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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스티브 잡스
제국에서 쫓겨난 천재가 다시 애플을 설계하기까지, 감춰진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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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넥스트, 애플을 구한 빈칸(대니얼 레윈)

[제1부] 추방당한 왕

1장 심장을 도려내다
2장 다시 숨을 쉬다
3장 “그들이 저를 체포하겠다네요”
4장 청바지를 입은 여섯 사람
5장 영웅과 멍청이 사이
6장 “저는 말이 아니라 기수에게 베팅합니다”
7장 문 닫을 이유들의 목록
8장 "모든 것이 고장 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9장 왕자, 무대로 돌아오다
10장 “검은색을 원하시면, 페인트 한 통 팔아드리죠”
11장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12장 집을 지은 사람

[제2부] 폐허가 된 왕국

13장 오리에게 협박당하다
14장 “이 기기는 서버입니다. 절대로 전원을 끄지 마세요”
15장 비전가, 폭군
16장 “당신들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습니까?”
17장 스파이와 데드헤드
18장 “점진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19장 화형식

[제3부] 왕의 귀환

20장 자갈로 쌓은 진보
21장 보이지 않는 토대
22장 “우리는 배를 태울 겁니다”
23장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자리
24장 “이것이 미래입니다”
25장 구멍 난 배
26장 결투
27장 한 발은 밖에 두고
28장 “넥스트가 애플을 인수한 것이었죠”
에필로그: 신중히 숨겨진 마음
후기: 날카로운 모서리가 부드러워질 때(애드 캣멀)

저자 소개 2

제프리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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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ffrey Cain

제프리 케인은 해외 특파원으로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타임Time」, 「뉴리퍼블릭The New Republic」 등에 글을 기고했다. 한국에서 5년간 거주했으며,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생으로 런던 대학교의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와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제프리 케인은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회원이다.
우리나라에 PC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부터 여러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해 왔다. 1995년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에는 선후배들과 함께 리눅스 기반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회사를 설립해 개발에 몰두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함께했던 많은 개발자들이 리눅스와 오픈 소스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95년부터 한성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NHN NEXT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학장으로 개발자 양성에 힘썼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 융합대학에서 전
우리나라에 PC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부터 여러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해 왔다. 1995년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에는 선후배들과 함께 리눅스 기반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회사를 설립해 개발에 몰두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함께했던 많은 개발자들이 리눅스와 오픈 소스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95년부터 한성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NHN NEXT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학장으로 개발자 양성에 힘썼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 융합대학에서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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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152*215*27mm
ISBN13
9791124516096

책 속으로

그가 자리를 뜨면서 브로슈어를 손가락으로 비벼 종이의 질을 가늠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소한 행동 하나가, 세월이 흐르며 내가 점점 높이 사게 된 그의 한 가지 기질을 알려주었다. 바로 집중력이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걷어내고 오직 상대만을 바라보는 특유의 방식이 있었다. 사업상의 문제와 마주했을때도 그는 군더더기를 쳐내고 문제를 그 본질까지 깎아낼 줄 알았다. 그리고 로고나 종이의 질 같은 디자인 문제에 관해서라면, 그는 언제나 까다로운 비평가였다.
---「서문」중에서

밤이면 스티브는 집 밖에 앉아 별을 올려다보았다. 성인이 된 이후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애플을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 긴 낮과, 그보다 더 긴 밤을. 이제 그에게는 진정한 친구도, 돌아갈 다른 삶도 없었다. 스티브는 한동안 모습을 감추기로 했다. 과거의 삶에서 한 발 물러나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갑자기 그가 사라졌습니다.” 제이는 회고했다. “아무도 그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제1장 심장을 도려내다」중에서

