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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
기획 노동,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일
김희경
웨일북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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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Ⅰ. 살림과 돌봄의 핵심역량, 기획 노동

보이지 않는 노동, 기획 노동을 호명하다
‘기획 노동’ 개념의 등장 |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기획은 노동 | 예측하고, 알아보고, 결정하는 무한 루프 | 기획 노동의 ‘기회비용’

2. 기울어진 저울 : 기획 노동의 성별 격차
‘똑같이’ 나누어도 남는 차이 | 큰 기획은 남편, 루틴은 아내 | 협조와 무관심 사이의 기획 노동 | 엄마들이 겪는 ‘불안’의 굴레 | 사회적 기대치의 차이 | 교육 기획 노동의 딜레마: 돌봄인가, 욕망인가

3. 시키는 것도 또 다른 기획 노동
“왜 내가 시켜야만 하나요?” | 정보를 찾고, 전달하고, 지휘하는 아내 | 기본값을 바꾸려는 ‘평등 노동’의 고단함 | 끝없는 선택과 결정의 피로

4. ‘세 번째 근무’는 어떻게 커리어를 잠식하는가
꺼지지 않는 백그라운드 앱 | 머릿속 노동의 부담이 몸과 삶에 새기는 것 | 내려놓은 야망, 좁아지는 커리어 | “내 일은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Ⅱ. 홀로 지는 무게

5. 살림이 빠듯하면 머릿속도 한가할까
2년여에 걸친 덴마크의 논쟁 | 가난해도 기획 노동은 멈추지 않는다 | 기획 노동의 빈부격차

6. 부모가 쓰러진 그날 시작된 기획
들이닥친 돌봄의 기획 | 기획 너머의 일들 | 내가 결정을 잘한 걸까요 | 당신의 세계로 건너가는 법 | 딸의 자리, 딸의 선택

7. 장애아 엄마의 꺼지지 않는 관제탑
전문가도 알려주지 않는 길의 설계자 | 32명의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엄마 | 결정의 무게: 불안과 자기 검열 | 모두의 ‘허브’, 아무도 없는 자리 | 내가 없어도, 네가 고를 수 있도록 | 끝나지 않는 기획 노동

8. 장애인의 기획, 타인의 손에 기대어 나로 살기
돌봄을 받으며 주도권 지키기 | 내 기획이 당신에게 이기심으로 보일 때 | 내 몸을 당신의 언어로 번역하기 | 이동 전날 밤의 시뮬레이션 | 제도가 주는 우울

Ⅲ. 함께 짊어지기

9. 기획 노동의 센스, 만들어진 능력
“저게 정말 안 보이나?” | 밖에서는 기획자, 집에서는 보조자 | 회피의 기술, 무기화된 무능력 | 해본 적이 없어서: 사회가 만든 무능 | 돌봄 본능은 어머니만의 것?

10. ‘조력자’를 넘어 - 기획부터 마침표까지
직접 해봐야 보이는 것들 | 기획도 내 것, 실행도 내 것 | 공정함이란 ‘반반’이 아니다

11. 기획 노동을 나누는 사회
노인 돌봄의 기획자, 케어 매니저 | 각자도생의 지식을 공공의 자산으로 | 찾지 않아도 제공되는 정보

12. 주의 깊은 목격자 되기
‘촉’이라고 부르는 것 | 감응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 돌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에필로그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논픽션 작가. 대학에서 인류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동아일보 기자,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여성가족부 차관, 강원대학교 객원교수로 일했다. 《우리, 나이 드는 존재》(공저), 《에이징 솔로》, 《이상한 정상가족》, 《여성의 일, 새로 고침》(공저), 《내 인생이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흥행의 재구성》을 썼고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공역),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아시안 잉글리시》, 《푸른 눈, 갈색 눈》을 우리말로 옮겼다. 사람의 행동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어떻게 바꿀 수
논픽션 작가. 대학에서 인류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동아일보 기자,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여성가족부 차관, 강원대학교 객원교수로 일했다. 《우리, 나이 드는 존재》(공저), 《에이징 솔로》, 《이상한 정상가족》, 《여성의 일, 새로 고침》(공저), 《내 인생이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흥행의 재구성》을 썼고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공역),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아시안 잉글리시》, 《푸른 눈, 갈색 눈》을 우리말로 옮겼다.
사람의 행동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궁리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보이지 않는 돌봄이 마침내 제 이름을 얻고, 한 개인의 짐이 사회 전체의 몫으로 나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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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40*210*20mm
ISBN13
9791194627296

책 속으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되레 돌봄의 기획 노동이 직장의 기획 업무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의 기획 노동은 스트레스를 줄 수는 있으나 일이 잘못되지 않는 한 정서적 영향이 덜하다. 일 중독자가 아닌 바에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파워 포인트를 만들면서 복잡하고 깊은 감정을 담아 장표를 다듬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가족생활에는 감정적 지뢰가 가득하다.
--- p.35

“바빠서인지 시급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어요. 학습지도 제가 여러 교사를 만난 뒤 여기가 뭐가 좋은 것 같다고 상의를 청하는데, 사실 상의도 아니죠. 남편 반응은 ‘좋은 것 같네. 하고 싶은 대로 해’ 정도니까요. 둘 다 일하는데 이런 고민은 저만 해요.”
--- p.53

“오히려 돈이 모자라니까 늘 고민하느라고 정신적 에너지를 다 쓰는 것 같아요. 딸이 학원을 보내달라는데 돈 때문에 못 보내면 가슴에 못이 박혀요.”
--- p.106

노인 돌봄은 종종 돌봄을 받는 사람이나 돌보는 사람 모두에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노년에 경제적,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짧고 굵게 겪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게만 허락된 행운이다.
--- p.115

