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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피 2.싹 3. 금고 4. 붕괴 5. 잿더미 6. 공작 7. 총알 8. 밀항 9. 추적 10. 사냥 11. 동냥 12. 적선 13. 함정 14. 증발 15. 최후 16. 서명 17. 깃털 18. 접선 19.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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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비밀을 마주한 작가의 정직한 시선혼돈과 탐욕의 시대, 가장 어두운 바닥을 비추는 한 권의 책조용래의 첫 장편소설 《밀(密)》은 ‘의리'의 가면을 정직하게 벗긴 책이다. 한국 사회는 오래도록 ‘의리’를 신성한 곳에 두어왔다. 친구 사이의 의리, 조직 사이의 의리. 그 단어 앞에서 사람들은 흔히 자기 행동의 윤리를 묻지 않았다. 소설 속 청년 조장우는 그 단어 뒤에 자기를 숨긴다. “의리로 하는 일이니, 죄는 아닐지도 몰라.” 한국 사회의 모든 부정한 거래가 한 줄의 자기합리화 위에 세워졌다. 소설은 의리의 정체를 한 겹씩 들춰낸다. 의리라는 이름 뒤에서 사람이 옮겨지고, 흔적이 지워지고, 끝내 사람이 사라지는 풍경. 의리 뒤에는 돈이 있었고, 돈 뒤에는 권력이 있었고, 권력 뒤에는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거대한 명분이 있었다. 재벌 회장은 권력자에게 묻는다. “국가가 짓으라 캐서 시작한 공장이야. 근데 이제 와서 무너뜨린다고? 그게 국가의 뜻이라꼬?” 이 한 줄에 한국 정경유착의 본질이 압축되어 있다. 정치는 자본에 명분을 주고, 자본은 정치에 돈을 주었으며, 한 덩어리가 마침내 한 사회 전체를 부도로 밀어 넣었다. 소설이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권력만이 아니다. 작가는 그 거대 권력의 그늘 아래에서 숨을 쉬던 사람들을 소설 속으로 소환한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의 잔인함을 도덕적 단죄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모두가 빠져 들어간 거대한 늪으로 바라본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돈을 향해 뛰어들지만, 한 번 발을 디딘 순간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이 사라지고, 자기는 빠져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자들이 끝내 서로의 목줄을 쥐며 같은 늪 안에서 허우적댄다. 그 늪 안에서 인간의 가장 밑바닥 본능은 야생의 먹이사슬처럼 작동한다. 약자는 강자의 도구가 되고, 강자는 더 큰 강자의 도구가 된다. 누군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누군가는 살아남아 그 시간을 견딘다.권력의 품에서 비대해진 자본, 그리고 권력이 무너지자마자 새로운 동아줄을 찾는 재벌의 생리. 그러나 새로 들어선 권력의 속성 역시 전과 다르지 않다. 지배자의 이름은 끊임없이 바뀌어도 권력과 자본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공생의 질서는 완강하다. 작가는 이 냉혹한 생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소설의 시선을 과거의 어느 한 시절에만 가두지 않는다. 혼돈과 탐욕의 시대를 정직하게 서술한 조용래 장편소설 《밀(密)》은 한국 정치경제 스릴러의 지평에 묵직한 선을 긋는 작품이다. 이 선명한 기록은 우리가 외면해 온 거대한 늪의 가장 어두운 바닥을 마침내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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