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최우수작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 김선경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우수작 에세이라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법 ∥ 강아람 『에세이즘』 우수작 자유항의 주도자들 ∥ 김샤론 『면세 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 우수작 병명에 관한 변명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말하기 ∥ 김연주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앓기, 읽기, 쓰기, 살기』 우수작 말더듬이였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일찍 만났더라면 ∥ 김준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우수작 등을 바라본다는 것, 성장이라는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 김태현 『룩 백』 우수작 독소의 시대, 무너지는 세상의 언저리에서 그 자체로 완전한 버섯을 찾다 ∥ 오효정 『세계 끝의 버섯: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 우수작 빈 것을 당신께 드리오니 ∥ 이종승 『분더카머: 시, 꿈, 돌, 숲, 빵, 이미지의 방』 우수작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 임은정 『기억·서사』 심사 경위 심사평 |
김선경의 다른 상품
임은정의 다른 상품
|
산업화와 전쟁, 급격한 경제 성장을 지나며 생존의 긴장은 집단적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형성된 불안은 사회적 정서가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감각 속에서 자랐다. 그 결과 성취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그 부끄러움이 자아의 밑바탕이 된다. 불안을 내면화한 세대가 또 다른 불안을 길러내는 셈이다. 그래서 자녀를 성과로 관리하는 일은 단지 교육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식으로써의 통제다. 이러한 통제는 결국 관계를 단절시키고 만다.
---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중에서 만약 에세이가 우주에 관하여 쓴다면, 우주의 원리에 대하여 쓰기보다, 우주의 먼지에 관하여 쓸 것이다. 물론 『에세이즘』에는 우주 먼지를 다루는 연구자들도 등장한다. 그러나 독자들이 그들의 논문에서 읽을 우주 먼지와 에세이에서 읽을 우주 먼지는 다를 것이다. 『에세이즘』에서 등장한 우주 먼지가 우주 먼지의 정의와 정체가 아니라, 에세이의 사소함을 은유하는 것으로 쓰인 것처럼. --- 「에세이라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법」 중에서 상쇄하는 권력은 기존 권력 구조와 규모 면에서 비등하거나 크면서도,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지녀야 하는데, 그것은 미술을 재화로 유용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적 순환 구조를 역행하는 어떤 움직임(혹은 이념)이어야 한다. 역-권력의 중심에 있는 가치는 예술의 공공성일 수도 있고, 예술적 자립성일 수도 있으며, 혹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적 발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는 이차적인 문제다. --- 「자유항의 주도자들」 중에서 완치로 인한 일상의 귀환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만성 질환자들에게 ‘이후의 삶’은 존재한다. 오히려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비유대로 ‘건강한 사람들의 왕국’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실향민들 혹은 이주민으로서의 삶, 또는 난민 같은 떠돌이 생활이 새롭게 부과된다. 질병이란 그러므로 한 기점을 두고 이전과 이후를 나눈다는 점에서 일종의 바디우(Alain Badiou)적 의미의 사건이다. --- 「병명에 관한 변명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말하기」 중에서 살다 보면 때로는 세상 누구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아 주눅 들고 말하기가 두려운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런데도 나를 이해해 주는 단 몇 명의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선물 받아 읽고 난 뒤 나도 용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때로 말이 입속에서 엉길 때도 ‘나는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 당황하지 않고 웃어 넘기며 어느 정도 다시 말하게 되었으니까. --- 「말더듬이였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일찍 만났더라면」 중에서 우리는 흔히 꿈을 인생의 이정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정표가 빛나는 이유는 묵묵히 내 옆을 지켜 주고 뒤에서 나를 바라봐 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혹시 지금 길을 잃고 방황 중이라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라. 당신이 나아갈 진짜 이유가, 당신의 이정표가 바로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화내며 뒤돌아보지 마라(Don't Look Back in Anger). 그저 사랑으로 기억하고, 그들의 의지를 이어 앞으로 나아가라. --- 「등을 바라본다는 것, 성장이라는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중에서 미래는 통제가 아니라 자생력을 키우는 데 있으며, 이는 버섯이 자연 발생적으로 땅에 등장하는 모습과 닮았다. 