모두 스티브의 거실에 모였다. 그러나 애플에서의 탈출을 축하하는 대신 어색한 질문에 직면해야 했다. “이제 뭘 하죠?” 대니얼이 물었다. 새 회사에는 이름도 없었고 사업 계획도 없었다. 물론 제품도 없었다. 대학용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막연한 비전만 있을 뿐이었다. 스티브와 팀은 며칠간 어떻게 회사를 이륙시킬지를 놓고 함께 머리를 맞댔다.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동안, 스티브의 자신감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이미 한물간 인간이 된 것은 아닌지, 사기꾼은 아닌지, 어제의 비전가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소리 내어 자문했다. 자신이 평생 아무런 목적 없이 떠돌아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은 아닌지를 물었다.
---「제3장 “그들이 저를 체포하겠다네요”」중에서

따라서 스티브는 신규 채용에 높은 기준을 세웠다. “0이 마이너스보다 낫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재능과 폭을 함께 추구했다. 수영 챔피언, 음악가, 서퍼와 같이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들을 원했다. 면접에서 그는 지원자에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 예를 들어 “당신은 당신 분야에서 최고의 하드웨어 설계자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지원자가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는 이렇게 받았다. “그럼 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낫겠군요!” 스티브는 최고의 인재를 찾고 유지하는 데 집착했다. 그리고 그는 리더가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 목격한 바 있었다.
---「제4장 청바지를 입은 여섯 사람」중에서

새벽 1시, 피로로 눈이 휑해진 채 절망감에 빠져 있던 줄리어스는 넥스트 복도에서 스티브와 버드를 우연히 마주쳤다. “그냥 CD를 틀어서 넘어가면 얼마나 문제가 될까요?” 그는 묻자마자 곧바로 후회했다. 스티브는 살기 어린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이걸 제대로 못 해내면, 당신은 후손을 남기지 못할 겁니다.” 스티브에게 음악은 단지 또 하나의 컴퓨터 기능이 아니었다. 그것은 컴퓨터의 영혼 그 자체였다. 그는 넥스트 컴퓨터가 살아 있는 생생한 음악을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고, 그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기념비로서, 기증받은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를 넥스트 연구소 한가운데에 놓아두기까지 했다.
---「제9장 왕자, 무대로 돌아오다」중에서

네 가지 새 제품이 그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드 드라이브와 프린터가 추가된 원래 큐브 가격의 절반 정도인 4,995달러짜리 보급형 넥스트스테이션, 더 빠른 넥스트스테이션 터보, 선명한 디스플레이의 넥스트스테이션 컬러, 그리고 속도와 컬러 그래픽을 결합한 최고급형 넥스트스테이션 터보 컬러가 그것이었다. 넥스트는 기존 큐브도 업그레이드했지만, 미래를 대표하는 것은 넥스트스테이션이었다. 스티브는 넥스트 스테이션을 “모니터 바로 아래 놓이는 슬랩(slab), 즉 판”이라고 소개했다.
---「제13장 오리에게 협박당하다」중에서

넥스트는 다시 한번 파산 직전에 있었다. 2년 전 캐논으로부터 받은 1억 달러의 현금은 이미 소진해버린 상태였다. 이제 스티브가 로스 페로와 넥스트스텝에 대한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했을 IBM을 밀어낸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장 확실한 길들은 모두 막혀버렸다. 결국 마지막 남은 주요 투자자는 캐논뿐이었다. 그래서 스티브는 도쿄행 비행기에 올라 캐논 임원 다나카 히로시에게 추가 대출을 구걸해야 했다. 다나카와 그의 팀은, 스티브의 넥스트 재정 관리 실패와 이전 합의대로 COO를 고용하지 않은 것에 불쾌해하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만약 추가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넥스트는 무너질 수 있었고, 그러면 그들의 1억 달러 전체 투자가 연기처럼 사라질 판이었기 때문이다.
---「제16장 “당신들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습니까?”」중에서

