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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함께 읽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당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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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

책소개

목차

이 책을 추천하며
책머리에
이 책의 구성

송기숙
개는 왜 짖는가
당제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나머지 반도
처삼촌 묘 벌초하기
아무도 모르라고

저자 소개 4

1935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5년과 1966년 『현대문학』에 각각 평론과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민주화운동과 교육운동에 치열하게 참여하여 두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분단현실과 민중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 중량 있는 작품을 속속 발표하며 민족문학의 중추 역할을 감당해왔다. 소설집 『백의민족』 『도깨비 잔치』 『재수 없는 금의환향』 『개는 왜 짖는가』 『테러리스트』 『어머니의 깃발』 『들국화 송이송이』, 장편소설 『자랏골의 비가』 『암태도』 『은내골 기행』 『오월의 미소』, 대하소설 『녹두장군』, 산문집 『녹두꽃이
1935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5년과 1966년 『현대문학』에 각각 평론과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민주화운동과 교육운동에 치열하게 참여하여 두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분단현실과 민중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 중량 있는 작품을 속속 발표하며 민족문학의 중추 역할을 감당해왔다. 소설집 『백의민족』 『도깨비 잔치』 『재수 없는 금의환향』 『개는 왜 짖는가』 『테러리스트』 『어머니의 깃발』 『들국화 송이송이』, 장편소설 『자랏골의 비가』 『암태도』 『은내골 기행』 『오월의 미소』, 대하소설 『녹두장군』, 산문집 『녹두꽃이 떨어지면』 『교수와 죄수 사이』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민담집 『보쌈』, 어린이청소년도서 『이야기 동학농민전쟁』 『보쌈 당해서 장가간 홀아비』 등을 지었다. 목포교육대 국어교육과 및 전남대 국문과 교수,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의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및 상임고문, 5·18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금호예술상, 요산문학상, 동학농민혁명 대상, 후광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12월 별세했다.

송기숙의 다른 상품

成碩濟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호랑이를 봤다』 『홀림』 『지금 행복해』 『첫사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믜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궁전의 새』 『순정』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등,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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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 교육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인천하늘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人間味)를 지닌 사람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 『패턴국어 중학문법 종합편 상』, 『패턴국어 중학문법 종합편 하』, 『패턴국어 문법 기본편』,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 『패턴국어 고등문학:현대시』, 『패턴국어 고등문법:기출문제』,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 소설』, 『패턴국어 고등문학:고전시가』,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2』,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3』, 『청소년을 위한 학교 국어 문법』,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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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48*210*30mm
ISBN13
9791124905036

책 속으로

진실의 상징, 짖는 개와 질식당한 매미

사회의 부조리와 악을 감지하면 짖어대는 셰퍼드 ‘또철이’의 모습에서 이 작품의 풍자는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짐승조차 불의를 감지하면 짖어대는데 정작 기자는 외압을 두려워해 고발 기사를 폐기한다. 이러한 역설적 대비는 지식인의 침묵이 지닌 윤리적 파산을 분명하게 부각한다. 여기에 오랜 인고 끝에 땅속을 박차고 나와 힘차게 울어대는 ‘말매미’는 억압을 뚫고 터져 나와야 할 진실의 목소리를 상징한다. 그러나 결말에서 처남이 잡아 온 말매미는 아이의 손에 끌려다니다가, 끝내 책상 위 분재 소나무에 실이 친친 감긴 채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이는 1980년대 군사 독재 아래에서 언론이 겪어야 했던 탄압과 강요된 침묵을 적나라하게 형상화한다.