버섯을 포함한 미생물들은 인간의 오염에서나 멸망 이후에도 같은 자리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이는 그들이 탈경계적 존재로서 오직 자연의 언어를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재가 지구에 이로운가? 저자의 말대로 생존은 패치가 만나 이뤄지는 불확실성에 기인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발생에 이유와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협력을 통한 공생이다. --- 「독소의 시대, 무너지는 세상의 언저리에서 그 자체로 완전한 버섯을 찾다」 중에서 쓰고 옮기고 읽는 행동을 하는 이유의 근원은 언어의 전달력 이전에 타인의 체험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공통분모가 없다면 고작 공백일 뿐인 말을 알아듣고 다시 전하기. 이토록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굳이 꾀하는 까닭은 결국 당신에 대한 사랑. 매끈한 주제 한 가지로 수렴하지 않는 잡다한 기억을 모아 독자에게 아낌없이 주는 책인 『분더카머』를 쓴 이도 애정 어린 눈길을 곳곳에 보낸다. 숲에, 벽장에, 빵집에, 묘지에, 예술에. --- 「빈 것을 당신께 드리오니」 중에서 사건을 겪은 사람이 사건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렇게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사건을 겪은 사람도 사건 그 자체를 완전하게 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건의 표상 불가능성에 좌절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일본인이면서 현대 아랍 문학 전공자인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알레고리 삼아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의 존재에 대하여 계속해서 말하기를 시도한다. ---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중에서 |
|
시대, 시선, 상상이라는 사건
수상작들이 다룬 책들은 그 자체로 탁월하지만, 아홉 명의 서평가가 건네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또 다른 질문과 세계를 얻는다. 김선경의 서평은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어머니가 남긴 기록을 통해 완전한 양육에 대한 신화와 타인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파헤친다. 임은정은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역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존재들의 기억과 서사를 통해, 완전하게 전달할 수 없는 사건을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를 탐색한다. 서평들은 독자에게 책을 읽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불안한 시대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렌즈를 제공한다. 느리게 읽고, 오래 질문하기 속독과 알고리즘이 취향을 빠르게 분류하고 다음 책을 추천하는 시대에, 『제2회 우주리뷰상 수상작품집』은 한 권의 책 앞에 오래 머무르는 읽기의 가치를 말한다. 수록된 서평들은 책을 신속하게 요약하거나 구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보로 바꾸지 않는다. 책의 문장과 논리를 천천히 따라가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질문을 자신의 경험과 사회의 문제에 연결해 새로운 비평의 언어를 만들어 낸다. 최우수작 김선경의 「콜럼바인 사건」은 총기 난사 사건을 충격적인 범죄나 한 가족의 비극으로 소비하지 않고, 완벽한 양육과 통제에 대한 믿음이 관계를 어떻게 단절시키는지 집요하게 살핀다. 책이 제공하는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저자의 고백과 침묵, 한계까지 함께 읽으며, 개인의 사건을 우리 사회의 경쟁과 불안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한다. 여덟 편의 우수작 역시 빠른 이해와 단정적인 평가를 거부한다. 에세이의 사소함과 파편성, 자본과 미술의 결합, 아픈 몸을 말하는 언어, 말더듬과 그림책의 위로, 창작과 상실,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이어지는 공생, 쓰기와 번역에 담긴 믿음, 타인의 기억을 전달하는 윤리처럼 쉽게 환원할 수 없는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오래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아홉 편의 서평은 책이 남긴 질문을 자기만의 언어로 견디고 확장하는 일임을 나타낸다. 심사위원들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심사평과 수상자 후기를 통해서는 그러한 읽기가 한 편의 설득력 있는 서평으로 완성되는 과정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500여 편의 응모작 가운데 뾰족하게 튀어나온 아홉 편의 서평! 우주리뷰상은 2024년에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와 알라딘이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처음으로 개최한 서평 공모전이다. 