“인생은 지적인 것이라 믿습니다. 세상 일은 무작위로 일어나지 않아요”라고 스티브는 후에 〈타임〉에 말했다. 12년 동안 그는 방황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고, 불가능한 꿈을 쫓는다고 조롱당했으며, 실패로 인해 겸손해졌고, 상실을 통해 재창조되었다. 이제 1997년 9월 16일, 그는 추방이라는 불길 속에서 단련된 인간으로 돌아왔다. 유배지에서의 세월이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는 부서졌고 다시 만들어졌다. 그는 지속 가능한 강한 회사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제28장 “넥스트가 애플을 인수한 것이었죠”」중에서

출판사 리뷰

* 지금 당신 손안의 아이폰, 매일 여는 웹브라우저, 우리가 사랑하는 오늘의 애플. 그 전부가 잡스의 ‘실패한 12년’에서 태어났다
* 111명의 증언과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영상·문서로 복원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 전 스티브 잡스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들
*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때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쫓겨난 것이야말로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2005년 스탠퍼드 졸업 축사의 한 문장이다. 애플이나 잡스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행운’
의 실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1985년의 추방에서 1997년의 복귀까지, 잡스 인생의 한가운데 놓인 12년. 공식 전기는 이 시기를 서둘러 요약했고, 영화들은 몇 장면으로 소비하고 지나갔다. 인류 최초의 월드와이드웹이 잡스의 ‘실패작’ 컴퓨터 위에서 켜졌다는 사실을, 오늘의 맥과 아이폰이 그 12년 동안 벼려진 기술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드물다. 우리가 아는 잡스 신화의 정중앙에는 12년짜리 빈칸이 뚫려 있는 셈이다.

이 책은 그 빈칸을 가득 채울 기록이다. 『삼성 라이징』으로 삼성의 민낯을 파헤쳤던 저널리스트 제프리 케인은, 넥스트 시절의 잡스를 곁에서 지켜본 111명을 인터뷰하고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회의 영상과 내부 문서를 추적해, 신화가 건너뛴 12년을 컷 단위로 되살려냈다. 첫 아이맥의 반투명 케이스에 설레던 독자라면, 키노트 무대 위의 잡스를 사랑했던 독자라면, 맥과 아이폰이 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한 번이라도 궁금했던 독자라면, 이 책은 당신의 서가에서 오랫동안 비어 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될 것이다.

편집부가 원고를 읽으며 몇 번이고 밑줄을 그었던 세 개의 장면을 먼저 소개한다. 애플과 잡스를 아껴온 독자라면, 이 세 장면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_장면 하나. "그것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어요"
잡스는 어쩌다 NSA와 CIA의 은밀한 파트너가 되었나?

어느 날, 넥스트 본사에 명함도 없이 이름만 밝히는 사내들이 갑작스레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밥입니다." "샐리입니다." 허름한 사복 차림에 그저 ‘옆집 사람’ 같았던 이 방문자들의 정체는 국가안보국, CIA에서 나온 요원들이었다. 그들이 탐낸 것은 넥스트의 검은 큐브다. 정찰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특수 칩에, 스파이가 기밀을 읽고 파기해도 흔적이 남지 않는 광학 디스크까지, 큐브는 사실상 완벽한 스파이 기기였다. NSA 내부에선 이 기계를 "가장 진보된 소프트웨어 환경을 가장 작고 깔끔한 패키지에 담았다"라고 극찬했고, 파산 직전의 넥스트를 다음 분기까지 연명시킨 돈줄도 바로 이들이었다. 잡스가 무대 위에서 태연하게 시연했던 협업 소프트웨어의 진짜 사용자는, 랭글리의 CIA 분석관과 모스크바의 현장 요원이었다.

