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머리에 9
「사씨남정기」를 읽기 전에 13 사씨남정기 1. 신동 유연수,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23 2. 관음찬을 인연으로 사정옥과 백년가약을 맺다 26 3. 시아버지의 죽음과 후사에 대해 근심하다 42 4. 교씨를 둘째 부인으로 맞이하다 47 5. 교씨의 참소로 집안에 불화가 시작되다 53 6. 동청의 등장과 함께 교씨의 음모가 깊어지다 61 7. 옥지환으로 사씨 부인이 누명을 쓰다 70 8. 사씨 부인이 가문에서 쫓겨나다 91 9. 사씨 부인이 납치 위기를 넘기다 101 10. 남쪽으로 향하는 고된 물길, 절망에 빠지다 114 11. 사씨 부인이 황릉묘의 계시를 받다 124 12. 유연수, 마침내 진실을 마주하다 139 13. 기나긴 이별 끝에 극적으로 다시 만난 부부 166 14. 사씨 부인이 정실부인으로 돌아오다 178 15. 잃어버린 아들 인아를 되찾다 197 16. 교씨와 공모자들이 처참한 최후를 맞다 207 17. 유씨 가문이 번영하고 선악의 보응이 드러나다 215 「사씨남정기」 꼼꼼히 들여다보기 217 김만중의 문학 세계 247 |
金萬重
김만중의 다른 상품
윤진성의 다른 상품
|
“다른 분들의 말씀은 모두 공정하지 못한 듯하여, 제가 들은 대로 바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감께서 부귀한 집안을 원하신다면 엄 승상 댁만 한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질고 지혜로운 규수를 원하신다면 신성현(新城縣)의 사급사(謝給事) 댁 소저(小姐)만 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두 집안 가운데에서 고르시면 좋을 듯합니다.”
매파의 말에 유현이 대답했다. “부귀는 본래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오. 나는 어진 며느리를 얻고 싶소. 사급사는 대간 벼슬을 하다가 억울하게 귀양지에서 죽은 사람 아닌가. 참으로 강직한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그 집안에 딸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소.” “그 소저는 용모와 덕행이 모두 뛰어납니다. 제가 중매 일을 한 지 삼십 년이 넘었고, 높은 벼슬아치와 재상가의 딸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단정하고 지혜로운 소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더 알아보실 필요도 없을 만큼 훌륭한 규수입니다.” 매파의 답을 들은 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얼굴만 보고 며느리를 들이려는 것이 아니오. 무엇보다 현숙한 덕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오.” “사 소저는 덕행과 용모가 모두 훌륭합니다. 제 말을 믿기 어려우시다면, 사 소저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직접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주파는 이렇게 말하며 사 소저를 거듭 칭찬하고 장담했다. 매파가 돌아간 뒤, 유현은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두 부인과 상의했다. 그러자 두 부인이 좋은 방도를 내놓았다. --- p.26~27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지나 어느덧 삼년상을 마칠 때가 되었다. 상을 마친 뒤 유 한림이 다시 관직에 나아가자, 황제는 그를 크게 쓰고자 했다. 그러나 유 한림이 조정의 간신배들을 배척하는 강직한 기개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엄 승상(嚴丞相)은 그를 몹시 꺼려 사사건건 훼방을 놓았다. 그 때문에 유 한림은 뛰어난 재주와 명망에도 불구하고 벼슬길에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더구나 유 한림의 나이가 서른에 이르도록 슬하에 혈육 하나 없었으니, 부부의 시름은 날로 깊어졌다. 이를 누구보다 근심하던 사씨 부인은 마침내 한림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첩은 본디 몸이 허약하여 상공을 모신 지 십여 년이 지났으나, 아직 혈육 하나 얻지 못하였습니다. 옛말에 불효가 삼천 가지라 하나 그중 아들 없는 죄가 가장 크다 하였으니, 후사를 잇지 못한 저의 죄는 실로 가볍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상공의 너그러우신 덕으로 무탈히 지내 왔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상공께서는 대대로 독자(獨子)로 이어 온 유씨 가문의 종손이십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씨 가문의 종사가 끊어질까 심히 걱정됩니다. 부디 첩을 개의치 마시고 어진 여인을 새로 들이시어 아들딸을 얻으신다면, 이는 가문의 큰 경사일 뿐 아니라 첩의 허물 또한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사씨 부인의 말에 유 한림은 허허 웃으며, 아내를 위로했다. “자식이 없다 하여 어찌 부인을 두고 다른 여인을 들이겠소. 예로부터 소실을 들이면 집안이 어지러워지는 일이 많다 하였거늘, 부인은 어찌 스스로 화근을 부르려 하오? 이는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니, 다시는 그런 말을 꺼내지 마시오.” 이에 사씨 부인이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첩이 비록 부족하오나, 세속의 아낙들이 투기하여 일을 그르치는 폐단쯤은 익히 알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거두어 주시옵소서. 옛사람들도 한 남편이 처첩을 두고도 화목하게 지내면 이를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첩이 비록 덕망은 모자라나, 어리석은 여인들의 투기를 본받아 집안을 어지럽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p.43~45 유 한림이 동청을 불러 사람됨을 살펴보니, 말이 민첩하고 막힘이 없었다. 