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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골목 지도
엄마 겁 골목 지도 신데렐라의 선녀 엄마 나도 아파요 빈집 포기 세상의 모든 언덕 변비 사알살 금요일 저녁상 퇴원 표류 2부 그리운 당신 그리운 당신 비린내 왜 나는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을까 성적 취향 나이 박 여기는 노인의나라역입니다 당신 부인 말인데 허름하긴 하지요 휘파람새가 있는 여름 아침 이승 흰머리파 3부 아파트에 내리는 눈 쎄로켈 죽은 사람을 살리지 말아요 지린내 유령의 집 엄마 손을 잡고 그 골목에 서 있네 하루만 더 칼로 째다 효도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낮에 나온 반달 면회 1 맨 등짝 면회 2 엄마 침대 아파트에 내리는 눈 4부 신촌역에서 서울역까지 신촌역에서 서울역까지 약속 기쁜 전화 소음 예민충 사기그릇에 물 넘기듯 긴 병 9일째 안경 쓰고 울다 일곱 달하고 열하루째 혼자 말하기 평온한 날 할머니들이 하는 일 허벅지 봄, 새벽, 휘파람새 해설 돌봄 생존자의 언어, 애도愛道와 애도哀悼 사이에서 - 김수이(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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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시련’이라는 말 뒤: 돌봄의 사회적 묵음을 깨다
이 시집은 돌봄의 고통이 더 이상 ‘개인적 시련’으로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시대의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엉엉엉 나 어떡해 나 무서워/멀쩡한 사람은 못 견디니까요“(「쎄로켈」)라는 절규는 간병 현장에서의 절망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원금을 다 갚은 빛의/이자를//영원히 지불하고 있는 것 같은/기분이 드는 것“(「효도」)이라는 구절 역시 ‘효도’와 ‘간병’이라는 이름 아래 세습되는 돌봄의 굴레를 간파한다. 『엄마 손을 잡고 그 골목에 서 있네』는 돌봄의 짐을 짊어진 이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무력감의 정체를 직시하면서 인간의 유한함을 인정하는 태도 속에서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죄책감과 인간적 한계: 슬픔을 넘어선 용서와 위로 양애경의 시는 사랑과 헌신으로 시작해 죄책감으로 이어지는 돌봄의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시인은 ”내가 내 손으로 엄마를 요양원에 데려가/문을 쾅 닫고/혼자 돌아오다니!“(「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라고 쓰며 극한의 죄책감을 토로하고 어머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시간을 견딘다. ”엄마 없이“(「긴 병」) 행복해져도 되는지 스스로 질문한 끝에 ”엄마는 마음에 묻고/나는 행복하게 살아야지“(「일곱 달하고 열하루째」)라 다짐하며 시인은 용서의 언어에 도달한다. ”‘사랑해요’보다/백만 배 무거운 말//엄마 집에 가자“(「면회 2」)라는 구절은 돌봄의 무게와 인간적 한계를 함께 보여 주며, 슬픔을 받아들이는 용서가 곧 위로의 시작임을 말한다. 고통을 넘어선 회복: 돌봄 이후의 삶을 재건하다 『엄마 손을 잡고 그 골목에 서 있네』에는 고통을 지나온 이가 다시 자신으로 서는 순간이 담겨 있다. 시인은 ”탈피하여 나비가 되어/훨훨 날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허름하긴 하지요」)는 자신을 발견하며 상실 속에서도 삶을 향한 의지를 되찾는다. ”다음 생엔 제 딸로 태어나세요/다 못해 드린 것들을 해 드리며 살게요“라는 시인의 고백에서 볼 수 있듯 갚지 못한 마음을 희망으로 바꾼다. ”나는 시인/어차피 사람은 철저하게 혼자란 걸 아는 영혼“(「왜 나는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을까」)이라는 구절은 간병인과 딸의 정체성을 넘어 다시 ‘시인’으로 서는 선언이자, 스스로의 존재를 회복하는 문장이다. 4부에 등장하는 ”평온한 날이다/환자도 없고/나도 안 아프다/행복하기까지 하다“(「평온한 날」)라는 시구는 긴 돌봄의 터널을 통과한 뒤 도달한 평온과 자유를 보여 준다. 『엄마 손을 잡고 그 골목에 서 있네』의 시구들은 돌봄과 상실의 경험을 지나온 모든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남길 것이다. 시인의 말 엄마 보살핌을 받고 살다가 좋은 친구로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아기처럼 된 엄마를 돌봐드리며 살다가… 이제 아버지 계신 산에 두고 온 엄마 다음 생엔 제 딸로 태어나세요 다 못해 드린 것들을 해 드리며 살게요 2025년 가을 양애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