진짜 충격은 그다음에 온다. 넥스트의 수석 과학자가 개발한 ‘타원 곡선 암호화’는 시대를 30년 앞선 기술이었다. 오늘날 비트코인과 HTTPS, 당신 손안의 아이폰 보안까지 떠받치는 바로 그 기술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이메일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았던 국가안보국은 이 기술을 없애라 요구했고, 잡스는 최대 고객의 심기를 거스르는 대신 자신의 가장 앞선 발명을 제 손으로 묻었다. "그들이 스티브를 설득했어요." 현장에 있던 개발자의 증언은 짧고 서늘하다. 애플 사옥에 해적기를 올리고 ‘1984’ 광고로 빅브라더에 맞섰던 시대의 풍운아가, 감시자들과 타협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한 기자가 CIA가 최대 고객이라는 소문을 캐묻자 잡스는 답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어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의 눈에 그는, 애꾸눈을 한 악독한 해적 선장처럼 보였다. 그 어떤 전기에도, 어떤 보도자료에도 실린 적 없는 이 은밀한 뒷거래의 전말이 이 책에서 처음으로 낱낱이 공개된다.

_장면 둘. "당신이 옳았어요." "무엇이요?" "가족이요."
회사를 떠났던 공동 창업자가 증언하는, 폭군이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한 아침

이 장면의 증인은 넥스트 공동 창업자 대니얼 레윈이다. 넥스트 초창기의 잡스는 휴일이든 가족의 생일이든 아랑곳없이 임원들을 주말 회의에 불러냈고, 아내와 어린 아들들 곁에 있으려던 레윈은 그와 번번이 부딪치다 끝내 지쳐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1993년, 잡스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고, 그 자리에 레윈이 있었다. 얼마 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아침 식사 자리. 늘 그렇듯 조금 늦게 도착한 잡스는 예전 그대로의 미소를 지으며, 그답지 않은 첫마디를 꺼낸다. "당신이 옳았어요." "무엇이요?" "가족이요." 그날 아침 두 사람은 제품 이야기 대신, 오직 가족만이 가르쳐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장면이 실린 자리가 각별하다. 잡스와 싸우다 떠난 바로 그 공동 창업자가 30여 년이 지나 이 책의 서문을 직접 썼고, 그 서문에서 이 아침 장면을 증언한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잡스는 무대 위의 완벽한 아이콘이다. 하지만 독자가 정말 목격하고 싶은 것은 위대하고 매끈한 신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상실과 실패를 통과하며 비로소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는 순간이다. "애플에서 쫓겨난 것이야말로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라는 그 유명한 문장이, 이 조용한 아침 식사 장면을 읽고 나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_장면 셋. "실제로는, 넥스트가 애플을 인수한 것이었죠."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통쾌한 역전극

1997년, 파산 직전의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한다. 서류상 승자는 애플이었다. 그러나 넥스트 공동 창업자 버드 트리블은 멀리서 잡스의 행보를 지켜보며 깨닫는다. "그것은 역인수였습니다. 실제로는 넥스트가 애플을 인수한 것이었죠." 잡스는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갈아치우고 넥스트 출신들을 요직에 앉히며, 12년 전 자신을 내쫓았던 회사의 왕좌에 앉는다. 넥스트가 황야에서 벼려온 운영체제 넥스트스텝은 맥 OS X의 심장이 되었고, 그 심장은 지금도 맥과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에서 힘차게 뛰고 있다. 함께 돌아온 넥스트의 하드웨어 수장 존 루빈스타인은 모두가 불가능하다던 아이맥을 단 14개월 만에 완성해 애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이 장면에 이르면 유배 12년의 의미가 완전히 뒤집힌다. 넥스트는 잡스가 방황한 사잇길이 아니라, 오늘의 애플을 떠받치는 토대를 조용히 벼려낸 시간이었다. 쫓겨난 자가 자신을 쫓아낸 제국을 안에서부터 다시 설계하는 이 통쾌한 역전극을, 독자는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숨죽이며 따라가게 된다.

