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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의 가든파티발문 | 누군가의 하얀 얼굴이 유령처럼 펄럭 눈앞을 스쳐가고 | 김도연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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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돼(못생긴 돼지)’라는 닉네임을 가진 조정필은 어느 비 오는 새벽 만취 운전자가 운전하는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보이그룹의 멤버였던 카이(권지승)는 멤버들과 함께 강릉에 놀러 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경을 헤맨다. 닥터 이어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무리들은 조정필의 뇌를 카이의 머리에 이식한 뒤 차연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킨다. 일련의 재활 과정을 거친 조정필(1988년 11월 12일생)은 카이의 몸을 얻어 차연(1999년 5월 23일생)으로 새로운 삶을 맞게 된 것이다. 차연은 자신을 둘러보며 중얼거린다.―이 기억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지금보다 22센티미터 정도 키가 작던 시절. 지금보다 35킬로그램 정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던 시절. 지금보다 나이 많고 둔하고 덜 건강하던 시절.(57, 60쪽)하지만 상황은 달라진 몸뚱이와 희미한 기억에서 멈추지 않는다. 카이를 기억하는 정인을 우연히 마주쳤기 때문이다. 처음엔 정인에게서 도망쳤다가 얼마 후 다시 만나 이렇게 대화를 나눈다.―정말 미안해요. 정인 씨가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럼에도 바로 그 사람의 몸으로 이렇게 나타나서.―그러면 오빠는…… 누구예요?(156, 157쪽)소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소설가 한차현이 차연을 통해 꾸는 몽상은 마침내 ‘늙은이들의 가든파티’에까지 초대받는다. 아니, 처음부터 그곳에 가기 위해 차연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늙은이들은 누구이고 또 어떤 파티인가. 돈깨나 있고, 권력깨나 있는, 그러니까 한가락 하는 늙은이들이 탐욕스런 침을 흘리며 차연을 바라보는 파티인 것이다. 그들은 모두 건장한 차연의 몸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안달을 부리는 자들이다. 차연은 그들을 위해 앨리웁 덩크를 시도한다. 그렇게 차연은 청평의 어느 별장에까지 도착한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어느 회장의 별장에.―내가 누구인지. 누구여야 하는지. 이 삶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이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건지. 그래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질문의 답을 찾고 싶었어요.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뭔가 행동하는 방식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뭐든 함께 해나가는 방식으로.(188쪽)그러나 차연의 이런 바람은 박수를 받지만 그저 손바닥 안의 소박한 바람일 뿐이다. 하룻밤이 제대로 지나가기도 전에 차연은 수술대 위에 올라가고 만다. 차연의 머리에 들어갈 늙은 회장의 뇌는 유리관 속에 담겨 있고 회장의 젊은 아내 홍새미는 이렇게 속삭인다. “애초부터 차연 씨의 것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러니 원망하지 말아요.” 차연은 곧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될 운명에 처한다. 다시 같은 꿈이 찾아오고…… 누군가의 하얀 얼굴이 유령처럼 펄럭거리며 눈앞을 스쳐가고……■ 작가의 말조던 필 감독의 스릴러 영화 「겟 아웃(Get Out)」(2017)을 봤던 독자라면 눈치채셨겠지만 『늙은이들의 가든파티』는 그 영화의 몇 요소들로부터 중요한 모티프를 제공받으며 구상을 시작했다. 착취적 성격의 뇌 이식 수술 부분이 바로 그러하다. 훌륭한 작품으로 소설적 영감을 선사한 원작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소설 속 가련한 두 청춘, 정인과 차연에게도 마음의 짐이 무겁다. 소설가 잘못 만나서 별 이상하고 더러운 꼴을 다 만나게 했던 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두 사람의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에 끝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들의 미래에, 만에 하나 그런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 부디 작품 속 일상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과 평안이 함께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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