박현경은 아들의 다른 기능에 비해 청각이 좋기에 음악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으나 당시 수업료가 남편 월급의 절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어릴 때 피아노를 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와 피아노 건반, 냄비를 같이 두드리며 가르치다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음악치료 대학원에 진학했다.
--- p.137

고나영은 “당사자의 필요를 제가 예측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사자의 마음을 모르겠다면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한 뒤 그중 원하는 것을 알려달라고 하고, 요청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는 구어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돌볼 때 돌보는 사람의 기획 노동은 ‘맥락 파악’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p.162

직장에서의 일과 살림·돌봄을 다 제대로 건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많은 여성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 일을 바꾼다. 직장에서 시간을 덜 써도 되지만 승진은 기대하기 어려운 부서 또는 일터로 옮기거나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 p.184

결국 취약한 사람에게서 기획 노동의 짐을 덜어주고 사회화한다는 것은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이상으로 사회 구성원의 존엄을 살피는 일이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시야를 조정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 pp.225-226

출판사 리뷰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기획 노동을
우리는 얼마나 무시해 왔는가
“돌봄을 받는 사람은 보이고, 돌봄을 기획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을 눈으로 확인하고, 임금으로 계산하는 일이라고 배워왔다. 그래서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정하는 일은 좀처럼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은 분명 누군가의 시간과 에너지,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노동은 손에 잡히는 결과물도, 근무 시간도, 임금도 없다. 무엇보다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측정되지 않는 노동은 쉽게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노동은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김희경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우리는 왜 돌봄을 이야기하면서도,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은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그 문제를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노동은 끝내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졌을까. 저자는 ‘기획 노동’이라 부르는 개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제도를 연결하는 ‘삶의 운영’에 관한 노동을 이야기한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데는 30분,
그전에 얼마나 많은 정신적 노동이 필요한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일정을 챙기고 계획하는 과정이
직장 일 못지않게 힘든 노동.”

‘왜 내가 고작 이거 하고도 힘들지?’ 가전제품은 점점 똑똑해졌지만, 왜 살림과 육아는 여전히 버거울까. 사회도 회사도 아닌, 작은 공동체인 가족의 일상을 꾸려갈 때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정신적 노동이 들어간다. 냉장고 속 재료를 파악하고, 가족의 식성을 고려해 식단을 짜고, 장보기 일정을 맞추고, 아이의 학원 일정을 조율하는 일. 눈에 보이는 집안일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 계획과 조정에 쓰인다. 이 책은 삶을 운영하는 책임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그 책임이 왜 오랫동안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는지를 추적한다.

돌봄은 갑자기 시작되지만,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엄마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지 못할까 봐 아등바등했다.”

부모를 돌본다는 것은 곁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부모의 삶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가족은 여럿이지만 돌봄의 중심은 한 사람에게 쏠린다. 그 책임은 대개 딸에게 넘겨지고, 특히 결혼하지 않은 딸에게 향한다. 저자는 부모 돌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안에서 돌봄의 책임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워지는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 거대한 부담을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가 돌봄의 책임을 함께 나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두려운 장애아 엄마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하는 말
“엄마한테 달렸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에게 돌봄은 하루의 반복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과제와도 같다.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와 교육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하지만,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답도, 매뉴얼도 없는 길에서 엄마는 아이가 세상이라는 곳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매 순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장애아 엄마의 이야기는 돌봄이 단순한 헌신이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끊임없이 설계하고 책임져야 하는 복합적인 기획 노동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장애 당사자에게 기획 노동은,
“자신의 고유한 신체 특성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번역’의 과정.”

우리는 돌봄을 받는 사람은 그저 도움을 받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 당사자의 삶은 그와 정반대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지, 자신의 몸과 감각을 어떻게 상대에게 전달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율해야 한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몸을 맡기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선택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저자는 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 돌봄은 제공하는 사람만의 노동이 아니라, 돌봄을 받는 사람 역시 치열한 기획 노동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돌봄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름 없는 노동’을 개인의 희생에서 사회의 몫으로
“이름을 붙이는 순간, 책임도 함께 나눌 수 있다.”

기획 노동은 어느 특별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도, 부모를 돌보는 집에도,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는 집에도, 그리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당사자의 삶에도 존재한다. 삶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늘 먼저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친다. 이 책은 오랫동안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겨졌던 돌봄을 사회의 문제로 다시 묻는다. 이름 없이 수행되어 온 노동을 드러내는 일은, 누군가의 희생을 칭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책임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돌봄을 다시 정의하는 순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추천평

돌봄 노동은 성별을 ‘넘어선’ 인간의 조건이다. 이 책은 왜 인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을 여성이 전담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고 날카롭게 분석한다. 가전제품의 발달과 예전보다 ‘가사에 참여하는 남성들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에게 요구되는 일은 줄지 않을까. 왜 여성들은 끝이 없고 보이지 않는 노동에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다”며 좌절하고 분투하고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기획 노동’ 개념은 여성들의 노동 시장에서의 첫 번째 노동, 퇴근 후의 가사와 육아 그리고 이 모든 노동을 24시간 머릿속에서 기획하고 조정해야 하는 세 번째 노동을 설명해 준다.
이 책은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시각의 이분법에 도전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왜 한 사회의 지속과 국가 정책의 의제인지를 명확히 한다. 가사 노동과 육아에 대한 남편들의 ‘무기화된 무능력’과 ‘의도된 부주의’는 여성의 비혼과 저출생률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다.
자신의 일에 부담과 혼란을 느끼는 여성, ‘사랑하는 아내’를 착취하면서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는 남성, 저출생이 문제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을 여전히 모르는 정치 종사자들의 필독서이다. - 정희진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여성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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