세 장면 외에도 이야기는 빼곡하다. 무명의 물리학자 팀 버너스리가 넥스트 큐브 한 대로 인류 최초의 월드와이드웹을 만들었고, 그 기기를 재시작하면 웹 전체가 인터넷에서 사라지던 시절의 풍경. 디자인 거장 폴 랜드에게 로고 시안 단 하나의 값으로 10만 달러를 건네고, 화장실 타일 줄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2만 달러를 들여 갈아엎던 광적인 완벽주의. 자금난의 넥스트를 구한 로스 페로의 2,000만 달러, 그리고 애플 탈환을 위해 래리 엘리슨과 진지하게 모의했던 적대적 인수 계획까지. 존 스컬리, 장루이 가세, 에드 캣멀, 폴 랜드. 애플의 역사를 아는 독자라면 이름만으로 반가울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등장해,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사건들의 이면을 증언한다.

어떤 소설도 이 실화만큼 잘 짜이지 못했다

이 12년이 낳은 것은 넥스트스텝만이 아니다. 같은 시기 잡스는 루카스필름에서 사들인 작은 컴퓨터그래픽 부서에 자기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훗날 픽사라 불리게 될 이 ‘밑 빠진 독’은 1995년 〈토이 스토리〉로 세계를 뒤흔들었고, 주식 상장과 함께 잡스를 억만장자로 만들어 애플 귀환의 물적 토대가 되었다. 실패작 넥스트와 실패작이 될 뻔 했던 픽사. 잡스가 12년 내내 붙들고 있던 두 개의 난파선이 어떻게 각각 애플의 심장과 할리우드의 새 역사가 되었는지, 이 책은 두 이야기를 나란히 좇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추방당한 왕(1부), 폐허가 된 왕국(2부), 왕의 귀환(3부)으로 이어지는 3부 구성은 잘 짜인 대하소설의 기승전결을 그대로 따른다. 몰락과 사투와 귀환의 드라마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결말을 우리 모두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여느 소설보다 강렬한 이유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30년 전의 회고에 머물지 않는다. 공동 창업자가 떠나고, 자금이 마르고, 확신과 불안이 매일 뒤바뀌던 넥스트의 사무실은, 오늘도 무언가를 만들며 버티는 모든 이들의 풍경과 그대로 겹쳐진다. 실패를 견디는 법, 때로는 비전을 굽혀야 한다는 것, 통제를 내려놓고 사람을 신뢰하는 법. 잡스가 12년의 황야에서 혹독하게 치른 수업료를, 독자는 이 한 권으로 대신 치를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곁에 있는 맥이나 아이폰을 한번 들여다보라. 그 매끈한 화면 아래에는 지금도 넥스트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한 인간은 어떻게 실패를 통해 다시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그 실패는 어떻게 세계를 다시 설계했는가. 당신이 알던 스티브 잡스는 절반의 초상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 당신이 사랑하는 애플의 진짜 기원이 이 책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주요 인물 소개

_스티브 잡스
애플에서 쫓겨난 뒤 넥스트(NeXT)와 픽사(Pixar)를 창업하며 길고 고통스러운 실패와 성장의 시간을 보낸 비운의 천재이자 주인공이다. 완벽주의적 강박으로 회사를 파산 위기까지 몰고 갔지만, 결국 모난 성격을 다듬고 기술과 지혜를 갖춘 채 애플의 구원자로 복귀한다.

_빌 게이츠
애플을 사지에서 구해준 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장이자 스티브 잡스의 평생의 숙적으로, 넥스트 시절 내내 잡스의 제품을 조롱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부하며 끊임없이 독설을 주고받고 대립했던 인물이다.

_존 스컬리
잡스가 직접 펩시에서 영입했으나, 1985년 이사회와 결탁해 그를 애플 매킨토시 팀에서 축출한 전 애플 CEO다. 제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혁신을 멈추고 파생 상품만 양산했으며, 결국 애플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린 원흉으로 묘사된다.

