背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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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 전혀 다른 공포세스지 호러 원점의 재탄생출판사에 재직 중인 편집자 오자와 유야와 작가인 세노 지히로는 15년 전 『월간 Q』를 통해 인연을 맺은 오랜 동료다. 오자와가 부편집장이 되며 현장에서 멀어지자 교류가 점차 줄어들었던 두 사람은 『별책 Q』 제작을 계기로 다시 협업하게 되고, 세노는 작가 은퇴 전 마지막 기획으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한 특집을 제안한다.『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웹 연재판과 단행본, 영화에 이르기까지 매체가 바뀔 때마다 설정을 조금씩 달리해 매번 색다른 재미를 선보여 왔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에서도 약간의 변화로 완전히 다른 공포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주요 인물의 실종을 계기로 긴키 지방의 ·····에 얽힌 괴이를 추적하는 파트와 다양한 괴담 자료가 나열되는 파트로 이루어진 이중 구조, 수록된 괴담의 상당수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기록』에서는 화자가 베테랑 편집자 오자와로, 실종자가 작가 세노로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의 포지션이 바뀌었다. 수록된 괴담 자료 역시 일부가 삭제·추가되었으며, 특히 후반부에서는 ‘빨간 옷의 여자’와 ‘남자아이’를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같은 괴담이 전혀 다른 의미를 획득한다. 예컨대 ‘빨간 옷의 여자’가 유령이 되기 이전, 이웃의 목격담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에서는 보이지 않던 비극의 전모가 드러나고 그 결과 이야기는 전혀 다른 진상과 결말을 맞는다.오컬트 잡지 기사와 인터넷 게시물, 인터뷰 녹취록 등 다양한 기록을 패치워크처럼 이어 붙여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독자를 공포에 빠뜨렸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 달리,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은 서사와 인물의 감정에 더욱 무게를 실어 소설로서의 성격이 한층 강화되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원작에 다른 인격을 부여해 보자는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밝혔듯 이번 문고판은 단순한 개작을 넘어, 세스지 호러의 원점을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괴이한 존재는 때로 구원이 된다”고통과 슬픔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애처로운 광기‘산으로 꾀는 것’, ‘빨간 옷의 여자’, ‘저주 스티커’에 얽힌 괴담들. 세노는 ·····에 관련된 자료를 검토하던 중 이들 사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괴이의 패턴을 발견하고 독자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특히 여러 괴담에 등장하는 ‘빨간 옷의 여자’와 ‘남자아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좇던 세노는 “내게는 보였어”, “그러니 아직은 끝이 아니야”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다.“같은 괴기 현상도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보면 다른 결말이 된다”라는 현지 편집자의 기획 의도처럼, 주제 면에서도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괴이’ 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은 ‘빨간 옷의 여자’와 그 가족이 겪은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공포의 깊이를 인간의 내면으로 확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세노가 남긴 취재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기록들 사이에 숨겨진 미묘한 포인트를 발견하는 순간, 익숙했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히고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유령을 보고야 마는 사람은 누구인가? 유령을 보게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은 괴이한 존재 자체보다 그러한 존재에 마음을 사로잡힌 인간의 집착과 광기,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자리한 슬픔에 주목한다. 세스지는 이번 작품에서도 오컬트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인간의 두려움과 슬픔이 맞닿는 지점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럼으로써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은 세스지 호러의 깊이와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세스지라는 작가가 앞으로 어떤 공포를 써 내려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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