틴은 자신과 루스와의 거리를 실감한다.

“그는 여공들과 노동하는 여성들의 굳은살 박인 손에 익숙했다. 물론 그는 그들의 손이 왜 거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그 손이란… 그녀는 일하는 데 손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부드러웠다.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놀랍고 무서운 생각에 이르자 자신과 그녀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불현듯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의 귀족주의가 보였다. (…) 그러나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고 그녀 어머니의 손도, 그녀 남동생들의 손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지막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깜짝 놀랐다. 그 마지막 생각은 그들의 신분이 높다는 사실과 그와 그녀 사이에 가로놓인 엄청난 거리를 섬뜩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_본문 45~46쪽

노동한 적 없는 루스의 부드러운 손이 둘 사이의 거리감을 보여준다면, 마틴의 굳은살 박인 거친 손, 바다와 밑바닥 삶에서 마틴의 날것의 경험은 루스의 편견과 관습을 난타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넘어서는 마틴의 독특한 관점은 루스로서는 자신이 이제껏 삶을 차갑게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불러올 정도였다. 루스는 세상살이의 복잡함과 뜨거움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되려 그런 루스의 순수함이 마틴을 강타하여 마틴은 사랑하는 연인의 청순함에 지레 겁먹어 버리는 것이었다. 밑바닥에서 살아온 그를 저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면서 그의 감정과 지식을 고양하고 변모시킨 것이 바로 그녀의 순수함과 그녀에 대한 사랑이었으나, 그녀를 너무나 성스럽고, 너무나 정신적인 존재로 여기게 하여 육체적으로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게 한 것 역시 마틴 그 자신의 사랑이었다. 마틴은 루스를 실제로는 열렬히 욕망하고 사랑함에도 그녀에 대한 자신의 이상화된 사랑에 압도된 나머지 자신으로부터 그녀를 밀쳐버리고 그녀를 자신에게 불가능한 존재로 만드는 면이 있다.

세상의 기준에 반역하고, 자신의 높은 이상을 배반하는

마틴은 현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다. 그는 삶을 알았다. 삶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추함도 알았고, 삶에 스며든 그 더러운 진흙에도 불구하고 삶의 위대함을 알았다. 마틴은 아름다움의 고운 얼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한 것은 인간의 열망과 신념이 깊숙이 박혀 있는 열정적인 사실주의였다. 마틴이 삶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반면에 루스는 글을 쓰려는 그의 욕망은 시간이 가면 벗어나게 될 조그만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틴은 루스가 자신의 작가적 능력에 대해 거의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녀를 달리 보거나 경시하지 않았다. 마틴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사랑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이성은 사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올바른 추론을 하건 그릇된 추론을 하건 상관없었다. 사랑은 이성 위에 존재했다.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든 그건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글을 쓰겠다는 욕망과 일자리를 얻어 일하라는 현실 사이에서 마틴은 자신이 믿어온 것, 저 위의 세계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다. 루스와 그녀 가족과 같은 자기 위의 세상에서는 모든 남녀가 드높은 생각을 하며 그 생각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굳건히 믿었던 마틴은 그 믿음이 정답이 아님을 감지한다. 루스는 어떤가? 마틴 자신이 어린 시절의 환경으로 인해 불리한 입장에 빠졌듯이, 그녀 역시 비슷한 이유로 불리한 입장에 빠졌음을 그는 알았다. 루스와 같은 계급으로 올라가려는 과정에서 마틴은, 진짜 문학, 진짜 그림, 진짜 음악에 대해 모스가와 그 부류들은 완전히 무감각하다는 것, 마찬가지로 진짜 삶에 대해서도 그들은 우둔하게 절망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한울의 ‘새 번역판 잭 런던 시리즈’(전 3권)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산 한 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과 이야기의 힘


잭 런던은 노동자와 자본가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나이에 독학하면서 신문 배달, 아이스크림 장사, 통조림 공장 노동자, 생굴털이 도둑, 선원, 부랑자 생활을 전전하며 밑바닥 세계의 끔찍한 현실을 경험했다. 특히 1894년 부랑자로 떠돌다가 뉴욕주의 교도소에 갇혔을 때 겪은 혹독한 경험은 그의 생애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부랑자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회고록 󰡔길(The Road)󰡕(1907)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교도소에서 한 흑백 혼혈아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무참하게 폭행당하는 모습에서 그는 사회적인 나락의 구덩이를 보았고, 그 끔찍한 경험은 그가 사회주의자로 전향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회주의적 실천으로 택한 세계는 밑바닥 사람들의 삶과 노동의 현장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르주아 지식인의 세계였다. 그래서 잭 런던의 작품에는 계급적·이념적 대립과 갈등, 그 갈등 속에 있는 주인공의 이중적인 태도 등 작가 자신의 삶과 주인공의 삶이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투영된 경우가 많다.

그런 모순적이기에 폭발적인 힘으로 잭 런던의 작품은 출간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퇴색되지 않는 통찰력과 이야기의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1989년에 처음 국내에 잭 런던의 소설을 출간한 한울이 잭 런던의 계급감각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네 편을 전면 새 번역하여 ‘새 번역판 잭 런던 시리즈’로 묶어 새롭게 출간한다. 잭 런던은 『강철군화』(2026년 7월 출간 예정)에서 계급에 대한 날카로운 감수성을 바탕으로 노동과 자본의 모순뿐 아니라 독점자본의 과두지배체제인 파시즘의 도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마틴 이든』에서는 계급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면서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문화적인 영역에서 계급 문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야성의 부름』(2026년 7월 출간 예정)에서는 인간 세계의 질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깊은 생각을 동물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길』은 작가 자신의 부랑자 시절의 경험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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