_대니얼 레윈
잡스와 함께 넥스트를 공동 창업한 핵심 멤버로, 애플 시절부터 교육 시장 영업을 총괄했던 뛰어난 마케터다. 때로는 잡스의 무리한 결정에 맞서 직언을 아끼지 않았으나, 결국 넥스트의 재정적 위기와 잡스의 통제 강박을 견디다 못해 사직하고 만다.

_장루이 가세
잡스가 쫓겨난 후 매킨토시 부서를 이끌게 된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프랑스 출신의 애플 임원이다.
훗날 애플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퇴사하여 ‘비(Be)’를 창업했고, 애플의 차세대 운영체제 자리를 두고 잡스의 넥스트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인다.

_로스 페로
텍사스 출신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넥스트에 2,0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한 최대 후원자다. 잡스에게 비용 절감과 실질적인 영업의 중요성을 거듭 조언했지만, 점차 잡스의 독단적인 운영과 끝없는 사업 부진에 실망하여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_애비 테바니안
카네기멜런 대학교 출신의 천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넥스트스텝 운영체제의 심장이 된 '마하(Mach) 마이크로커널'을 개발했다. 넥스트의 핵심 기술 발전을 이끌었으며,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한 후 매킨토시 운영체제 개편의 총괄 책임자로 발탁된다.

_리치 페이지
휴렛패커드 출신의 스타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잡스의 비전에 동참하여 넥스트 공동 창업자로 합류한 인물이다. 넥스트가 사실상 제품 실체가 없던 시절부터 스티브 잡스의 변덕과 무리한 요구를 견뎌내며 큐브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현실로 구현해 냈다.

_폴 랜드
IBM, UPS 등의 상징적인 로고를 탄생시킨 미국 디자인계의 전설적 거장으로, 잡스의 의뢰를 받아 넥스트의 로고를 디자인했다. 잡스와 예술적·미학적 철학을 깊이 공유했으며, 서로의 고집과 안목을 칭찬하며 오랜 우정을 나눈 드문 조력자다.

_길 아멜리오
파산 위기에 허덕이던 애플의 구원 투수로 영입된 CEO로, 무너진 매킨토시의 운영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을 찾아 나섰던 인물이다. 장루이 가세의 '비(Be)' 대신 잡스의 '넥스트'를 전격 인수하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만, 결국 잡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취임 500일 만에 사임한다.

_에드 캣멀
잡스가 인수한 루카스필름 컴퓨터 부서(현 픽사)를 공동 창업한 컴퓨터 과학자로, 픽사의 창작과 기술 개발을 이끈 수장이다. 완고했던 잡스가 실패를 거듭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한발 물러설 줄 아는 성숙한 리더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_존 루빈스타인
넥스트의 하드웨어 부문 수장으로 합류해 붕괴해 가는 하드웨어 사업을 수습했으며, 훗날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로 복귀한 하드웨어 책임자다. 애플 복귀 후 불가능해 보였던 '아이맥'의 개발을 단 14개월 만에 완수해 냈고, 이후 '아이팟'의 탄생을 이끌며 애플의 극적인 부활을 견인했다.

_래리 엘리슨
오라클(Oracle)의 CEO이자 잡스와 성향이 매우 비슷했던 절친한 친구로, 넥스트 이사회에 합류해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의 현실에 대해 뼈아픈 조언을 제공한 인물이다.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뒤 다시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막대한 자금을 모아 애플의 적대적 인수 합병을 진지하게 모의하고 추진했던 억만장자다.

