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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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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정읍 지도
시작하며
정읍의 짧은 역사

01 정읍사문화공원 -달하 높이곰 도다샤
02 대일정 -참게장 떡갈비 천년 명가
03 충렬사 -정읍 현감 충무공 이순신 사당
04 신성공소 -박해지에 피어난 성모상의 꽃 날개
05 국가생태관광지 솔티숲 -세상에 하나뿐인 모싯잎 연금 마을
06 기적의 도서관 -어린이책 가득한 달팽이 아지트
07 만석보 쉼터 -동학농민혁명이 보이는 동진강 두물머리
08 쌍화차 거리 - 달콤 쌉싸름한 보약 한 끼
09 정읍아산병원 -전국 최초 농민 종합병원
10 십일전터 -총독부 청사에 맞선 보천교 성전
11 내장산수목원 -은둔 기업가 임대홍의 조용한 고향 사랑
12 월영습지-남파 간첩과 다랑논 습지
13 울림야학교 -늦깎이들의 배움터가 된 애국지사 최태환의 집
14 태인 3·1운동 기념탑 -찔레꽃 필 때까지 울려 퍼진 만세 소리
15 김명관 고택 -명당에 지은 아흔아홉 칸 저택의 미스터리
16 운암수력발전소 -귀신 집 아니고 남한 최초 수력발전소
17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9만 평 국가공원으로 거듭난 황토현 전투지
18 제이포렛 -고양이들이 노니는 들꽃정원 카페
19 대뫼마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발통문 작성지
20 죽력고 -명인이 만드는 대나무 술
21 상춘공원 -상춘곡 정극인을 기리는 공원
22 원백암 남근석 -박잉걸이 세운 조선 제일 남근석
23 무성서원 -최치원의 풍류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24 내장산 -정읍 사람들의 소울 마운틴
25 내장호 -흰목물떼새가 서식하는 국립공원 호수

참고 문헌
정읍 연표

저자 소개 1

경남 하동 출생. 서울살이를 거쳐 1996년 정읍에 뿌리를 내렸다. 지난 30년간 청소년 인문학 교육에 힘썼다. 1인 출판사 ‘샘바다’를 통해 지역 책을 발간하고, 지역 신문에 동학역사소설 《개남(開南)》을 연재했다. 지역 시민단체 ‘동감’의 활동가로서 환경과 동물권, 투명한 행정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511번 버스를 타고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으로 출근해 해설사로 일한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하는 인문학 강사이자 문화기획자 역할이 즐겁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125*188*30mm
ISBN13
9791176611121

책 속으로

국어시험에 자주 나오는 주관식 문제가 있다. ‘한글로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노래는?’ 정답은 〈정읍사〉다. 정읍사의 노랫말은 한문으로 편찬된 『고려사』에는 실리지 않았다. 세종대왕
이 한글을 창제한 후인 1493년 성종 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백성들의 노래들이 『악학궤범』에 한글로 기록됐다. 정읍사 여인상 발아래 동그랗고 까만 돌에 새겨진 정읍사 노랫말의
출처가 『악학궤범』이다. 『악학궤범』에는 가사뿐 아니라 곡에대한 기록도 있는데 정읍 만기, 정읍 중기, 정읍 급기 등 곡이 느리게, 빠르게, 매우 빠르게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 공연되었
음도 알 수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부르는 정읍사에 맞춰 북춤을 추었다면 보아의 〈NO.1〉 못지않은 강렬한 무대였을 것이다.

달하 높이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다롱디리
전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대랄 드대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대 졈그랄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pp.39~40

한국천주교회 200년 동안 반절 이상이 공소 시대였고, 사제 없이 신도들끼리 세워진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다. 정읍에는 1866년 병인박해 이후 1911년까지 교우촌을 근거로 형성된 공소가 73개나 될 만큼 교세가 확장됐다. 칠보면 반곡리 동막공소, 산내면 능교리 능다리 공소, 산외면 상두리 구장리 공소, 종산리 원바실 공소, 옹동면 상산리 닥배미 공소, 태인면 거산리 신기 공소, 태창리 태산 공소, 내장동 쌍암리 대숲골 공소, 입암면 등내공소, 북면 한교리 한교공소, 장명동 구량실 공소 등 그 이름을 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세례와 미사를 주관할 신부님이 상주하는 본당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소가 생긴 지 10년 후 1903년 6월, 신성리 교우촌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제8대 조선 대목구장 뮈텔 주교가 김제 수류 본당을 방문한 자리였다. 뮈텔주교는 정읍·순창·담양·창평·장성·고창·흥덕·무장의 23개 공소를 합쳐 신성리 본당을 신설하고기로 결정한다. 초대 주임에 김승연
(아우구스티노, 1874~1945) 신부가 임명되었다.
- p.88~89

정읍 사람들이 즐겨하는 말이 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 앞에 가면 내장산 단풍은 보았느냐, 천곡 약수는 먹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말이다. 정읍 단풍과 약수는 옥황상제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최고라는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런데 요즘 옥황상제 관심사가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 전설의 정읍 쌍화차는 마셔보았느냐는 질문이다. 뜨거운 돌그릇에 담긴 달콤 쌉싸름한 보약 쌍화차는 옥황상제도 인정한 정읍 대표 음식이다.

