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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것 Ⅰ 나무 좋아하던 내 친구들은 다 죽어버렸다 美를 그리기 위해 눈을 감는다 사랑과 죽음의 합창 그린란드상어 의 몸 도리 Affection 서슬 Ⅱ 아시아를 떠나 아시안이 되다 Ⅲ 푸르게 이어가는 노래 다른 어디 사랑하는 모든 것을 만져볼 필요는 없다 모든 미래에서 이별의 시대에 나는 연관된 사실들 회색 지대 갯벌 이야기 갈라 진화론 서약 에필로그 다음 생 해설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세계가 있어야 한다-신형철 |
에밀리 정민 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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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을 늦추는 것. 사랑을 말이라 상상해보는 것. 우리를 떠올리는 것. (……)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건 바로 서로가 어떤 짐승인지 천천히 새겨보는 것이라고.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것」중에서 여자의 몸은 곧, 모음인 걸까. 여기 제 증거 모음을 제시합니다. 시 모음을, 물의 몸을, 몸을 바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우리 것이 맞는가? 수많은 몸이 땅과 바다에 뿌려진다. ---「____ 의 몸」중에서 나는 내가 사는 땅에 해로운 존재인 줄을 알고 나서도 장미목도리앵무를 사랑한다. Affection은 ‘애정’이란 뜻, 또 ‘병’이라는 뜻. ---「Affection」중에서 동아시아인이 ‘아시안’과 ‘아시안 아메리칸’ 안에서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소거해버리겠다는 의미라고 정한다. 이 카테고리들에, ‘공동체’ 같은, 우리가 자연스레 스스로를 집어넣으면서 다른 이들은 제외시켜버리는 용어들에, 계속해서 비판적 언어로 복잡성을 부여하고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의미라고 정한다. 나는 나를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만들어낸다. / 말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 글은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가? ---「아시아를 떠나 아시안이 되다」중에서 절벽 너머로 뛰어오르는 사슴, 죽은 우리 집 개, 자살하지 않은 우리 집 개 전부. 믿고 싶다. 당나귀가 물속에 발을 디뎠을 때, 고래가 산소 속 모래에 기댔을 때, 사슴이 하늘 위로 떠올랐을 때, 그들은 모두 다른 어디를 선택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끝으로가 아니었다고. 내 마음도 자주 다른 어디에 가 있다. ---「다른 어디」중에서 ‘욕망’은 틀린 단어 같고 ‘사랑’은 너무 평범하고 ‘헌신’은 너무 성스럽다고 느낀다. 이 평생을, 당신을 묘사하는 데 쓰겠다. 글자 외에 나는 아는 게 뭐가 있는가. 방대한 역사와 조합에도 불구하고 이 인생에게는 너무 적고 짧은 단어들 외에. ---「진화론」중에서 이 생에서 나는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매해 더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실패한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미래는 아찔하다. 미래는 아찔하지만 당신과 계속 사는 것이 기다려져 견딜 수 없다. ---「다음 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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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촉각으로서의 시집”
신형철 평론가, 이소호 시인의 찬사와 지지! 자음과모음 시집의 첫 얼굴 선공개 특별판 깊은 감성과 아름다운 문체를 지닌 한국계 미국 시인 에밀리 정민 윤의 시집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가 자음과모음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시집 시리즈, ‘자음과모음 시집’의 첫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시인 이소호가 도타운 추천의 말을 남기고, 신형철 해설가가 시집을 읽고 해설 쓰기를 자원하는 등, 이 시집을 향한 문인들의 찬사와 지지만으로도 독자들은 그 문학적 깊이를 선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 ‘선공개 특별판’은 자음과모음 시집의 정식 론칭을 기대하고 있는 많은 독자를 위해 1번 시집을 미리 선보이는 초회 한정판으로, 이후 론칭될 일반판과는 상이한 디자인과 물성을 지니고 있다. 또 영문판 원본과 시인이 직접 번역한 한국어판을 양쪽에 병기해 실어 독자들이 시인의 시 세계를 더욱 세심하고 풍부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조용한 거리에 가오픈한 작은 카페가 온 동네의 활기를 깨우듯, 이 특별판이 독자들의 시를 향한 시선과 마음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 “우리는 얼마나 소비하는, 소비된 짐승인가.” 짐승의 형태로서 펼쳐지는 인간의 모습들 노랗게 늙은 나무를 기어코 살렸단다. 새로운 빛이 가득 찬 얼굴. (……) / 박물관을 거닐며 더 많은 동물을 본다. 나무를 좋아하고, 시카고 어느 박제관에서 살아 있는 척하기 위해 죽은 동물들. -「나무 좋아하던 내 친구들은 다 죽어버렸다」 부분 죽은 가족을 묻는 날을 그려내는 것으로 시집은 시작된다. 나무와 화초와 땅속이라는 부드럽고 또 단단한 자연, 날카로운 칼날이 어지러이 널려 있고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의학 다큐멘터리와 삭막한 중환자실. 화자의 할머니는 정반대인 두 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 생명으로서, 시체-몸(body)로서, 인간으로서. 이후 인간, 특히 여성의 ‘몸’은 수많은 동물과 연결지어진다. 말, 장미목도리앵무, 땅다람쥐, 때로는 오백 년 가까이 산 그린란드상어와도 동등한 위치에 놓인다. 때문에 남성이 여성의 눈 바로 옆 벽에 “주먹을 심”는 장면(「도리」)과 시카고에 있는 한 박물관의 박제관에서 만난 “살아 있는 척하기 위해 죽은” 동물들의 모습(「나무 좋아하던 내 친구들은 다 죽어버렸다」)은 자연스레 같은 층위로 묶인다. 