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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음악이 있는 곳엔 언제나 내가 있다
1부 음악방송, 그게 뭔데? 작가는 나의 운명│내가 음악방송만 제작하면 이 바닥 뜬다│나는 이제 음악프로그램 작가다!│모르는 자의 승리│인디음악, 도대체 그게 뭔데?│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뜻밖의 록 스피릿│노력과 굴욕 사이│몰라요, 없어요, 안 돼요│매회 딱 하나씩만!│초심자의 행운│내 돈 내 산 홍보기│팬은 최고의 제작진│녹화 중에 사진 촬영 대환영!│PD님은 어디 계세요?│여보세요, 거기 PD 없소?│비움의 미학 2부 정식 무대의 막이 오르다 MC를 찾습니다│MC 찬스를 잡아라│결핍이 빚어낸 뜻밖의 성공│덕후의 마음을 잡아라│잠깐만요! 인이어가 끊겨요!│펑크와 대타 사이│오늘은 여기에 눕는다니요?│자격지심과 용기│응답 없는 메아리에서 모두의 워너비 무대로│이제야 알게 된 소통의 재미│그래도, 음악│역조공 방석과 100개의 쿠션│일주일짜리 사랑│출연료는 제가 정합니다│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환대│산 넘어 거대한 산│사랑만 받을게요 3부 멈춰도 나아간다 산전수전 뒤엔 공중전│이 죽일 놈의 코로나│녹화는 멈춰도 방송은 계속된다│전투기와 경찰차│END, AND -마지막 콘서트│나를 자라게 한 프로그램│지역에서 만든다는 것 에필로그 오늘도 방송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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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제작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음악프로그램에 단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제작비도 많이 들어 지역에선 음악프로그램을 만들 ‘일’도 없었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엔 낭만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 뻔한 지방 방송이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전국구 음악프로그램. 그것도 내가 발 딛고 선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로서의 마지막 꿈이었다.
---p.20 “프롬프터? 우리는 그런 거 없는데요?” “그럼 설치하면 안 돼요? 신곡 때문에 섭외에 응한 건데, 신곡 망칠 순 없잖아요.” 잠시 침묵하던 PD는 프롬프터 설치는 불가하지만 프롬프터를 대체할 무언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무심하게 말했다. ‘네? 있어야 할 것도 없는 이 열악한 방송국에 프롬프터를 대체할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요?’ 도대체 그게 뭐냐는 나의 질문에 PD는 자꾸만 뜸을 들였다. 잠시 후 내 귀에 꽂힌 PD의 목소리, 그러니까 그가 제시한 프롬프터의 대안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대자보 쓰면 됩니다.” ---p.46 다행히 당일 객석을 가득 메워준 팬들의 열기 덕에 무대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녹화가 끝난 뒤 우리는 텅 빈 공개홀을 쳐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이 무대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 ‘다시 촌스러운 조명 기둥을 놓아야 할까, 아니면 비워야 할까?’ 우리는 무대의 여백을 빛으로 덮어보기로 했다. 별도의 무대장치가 없는 공간을 빽빽한 조명으로 채우겠다는 시도였다. 덕분에 바로 다음 회부터 우리 프로그램은 빛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좁은 무대에 온갖 조명이 눈이 시리도록 쉴 새 없이 번쩍거렸다. 과해도 너무 과할 정도의 빛이 쏟아지는 무대를 보고 우린 왜 중간이 없느냐며 한참을 웃었다. ---p.107 전화를 끊자마자 PD는 당시 단발로 참여하던 음향팀에 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 장비는 세팅되어 있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년 가까이 모두를 괴롭힌 문제의 원인은 누군가의 뻔뻔한 기만이나 악의가 아니라 그저 장비의 부재에 있었다. 다음 녹화 때 인이어 컴바이너를 설치하니 가수들의 인이어 끊김 불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하마터면 모든 가수를 ‘청력 저하자’로 오해할 뻔했다. 그날 밤, 텅 빈 무대를 뒤로하고 퇴근하는 길에 PD와 둘이 생맥주잔을 부딪쳤다. 손끝이 얼얼할 만큼 차가운 맥주잔을 쥔 채, 우리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단순하다면 단순했던 문제 해결 과정이 우습기도 하고 무겁기도 했다. 아주 조금씩 뿌듯함도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들었던 우리의 프로그램이 수모를 겪고 상처를 입으면서도 조금씩 근본을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pp.139-140 알고리즘이 터져서 대박이 나거나 하는 기적은 없었다. 다만 우리의 영상은 천천히 국경을 넘었다. 어느 날부터 영상의 댓글에 낯선 언어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영어는 물론 태국어에 아랍어까지. 번역 어플을 돌려가며 각양각색의 댓글을 읽었다. 누군가의 팬이라서 찾아온 사람, 알고리즘에 이끌려 우연히 노래를 듣게 된 사람 등등. 우리는 그 반응 하나하나에 무척 행복했다. 수많은 댓글 중 아직도 잊히지 않는 글이 하나 있다. 우리와 낮과 밤을 거꾸로 쓰는,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고백이었다. [사는 게 너무 버거웠던 어느 날, 그때 들은 이 음악이 너무나 큰 힘이 되었습니다.] ---pp.173-174 가장 좋은 무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지금 이곳이라고 답하고 싶다. 서울이든 대구든, 대형 홀이든 좁은 스튜디오든, 메인 스테이지든 변방의 무대든, 누군가의 음악이 다른 누군가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면 거기가 가장 좋은 무대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우리가 만든 이 프로그램이 가장 좋은 무대로 기억되면 좋겠다. ---p.247 나는 오늘도 방송작가다.