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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떠난 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1장 조금 더 서로를 사랑할 줄 알았더라면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자식을 향한 작은 바람 화장실에 놓인 국화 한 송이 아들을 범죄자로 만든 신사임당 나 여기서 죽어도 돼요? 그리움이 만들어낸 '중독' 외로움을 우정으로 2장 어떤 삶을 살든 우리는 소중한 사람 현실을 버텨내는 용기 보지 못하는 아들 삶이란 운명의 무거운 짐을 이겨내는 것 떠난 후를 생각하며 가는 길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들 가진 것을 다 주고도 삶의 의지를 잃었을 때 3장 희망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선택 희망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고통, 삶에 다달이 지불하는 월세 모두가 원하는 죽음 그 가족이 살아가는 법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힘 그리움에 눈이 멀다 4장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 삶을 사람을 더 사랑하는 법 슬픔을 드러내지 못할 때 누가 진짜 가족일까 짐 지우지 않는 사랑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사랑을 주고 떠난 초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 에필로그 -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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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이 세상에 나온 아이인데 마지막도 내가 갈무리해야하지 않겠소.”
현장에 도착했더니 고인의 아버지가 이미 정리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딸의 죽음으로 마음이 많이 힘드실 텐데 저희에게 맡기시면 될 것을 어찌 혼자 다 하셨냐고 물었더니 그분이 말했다. 그런데 정리를 하고 나니 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고, 집주인에게 미안해서 소독도 해야 할 것 같아 도움을 청했다고. 부모의 사랑은 늘 놀랍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지 보름 만에 발견된 오십 대 남성의 반지하 집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는데 손바닥만 한 수첩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TV에 소개된 맛집 가보기’ ‘친구들에게 연락해 목소리 듣기’ 마지막은 ‘시집가는 딸아이 모습 눈에 담기’였다. 그런데 그의 외동딸은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먼 타국에서 공부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는 자신의 병을 숨겼던 것이다. --- 「프롤로그」중에서 “작곡가가 꿈이었나 봐요.” “무슨 소리야? 서울대 치대 수석 졸업생인데.” “그건 졸업한 학교죠. 치대를 나왔다 해도 하고 싶은 건 다른 일일 수 있잖아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직원의 말이 맞았다. 치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꿈이 꼭 치과 의사라는 법은 없었다. 편지 내용을 미루어 보건대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부모님 건강도 좋지 않고, 다른 형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외아들일 확률이 높았다. 그가 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감당할 것도, 책임질 것도 너무나 많았던 무거운 인생.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꿈,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한 꿈이었다. ---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중에서 엄마가 자고 일어날 내일이 오는 것이 무서워서 아이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잠든 엄마를 칼로 수차례 찌르고도 엄마가 살아서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아 방문에 본드를 발랐다. 며칠 뒤 부패가 시작되자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아이는 김장용 비닐을 여러 개 구입해 사체를 겹겹이 싸놓았다. 그 때문에 부패 속도가 더 빨라지고 악취가 더 심해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방문 틈에 발라놨던 본드 위에 실리콘까지 덧발랐지만 그래도 악취가 새어 나오자 테이프를 여러 겹 덧붙였다.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현장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피해자는 왜 그토록 아들의 성적에 집착했을까. 결국 고3짜리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고 자신은 그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만 것을. (…) 부모의 사랑이 너무나 고팠던 아이. 그러나 사랑 대신 몸과 마음에 상처만 받았던 아이. 누가 과연 이 아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이의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았던 우리 어른들의 잘못은 아니었을까. --- 「아들을 범죄자로 만든 신사임당」중에서 “이사 갈 곳은 정하셨어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꽤 많은 이주 비용을 받았어요. 집도 구했고 가전제품이며 가구들도 모두 새로 장만할 거예요.” 딸도 눈가가 촉촉이 젖은 채로 말했다. “죽을 때까지 이 집을 떠나지 못할 줄 알았어요. 이 집을 떠나는 게 평생 소원이었어요.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그러고는 너무나 밝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이었고 가족이 있는 곳이었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부족하다고 어머니를 바꿔버릴 수 없었고, 다른 집과 다르다고 자신의 집을 떠나버릴 수가 없었다. 쓰레기집이어도 그녀에게는 가족이 함께 몸을 누이고 쉴 공간이었다. --- 「희망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중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내 집을 마련하고, 좋은 차를 사고, 고급 옷을 구매하기 위해 혹은 명문대에 들어가고, 번듯한 직장을 갖고, 또 내 아이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한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일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지고 가지 못하고 남기지도 못한다. 정말로 남는 것은 집이 아니고 학벌이 아니고 돈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이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내가 죽은 뒤에도 세상 한구석을 따뜻하게 덥혀줄 것이다. --- 「삶을 사람을 더 사랑하는 법」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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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우고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이십 대 초반 여느 젊은이들처럼 바쁘게 살아가던 저자는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친구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보듬어주는 장례지도사의 모습에 감명받아 장례지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유족들의 요청으로 유품 정리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유품정리사로 십년 째 살아가고 있다. 그는 유품정리사로 일하며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일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든 날이 더 많았노라고 답한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던 고인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현장을 방문한 날은, 아무리 익숙한 현장일지라도 마음이 짠하고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날은 더욱더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 가슴 아픈 현장과 마주한 날은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 어서 집으로 달려가 딸의 얼굴을 보고 싶고, 온 힘을 다해 꼭 껴안아주고 싶다. 지금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본문_ 231쪽) 이 책은 한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흔적이자, 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간 마지막 이야기들을 모은 기록이다. 또한 모두가 외면했던 소외된 이웃들의 인생에 우리를 참여시킴으로써 그 안에서 아픔과 탄식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도록 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군더더기 설명을 달거나 에둘러 가는 법 없이 사실 그대로를 담은 이 책을 읽으며 소외된 우리 이웃들을 미처 돌아보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지금 나의 삶은 괜찮은 건지 다시금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금보다 더 사랑하기 위해 꼭 배워야 할 ‘인생 수업’ 우리는 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보거나 뉴스에 나오는 안타까운 사건을 접할 때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 그리고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잠시 상상해보게 된다. 이처럼 ‘죽음’은 바쁜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삶을 돌아볼 기회를 허락하는 브레이크 장치이다. 저자는 유품정리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가난과 무관심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버림받아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부터 세상에 빚지고 싶지 않았던 착한 이들의 뒷모습까지… 아무도 거두는 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 너무도 많았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금보다 더 삶을, 오늘을, 현재를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 한 통, 따듯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와 관심을 보이며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집도, 돈도, 명예도 아닌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이 책은 ‘어떤 사람이 태어나 이런저런 일을 겪다 죽었다’라는 자서전이 아니다. 사회면에서 가십거리로 다룰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를 전하려는 의도도 없다. 다만 독자들이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이 사실 하나만은 꼭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다양한 죽음 속에는 언젠가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를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본문_ 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