제1회 공모전이 책의 장르를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독자들의 폭넓은 읽기와 쓰기를 확인했다면, 제2회 공모전은 알라딘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을 대상으로 지난 25년 동안 우리 시대의 길잡이가 되어 온 책들을 다시 읽고 쓰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약 세 달간 진행된 공모에는 500여 편의 서평이 접수되어, 책을 깊이 읽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려는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상작품집에는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8편, 총 아홉 편의 서평이 수록되었다. 심사는 도서의 내용을 충실히 소개하고 저자의 주장을 분석하면서도, 서평자의 공감과 이견을 분명히 드러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에 책에서 얻은 사유를 인간과 사회를 향한 더 넓은 질문으로 확장하고, 독자로 하여금 대상 도서를 다시 펼치고 싶게 만드는 문장과 ‘글맛’을 갖추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최우수작 김선경의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는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다루며, 자녀를 완전하게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한다. 개인의 비극을 한 가족의 책임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고통을 이해하는 사회의 언어와 태도를 질문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아람의 「에세이라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법」은 『에세이즘』을 통해 에세이의 사소함과 자유로움을 탐구하고, 김샤론의 「자유항의 주도자들」은 『면세 미술』을 읽으며 자본의 순환 속에 놓인 미술과 예술의 공공성을 살핀다. 김연주의 「병명에 관한 변명들」은 아픔을 말하고 기록하는 일이 환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다. 김준수의 「말더듬이였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일찍 만났더라면」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와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불완전한 언어를 받아들이는 위로를 건넨다. 김태현의 「등을 바라본다는 것, 성장이라는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룩 백』을 통해 창작과 우정, 상실과 성장의 의미를 성찰하고, 오효정의 「독소의 시대, 무너지는 세상의 언저리에서 그 자체로 완전한 버섯을 찾다」는 『세계 끝의 버섯』에서 자본주의의 폐허를 넘어서는 생명과 공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종승의 「빈 것을 당신께 드리오니」는 『분더카머』에서 쓰기와 번역, 읽기의 근원에 놓인 타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발견하고, 임은정의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은 『기억·서사』를 통해 역사적 사건의 기억이 어떻게 이야기되고 전달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밖에도 경제학자 김두얼,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 각 분야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아홉 명 수상자의 후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독서라는 사건을 기록한 아홉 편의 서평 “그녀는 이상적인 질서 안에 있을 때는 평화로웠지만, 그 질서가 흔들리면 공감보다 통제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가 부모의 안정을 사랑으로 느낄 때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은 곧 사랑을 잃는 일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선경의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는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다룬다. 김선경은 이 책을 가해자 어머니의 참회나 양육 실패에 관한 기록으로만 읽지 않고, ‘좋은 부모’와 ‘올바른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이 어떻게 판단과 통제의 언어로 변하는지를 살핀다. 특히 부모가 제공하는 질서와 사랑이 결합할 때, 아이가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을 사랑을 잃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은 딜런의 내면을 개인적 기질만으로 설명하지 않게 한다. 이 서평은 수 클리볼드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그녀를 또 하나의 단순한 가해자로 만들지 않는다. “『에세이즘』은 딜런이 추구한 대로 파편적이나 동시에 형식적이다. 임의의 모양으로 별자리를 읽어 내듯이 독자들은 에세이의 목록 사이에서 의미를 읽어 낼 수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강아람의 「에세이라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법」은 『에세이즘』을 통해 에세이의 형식과 가능성을 탐색한다. 강아람은 에세이를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나 작가 개인의 경험을 과잉 노출하는 장르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 있는 기억과 인용, 사물과 생각이 별자리처럼 연결되면서 하나의 의미를 만드는 형식으로 이해한다. 『에세이즘』에 애정을 보이면서도 출판 시장의 권력이나 재현의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한계까지 짚는다. “상쇄하는 권력은 기존 권력 구조와 규모 면에서 비등하거나 크면서도,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지녀야 하는데, 그것은 미술을 재화로 유용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적 순환 구조를 역행하는 어떤 움직임(혹은 이념)이어야 한다.” 