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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길이 막히던 날, 가족이 갈라졌다 | 38선이 갈라놓은 삶 | 돌아온 사람과 돌아오지 못한 사람 | 굴곡진 삶과 고통 | 지하 1층 서고의 비밀 | 528자로 문을 두드리다 | 파견원의 첫 악수 | 12일 만에 세운 건물 | 빨간 전화기가 울리던 날 | 끊기고, 또 이어지고 2부 처음으로 마주 앉다 드디어 마주 앉다 | 다섯 개의 문 | 누가 적십자인인가 | 관행이란 이름 | 북한이 왜 대화에 나왔나 | 중앙정보부 요원은 빠져라 | 1983년, 텔레비전 앞의 기적 | 먼저 손을 내민 쪽 | 1985년, 뜨거웠던 사흘 | 꽃 파는 처녀 | 환경조건이라는 벽 3부 살아 있었구나 북녘 고향 땅을 밟다 | 6.15 그리고 첫 만남 | 상봉장에서 보낸 시간 | 화면 속에서 손을 흔들었다 | 잠들어 있는 영상 편지 | 지금이 제일 행복합니다 | 금강산에서 만난 형제 | 일본은 달랐다? | 꿈을 담은 건물 | 아! 그리운 금강산 | 법을 바꾸면 되잖아 | 북에서 온 편지 | 내 고향 땅에서의 성묘 | 상봉은 계속될 수 있을까 4부 받으면 우린 못 참잖아 신혼여행 자금을 들고 왔습니다 | 비료 포대에 새긴 적십자 | 돌고 돌아 그 길로 | 같이 가봤으면 좋았을 텐데 | 그냥 인간의 도리지요 | 수해가 오면 우리는 움직였다 | 북한 어린이를 살리다 | 생명을 잇는 작은 다리 | 보낸 물자는 어디로 갔을까 | 적십자를 해체하라고? | 주는 마음과 받는 자존심 5부 말 한마디가 전쟁이었다 이인모, 그 한 사람 때문에 | 샹그릴라에서 만나다 |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에서 | 북일적십자회담 | 납북자라는 말도 못 했다 | 회담장의 그림자들 | 대결 아닌 대결 | 옥동자를 만들다 | 원본은 줄 수 없다 | 이산가족은 누가 책임지는가 6부 현장에는 사람이 있었다 건배사 한마디의 무게 | 카니발이 제일 편합니다 | 총을 든 군인 앞에서 | 내 이메일이 털렸다 | 아버지를 향한 항해 | 평양 스크린골프장 | 설운도 씨,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 특혜가 아니었습니다 | 명절이면 더 보고 싶다 | 북한은 왜 상봉을 꺼리는가 | 이역만리에서 돌아온 사람들 에필로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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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 안에는 또 다른 서류도 있었다. 북조선적십자회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명단이었다. 그 안에는 1만 4,132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남쪽으로 내려간 가족의 소식을 알려 달라는 북쪽 가족들의 요청이었다. 이쪽에서만 가족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저쪽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남측은 조사 끝에 답을 보냈다. 1만 4,112명은 자유의사로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나머지 20명은 확인할 수 없었다. 자기 발로 남으로 갔다고 했으니 북에 남은 가족들은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 p.36 1984년 수해 물자 교환은 하나의 씨앗이 됐다. 이듬해인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이 처음으로 성사됐다. 쌀 한 톨이 문을 연 것이었다. 그 문이 열리면서 우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북한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수백만 명이 굶주렸다. 남쪽에서도 돕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구호물자 전달이 시작됐다. 일반 국민 가운데는 대북 지원하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퍼준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시작은 그들이었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북한이었다. --- p.93 영상 편지 제작은 2000년대 초 민병대 남북교류국장의 주도로 시작됐다. 남북교류국 사무실 한쪽에 컴퓨터와 기자재를 마련하고 직원들 이 직접 편집 기술을 배우며 한두 편씩 제작했다. 2005년에는 통일부 가 나서 시범적으로 4,000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영상 편지 교환에 합의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였다. 상봉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겨우 20편만 교환하기로 했다. 영상 편지는 보통 10분 이내 분량이었다. 헤어진 이후의 삶, 현재의 모습,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구성됐다. --- p.131 용천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 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이었다. 북한 지원을 이야기할 때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동포애는 한민족으로서 어려운 북한을 도와주자는 것이다. 인도주의는 종교, 인종, 국가를 떠나 어려운 사람을 차별 없이 돕자는 것이다. 의리는 그동안의 관계를 고려해 도와주자는 것이고, 도리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돕자는 것이다. 1984년 북한적십자회가 수재 물자를 전달하겠다고 나섰을 때 내세운 명분이 ‘동포애적 염원’과 ‘적십자 인도주의와 동포애에 기초하는 숭고한 사업’이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식량을 지원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순수한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이었다. --- p.185 북한 대표단이 서울을 공식 방문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대한적십자사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가 계기였다. 18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행사였다. 한완상 총재와 이세웅 부총재가 평양을 직접 방문해 참석을 요청했고 공들인 끝에 8명의 북한 대표단이 서울에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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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최전선에서 건져 올린, 무수한 기다림과 남모를 눈물의 기록!
