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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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 숲으로 가자
2. 함께 떠나는 밤 3. 내 기억의 가장 따스한 곳, 그 오두막 4. 등 푸른 생선을 먹는 아침 5. 상은의 일기 6. 녹색의 시간 7. 세월의 푸른 낫 8. 망각의 숲, 서른 살의 식목일 9. 종이로 지은 집 10. 이별이 시작될 때 11. 열한 번째 사과나무 12.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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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한 채의 집을 짓는다. 그러나 언젠가 그는 떠나고, 결국엔 다음 사람에게 집을 넘겨준다. 집을 넘겨받은 사람은 그 위에 다시 집을 짓는다. 그리하여, 그 집을 완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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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젠...너무 힘이 들어. 놓아버리고 싶어. 내가 죽으면... 하얗게 태워서... 이곳에 뿌려줘. 거기에 붇혀 있다가..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 될 거야. 그땐, 날 기억해줘... 안녕, 안녕, 내사랑.
울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내 곁에서 영원히 안식을 취할 수 있으므로. --- p.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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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때,
살아갈 시간이 남아있을때, 난 깨달았어야 했어 사랑은 양보하는게 아니라는걸, 사랑은 누군가에게 대신 짐 지울 수 있는게 아니란걸. ---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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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젠 넘어졌으면 좋겠어.
내 안에 길러온 죽음들을 꺾어버리고 편안하게 누웠으면 좋겠어.그래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잠을 잘 수 있었으면.. 단 한 번 사랑을 하고, 단 한 번 꽃을 피우기 위해 수천만 년을 화석 속에 갇혀 지낸 씨앗처럼... --- p.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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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바라고보 있을께.
네가 천국의 계단 앞에 이를 때까지 바라보고 있을게. 걱정하지 마. 네가 내 이름을 잊어도, 언젠가...네가 그곳에 가면 네 이름을 목놓아 부를게 반드시 널...찾아갈게. --- 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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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 봐. 아직도 상은이 생각해?"
나는 아내의 느닷없는 물음에 놀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입가에는 희미한 냉소가 서려 있었다. "아직도 사랑한다고? 이 세상 끝까지 달려가서라도 찾아내겠다고? 이거, 네가 쓴거 맞아? 내 남편이 쓴거 맞아?" "그건 결혼 전에 쓴 일기야!" 나는 일기장을 빼앗으며 짐짓 아내의 무례한 행동을 무시했다. 어쨌든 아내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처지였다. 내가 변명을 하거나 대꾸는 하면 오히려 지루한 말싸움으로 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나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 신경을 건드렸다. "왜 이 일기를 아직도 책꽂이에 꽂아두는 거지? 그건…… 나보고 읽어보라는 뜻 아냐? 읽고 깨달으라는 거 아냐?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상은이라는 걸 알아달라는 뜻 아냐? 말해 봐. 네가 내 옆에서 상은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도.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들어줬어. 난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어. 네 진심을 솔직하게 말해 봐. 네가 정말 그 여잘 사랑한다면 붙잡지 않을게. 그냥 보내줄게." --- p.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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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 봐. 아직도 상은이 생각해?"
나는 아내의 느닷없는 물음에 놀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입가에는 희미한 냉소가 서려 있었다. "아직도 사랑한다고? 이 세상 끝까지 달려가서라도 찾아내겠다고? 이거, 네가 쓴거 맞아? 내 남편이 쓴거 맞아?" "그건 결혼 전에 쓴 일기야!" 나는 일기장을 빼앗으며 짐짓 아내의 무례한 행동을 무시했다. 어쨌든 아내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처지였다. 내가 변명을 하거나 대꾸는 하면 오히려 지루한 말싸움으로 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나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 신경을 건드렸다. "왜 이 일기를 아직도 책꽂이에 꽂아두는 거지? 그건…… 나보고 읽어보라는 뜻 아냐? 읽고 깨달으라는 거 아냐?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상은이라는 걸 알아달라는 뜻 아냐? 말해 봐. 네가 내 옆에서 상은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도.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들어줬어. 난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어. 네 진심을 솔직하게 말해 봐. 네가 정말 그 여잘 사랑한다면 붙잡지 않을게. 그냥 보내줄게." --- p.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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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것 같은, 죽을 것만 같은 사랑, 다음 생에는 나, 사랑을 받기만 하리
순수하고 영롱하며 모든 것이 눈부신 열여섯의 푸른 4월, 사과나무 아래에서의 운명적인 마주섬으로부터 이 소설의 가슴 시린 이야기는 시작된다. 4월의 햇살, 숨막히도록 향긋한 사과나무 향기, 속이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유리병. 친구들의 재잘거림, 진흙밭에 선명하게 찍히는 발자국 같은 설레임. 이 속에 불멸의 지고한 사랑을 꿈꾸는 순수한 영혼의 씨앗이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었을까.
이 소설은 '사랑의 소멸'을 통해서 오히려 '사랑의 회복'을 모색하는 매우 이채로운 작품이다. 작가의 섬세한 눈과 예리한 손길은 '신화'로 멀어져가고 '신파'로 전락해 가는 위태로운 사랑의 부조를 실감있는 부피로 우리 앞에 되살려 놓는다. 우리는 그 앞에서 사랑의 극적인 속성이 영속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동에 가슴 흠뻑 젖어들 수 있다. 거듭된 이별, 엇갈림, 망각, 질투, 욕망, 재회 그리고 죽음, 우리는 이처럼 낯익은 소품들이 작가의 예리한 손끝에서 얼마나 특별하며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새삼 깨닫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사랑'이 가지고 있는 마술 같은 힘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어져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갸륵해지는 사랑을 확임하면서, '나'는 사랑이 '결과'가 아닌 과정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가슴 저미도록 통렬하게 깨닫는다. 그 사실이 '나'는 아프다. 때문에 사랑에 대한 순수한 갈망이 사랑 자체로 완성되어지는 사랑의 오묘한 섭리 앞에서 눈물 흘리며 몸서리치는 것이다. 그 깨달음은 눈앞에서 사랑이 무참하게 무너져내려도, 사랑이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결코 그 사랑을 부정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의 자각은 곧 사랑에 대한 도저한 확신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아파도 '나'는 그 아픔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을 꿈꾸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아름답고 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의 완성이라는 애틋하며 간절한 희망을 가슴 속에 슬그머니 밀어 넣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