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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묘 파일>은 2,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춘추시대 노나라 공자학당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살인사건과, 현실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두 개의 기둥 줄거리로 삼아 전개시키고 있다.
춘추시대 노나라 도읍지 곡부에 있는 공자학당에 번지(樊遲)라는 청년이 제자로 입문한다. 공자학당은 노나라의 실권자 계환자가 공자를 위해 설립한 학문의 전당으로 자로와 안연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학문과 인격을 연마하는 노나라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공자학당에 입문한 번지는 스승인 공자의 수레를 몰며 틈틈이 학문 연구에 몰두하던 어느 날, ‘作俑者無後(작용자무후)’란 이상한 글귀가 적힌 죽간을 발견해 학당 실무책임자인 자로(子路)에게 보고한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자로는 노나라의 최고 권력자 계환자에게 스승 살해 음모를 알리고, 계환자는 정보 책임자인 담대멸명으로 하여금 공자학당에 드리워진 음모의 뿌리를 파헤치라고 명령한다. 계환자의 명령을 받은 담대멸명은 호위무사를 파견해 공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한편 누가 공자를 암살하려는 것인지를 암암리에 수사한다. 수사 결과 공자를 해치려는 세력이 송나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기원이 공자 본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 계환자의 허락 하에 공자를 비롯한 안연, 자로, 자공 등을 직접 심문한 뒤 그들이 작성한 비밀 보고서를 열람하고 사건의 배후를 캐간다. 그 사이 공자학당에서는 공자의 아들인 공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담대멸명은 자로에게 공자와 소정묘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이번 살해 음모 사건의 주범은 소정묘의 제자인 양화이고, 양화가 공자학당 내부에 심어 논 내부 공모자가 공자의 아들 공리를 살해했다고 단정, 내부 공모자를 색출하기 위해 번지를 미끼로 쓴다. 달이 가장 밝은 날, 마침내 내부 공모자는 공자를 살해하기 위해 공자의 침실로 스며들어 자로와 담대멸명에게 그 정체가 드러나는데...... 한편, 서울의 모 대학 이준섭 교수 연구실에서는 고문서 등을 주로 다루는 서지학 전공자 위천익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준섭 교수는 동양철학 특히 공자와 논어에 정통한 학자로, 중국에서 유학온 위천익과 함께 공자의 마부였던 번지가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번지일기’란 책의 소재를 추적 중이었다. 수사를 맡은 서부경찰서 강력계 최 반장은 이준섭 교수의 자가용 운전사 마번지를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를 하던 중 대한일보를 이소정 기자로부터 같은 대학 김오명 교수가 위천익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정보를 듣고 김오명을 체포하려는 찰나 이번에는 김오명 교수가 대학 구내에서 독살당한다. 이준섭 교수의 운전사로 근무하는 마번지는 어느 날 죽은 위천익이 보낸 소포를 받는데, 거기에는 위천익이 낸 수수께끼를 풀면 귀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대한일보 이소정 기자와 함께 비밀을 풀어간다. 이 비밀풀기에 김오명 교수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한병준이 가세해 비밀에 접근해 가던 중 이번에는 한병준이 야산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번지와 이소정에 의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위천익이 남긴 비밀을 풀어 그가 남긴 선물을 입수하는데, 그 선물은 놀랍게도 이준섭 교수가 그토록 찾던 고려시대에 실종된 공자의 마부 번지가 남긴 제2의 논어였다. 번지가 기록한 일기를 다 읽고 난 두 사람은 그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논어 전공자를 찾아 소설의 형식으로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고 공자의 학당이 있는 중국 산동성 곡부로 여행을 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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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관의 충돌-공자 vs 소정묘
