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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숙향전』을 읽기 전에 숙향전 거북을 살려 준 인연 엄마야 아빠야 모란꽃 나무 아래 잠든 아이 홍도화 가지에서 날아간 앵무새 포진강에 몸을 던지다 감히 하늘을 속이려 하느냐 화덕진군과 마고할미 꿈속에서 만난 연인 숙향을 찾아서 감옥에 갇힌 신부 나는 낭자의 파랑새였다오 다시 만난 두 사람 은혜를 갚으려 돌고 도는 길 옥가락지와 비단 주머니 양왕의 구혼을 물리친 대가 거친 바닷길로, 험한 산길로 설중매와 소아의 엇갈린 인연 마고선녀의 마지막 시험 이승의 일을 마무리하고 천상으로 돌아가다 작품 해설 『숙향전』 꼼꼼히 읽기 작품 해설 『숙향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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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시절 남양 땅에 운수선생(雲水先生)이라는 뛰어난 재상이 있었다. 선생의 집안은 대대로 명문거족(名門巨族)이었으나 세상의 영화나 공명에 뜻이 없어 산중에 은거하여 세월을 보냈다. 송나라 황제는 선생의 덕이 지극히 높고 재주가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어 그에게 조정의 중책을 맡기려 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간의태부와 이부상서를 제수하겠다는 뜻을 전하였는데, 선생은 끝내 벼슬을 사양하고 황제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속세를 멀리하고 더 깊은 산중으로 피한 운수선생은 은거 생활 9년 만에 굶주려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는 김전(金佺)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김전 또한 그 부친 못지않게 재주가 탁월했다. 그의 글솜씨는 옛적 한퇴지나 이태백을 방불케 했고, 글씨는 조맹부나 왕희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천하의 이름난 선비들이 김전에게 배우거나 사귀기 위해 구름 모이듯 몰려들었다. 그러나 원래부터 넉넉지 않던 살림에다 부친이 타계한 이후 극진히 삼년상을 치르고 나니 김전의 신세는 더욱 가난하고 처량해졌다. 어느 날 김전은 먼 곳의 태수 벼슬을 얻어 부임하게 된 절친한 벗을 전송하러 갔다. 술과 음식을 갖추어 나귀에 싣고 반하수(半河水)라는 강을 건너는데, 때마침 물가에서 어부들이 큰 거북 한 마리를 잡아 구워 먹으려는 것을 발견했다. 김전이 멀찍이서 바라보니 거북은 슬픈 표정을 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그 거북의 이마 위에는 하늘 천(天) 자가, 배 가운데에는 목숨 수(壽) 자와 복 복(福) 자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p.17~18 숙향이 다섯 살 되던 해, 금나라가 송나라의 형초 땅을 침범하여 전란이 일어났다. 백성들은 모두 집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김전도 가족을 데리고 집을 떠나 강릉으로 피란을 가던 중 도적을 만나 하인들과 재물을 모두 잃고 말았다. 김전은 겨우 목숨을 부지한 부인 장씨와 숙향만을 이끌고 죽기 살기로 달아났다. “숙향아, 아비의 목을 꼭 붙들어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어린 숙향을 등에 업은 김전은 지친 아내의 손을 잡아끌며 달렸다. 그러나 쫓아오는 도적들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질 뿐이었다. 다급해진 김전은 기진맥진한 장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성통곡하고 말했다. “여보, 이러다간 우리 모두 꼼짝없이 죽고 말겠소. 도적들은 지척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기력이 다했으니 어찌하오. 하늘이 도와 살기만 한다면 자식은 다시 만날 수도 있겠으나 불행히도 도적에게 잡혀 죽어 버린다면 우리의 죽은 몸은 누가 거두어 줄 것이며 조상님들의 제사는 누가 받들겠소. 차마 견딜 수 없도록 야속한 일이지만 숙향을 여기 두고 우선 급한 화를 피하였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데려가기로 합시다.” 장씨는 남편의 말을 듣고 얼이 빠져 몸이 굳었다가 이내 처연한 표정으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말했다. “나는 못 가겠어요. 여기서 숙향이와 함께 죽겠소. 당신 혼자 어서 빨리 달아나서 목숨을 부지한 후에 우리 모녀의 죽은 몸이나마 찾아 거두어 주시오.” ---p.28~29 숙향은 피란하는 사람들과도, 도움을 주던 새들과도 헤어져 혼자 울며 방황하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니 산 위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오가는 것 같아 무조건 험한 산길에 접어들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하늘에는 달빛이 처량한데 배는 고프고 스스로 가엾은 생각만 가득해졌다. 결국 오도 가도 못하고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자니 어디선가 푸른 새 한 마리가 낯선 모습의 꽃을 한 송이 물고 날아와 손등에 앉았다. 숙향은 새가 물고 온 꽃을 받아 입에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숙향의 손에 앉아 있던 새는 문득 날아오르더니 갈 길을 일러 주는 것처럼 천천히 날아갔다. 숙향이 그 새를 따라 고개를 두어 개 넘자 눈앞에 크고 화려한 궁전 하나가 나타났다. 웬 여인이 궁전에서 나와 숙향에게 인사하고 안으로 인도해 들어갔다. 궁전 안에는 머리에 화관을 쓰고 칠보로 단장한 부인이 황금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숙향이 들어오자 의자에서 내려와 절하며 말했다. ---p.37~38 노파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선은 부모님께 거짓 핑계를 대고 여행을 다녀오겠노라고 말했다. “형초 땅에 뛰어난 문장가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소문을 들은 천하의 이름난 선비들이 그곳으로 모인다 하오니 소자도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이 위공은 아들의 말을 기특히 여기고 허락했다. 이선은 황금 백 냥을 노잣돈 삼아 챙기고 노새를 몰아 곧바로 남양 땅으로 갔다. 김전의 집을 물어물어 찾아가니 웬 노인이 나와 맞이했다. “낙양 북촌 이 위공의 아들 선이 주인을 뵈러 왔다고 전해 주게나.” ---p.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