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 테지. 혹여 미래의 내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해도 능숙한 낙법으로 잘 넘어지고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p.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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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20년 경력의 방송작가 박희영은 방송만큼 음악을 사랑한다. 구성작가로 온갖 장르의 방송을 모두 경험한 그에게 음악방송은 몇 남지 않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어쩌면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일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꿈을 이룰 기회가 불현듯 찾아온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의 트로트부터 클래식과 퓨전 음악에까지 몇 달 동안 여러 음악을 선보인 후, 작가는 드디어 자신이 좋아하는 인디음악의 무대를 펼치고자 한다. 음악방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무대나 음향에 필요한 장비는 무엇인지, 섭외는 어떻게 하면 되고 출연료는 얼마큼 책정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일단 부딪치기로 한 것이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믿고. 그에 더해 열심히 일해온 직장인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 일 혹은 축제의 나날 박희영 작가의 음악 사랑은 남다르다. 지오디의 멤버 데니를 좋아하면서 시작된 덕후의 기질은 인디음악을 좋아하면서 더욱 벼려진 듯하다. 그는 이제 곧 뜰 라이징 스타를 알아보고, 팬들이 원하는 무대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챈다. 뮤지션을 진심으로 대하고 섭외와 진행에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음악방송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 잘 모르는 것은 끝내 알아내고,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채워가며, 작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낸다. 어느덧 음악방송은 지역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뮤지션이 먼저 찾고 팬이 사랑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게다가 전국 송출까지 결정되며 작가는 내심 꿈꿨던 ‘음악 페스티벌’도 가능하려나 하는 설렘도 품는다. 하나 직장인의 일이라는 게 대체로 산 넘어 산인 법. 음악방송 제작도 예외는 아니었다. 갑자기 닥친 코로나19는 순항하던 음악방송에 재앙적 위기가 되고 만다. ■ 저, 〈콘서트 문화창고〉 작가였어요 박희영 작가가 참여한 음악방송의 이름은 본문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작가는 음악방송을 제작하던 때가 자신이 가장 빛나던 시기였다고 고백한다. 그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빛나던 날을 자꾸 떠올리며 상실감에 젖어 있었다고,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지만 작가는 이제 안다. “빛나는 것들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것들까지 전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음악방송, 조금씩 알아가며 채워나갔던 무대, 무기력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했던 날들까지 모두 ‘방송작가’로서 박희영의 것이다. 이는 지금 자신만의 무대에 선 모두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열성으로 좋아하고, 또한 어떤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니까. 작가는 애호가답게 꼭지마다 그에 어울리는 인디음악을 추천해준다. 크리잉넛, 데이브레이크, 십센치, 딕펑스, 잔나비……. 책의 플레이리스트가 본문과 진득한 조화를 이루는 이 책이, 세상 모든 애호가와 직장인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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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건 생의 축복일까 형벌일까.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지금을 사는 내가 아직도 내리지 못한 답을 박희영 작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온몸으로 부딪혀 내버린다. 동료와 함께 거듭하는 성공과 실패가, 용맹하고 짠 내 나는 좌충우돌이, 선의였기에 가능했던 성장이 페이지마다 선연하다. 음악과 무대로 내내 화사할 그의 다음 ‘전성기’가 언젠가 꼭 찾아올 거라 믿는다.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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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콘서트 문화창고〉의 열정이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분께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김태현 (딕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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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제작하는 음악방송에서 작가는 고이지 않고 나아간다. 주저하지 않고 용기를 낸다. 이 글에서도 그렇다. -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출판사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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