지식인의 자기 기만과 내면의 붕괴

결국 박영하는 시대적 사명과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다 내면이 철저히 붕괴하고 만다. 만취한 그가 동네가 떠나가라 악을 쓰며 “개 주둥이를 묶어버리겠다”고 절규하는 대목은 이 소설이 지닌 가장 뼈아픈 아이러니이다. 부조리를 향해 짖는 개의 주둥이를 언론인이 스스로 묶겠다고 분노하는 행위는, 진실을 감당할 용기를 잃은 지식인이 도리어 진실을 외치는 타자의 목소리마저 두려워하고 혐오하게 된 극한의 자기 기만이자 정신적 파탄을 의미한다. 이를 전해 들은 아내가 던진 가벼운 핀잔은 지식인의 모순과 허위의식을 객관화하여 조롱하는 탁월한 비판적 장치로 기능한다.
--- pp. 26-27

배달아이는 힐끔 돌아보더니 후닥닥 도망쳤다. 마치 무얼 훔치다가 들킨 꼴이었다. 진창까지 밟으며 정신없이 뛰었다. 운동화 한 짝이 벗겨져 공중으로 튕겨 올라갔다. 신을 집더니 제대로 신지도 않고 손에 들고 뛰었다. 골목을 거의 빠져나가서야 이쪽을 돌아보며 신을 신었다. 누구한테 붙잡혀 뺨이라도 얻어맞은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며칠 뒤 성탄절 아침이었다. 전날 저녁에 술이 많이 취했으나 다섯 살짜리 아들 녀석이 고장난 장난감을 고쳐 달라고 극성을 피우는 바람에 일찍 눈이 뜨였다. 외할머니며 이모들한테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때 골목에서 ‘××일보요’ 하는 소리가 났다. 영하 집에서 제대로 구독을 하고 있는, 영하 회사의 경쟁지였다. 그 억지 신문은 아직 날아들지 않고 있었다. 언제나 그 신문이 먼저 날아드는데 오늘은 좀 늦는 모양이었다.

순간, 지난번 흙탕에서 튕겨 오르던 그 배달아이의 신발이 머리를 스쳤다. 영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 포켓을 뒤졌다. 오천 원짜리가 나왔다. 천 원짜리를 찾았으나 없었다. 그대로 손에 쥐고 대문간으로 나갔다. 신문대하고는 상관없이 운동화 한 켤레 사 신으라고 할 참이었다. 골목에는 눈이 허옇게 쌓여 있었다. 저쪽에서 배달아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던 아이가 영하를 보더니 우뚝 멈춰 섰다. 대번에 주눅이 들어 조그맣게 오그라들었다.
--- pp.38-39

짖는 개와 침묵하는 언론의 뼈아픈 대비

선생님: 맞아. 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그 통쾌한 할아버지들이 아니라,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박영하 기자’야. 박 기자는 노인들의 부탁을 받고 어떻게 행동했지?

지현: 사생활 침해니 뭐니 핑계를 대면서 엄청 빼잖아요. 예전에는 한 달에 특종을 세 번이나 낼 정도로 유능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기자였다고 나오는데, 지금은 그냥 산에 나무하러 간 게으른 머슴처럼 대충 기사를 쓰고 무기력하게 지내요. 솔직히 너무 답답하고 비겁해 보였어요.

선생님: 겉보기엔 그저 답답하고 비겁해 보일 수 있어. 하지만 박 기자가 왜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 이 소설의 배경인 80년대는 ‘언론 통폐합’과 ‘보도지침’ 등으로 언론의 자유가 철저히 탄압받던 억압적인 군사 독재 정권 시기였어.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권력에 의해 가차 없이 해직되거나 끌려가던 시대였지.

태우: 아! 그래서 중간에 과거 회상 장면이 나왔군요. 억지로 배달되는 신문을 막으려고 나갔다가, 신문 배달하는 가난한 소년이 눈길에 미끄러져서 박 기자를 엄청난 공포에 질린 눈으로 쳐다봤던 일이요.
--- pp.92-93

면장이 관계 직원을 앞세우고 왔다.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조국 근대화니, 지역사회 개발이니 하는 거창한 말들과 함께 늘어놓는 개발 계획이란 것을 듣고 난 감내골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계획의 엄청나기가 감내골 동네 하나 물에 잠기는 것쯤 큰 공사판의 자갈 한 무더기꼴도 아니었다. 남의 논에 물 대자고 멀쩡한 동네를 물속으로 집어넣는다니 그게 될 법이나 한 소리냐고 떵떵 큰소리쳤던 사람들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뚝배기에 든 두꺼비 꼴로 눈만 말뚱거리고 있던 동네 사람들은 보상금 이야기가 나오자, 그제야 잠에서 깨난 사람들처럼 제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땅값과 집값을 보상하면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나섰다. 동네 운수는 이미 뒈진 놈 인중 틀어지듯 글러버린 것, 물에 빠질 것은 빠지더라도 보따리나 제대로 챙기자는 심사들인 것 같았다.

