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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탐독
바닷고기, 사람,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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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동해의 진짜 바닥을 보여드립니다

PART ZERO. 고래

01· 바다의 로또
02· 고래는 왜 보호받지 못하는가?
03· 여전한 고래 사냥
04· 내가 고래 혼획 기사를 쓰지 않는 이유
05· 바다의 밥

PART I. 가자미

01· 동해안 사람들의 버팀목
02· ‘동해안 식당’에는 국내산 가자미가 없다
03· 통계에 잡히지 않는 참가자미
04· 날것 식문화의 원형, 가자미
05· 경계의 생선

PART II. 오징어

01· 우리가 알고 있던 오징어는 사라졌다
02· 누가 오징어를 ‘금징어’로 만들었나?
03· 동해에서 사라진 ‘오징어 로드’
04· 우물쭈물하다가 바뀌어 버린 식탁 지도

PART III. 명태

01· 희망 고문이 돼 버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02· 명태가 되살린 바닷길, 명태로 풍요로워진 식탁
03· 명태도 대구도 사라지는 바다, 개입은 어디까지?
04· 명태의 바다에 남은 식민 잔재
05· 명태의 눈은 왜 악귀를 쫓는가?

PART IV. 문어

01· 사선(死線)을 넘나든 아버지의 문어잡이
02· ‘바다의 무골탑’ 동해 대문어의 풍경
03· 희미한 문어 이름의 경계
04· 문어 전쟁
05· 공존의 바다가 만드는 최고의 문어

PART V. 대게

01· 작고 알밴 것에 대하여
02· 대게 통계의 거짓말
03· 대게는 어떻게 생명에서 식재료가 됐나?
04· 우리는 여전히 게 맛을 모른다
05· 수산 자원은 바다 밖에서 완성된다
06· 한·러·일의 대게 전쟁

PART VI. 곰치

01· ‘잡어’ 곰치의 반격
02· 곰치와 그 형제들의 상전벽해
03· ‘미거지’를 ‘곰치’로 못 바꾸는 이유
04· 그물 없는 바다를 꿈꾸며

저자 소개 2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철학을 공부한 후, 강원도에서 20년 넘게 지역 방송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25년 ‘양양군 공무원 계엄령 놀이’ 단독 보도로 다수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MBC 다큐스페셜 ‘동해대문어’(2013)를 제작했고, 요트 세계 일주 ‘바잉요트(Buying Yacht) 프로젝트’(2023)를 유튜브에 연재했다. 20여 년 동안 수집했던 라디오를 주제로 《라디오 탐심》(2021)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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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met Kadir Bozok

튀르키예 출신의 에브루(Ebru) 작가다. 에브루는 자연에서 찾은 물감을 물 위에 띄워 정교한 문양을 만들어 내는 튀르키예 고유의 전통 마블링 예술이다. 〈아나톨리아에서 한국으로의 에브루(From Anatolia to Korea Ebru)〉(2014), 〈물의 숨결(Spirit of Water)〉(2018), 〈내면을 물들이는 다채로운 물결(Colorful River Flows in you)〉(2019) 등 다수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이 책 표지에 수록된 작품은 작가가 동해 바다의 물결과 명태의 독특한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결과물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08g | 128*188*17mm
ISBN13
9791188949915

책 속으로

해양 수산만큼 지역에 깊이 묶인 분야도 드물다. 서울에는 바다가 없고, 중앙 집권화된 뉴스는 해양 수산을 대개 수산물 가격이나 먹거리 정보로만 다룬다. 방송과 언론은 수산물을 잘 안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파편화된 정보만 쏟아내며 왜곡된 시각을 만들어 낸다. ‘먹방’으로 포장된 식탁은 잡는 과정보다 먹는 장면에 집중하고, 소비자는 바다보다 메뉴판을 먼저 본다. 동해 바다를 동경하면서도 우리는 동해안 수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결국 고래가 보호 대상이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엄격한 보호를 전제로 설계된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호와 식용을 동시에 허용하는 제도 안에서 고래는 보호할 존재가 아니라, 조건부로 소비 가능한 대상으로 재분류된다. 우리는 그 결과를 아무렇지 않게 수산물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다.
--- 「PART ZERO. 고래 / 02. 고래는 왜 보호받지 못하는가?」 중에서

그날 이후로 나는 고래 혼획 기사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고래가 불쌍해서가 아니다. 보호 대상이면서 동시에 합법적인 식재료로 유통되는 구조가 너무 불합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장면을, 더 이상 “바다의 로또”라는 말로 전하고 싶지 않았다. 고래는 죽어서 밥이 된다. 그 순간, 시장은 생명을 가격으로만 읽는다.
--- 「PART ZERO. 고래 / 04. 내가 고래 혼획 기사를 쓰지 않는 이유」 중에서

항구 근처의 식당이거나 주인이 직접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한, 동해안 도심의 생선 전문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수산물은 수입산이나 양식산일 가능성이 높다. 동해안에서 동해안 수산물을 팔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어획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가격과 유통, 소비 구조가 맞지 않아 생기는 복합적인 문제다.
--- 「PART I. 가자미 / 02. ‘동해안 식당’에는 국내산 가자미가 없다」 중에서

