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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7
시나리오 10 작업 일지 113 영화 〈프랑스여자 A French Woman〉 수상 실적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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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언니?
미라넌 왜 싫다는 사람한테 자꾸 노래시키고 그러냐, 애들처럼. 영은어어~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튀네~~ 미라억지로 뭐 강요하고 그러지마, 오지랖 넓게 모든 사정 다 알려고도 하지 말고. 영은왜 그래? 갑자기? 미라(빈 소주병을 들어 보이며) 홍규형 소주 한 병 주세요. 영은, 영문 모르겠는 얼굴로 미라를 본다. 미라사람들이 다 너 같지 않아, 근데 넌 자꾸 다 네 쪽으로 끌어들인단 말이야.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는 거야. 문제가 생기면 너처럼 말을 하고 표현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라고. 영은언니처럼? 미라, 영은을 본다. 마침 홍규가 바쁘게 이들의 테이블에 소주 한 병을 놓고, 서둘러 성우의 테이블로 주문을 받으러 간다. 영은난 언니가 가끔 낯설 때가 있어, 언니는 언니 감정이 어떤지 전혀 나누려고 하지 않는 거 같을 때가 있다고. 미라왜 나눠야 돼? 영은뭐라고? 미라왜 우울한 걸 같이 나눠야하냐고,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고 얘기했잖아. 영은언니, 우린 친구잖아. 친구끼리 그런 얘길 안 하면 누구랑 해? 미라그러니까 너는 철저히 낙관주의자인거야, 고통을 누군가랑 얘길 해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은, 미라를 본다. 미라인간은 철저히 혼자야. 고통도 철저히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영은언닌 심지어 그런 얘길 할 때도 내 얼굴을 안 보잖아. 그게 언니 문제야. ---p.70 42. 수목장이 있는 숲_ 오전 미라의 아버지 수목장을 해놓은 나무 밑에 기대 앉아있는 미라. 햇볕이 드는 좋은 날씨다. 눈을 감고 햇볕을 느끼는 미라. 영은이 밑에서 들꽃을 꺾고 있다. 영은이 “언니”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는 미라. 들꽃을 손에 들고 미라에게 손 흔드는 영은. 미라도 영은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혼잣말처럼 아빠에게 얘기하는 미라의 목소리. 미라아빠.. 아빠가 항상 얘기했었잖아. 사람은 자기만의 선을 잘 그리고 살아야한다고.. 나는 내 선을 잘 그리고 사는 걸까? 아빠가 보기엔 어때? 대답을 듣고 싶은데 못 들으니까...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난다. 미라,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본다. 왠지 새소리에 훌쩍 눈물이 나는 미라. 얼굴을 묻고 운다. 화창한 하늘 아래 아이처럼 얼굴을 묻고 우는 미라의 모습이 잠시 보인다. ---p.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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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프랑스 여자』의 추천 포인트
1. 지문으로 완성한 비선형적 시공간 점프 이 시나리오의 가장 놀라운 점은 과거로 돌아갈 때 '플래시백'이라는 편리한 장치를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0대의 주인공 미라가 단골 술집 화장실에 다녀와 문을 열고 다시 술집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화면은 별도의 편집 효과 없이 20년 전 미라의 프랑스 유학 송별회 현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김희정 감독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미라의 연속적인 동선 자체를 시공간 이동의 매개체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시간의 이동을 '공간의 전환'으로 설계해 놓았기 때문에, 전형적인 장치 없이도 인물의 무의식과 기억의 지층 속으로 자연스럽게 침투하게 만듭니다. 2. 설명하지 않는 대사, 행간이 완성하는 심리 많은 영화가 인물의 과거사나 트라우마를 대사로 친절하게 설명하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인물들이 '말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순간'에 집중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나누는 표면적인 안부, 순간적으로 감도는 정적, 엇갈리는 시선 속에서 인물들이 공유하는 죄의식과 그리움이 드러납니다. 정보 전달용 대사를 극도로 줄이고 행간의 여백을 남겨두어 관객이 직접 인물의 슬픔을 완성하도록 유도합니다. 3. '경계인'을 형상화한 정교한 인물 구축 주인공 미라는 파리에서도 완벽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20년 만에 돌아온 서울에서도 이방인처럼 떠도는 인물입니다. 