유럽인들이 눈에 덮인 기나긴 겨울을 견디는 힘은 뱅쇼에서 나온다. 따뜻한 와인을 뜻하는 뱅쇼(프랑스어권 vin chaud, 독일어권 Glühwein)는 겨울을 나는 유럽 사람들에게 천연 감기약이자 몸의 기운을 회복시켜 주는 전통 음료다. 북유럽의 겨울은 길고 혹독한 추위로 유명한데 따뜻한 뱅쇼를 한 모금 마시면 얼었던 몸이 서서히 녹으면서 추위가 가시고 따뜻한 기운
이 온몸 구석구석을 감돌면서 기운이 난다.
유럽에 뱅쇼가 있다면 정읍에는 쌍화차가 있다. 기운을 북돋아 주는 진한 쌍화차가 입소문으로 알려지며 정읍 쌍화차 거리는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정읍경찰서에서 정읍 세무서까지 이어지는 350미터 쌍화차 거리는 과거 오랫동안 법원 거리로 불렸다.
---pp.145~146

내장산 단풍 명소 1번지는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108그루 단풍 터널이다. 약 300미터 거리의 이 길을 산림청은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다.
1958년, 6·25 전쟁으로 불타버린 내장사를 다시 세운 바로 그 해, 내장산이 소속된 내장 면장 유귀남이 심었다. 유귀남 면장은 왜 108그루 단풍나무를 심었을까? (중략) 특히 내장산은 변산에서부터 지리산에 이르는 빨치산들의 보급로라서 전투가 많았고 피해와 상흔은 더욱 컸다. 빨치산소굴이라고 국군이 내장사와 벽련암 모두 불태웠고 사람들은 이념에 따라 서로 죽고 죽이는 끔찍한 참상과 원한이 드리운 채 뿔뿔이 흩어졌다. 불교에서 백팔 번뇌는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온갖 잡념과 욕심, 걱정거리를 모두 가리킨다. (중략) 면장님은 6·25 전쟁이 남긴 상처와 그로 인한 번뇌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뜻에서 108그루 단풍나무를 심었다.

---pp.374~375

출판사 리뷰

머물러 살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 정읍
서울에서 KTX로 두 시간이 채 안 걸리는 도시. 봄날엔 노란 유채꽃이 여름철엔 푸른 벼가 물결치고, 가을이면 은빛 억새와 황금 들판이 푸른 하늘과 맞닿아 지평선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 해마다 단풍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내장산이 있는 정읍은 한두 번 여행으로는 온전히 알 수 없는 깊이와 문화가 깃든 곳이다.
오늘날 정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어 가는 향토 문화와 정신은 물론 백제를 거쳐 조선시대 작은 한양으로 불리다 한국 근현대사와 뗄 수 없는 역사를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해설사인 작가가 상세히 전해준다. 작가는 정읍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일군 오늘날 정읍의 풍경을 차근차근 알려주며,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정읍지황 사용점’ 인증표가 있는 쌍화차 거리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기차 태워 배달했다는 송명섭 명인이 만든 막걸리와 죽력고 그리고 천년 명가 맛집까지 소개하여 정읍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생명애 도시 정읍, 바이오필리아 시티를 향하다
정읍에 서면 지평선이 보인다. 눈 닿는 데까지 이어지는 호남평야의 논이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은, 그대로 ‘생명의 쌀바다’다. 이 평야는 오늘의 자랑만이 아니다. 천년도 더 전 태산(지금의 태인)과 고부의 광활한 쌀 생산지는 통일신라가 탐낸 세금의 곳간이자 당나라와 이어지는 서해 교역의 관문이었다. 신라 최고의 천재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굳이 이 변방으로 태수를 자청해 온 까닭도 바로 이 쌀에 있었다.
가을이면 단풍의 명산 내장산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옥정호 물안개 위로 하얀 구절초가 피어난다. 봄이면 무성서원 천년 숲에서 연둣빛 새순이 움트고 새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생명이 자라고 익고 다시 피어나는 순환-정읍의 사계절은 그 자체로 살아 숨 쉰다.
정읍의 진짜 이야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지역 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변화를 이끄는 시민들이 많다. 2016년부터 시민 활동가들은 ‘내장산 상설 소싸움 도박장 건립 반대와 동물 학대 소싸움대회 폐지’를 위해 노력했다. 시청 앞 아침 1인 시위는 한 해를 지나 이어졌고, 그 결과 정읍은 전국 13개 소싸움대회 개최지역에서 소싸움을 가장 먼저 폐지한 지자체가 되었다. 생태 호수 내장호 지키기, 상두산 석산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주민 피해 방지, 지역으로 몰려오는 산업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방지, 안전한 식수원 보호를 위한 조례 만들기 등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다양한 시민 활동은 정읍을 변화의 최전선에선 생명 사랑 도시 바이오필리아로 만들고 있다. 접시꽃 피는 무성리 골목에서 서원을 돌보는 마을 어른, 옛 관아 터에서 선비 문화를 이어 가는 이들, 만석보 들녘에서 동학의 기억을 전하는 해설사, 그리고 도시의 속도 대신 자연의 속도를 택해 이곳에 뿌리내린 청년들이 정읍에 산다.

정읍을 사랑한 사람들이 바꾼 세상 이야기
정읍(井邑)의 한자를 풀면 ‘샘고을’이다. 우물 정(井)자를 품은 이 땅은, 놀랍게도 한국 근대사의 물길이 처음 솟아오른 자리다. 1894년, 고부 만석보의 부당한 물세에 분노한 농민들이 죽창을 들었다. 정읍 황토현에서 동학농민군은 관군을 상대로 첫 대승을 거둔다. 전봉준과 이름 없는 농민들이 ‘사람이 곧 하늘’이라 외치며 일으킨 동학농민혁명, 그 발상지가 바로 정읍이다. 잘못된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이 샘물처럼 솟아 온 나라로 흘렀다. 만석보 옛터에 서서 강바람을 맞으면, 130여 년 전 이 들판을 가득 메웠던 함성이 지금도 발밑에서 울리는 듯하다. 정읍은 ‘혁명의 샘바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이 태어난 곳이다. 우리가 정읍을 좀 더 깊이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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