보상금 이야기를 대강 듣고 난 동네 사람들은 조금은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보상이 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면 땅값이나 집값 같은 것도 파장에 떨이 흥정하듯 후릴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정말 정부는 나무 한 그루까지 촘촘히 세어 보상을 했다. 상전벽해라더니, 일이 그런 터무니없는 말 그대로 한번 되어보자고 그랬던지 이 동네는 한때 잠업 단지였던 터라 유독 뽕나무가 많았는데, 정부는 감나무나 유자나무 등 큰 나무는 말할 것도 없이, 이 뽕나무 한 그루까지도 낱낱이 세어 값을 매겼다. 밭에 심어 김매고 거름 주어 가꾼 참뽕나무뿐만 아니라, 예사 때는 밭둑 잡초 속에 버려져 몇 낱 열리는 오디로나 개구장이들의 눈길을 끌 뿐이던 구새먹은 개뽕나무도 온전한 참뽕나무와 함께 의젓한 한 그루 뽕나무 대접을 해주었다.
--- pp.102-103

이장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지금으로부터 뭣이냐, 감천리 퇴비증산왕 뽑기 풀베기 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하겠습니다. 금일 이 경사스러운 풀베기 대회에 즈음하여, 뭣이냐, 이렇게 많이 참가해 주신 출전 선수 여러분과 뭣이냐, 어디까지나 협조적인 견지에서 이렇게 많이 나와 주신 동네 내빈 여러분, 그리고 이 대회의 고문이신 마을 원로 노인 여러분에 대하여, 뭣이냐, 본 이장은, 이 부락 이장으로서 또, 뭣이냐, 이 대회의 대회장으로서 뭣이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겸하여, 무쌍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임다.”

이장은 내빈과 고문들을 향해서 사뭇 정중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사를 했다.

“특히나, 이번 대회에 즈음하여서는, 뭣이냐, 본 군의 대표이신 군수 영감님께서, 어디까지나 협조적이고, 우호적이고, 대민적인 견지에서, 뭣이냐, 테레비를 한 대 하사하신 영광에 대하여, 뭣이냐, 우리 부락민 일동은 어디까지나 국민 총화적 견지에서 뭣이냐, 심심한 감사와 동시에 뜨거운, 뭣이냐, 하여간, 뜨거운 감사의 정신을 전폭적으로 피력하지 아니하면 아니되겄슴다. 이 테레비에 대하여 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이 테레비는 어디까지나 본 이장이 군청 산업과장을 직접 단독적으로 면담을 요청하여, 뭣이냐, 수몰지구 주민의 제반 애로사항과 협조사항을 어디까지나 건설적인 견지에서 건의한 결과, 뭣이냐, 군수 영감님께서 본 이장의 건의 사항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 이 말씀임다. 이와 같은 영광에 즈음하여 우리 부락민 일동은 앞으로 이 마을을 떠남에 있어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뭣이냐, 국민 총화적 견지에서 어디까지나 협조적인 정신으로 총매진하지 아니하면 절대로 아니 되겄다 이 말씀임다.”
--- pp.142-143

삼식이가 벌통 하나를 냅다 걷어차 버렸다. 거푸 찼다. 또철이도 걷어찼다. 벌통이 다섯 통이나 뒤집히고 말았다. 왕, 벌떼가 쏟아져 나왔다. 성난 벌떼가 뭇사람의 얼굴에 시커멓게 붙었다. 집이 송두리째 뒤집힌 벌들은, 오줌 벼락 맞은 땅벌 정도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벌을 터느라 두 손을 내저으며 죽어라 도망쳤다. 벌들은 걷어찬 놈이고 굿본 놈이고, 주인이고, 남이고, 가리지 않았다. 벌 한 통에 보통 2, 3만 마리, 그러니까 10만에서 15만의 대군이었다.

