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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또 다른 전쟁
1. 한국전쟁을 보는 시각 전쟁 발발을 기념하는 국가 | 압제하는 앎과 예속된 앎 | 전통주의와 수정주의 2. 왜 다시 한국전쟁인가? 3. 전쟁·국가·정치 정치의 연장과 과정으로서의 전쟁 | 국가 건설과 계급정치로서의 전쟁 4. 피란·점령·학살 2부 피란 1. 피란, 전쟁의 미시정치 2. 전쟁 발발 당시의 표정 한국군과 이승만: 허를 찔린 군대, 침착한 이승만 | 민중들 3. 위기 속의 국가와 국민 이승만과 국가 | 기로에 선 국민: 피란과 잔류 4. 정치적 책임과 한계 정치와 윤리: 무책임한 이승만 | 무책임의 배경: 주권의 부재 5. 맺음말 3부 점령 1. 뒤집어진 세상 2. 혁명으로서의 전쟁 인민정권 | 점령정책 3. 신이 된 국가 적과 우리 | 전시동원 4. 정복인가, 해방인가 5. 맺음말 4부 학살 1. 조직적 은폐, 강요된 망각 2. 학살의 실상 학살의 개념 | 학살의 유형 및 전개 3. 학살의 특징 학살의 장면들: 인간 사냥 | 비교의 관점에서 본 한국전쟁 시의 학살 4. 학살의 정치사회학 구조적인 배경: 국가 건설·혁명·내전의 삼중주 | 주체적 배경 5. 맺음말 5부 국가주의를 넘어서 1. 상처받은 반쪽 국가의 탄생 2. 민족구성원 대다수가 피해자인 전쟁 3. 정치의 연장으로서의 전쟁 4. 전쟁의 연장, 분단의 정치 5. 21세기에 바라보는 한국전쟁 |
金東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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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회』 초판이 출간될 2000년 당시 국내 학계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들도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국내 학자들의 연구는 특정 주제(전쟁의 발발과 그에 대한 책임규명의 문제)에 한해, 냉전적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한국의 젊은 역사연구자들이 한국 현대사 최대의 난제인 한국전쟁을 피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비판하기도 했는데, 그후 이러한 비판에 답하기라도 하듯, 많은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 성과를 풍부하게 제출했다.
가령 박명림, 정병준 등의 학자들이 새로이 발굴된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정리해 당시의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구성해내려는 방대한 저작들을 출간했고, 해방전후사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던 소장 연구자들 기광서, 도진순, 이완범, 정용욱 등이 본격적으로 한국전쟁을 다루기 시작했다. 탄탄한 사료구성이나 치밀한 분석이 돋보이는 대작들도 나오고, 또 반공주의적 관점이 지배하던 학계에 평화나 인권의 관점을 도입한 연구도 나온 것이다. 또 학살 문제에 대해서도 방선주, 유영익, 이채진, 양영조, 전상인 최형식 등이 중요한 저서 및 논문을 발표했고, 나아가 구술청취와 생활사, 지역사 등 인류학적 조사방법론을 동원한 연구들도 ‘한국전쟁’ 연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김기진의 학살관련자료집이나 권귀숙, 김귀옥 등의 작업은 이러한 새로운 관심을 잘 보여주는 성과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연구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에 관한 전반적 시각은 객관성이라는 순수학술적 포장 아래 오히려 보수화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는 구소련·중국 측의 배후 개입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의 발굴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공개된 자료 자체의 불균형·비대칭성을 꿰뚫어볼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이라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전쟁 개입 과정, 전쟁 발발 전후 미 정보기관의 활동 등에 관한 핵심적인 자료들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고, 붕괴된 구사회주의권의 자료들만이 공개되어 있을 뿐인데, 그 조건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이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냉전 이후 미국의 신패권주의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예리하게 비판한다. 이런 점에서 개정판 『전쟁과 사회』는 다시 한 번 현재의 학술적 흐름을 성찰하고 ‘한국전쟁’에 관한 논의의 틀을 점검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사회적 변화 역시 학술적 변화에 못지않았다. 인구 구성에서 전쟁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그 상처가 희미해짐에 따라 냉전적 시각·반공주의적 시각만이 천편일률적으로 지배하던 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뿐만 아니라 ‘학살’의 진상을 비롯한 전쟁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열망이 조금씩 현실화되었고, 공식적 영역에서조차 그러한 과거사 청산이 주요 의제로 설정되기에 이르렀다. 『전쟁과 사회』는 출간 이후 꾸준히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자체가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일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지칭했다가 구속·해고된 강정구 교수 사건이나 인천에서 일부 단체가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다 발생한 충돌 등 한국 사회에서 ‘한국전쟁’은 여전히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논란과 충돌의 전개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다시, 논의의 중심에 (당연히 단일하기보다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하지만 미국인·일본인의 관점과는 분명히 다른) 남북 코리언들의 관점을 놓아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무엇보다, 평화라는 관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제전으로서의 한국전쟁을 야기한 지구정치적적 요소들은 오늘날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아니 오히려 재편·강화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때문에 저자는 “만약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베트남전쟁이 그러한 방식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베트남전쟁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오늘의 미국과 세계도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이, 한국전쟁의 비극적 교훈이 전후의 미국인 및 전 세계 사람들에게 확실히 인식되었다면 지금 이라크에서 수만 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이라크·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평화에 대한 위협들, 그것의 지구정치적 함의를 읽기 위해서는 한국전쟁을 정치사회학적으로 다시 읽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이 책의 역할은 6년 전에 비해 결코 줄지 않았다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