더구나 믿는 친구의 추천까지 있었으므로, 곧 그를 집에 두고 서사(書士)로 임명하여, 문서와 집안일을 맡아보게 했다. 그런데 동청은 본래 간사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 그는 유 한림에게 아첨하고, 유 한림이 하고자 하는 일을 미리 알아차려 비위를 잘 맞추었다. 순진한 유 한림은 그런 동청을 기뻐하며 점점 신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청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사씨 부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유 한림에게 넌지시 말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동청이라는 사람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큰일을 저지르기 전에 내보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전에 있던 곳에서도 좋지 못한 일을 많이 하다가 일이 드러나 쫓겨났다고 하니, 곧 내보내십시오.” “남의 소문이 참인지 거짓인지 어찌 알 수 있겠소. 더구나 친구의 추천으로 받아들인 사람이니, 좋고 나쁨은 좀 더 두고 보아야 하지 않겠소?” “사람은 바르지 못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주위 사람까지 그릇된 일에 물들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니 빨리 내보내어 집안의 법도가 어지러워지지 않도록 미리 막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일 그런 표리부동한 사람 때문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가법이 무너진다면, 그때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말도 일리는 있소.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남을 헐뜯는 소문을 퍼뜨리기 좋아하니, 지금 들은 말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소. 조금 써 보아야 참과 거짓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좋지 못한 점이 드러나면 그때 처리하는 것이 옳지 않겠소?” 사씨 부인은 자신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남편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로 말했을 때 남편이 자기 말을 따랐을 터인데, 이번에는 유난히 고집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실 유 한림이 사씨 부인을 신임하는 마음은 예전과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첩 교씨의 참소로 인해 한림에게 사씨 부인을 의심하는 마음이 생긴 것을 아직 사씨 부인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말은 길어졌으나, 끝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 뒤 동청은 큰집의 살림을 도맡는 집사로서 일을 전담하게 되었다. 그는 더욱 힘써 유 한림의 비위를 맞추었고, 동청의 간교함에 눈이 가려진 유 한림은 사씨 부인의 충고를 쓸데없는 걱정으로 여기며 잊어버렸다. 그러고는 오히려 동청을 더욱 신임하여 중요한 집안일까지 거의 일임했다. --- p.61~63 이때 사씨 부인은 배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만경창파(萬頃蒼波) 위에 거센 바람이 일어나자, 파도는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구쳤고, 배는 마치 나뭇잎처럼 물결에 이리저리 사납게 흔들렸다. 위험한 풍랑 속을 지나가던 장삿배들은 새벽달 아래 찬바람을 맞으며 힘겹게 닻줄을 감아올렸다. 그 소리만으로도 강물이 얼마나 깊고 험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양자강 양쪽 산골짜기에서는 원숭이 떼가 구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와, 풍랑과 파도에 시달리는 선객들의 마음을 더욱 어지럽게 했다. 거센 풍랑에 흔들리는 배 안에서 사씨 부인은 자신의 불행한 신세를 끝없이 한탄했다. 규중의 정숙한 여인으로 살아왔건만 더러운 죄명을 쓰고 시집에서 쫓겨났고, 다시 박해를 피해 장사로 달아나는 길에 이제는 끝없는 거친 물결 위의 작은 배 한 척에 목숨을 맡기게 되었으니, 오장이 뒤집히고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사씨 부인은 통곡하며 하늘에 호소했다. “하늘은 어찌하여 저 같은 사람을 세상에 내시고, 이토록 기구한 운명을 정해 주셨습니까?” 유모도 그 말을 듣고 함께 슬피 울다가, 먼저 울음을 그치고 사씨 부인을 위로했다. “하늘은 비록 높으시나, 살피심은 밝으십니다. 부인의 앞길도 머지않아 반드시 트일 것입니다.” 유모의 말에 사씨 부인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팔자가 기박하여 너희들까지 고생시키니 마음이 아프구나. 나는 내 죄로 이런 고생을 겪는다 하더라도, 유모와 차환은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모두 나 같은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니, 내가 어찌 미안하지 않겠느냐. 규중 여자의 몸으로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이토록 풍랑이 심한 물 위에 표류하고 있으니 앞으로 내 신세가 어찌 될지 알 수 없구나. 더구나 두 부인께서 이런 사정을 알고 기다리시는 것도 아닌데, 시집에서 쫓겨난 몸으로 구차하게 살아서 장사까지 구원을 바라고 가고 있으니, 이 신세가 어찌 가련하지 않겠느냐. 차라리 이 물속에 몸을 던져 굴원(屈原)의 충혼을 따르고 싶구나.” --- p.142~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