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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사랑은 어리석어 2장. 거리는 풍요로워 3장. 거짓말은 멀리 4장. 꿈은 조용히 5장. 당신은 확실히 에필로그 |
靑山 美智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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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말의 당신〉입니다. 혹시 잠깐 시간 되실까요?”
번쩍이는 왕관을 쓴 남성은 당황한 얼굴로 마이크를 봤다. 로브 아키무라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실례지만 당신은?” “왕자입니다.” 망설임 없이 나온 대답에 카메라맨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p.16 그저 좋아하는 감정만 생각하면 될 텐데. 상대에게 무언가를 원하거나 요구받는 순간, 왜 이렇게 한심하고 괴로워질까. 도통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없이 거짓말만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거짓 외에는 그녀를 붙잡을 방법이 없다고 느낀다. 시간을 벌다 보면 언젠가 기적처럼 그녀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헛된 몽상을 품은 채로. --- p.29 “저기요, 왕자님.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한데요.” 나오는 똑바로 몸을 세우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물론 인어공주는 당신을 아주 좋아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큰 용기를 내어 전혀 모르는 세계로 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닐걸요.” “……그 말은?” “인어공주는 언니들로부터 지겹도록 바깥 세계 이야기를 들었을 거예요. 기대도, 희망도 상당했을 거라고요.” --- p.79 찰칵, 시계 뚜껑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그래, 이 번거로움이 좋다.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로망. 단 하나, 나만이 나오는 이야기를 살아가는 내 인생에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었다. 빙글빙글 도는 시곗바늘처럼, 모든 것은 곧 출발점이자 도착점이었다. --- p.130 당신, 정말 나로 괜찮았어? 까다롭고 지루한 나 말고 더 대범하고 활기찬 남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께 풋살도 하고, 축구도 보고, 수면 부족에 웃으며 맥주도 마시고. 책 읽지 않아도 세상에서 얼마든지 훌륭하고 즐겁게 살 수 있으니까. 어쩌면 책 같은 거 읽지 않는 편이 훨씬 평화롭고 건강할지도 모르겠다. --- p.168 배 위의 왕자는 무대에 오른 스타처럼 보였겠지. 바다라는 관객석에서 인어공주는 그저 남몰래 그를 바라만 봐도 최고의 행복을 맛보았을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직접 육지로 나가 처음으로 시선을 맞춘 왕자는 그녀에게 얼마나 눈부신 존재였을까. 그녀는 왕자 곁에서 얼마나 여러 번 가슴이 미어졌을까. 그대로 바다에 있었으면 아름답고 화려한 추억을 품은 채, 평화롭게 살았을지 모르는데. --- p.213 보행자 천국이 열리는 시간, 와코 시계탑에 생기는 시공간의 틈을 통해 아주 가끔 이야기 속 인물이 현실 세계로 숨어든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거나 연극, 영화를 보며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허구의 세계에 마음을 맡기듯이, 그 반대의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의 일은 일어나죠. 이 긴자라는 거리에서는. --- p.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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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어가 도망쳤어.”
긴자와 SNS를 뒤흔든 인어 소동, 왕자와 함께 맞닥뜨린 다섯 개의 작은 기적 《인어가 도망쳤다》는 인어와 왕자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우리 마음 깊은 곳의 갈라진 틈을 비추는 이야기다. 연인 앞에서 늘 작아지는 청년, 딸의 독립으로 공허함을 느끼는 엄마, 소유욕에 매여 사랑을 놓친 노인, 불안 속에서 흔들리는 신인 작가, 화려한 겉모습 뒤에 외로움을 감춘 여인. 다섯 인물은 ‘왕자’라는 낯선 존재를 매개로 자신이 외면해 온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오래전 잃어버린 진짜 마음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왕자를 마주한 청년은 연인 앞에서의 허황된 모습을 내려놓고, 엄마는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소외감을 회복한다. 미술품에 집착하던 중년 남성은 그것이 결국 지키지 못한 사랑과 시간에 대한 갈망이었음을 깨닫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작가는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마담으로 살아온 여인은 사랑의 상처를 회피하는 대신, 상대의 숨겨진 진심을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글은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일상 속 작은 순간과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는 데서 빛난다. 화려한 긴자의 풍경, 평범한 대화 속에서 조금씩 배어 나오는 흔들림이 인물들을 변화로 이끌고, 그 변화는 독자에게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다채로운 도시의 모습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번져 나오는 작은 흔들림이, 인물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는 매 순간, 일상의 언저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도 언젠가 도망친 인어가 있지 않나요?”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 마주할 용기 이 작품은 결국 ‘마음을 다시 마주하는 법’을 묻는다. 작가는 살아가면서 사랑, 시간,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 등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붙잡으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바라볼 용기를 내는 순간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섬세하게 전한다. 다섯 인물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세대와 삶의 상황을 비춘다. 또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상실과 불안을 보편적으로 드러내고, 낮아진 자존감을 묘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은은한 희망과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부드럽게 열리고, 마치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하는 듯한 편안함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소설’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과 마주하게 해주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온기, 잃어버린 감정,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들을 조심스럽게 불러내는 경험. 그 순간, 독자는 비로소 자신만의 작은 기적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