작가의 말

스물세 살에 나는 서울로 건너갔다. 『타임』과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쓰며 경제와 기술, 그리고 북한 위기를 취재했다. 그러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매료되어 5년을 머물렀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내가 취재하고 글을 쓰는 방식을, 그리고 실패와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한국에서 쌓은 취재는 첫 책 『삼성 라이징』으로 이어졌고, 이 책은 파이낸셜 타임스·매킨지 ‘올해의 경영서’ 후보에 올랐다. 서울의 어느 저녁, 삼겹살을 앞에 두고 한 은퇴한 삼성 엔지니어가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83년, 그는 삼성의 첫 주력 제품이 될 64K D램 칩을 만드는 엔지니어 부대에 합류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삼성 엔지니어들은 한겨울 깊은 밤에 대오를 갖추고 산을 넘어 64킬로미터를 행군했다. 동틀 무렵 산을 내려온 그들은 구미에 새로 지은 삼성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노력과 헌신을 다짐하는 서약서에 서명한 뒤, 첫 근무에 들어가 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엔지니어는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기억에 지쳐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두 감정을 따로 떼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고생을 해야지요.”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취재를 위해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의 이런 이면을 보는 법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성공이 될 줄 아무도 몰랐던 시절을 보라는 것이었다. 그 불확실함, 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의미가 드러나는 노력 말이다. 모든 변화에는 그런 시절이 있다. 그러나 대개 그 시절을 기록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결국 『넥스트 스티브 잡스』를 쓰게 된 것도 바로 그래서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 뒤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세웠다. 아무도 그 회사가 성공하리라 보지 않았다. 돈은 돈대로 까먹었고, 직원과 공동 창업자들의 마음은 하나둘 떠나갔다. 문제는 잡스가 시대를 너무 앞서간 기술을 만든 탓에,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데 있었다.

잡스의 삶을 다룬 통상적인 이야기들은 이 시기를 서둘러 지나쳐버린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내가 이 시기를 쓰고 싶었던 이유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자료들이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록은 카네기멜런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 그리고 넥스트 출신 인사들의 집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넥스트 회의 자리의 잡스를 담았으나 한 번도 방송되지 않은 영상을 찾아냈다. 기자든 역사가든, 그 자료를 들여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그 고투의 한복판에서 여러 해를 보낸 임원과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그들은 해피엔딩으로 너무 빨리 건너뛰어버린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지워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늘 성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가 성공에 필요한 교훈을 가르쳐준 대목으로 곧장 건너뛴다. 스티브 잡스를 두고도 그렇게 한다. 삼성을 두고도, 또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경제 기적이자, 개발도상국들의 본보기다. 그러나 그 기적은 한가운데를 들여다볼 때에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한국이 가난을 딛고 정상의 자리로 올라서던, 그러나 그것이 성공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수십 년의 세월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건너뛰는 것이 바로 그 시절이다.

한국은 내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광야’의 시절이었음을 가르쳐주었다. 이 책 『넥스트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작업이 마침내, 그 모든 것이 비롯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더 없이 기쁘다.

추천평

스티브 잡스는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한 사람이지만, 그의 삶은 실패로 점철돼 있다. 이 책은 그가 애플에서 쫓겨난 12년,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 불렀던 그 실패에 관한 지극히 솔직한 기록이다. - 박태웅 (국가AI전략위 공공AX분과장)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혁신 뒤에는 잡스와 동료들의 처절한 분투가 있었다. 공동창업자가 떠나고 자금이 마르던 30년 전 넥스트의 사무실은, 오늘도 버티는 모든 창업자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 강수남 (모두의 주차장 전 대표)
대부분은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뒤의 화려함만 기억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돌아와 자기 역할을 더 잘 해낼 수 있었던 이유, 지금 곁에 있는 애플 제품에 남은 90년대 '잡스의 꿈결'을 증명한다. - 김정 (코드스쿼드 대표)
잘 다듬어진 영웅 서사가 아니다. 읽으면서 삼국지가 떠오를 만큼, 한 사람이 거듭된 실패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완벽한 기승전결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 박성철 (스페이스비전 AI 개발총괄이사)
넥스트와 픽사에서의 기간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완성되고 성숙한 스티브 잡스의 완성형을 모방하지 마라. 대신, 당신 자신을 변화시켜라. 그리고 실패했을 때 항상 다시 시작할 의지를 가져라. 그게 이 책이 전하려는 바다. - 에드 캣멀 (픽사 공동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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