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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九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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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윤구병의 사상과 삶, 그 시작을 만나다
1979년 발표된 윤구병의 초기작 《아이의 얼굴》, 47년 만에 단행본으로 첫 출간 철학자 윤구병의 단편동화 《아이의 얼굴》이 47년 만에 한 권의 책으로 독자를 만난다. 이 작품은 1979년 4월 월간종합교양지 〈뿌리깊은 나무〉 특별 기획 ‘우리 아이의 장래’에 발표되었던 원고로, 반세기에 가까운 47년 만에 비로소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아이의 얼굴》은 철학자 윤구병이 동화의 형식을 빌려 문명과 교육, 경쟁과 자립,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으로, 실천하는 철학자 윤구병의 청년기 사상의 온전한 출발점과 함께 순수한 열정을 오늘날 독자들에게 깊이 있게 선사한다. 문명과 경쟁 사회를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 《아이의 얼굴》은 삭막하고 획일화된 도시 아파트 단지 공터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아이와 한 어른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어른인 화자는 아이를 걱정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아이는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을 낯선 눈으로 바라본다. 아이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어른이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계의 모습이 낯설게 드러난다. 아이는 어른들이 견고하게 구축해 놓은 문명의 타성과 경쟁 중심의 지식 교육이 지닌 모순을 매섭게 파고든다. 아이는 무엇을 배워야 잘 살 수 있는지, 많이 배우는 것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이 되는지, 사람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저자는 학원을 전전하며 남보다 앞서나가기만을 강요받은 채 정작 자립하는 힘을 잃어가는 현대 아이들의 그늘을 투명하게 조명하고, 책상 위 조각난 지식이 아닌 흙을 밟는 노동과 다정한 동무, 그리고 자연을 통한 배움이 삶을 온전히 지탱하는 생명력임을 호소력 있게 일깨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훗날 윤구병이 교수직을 내려놓고 변산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일구며 삶으로 실천해 온 철학과도 맞닿는다. 윤구병 철학의 사유와 문제의식이 담긴 출발점 생각과 삶이 하나 된 실천, 《아이의 얼굴》이 건네는 시대적 메시지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건너온 이 오래된 원고가 오늘 더욱 새롭게 읽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넘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윤구병은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15년 동안 재직했다. 그러나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1995년 전북 부안 변산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를 일구기 시작했다. 윤구병이 변산에서 농사일을 하며 실천한 교육 철학은 ‘무엇을 아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무엇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손발 놀려 살아갈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윤구병은 교육의 목표를 ‘제 힘으로 제 앞가림하는 길’과 ‘여럿이 함께 사는 길’에서 찾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얼굴》은 훗날 변산에서 펼쳐질 윤구병의 철학과 실천을 미리 보여 주는 작품처럼 읽힌다. ‘아이들이 자기 삶을 꾸려 갈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가?’ 어린아이의 입을 빌려 던졌던 질문이 훗날 윤구병이 실천하려 한 삶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가 된 것이다.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에게는 잃어버린 감각을,지금 아이로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는 자기 삶을 바라보는 힘을 건네는 이야기 ⟪아이의 얼굴⟫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질문을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건넨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이의 얼굴》은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을 뒤집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삶의 방식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아이를 어른이 만든 질서에 맞추어야 할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아이의 눈을 통해 어른의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 아이가 알고 있는 것은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불을 피우는 법, 자연에서 먹을 것을 찾는 법, 동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주입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인가?’라는 것을. 《아이의 얼굴》은 1979년에 쓰였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넘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요구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경쟁과 성취, 성장과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