김샤론의 「자유항의 주도자들」은 『면세 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을 읽으며 미술과 자본, 권력이 결합하는 구조를 분석한다. 중요한 점은 예술의 공공성을 무조건적인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성 역시 새로운 통제 권력이 될 수 있다고 질문하면서, 시장의 사유화와 국가의 통제 사이에서 예술이 자립성을 확보할 방법을 모색한다. “보편적 증상과 복용할 약품명이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로, 우리의 언어로.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이제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연주의 「병명에 관한 변명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말하기」는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앓기, 읽기, 쓰기, 살기』를 통해 병명은 고통을 설명하고 타인의 이해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한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담아내지는 못함을 말한다. 개인적 체험을 논지 확인 사례로 소비하지 않고, 아픈 몸이 말할 권리와 그 말을 듣는 태도의 문제로 확장한 서평이다. “잠시 소년이 아빠와 걸었던 강가에 나도 서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소년의 이야기가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해 주는 강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준수의 「말더듬이였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일찍 만났더라면」는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다룬다. 김준수는 어린 시절 말더듬증으로 겪은 기억을 그림책 속 소년의 경험과 겹쳐 읽으며, 강물이라는 비유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핀다. 말더듬는 아이는 고쳐져야 할 결함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멈추고 굽이치면서도 자기만의 리듬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이 된다.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믿어 주었던 우리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는 것, 즉 우리의 삶을 묵묵히 살아 내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태현의 「등을 바라본다는 것, 성장이라는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은 『룩 백』을 창작과 우정, 상실과 애도의 이야기로 읽는다. 이 서평에서 성장은 상실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익숙한 과정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이전의 자신이 사라진 뒤, 그 사람이 믿어 준 자신의 모습을 계속 살아 내는 일이다. “포유류 중 몸집 대비 뇌의 비율이 유독 큰 인간은 머리를 골똘히 쓰느라, 우리가 자연과 얇은 세포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체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오효정의 「독소의 시대, 무너지는 세상의 언저리에서 그 자체로 완전한 버섯을 찾다」는 『세계 끝의 버섯』을 통해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출현하는 생명과 관계를 탐구한다. 오효정은 버섯을 황폐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체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인간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여러 존재와 공생할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독일어를 읽지 못하는 나는 여러 언어 사이에서 망연해지는 순간을 그저 동경한다. 종교와 신을 믿지 않는 직업인에게도 황홀경은 아닐망정 최소한의 경건이 허해지기를, 아무것도 아닌 나의 말을 드리오니 당신이 받기를 간구하며.” 이종승의 「빈 것을 당신께 드리오니」는 『분더카머: 시, 꿈, 돌, 숲, 빵, 이미지의 방』을 읽으며 의미를 전달한다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자막 감수와 편집 등 언어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일을 해 오며 번역을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옮기는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언어 사이에는 번역되지 않는 공백이 남지만, 창작자는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어조와 리듬, 이미지 배열을 통해 공백 너머의 감각을 건넨다. “사건의 ‘말할 수 없음’이 망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언자의 자격 조건에 지나치게 엄격했다는 점은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임은정의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은 오카 마리의 『기억·서사』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야기할 자격과 책임을 묻는다. 