각본은 미라의 정체성 혼란을 신파적 사건이 아닌 낯선 언어(프랑스어)와 한국어의 교차 쓰임, 시차 적응에서 오는 피로감, 담 들린 증상 같은 신체적 반응 등으로 치밀하게 축적해 나갑니다. 4. 인위적 극복을 거부하는 서정적 결말 할리우드식 3막 구조라면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거나 오해를 푸는 명쾌한 결말을 택했겠지만, 이 시나리오는 끝까지 인물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안아줍니다. 환상과 현실을 부유하던 미라가 마침내 자신의 상실과 부재를 인정하고 조용히 현재를 살아내기로 하는 후반부 서사 구조는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이 시나리오집을 읽는 독자분들은 영화의 대사와 인물의 동선, 그리고 공간이 시나리오상에서 어떻게 치밀하게 조율되었는지 떠올리며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한 편의 정교한 단편소설이나 현대 희곡을 읽는 듯한 서사적 쾌감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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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서문
공연예술아카데미 1993년 봄부터 겨울까지, 나는 1년 과정의 〈공연예술아카데미〉 라는 기관에서 연극 연출 공부를 했다. 당시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생기기 전으로 대학을 제외한 나라에서 운영하는 연극 교육 공공기관으로는 유 일했고, 국가 산하 기관이라 등록금이 일 년에 20만원 이었던 걸로 기억 한다. 나처럼 예술 관련 대학을 나온 사람부터 다른 전공이나 직업군에서 연 극 연기나 연출, 무대미술, 의상, 극작 등을 공부하고 싶어 온 사람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흥미로운 집단이었다. 나름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이 일 년 동안 덕수궁 안에 있는 강 의실과 연습실에서 수업을 듣고 공연 준비를 했다. 휴관일에 고궁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었던 우리는 고즈넉한 고궁의 사계절 각기 다른 풍경에 마음을 뺏겼었다. 지금도 덕수궁은 여전히 나 의 젊은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특별한 곳이다. 〈프랑스여자〉의 이야기의 기둥은 이 공연예술아카데미이지만, 많은 부분 나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허구로 써 내려간 시나리오이다. 유학생들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졸업생들은 세계 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4년은 아직 대한민국에 IMF가 터지기 전으로 무척 풍족한 분위기 여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많은 수료생들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등지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 후로 나는 친했던 동기들이 유학하는 나라에서 방학 때마다 많은 시 간을 함께 보냈다. 이탈리아 로마나 피렌체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도 하고, 각자가 유학하 는 나라에서 출발해 파리나 프라하에서 약속을 하고 만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시절이었다. 우린 젊었고, 이뤄야 할 꿈이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이 시나리오에는 많이 들어있다. 17고 이 책에 실린 〈프랑스여자〉의 시나리오는 17고이다. 17번 시나리오를 고쳐 썼다는 이야기다. 유난히도 오래 쓴 시나리오이고 그만큼 애착이 가는 시나리오이다. 영화와 똑같은 심의 대본을 넣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배우들과 스태프들 에게 돌린 17고를 내기로 결정했다. 작업일지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작업일지를 쓴다. A4 40장 분량의 〈프랑스여자〉 작업일지를 A4 4장으로 축소 편집해서 이 책에 넣었다. 2015년 겨울 한 장의 메모로 시작해서 2018년 여름 크랭크인을 앞두고 끝나는 작업일지를 넣은 이유는 이 지난한 과정이 글을 쓰고자 하는 학 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서이다. 혹시 이 책을 계기로 영화를 보는 독자가 있다면 큰 차이는 없지만 완성된 영화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영감 2015년 1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현정 언니가 9년 만에 한국 에 들어왔다. 그 겨울, 언니와 만나면서 이 시나리오의 영감을 얻었다. 물론 미라라는 캐릭터에는 내가 만난 외국에서 살고 있는 많은 한국 여 성들의 모습이 들어가 있지만 그 시초는 현정 언니와의 만남이다. 이 책을 빌어 지금도 파리에서 멋있게 살고 있는 현정 언니에게 사랑을 전한다. 또한 작업일지에 자주 등장하는 유피디는 나와 네 편의 영화를 같이 만 든 인벤트스톤의 유병옥 대표를 말한다. 시나리오의 많은 부분 그와의 대화를 통해 영감받아 발전시켰다. 나의 영화 파트너에게 이 책을 빌어 감사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