유물이 된다는 것은 아름다워진다는 것이군, 아니, 장수한다는 것은 명소가 된다는 것이군, 생각했다. 홀로 늙고 길어지며 그녀는 수백 년간 인간이 부여한 시간의 이름을 견뎌냈다. -「그린란드상어」 부분 인간을 동물과 다름없이 바라보는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우리를 지구에 존재하는 ‘유일한 지성체’가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 즉 ‘짐승’과 동일한 입장으로 끌어내린다.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짐승’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그가 인간답지 않은 행동, 즉 ‘인간 이하’의 모습을 보일 때다. 하지만 이 시집에서 짐승은 비난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감정이 담긴 단어로 쓰인다. 에밀리 정민 윤의 시 속에서 짐승, 곧 동물들은 사람들이 짐승 하면 으레 떠올리는 모습들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본능을 드러내기보다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들의 행동 양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종종 인간보다 지능적으로, 철학적으로 우위에 서 있기까지도 한다. 인간 이하로서 존재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인간들이 감춰두려 하는 자신들의 ‘인간 이하’적 내면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시편들 안에서 잔혹한 사냥을 일삼고, 두고두고 살펴보고 싶답시고 시체를 박제하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거나 삶의 터전인 자연마저 파괴하는 것은 모두 인간이다. 인간이 발휘하는 잔인함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상대를 애도하는, 인간 안 바쁜 날이 없다. 모두가 웃으려고 바삐 노력한다. 물범과 거북이는 자려고 노력한다. 돌고래도 자려고 노력한다. 아뇨, ‘자연친화적’인 돌고래 체험은 없습니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만져볼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만져볼 필요는 없다」 부분 그러나 그런 인간이 “부끄러워져 낯을 들지 못”하는 것 또한 인간이다. 시인은 인간이 타자를 향해 멋대로 휘두르는 잔인함, 죽어가는 자연에 대한 나이브함,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발현되는 차별과 선민의식에 대한 비판을,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화자의 슬픔을, 심지어 그런 슬픔을 느끼는 인간-자신에 대한 비판까지 또렷한 언어들로 전시한다. 그럼에도, 이 전시장의 출구 앞에 놓여진 마지막 작품은 ‘가능성’이다. 수많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도 상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서로를 끝내 붙잡는 그 감각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 이소호 시인이 이 시집을 읽고 슬펐다는 표현으로 운을 띄웠으면서도 “그 슬픔은 무력함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해야 하는지 묻는 뜨거운 슬픔”이라고 문장을 맺은 것은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해설에서 “나는 이 곤경을 돌파하는 이 시인의 방식이 마음에 들어 이 시집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한 것 또한 이소호 시인의 말과 결을 같이한다. “은유의 끝은 어딘가 도달하는 것과 같다”(「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것」). 에밀리 정민 윤의 시들은 정교한 은유로써 우리가 세계와 타자에게 건넨 폭력과 사랑을 동시에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게 “시에서 판단과 책임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름답고 정치적인 현대시”가 여전히 펼쳐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극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이 시집,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에 담긴 수많은 은유의 과정은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예언과 같다고, 감히 이야기해본다. 작가의 말 책을 번역하며 시를 모조리 다시 쓰는 기분이었다. 번역서가 아닌 새 시집을 만드는 기분. 사실 기분 탓이 아니라, 번역은 변신이므로 시가 전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 맞다. 그런 넘쳐흐름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큰 즐거움이고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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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정민 윤의 시집은 시에서 판단과 책임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름답고 정치적인’ 현대시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믿을 수 있게 한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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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집을 읽고 오래 슬펐다. 그러나 그 슬픔은 무력함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해야 하는지 묻는 뜨거운 슬픔이다. - 이소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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