오징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동을 따라잡지 못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이미 식탁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연근해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원양 어업과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가공식품과 외식에 사용되는 오징어는 대부분 냉동 수입산으로 대체됐다. 과거처럼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오징어를 소비하는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다.
--- 「PART II. 오징어 / 04. 우물쭈물하다가 바뀌어 버린 식탁 지도」 중에서

해양 수산 분야는 사회과학이 아니라 자연과학의 영역에 가깝다. 해양은 사회적 합의나 규범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어업인의 요구나 지역 경제 논리로 규정을 조정한다고 해서, 어족 자원이 그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이 파악한 제한된 자료만으로 바다 전체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정책은 사회적 합의와 이해관계에 의해 바뀌고 결정된다.
--- 「PART III. 명태 / 03. 명태도 대구도 사라지는 바다, 개입은 어디까지?」 중에서

어촌계 관리 해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다. 그 해역에는 사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어촌계가 양식한 수산물을 채취하지 않으면 된다. 어촌계가 직접 방류한 어류가 아니라면 물고기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어떤 수산물이 방류된 것인지 현장에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관행적으로 어촌계 관리 해역 출입 자체를 제한한다.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 「PART IV. 문어 / 04. 문어 전쟁」 중에서

수산물은 바다에서 곧바로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을 거치며 식재료로 전환된다. 이 과정이 가려질수록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음식으로만 받아 들인다. 생명이 식재료로 전환되는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면, 소비는 점점 더 ‘상태’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살아 있는지, 살이 찼는지, 가격이 어떤지만 남고, 그 이전의 과정은 사라진다. 이런 소비 방식은 유통 구조를 강화한다. 빠르게 팔리고, 보기 좋고, 상태가 유지되는 방식만 살아남는다.
--- 「PART V. 대게 / 03. 대게는 어떻게 생명에서 식재료가 됐나?」 중에서

수산물의 기호학적 불일치는 단순히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부르고, 그 이름을 누구의 기준으로 정하느냐의 문제다. 어촌의 언어와 시장의 언어, 행정의 언어가 어긋난 자리에서 ‘미거지’는 사라지고 ‘곰칫국’만 남았다. 이름을 잃은 물고기는, 문화 속에서도 점점 정체성을 잃어 간다.

--- 「PART VI. 곰치 / 03. ‘미거지’를 ‘곰치’로 못 바꾸는 이유」 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가 먹는 동해 수산물은 정말 동해에서 온 것일까?
·식탁 위 수산물은 바다가 아니라 인간이 결정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동해를 다시 읽어야 할 이유

동해에 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산물을 떠올린다. 항구의 횟집, 수산시장, 메뉴판에 적힌 익숙한 이름들. 그 이름들은 대개 우리에게 한 가지 인상을 준다. 지금 이곳에서 잡힌 싱싱한 동해의 생선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동해 탐독』은 바로 그 익숙한 믿음에서 출발해,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동해의 수산물이 실제로는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보여 준다.

동해안에서 먹는 수산물이라고 해서 모두 동해에서 잡힌 것은 아니다. 현지 식당과 시장에서 만나는 생선 가운데는 수입산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것도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실제 생물학적 이름이나 어업 현장의 이름과 어긋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자미, 곰치, 광어, 대게 같은 이름들은 단순한 음식 이름이 아니라 지역의 관습, 유통의 편의, 소비자의 인식, 시장의 가격이 뒤섞인 결과다. 이 책은 그 이름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그렇게 소비되는지를 하나씩 따라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동해 수산물을 ‘맛있는 먹거리’나 ‘사라져 가는 자원’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바다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정보의 왜곡, 자원 변화, 정책과 제도, 어부와 유통, 지역과 음식 문화의 관점에서 살핀다. 수산물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순간 그대로 식탁에 도착하지 않는다.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 어떤 가격이 붙을지, 고급 음식이 될지 흔한 생선이 될지는 바다보다 인간이 만든 구조 속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동해를 변하지 않는 바다로 생각한다. 푸른 바다, 오징어, 명태, 문어, 싱싱한 회. 그러나 바다는 그대로 있지 않다. 기후 변화로 명태는 동해에서 사라졌고 오징어는 울릉도를 떠났다. 어업의 방식과 유통의 구조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바다가 변한다는 사실보다, 우리가 그 변화를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과 기준으로 붙잡으려 한다는 데 있다. 익숙한 메뉴판과 가격표는 바다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리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동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동해를 인간의 편의와 관성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동해 탐독』은 바로 그 간극을 읽어 내는 책이다. 이 책은 동해를 낭만적인 여행지나 풍성한 먹거리 산지로만 소비하던 시선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 대신 우리가 먹는 수산물이 어떤 바다에서 왔고, 어떻게 잡히며, 어떤 이유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고, 어떤 유통과 제도를 거쳐 가격이 매겨져 식탁에 올랐는지 묻는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동해 수산물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바다의 변화, 지역의 산업, 인간의 선택과 제도가 겹쳐진 결과물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동해 탐독』이다. 동해는 눈으로 보고, 메뉴판으로 고르고, 가격으로 소비하는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변하는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얽힌 이름과 제도, 유통과 인식의 구조까지 읽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동해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동해가 아니게 되기 전에, 이 책은 동해를 다시 읽어야 할 이유를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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