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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작가 노트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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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열심히, 더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것이 보였다! 아빠가 이야기한,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일부가 언제나 살고 있는 그 다른 세상이. 그 세상은 조용하고 푸르르고 지상인 동시에 천상인 곳이었다. 거기에는 폭발하는 로켓탄이나 폭탄도, 울고 있거나 죽어가는 사람들도, 슬픔도, 눈물도, 애도도 없었다. 제각기 꿈결처럼 화려한 얇고 가벼운 날개를 팔랑거리는 나비들만이 있었다. --- p.45
다시 한 번 더 내 눈앞으로 노인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던 그 크메르 루주 병사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녀가 노인에게 총을 쏘았을 때, 땅바닥에 쓰러지는 노인을 지켜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 서려 있던 표정에는 아무 이름도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표정은 분노도, 증오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것은 증오도 아무것도 없는 표정이었고 나는 그녀가 아이 같지도 어른 같지도 않다는, 유례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현실적은 아닌?악몽의 괴물이 비현실적은 아닌 것과 같은 식으로?그런 어떤 피조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 p.87 사람들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느라 바쁜 동안 나는 몰래 다시 명상채로 돌아갔다. 그리고 안에서 벽화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우리가 남겨두고 온 집의 발코니와 벽들에 새겨진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그 이야기들이 거기에 붙박여 있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벽화들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그 이야기들이 여기까지 우리를 쫓아왔다는, 이송되는 우리를 따라 함께 움직이며 갖가지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39 이제는 충실하게 내 길동무가 되어주는 것도 하나 있었다. 비가 온 뒤에 나타나는 종류인 노랗고 검은 날개를 한 잠자리 한 마리. 그 잠자리가 어떤 때는 앞에서 나를 이끌고 어떤 때는 뒤에서 따라오고 하면서 이쪽저쪽으로 훨훨 날아다녔다. 그리고 다음에는, 우리가 늙은 청소부의 오두막에 가까워지자, 내 여행이 안전하게 끝난 것을 보고는 다른 데로 날아갔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네가 아주 면밀히 주의를 기울인다면, 너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언제나 너를 인도해줄 어떤 사람이나 어떤 사물이 있을 테니까.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테보다는 천상의 존재가 아니라 지상의 존재, 내가 날마다 보는 아름다운 것들이었고, 그것들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은 바로 무상함, 다시 사라지기 전에 여기저기에서 잠깐씩만 나타나는 덧없음이었다. --- p.201~202 아빠가 없어진 나는 그때껏 달리 어떻게도 알지 못했던 슬픔의 무게와 크기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멍한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았다. 이제 슬픔은 내 새롭고 지속적인 친구로서 내 옆에 한 자리를 차지한 채 나와 함께 앉거나 걸었고,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완전한 실체가 되어 있었다. 나는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아빠에게 매달렸다. 아빠의 영혼이 하늘 높이 떠올라 거기에서 달빛처럼 영묘하고 붙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상상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마침내는 영원불멸하고 자유롭게 되었다고. --- p.243 보다 더 특별한 것이란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내가 원하지 않은 선물?내가 청하지 않았던 소아마비?과 함께 온, 은빛 나비매듭과 비단처럼 윤나는 종이로 포장된 찬란한 꾸러미였고, 그 꾸러미가 그렇게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나는 그것에 집착해 선물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더 소중히 여겼다. 사랑은 나를 위로해주는 보상이었고 한 아이로서 나는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들로부터, 내 세상의 모습을 만들어준 어른들로부터 그 사랑을 듬뿍 받았다. --- p.340 나는 그 아이의 몸을, 이제 더 이상 그 안에 내 동생이 없는 몸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흉곽. 그 아이의 팔. 그 아이의 흉골. 양손의 손가락들을 펼친 모양으로 그 아이의 심장을 보호하는 그 하나하나의 뼈들이 엄마의 손가락들처럼 가늘었다. 마에 할머니가 천으로 그 아이를 닦는 동안 나는 물을 부었다. 내가 스님처럼 영창하는 법을 알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축복을 받을 수 없는 누군가에게 뭐라고 축복을 해주어야 할지 알고 싶었다. 네 영혼이 가는 숲에는 모기가 없기를 바라. 말라리아가 거기까지 너를 쫓아가지 않으면 좋겠어. 네 고통이 여기에서 지금 이것으로 끝났으면 해……. --- p.354~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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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마음속 가장 슬픈 구석에서도
더없이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우리는 분명 저마다의 천국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 라미는 왕족의 후예이자 시인인 아버지, 아름다운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 라다나, 다정다감한 하인 등으로 구성된 대가족과 함께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살고 있다. 라미 가족은 물질적으로 부유했을 뿐 아니라 지적 ? 정신적으로 풍요롭다. 더없이 평온하던 1975년 4월 17일, 크메르 루주가 프놈펜을 포위하고 이들은 수도로부터 강제 이주하게 된다. 섬세하고 온화하던 아버지는 왕족이라는 이유로 숙청되고, 이 일은 라미를 오래도록 괴롭힌다. 남겨진 어머니와 라미, 여동생 라다나는 시골의 어느 움막에서 한동안 굶주리며 지내게 되는데, 굶주림과 말라리아로 어린 여동생이 사망하게 되고, 라미는 여동생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어머니와 라미는 이동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비극을 겪지만 라미는 아버지의 기억, 시, 캄보디아의 신화와 전설에 대한 기억으로 마침내 캄보디아를 떠나는 순간까지 삶을 견뎌내고, 진실한 인간성과 삶, 죽음과 윤회의 원리를 나름의 방식으로 깨닫게 된다. 주인공 라미의 눈에 비친 세상이 말할 수 없는 눈물과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가야 하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품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였음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삶의 의미에 관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해준다. 캄보디아의 역사적 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 소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눈부시도록 강렬한 인간정신 크메르 루주의 참상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작품들이 회고록인 것과는 달리,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라미라는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회상하는 문학(소설)의 형식을 빌려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도처에 고통과 상실감이 손에 잡힐 듯 분명한데도 그저 혼돈을 목격할 뿐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일곱 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시선을 통해 독특한 조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라미의 이야기에는 대체로 감정이 배제되어 있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것은 폭력과 학살의 장면을 더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름끼치게 무섭고 가슴 저미게 슬프고 숨 막히도록 충격적이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서정적 서술로 강렬한 인간정신의 빛을 비춘다. 이 작품은 독자들을 공포와 절망의 나락으로 끌어들여 형언할 수 없는 참상을 실감케 하면서도 아버지의 사랑과 은밀한 맹세와 기억된 시들의 편린을 통해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인간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꿋꿋이 살아갈 힘을 주고 고통과 상실감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