피해 당사자가 죽었거나 말할 언어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타자까지 침묵한다면, ‘말할 수 없음’은 곧 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서평은 타자의 증언을 당사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건을 완전히 전달할 수 없다는 한계 자체를 증언하는 일로 이해한다. 2025 우주리뷰상 심사평 가운데 김선경 「콜럼바인 사건: 완전함의 신화와 통제의 구조」 이 서평은 미국에서 일어난 비극을 한국의 비극적 현실을 반사하는 거울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책 곳곳에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오는 여러 층위의 도덕과 윤리와 규범 사이에서 의미의 혼재는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서평자는 그 통제의 순연 구조까지 놓치지는 않았음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보여 준다. -권석준(화학/고분자공학자, 성균관대학교 교수) 강아람 「에세이라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법」 ‘에세이’라는 이름이 지닌 모호함의 기원을 언어와 시대의 흐름에서 탐색하는 과정은 담담하면서도 치밀하다. 글은 스스로의 형식 안에서 ‘에세이즘’을 실험하며, 그 문장은 과하지 않게 균형을 잡고 있다. 강아람은 딜런의 문장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그 너머의 세계를 바라본다. -전은지(항공우주공학자, KAIST 교수) 김샤론 「자유항의 주도자들」 히토 슈타이얼은 요약으로는 정확히 소개하기 어려운 저자고 그의 글은 더욱 그렇다. 『면세 미술』의 역자들은 적절하게도 ‘혼란스럽지만 박력 있는’ 글이라고 평했는데, 그의 ‘혼란스러움’은 글이 부정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극도로 정확해서 발생한다. 부연은커녕 상술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논증에 불가결한 문장들만 동원해,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를 쓰듯 쓴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교수) 김연주 「병명에 관한 변명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말하기」 저자처럼 물음 운석을 몸과 마음 안에 질병의 형식으로 끌어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오래 간구한 응답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응답은 물음을 해소하는 최종의 말이 아니라 존엄한 삶의 한 양식을 사는 자들이 서로를 알아보았다는 신호의 영구한 메아리라 해야 할 것이다. -윤경희(문학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지대학교 강사) 김준수 「말더듬이였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일찍 만났더라면」 서평이 단순히 책을 분해하고 심오한 개념들에 기대 평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서평자의 큰 통찰을 펼쳐 보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글은 탁월했고 감동을 주었다. 아울러 그림책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책의 줄거리나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그것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하는지 조망하는 부분 또한 훌륭했다. -김두얼(경제학자, 명지대학교 교수) 김태현 「등을 바라본다는 것, 성장이라는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 김태현의 서평은 이처럼 책을 사랑하는 자들이 자기의 책 읽기를 고백하고 서로의 책 읽기를 독려하며 유혹과 환대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나는 김태현의 서평 덕분에 후지모토 타츠키라는, 부끄럽게도 전혀 몰랐던 예술가의 세계에 기꺼이 입문하고 싶어졌다. -윤경희(문학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지대학교 강사) 오효정 「독소의 시대, 무너지는 세상의 언저리에서 그 자체로 완전한 버섯을 찾다」 책과 거리를 둘 수 없어 차라리 한 몸이 되었을 것이고, 저자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책 옆에 서서 복화술로 말하고 싶었을 것이며,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식으로 해당 책의 로컬 버전을 쓴 것일 테고, 그래서 글의 구조도 인간 중심적 진보 담론을 닮은 선형적인 그것이 아니라 서평 도서의 구조를 닮은 패치워크 스타일이 됐을지도 모른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교수) 이종승 「빈 것을 당신께 드리오니」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 다양한 층위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감수하고 전달한 경험을 쌓은 이종승은 자신의 직업적 배경과 특수성을 그대로 살려 이 책을 한 단계 더 깊이 읽어 낸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의미의 전달을 위해 창작자가 언어 이전의 배열에 쏟은 정성에 담긴 태도다. -권석준(화학/고분자공학자, 성균관대학교 교수) 임은정 「난민적 삶의 가능성과 서사 탐색」 언어와 실재 사이의 괴리와 내셔널리즘이라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난민적 삶을 제안하는 저자의 주장에, 조국을 재정의할 필요성과 서사를 재탐구함으로써 공유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역설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정우현(분자생물학자,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