몇 방씩 쏘였는지 도무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 얼굴, 목덜미, 팔, 다리 살이 나온 곳은 안 쏘인 데 없이 다 쏘였다. 부어오르기 시작하자 도무지 말이 아니었다. 눈은 양쪽 눈들이 다 지난번 둘례 눈이 되어 버렸고, 입술은 위아랫 입술 다 그때 이장 입술이 되고 말았다. 모두 2, 3일씩 방안에서 끙끙 앓고 누웠다.

“거봐 내가 뭐랬어? 저런 일이 그냥 제절로 있는 일인 중 알어? 지난번에 그만했으면 알아채리고 아가리를 닥치고 있어야제 그래도 못된 아가리를 놀렸으니 가만두겠어? 이번에 저로크롬 눈하고 입을 닫아서 차분히 뉘어논 것은 무슨 이챈 중 알어? 당산나무 폴아묵자는 소리가 가당한 소린가 아닌가 가만히 눈 감고 누워서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란 소리여. 그따위 아가리를 또 한 번만 널려봐. 아침에는 벌이 나서지 않을 것이여. 두고 보라구.”
--- pp.162-163

운명의 아이러니와 소시민의 애환

소설집 『참말로 좋은 날』(2006)과 단편 「처삼촌 묘 벌초하기」(2010) 등에서 그는 소시민의 일상과 아이러니한 운명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불행이나, 체면과 허위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촌극을 통해 삶이 우리 뜻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능청스럽게 보여 준다. 작가는 인물들이 겪는 황당한 상황을 희화화하면서도 결코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남루한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감싸 안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긍정을 놓지 않는 것이 성석제 문학의 힘이다.

깊어진 시선으로 응시하는 내면과 예술

중견 작가로 접어든 뒤 발표한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2017) 등에서는 성석제 특유의 입담에 더해, 기억과 예술, 내면을 응시하는 한층 깊어진 시선이 두드러진다. 초기의 작품들이 왁자지껄한 소동과 생동하는 말의 힘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면, 이후의 작품들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과 예술적 기원의 문제를 보다 섬세하게 복원해 낸다. 이는 성석제 문학이 단순한 농담이나 익살의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는 여전히 활달한 이야기꾼이지만, 동시에 인간 내면의 복잡한 결을 탐사하는 세밀한 관찰자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문체와 서사를 통해 성석제는 인간이라는 복잡다단한 숲을 탐사하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포획하는 우리 시대의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하고 있다.

--- pp.199-200

추천평

이 책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을 읽어주겠다니 참 아름다운 인간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그 시대가 창출한 가장 강렬한 정신적 유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일 텐데, 커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직접 창작을 해온 사람으로서, 문학이 인성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높게 평가함은 당연하며, 한바탕 성장과 발육을 향해서만 치닫는 청소년기야말로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을 때라는 생각을 늘 해온 사람이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읽으면서 자랐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도시로 나간 시골소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동화집은 나로서는 세상에는 없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도 신비한 글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책들을 찾아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훨씬 훗날 미국에 가서 한국문학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칠까 고심하다가 나는 결국 나의 성장기에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을 갖고 가서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들은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 중학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는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세상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까지 뻗친 것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서연비람〉이 엮어낸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읽어라! 모르겠거든 알 때까지 읽어라! 이것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소설을 쓰면서 얻은 올바른 소설독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으니 서연비람의 독자들이야말로 천군에 만마를 얻은 셈이다. 이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은 아름다운 단편소설 모음집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걸어 괜히 낯설거나 정체가 불명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좀 해묵어 보이더라도 우리 조부모 때부터,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읽히고 검증을 받아온 모범적인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편편이 ‘작가 소개 - 작품 해설 - 작품 - 선생님이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의 순서를 밟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이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는 이 책이 고안한 아주 특별한 코너로서, 그동안 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한 선생과 학생의 실체를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학습은 꼭 배워서만 안다기보다 그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회초리와 함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시절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 송하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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