<소정묘 파일>의 기본 갈등구조는 다스림 즉, 정치(政治)에 대한 공자와 소정묘의 방법론적 충돌이다. 공자는 노나라의 사법과 치안의 최고 책임자 자리인 대사구(大司寇) 취임 7일 만에 당시 인망이 높았던 대부(大夫) 소정묘를 전격적으로 처형한다. 공자에 의한 소정묘 주살 사건은 사기(史記) 공자세가편(孔子世家篇), 공자가어(孔子家語)의 시주편(始誅篇), 순자(荀子)의 유좌편(宥坐篇) 등에 기록되어 있는데, 특히 공자가어에 소정묘 처형 이유로 오악(五惡)의 죄를 들고 있다. 작가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일어난 이 정치적 사건에 숨겨진 의미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추적한다. <소정묘 파일>에 등장하는 공자는 권력지향적 인물이다. 출세가 삶의 목표였던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권력가가 있다면 누구든 섬길 용의가 있었다. 난세에는 영웅이 많은 법, 출세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공자는 입신양명의 포부를 접고 오랜 동안 무명의 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손씨와 손잡고 마침내 출세가도를 달려 대사구란 요직에 오른다. 대사구에 오르자마자 당시 신흥 귀족세력의 정신적 구심적이었던 소정묘를 주살해 장례도 못 치르게 하고 그의 시신을 궁궐 앞에 3일 동안 매달아 놓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인(仁)과 예(禮)를 강조하며 성인 대접을 받았던 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으며, 소정묘 학파는 그 억울한 처형을 그냥 받아들였을까. 작가의 추리는 이 지점에서 기이한 빛을 발한다. 수제자 안연(顔淵)에 숨겨진 비밀 소설 <소정묘 파일>에서 상상력의 극점은 공자의 수제자 안연에 정조준 된다. 유림(儒林)과 성균관에서 안연은 아성인(亞聖人)으로 스승인 공자와 거의 비등하게 존숭된다. 논어 안연편에 묘사된 그는 청빈낙도를 즐기는 사색가다. 안연은 스승인 공자의 의중을 어떤 제자보다 잘 이해했다. 예(禮)가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을 만큼 행동 또한 타의 모범이었다. 그가 32살의 나이로 죽었을 때,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리는 구나’ 라며 통곡할 정도로 학문과 인격이 완벽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자의 학통을 이은 사람으로 안연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소정묘 파일>은 이런 안연에 대한 상식적 이미지를 백팔십도로 뒤집는다. 공자 사후 몇몇 제자들에 의해 결집된 논어에 등장하는 안연은 인간의 체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어떤 필요에 의해서 왜곡 혹은 조작된 인물’로 상정한다. 초기 논어 결집자들은 왜 안연을 스승이 원하는 모범 답안만을 말하는 지극히 형식적인 인물로 기록했을까. 무수한 상상과 추리 중 <소정묘 파일>은 극한을 택하는데 ‘스승 살해 음모’가 바로 그것이다. 과연 수제자 안연은 스승인 공자를 암살하려고 했고, 그 엄청난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 논어를 왜곡, 조작했을까. 유림(儒林)이 읽으면 들고 일어날 소설 <소정묘 파일>은 논어란 책과 공자라는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는 젊은 연구자가 쓴 소설이다. 픽션 형식의 소설이긴 하되, 그 문학적 상상력이 너무도 파격적이어서 유림(儒林)들이 읽으면 작가를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단죄할지도 모른다. 작가는 현존하는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삶과 사상을 극히 단편적으로 기록한 왜곡된 책인데, 그 책임은 ‘논어집주’를 쓴 주자(朱子)에게 있고, 공자의 수레를 몰며 비서 역할을 했던 번지(樊遲)란 인물이 기록한 제2의 논어에 진실이 기록되어 있을 것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이렇게 상상할까. 상상력의 근거는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작가의 눈에 현존하는 논어의 체계가 너무도 엉성하기 때문이다. 논어에는 안연이 죽은 후의 모습은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만, 그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논어는 전론(前論) 10편과 후론(後論) 10편으로 구성된 책으로, 전론은 초기에 편집된 부분이고 후론은 후기에 편집된 부분이다. 안연의 죽음에 대한 기록은 신뢰도가 떨어지는 후론 11편 선진편에 집중적으로 실려 있는데, 작가는 이 부분에 진지한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문학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공자에게 죽임을 당한 소정묘 학파는 소정묘의 제자 양화의 주도로 공자의 수제자 안연을 포섭하여 복수의 칼날을 빼들었고, 공자 학파는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안연을 자결시키고, 그를 공자 학파의 가장 훌륭한 모범생으로 둔갑시켰다고 추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