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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네2.심해 아귀3.서랍 속 물고기4,갈매기 호텔5.너를 위한 냉장고는 없다6.서서 자는 잠7.내 안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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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서늘한 곳에서 마주한 관계의 민낯, 그리고 삶의 비릿한 진실 김근하의 첫 소설집 『서서 자는 잠』은 우리가 '가족' 혹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둔 관계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가차 없이 폭로한다. 작가는 가장 가깝다고 여겼던 타인에게서 발견되는 낯선 비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관계의 균열과 와해(瓦解)를 서늘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포착해낸다.1. 비릿한 냉장고와 심해의 기생충:일상을 파고드는 공포 -김근하의 인물들은 사랑이 식어가는 과정을 겪는 게 아니라, 일상이 붕괴하고 마음이 와해되는 과정을 끔찍하리만치 생생하게 겪는다. 이 서늘한 단절은 사물과 본능의 영역에서 파괴적으로 변주된다. 「너를 위한 냉장고는 없다」에서 남편이 잡아 온 물고기가 싫어 멀쩡한 냉장고의 전선을 모조리 잘라버리는 아내의 광기, 「심해 아귀」에서 무능한 남편을 암컷에 기생해 피를 빠는 '심해 수컷 아귀'에 빗대며 살의를 느끼는 섬뜩한 내면은 결혼 생활의 적나라한 비극을 보여준다.2. 고장 난 마음들이 기어이 찾아낸 생존의 방식 -그러나 소설이 단순히 관계의 파국만을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무너진 삶을 지탱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네」의 남편은 아내가 죽고 나서야 소리가 소거된 CCTV 속(41번 채널)에 매달리며 그녀가 남긴 "외로워"라는 입 모양을 끊임없이 독해하려 애쓴다. 「서랍 속 물고기」의 아내 역시 죽은 남편이 남긴 영수증과 열대어(풍선몰리)를 통해 도저히 알 수 없는 타인의 심연을 추적한다. 작가는 이러한 기괴한 집착과 몸부림조차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생존을 위한 비명'으로 읽어낸다.3.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눈꽃 같은 위로- 「서서 자는 잠」 이 지독한 관계의 허기와 고독 끝에 작가가 당도한 곳은 표제작 「서서 자는 잠」의 숭고한 세계다. 평생 공원묘지에서 남의 묏자리를 파며, 정작 자신의 가족은 무연고 묘역에 몰래 묻어야 했던 늙은 일꾼 '허상교'. 세상은 그를 '묘지 파는 늙은이'라 부르지만, 그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죽은 이들을 "이웃처럼 다정하게" 느끼며,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묵묵히 품어 안는다. 소설의 마지막, 그가 자신이 파놓은 광중(壙中)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잠드는 순간은 비극을 넘어선 성스러운 안식을 보여준다."나는 똑바로 누워 반쯤 접힌 왼 다리를 쭉 편다. 안성맞춤이다. 편안하고 아늑하다. 조금 전까지 아파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다리의 통증이 줄어든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잠이 쏟아진다. 눈이 명정처럼 내 몸을 덮는다." -(본문 중에서)그토록 고단했던 육신을 대지의 품에 누이고, 하얀 눈을 명정(이불) 삼아 잠드는 그의 모습은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가장 편안한 안식처이자 자연으로의 회귀임을 보여준다. 김근하가 건네는 위로는 달콤하지 않다. 쓰다. 하지만 그 쓴맛이 삶의 비릿함을 씻어내고, 우리로 하여금 죽음마저 끌어안는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관계가 와해된 폐허 위에도 눈은 내리고, 삶은(혹은 죽음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묵묵히 응시하게 만든다. 김근하의 소설은 말한다. 외로움은 인간이 짊어져야 할 천형(天刑) 같지만, 그 고독의 끝에서야 비로소 타인을 향한 진정한 이해와 위로가 시작된다고. 『서서 자는 잠』은 이 쓸쓸한 비밀을 통해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작가의 말참 많이도 걸었습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나친 시장이나 오래된 골목길, 바람이 불어오던 해변, 조용한 공원을… 그 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모든 풍경이 제게는 소설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일상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써왔습니다.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들 역시 제 글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인사를 나누던 이웃들과 마음을 전하던 사람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눈빛까지. 때로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답답했던 날도 있었고, 예기치 못한 친절에 울컥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 모든 감정이 제 안에 오래 머물렀고 결국 하나의 문장이 되었습니다.글을 쓰는 순간은 언제나 평탄치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앞서서 뛰어가는데 저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고 손에 쥔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며칠씩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날들이었지만, 동시에 제 삶을 가장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날들이 모여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이 소설집은 제가 걸어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자, 함께 이 길을 걸어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인사입니다. 제 곁을 지켜준 많은 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글을 나누며 서로를 북돋아 준 문우님들,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준 가족,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신 실천문학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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