34년 적십자 요원의 시선으로 복원해 낸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회담의 진짜 이야기! 오랜 세월 굳게 닫혀 있던 남북의 문을 두드린 것은 정치인의 거창한 선언이 아닌, 1971년 대한적십자사가 발표한 단 528자의 성명서였다. 그날 이후 판문점과 평양, 금강산을 오가며 숱한 회담과 상봉이 이어졌지만, 우리가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 기사를 통해 보던 벅찬 환희의 장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 책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았던 무대 뒤편, 그곳에서 묵묵히 끊어진 핏줄을 잇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적십자 실무자들과 당사자들의 절절한 사연을 조명한다. 저자는 이산가족을 한데 묶어 부르는 차가운 통계 숫자를 거부한다. 대신 북에 있는 아들의 생사만이라도 알기 위해 가파른 남산 비탈길을 오르던 할머니, 앰뷸런스에 누워서라도 군사분계선을 넘어 가족의 온기를 느끼려 했던 노모의 얼굴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체제 경쟁과 정치적 셈법이 난무하는 차가운 회담장 밖에는 이렇듯 애타는 기다림 하나로 평생을 버텨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들의 만남을 단 한 번이라도 더 성사시키기 위해 남북의 실무자들은 치열하게 부딪혔다. 테이블 위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마이크가 꺼지면 담배 한 개비를 나누며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던 묘한 공감대가 현장에는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과거의 성과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오직 ‘헤어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던 치열한 막후교섭의 과정이 날것 그대로 살아 숨 쉰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가 모든 길을 막아설 때, 비로소 인도주의의 진가가 빛난다!” 단순한 회고를 넘어 언젠가 다시 다가올 만남의 날을 준비하는 단단한 나침반! 남북 관계는 늘 살얼음판과 같았다. 훈풍이 불다가도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고, 굳게 맺은 약속은 외부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뒤집히기 일쑤였다. ‘환경 조건’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장벽 앞에서는 애써 준비한 구호물자와 상봉 행사가 무산되는 허탈함을 수없이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저자는 현장에서 얻은 묵직한 진실 하나를 고백한다. 인도주의는 상황이 좋을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가장 최악일 때 가장 먼저 필요하고 마지막까지 남아야 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남과 북의 공식 채널이 꽉 막혀 있던 시기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옥수수와 비료가 바다를 건넜고, 편지가 오갔으며, 미래를 대비한 유전자 검사와 영상 편지 제작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이는 단순한 시혜적 물자 지원을 넘어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신뢰를 쌓고 훗날의 대화를 약속하는 튼튼한 동아줄이었다. 가장 적대적인 순간에도 사람을 향한 연민과 교류만큼은 결코 멈춰선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은 지난 역사를 통해 증명해 낸다. 오늘날 남북 간의 대화는 다시금 깊은 침묵 속에 빠져 있다. 그러나 판문점 자유의 집에 놓인 낡은 빨간 전화기처럼 벨만 울리면 선 하나를 넘어 닿을 수 있는 거리는 변함이 없다. 『판문점에서 금강산까지』는 점차 잊혀 가는 이산의 아픔을 우리 사회에 다시 환기하는 동시에,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다시 ‘사람’에서 찾자고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제안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인도적 교류의 참된 의미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