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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기쁨 3
정효구
작가정신 200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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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나는 천문학교 별반 담임선생님입니다|정일근 〈은현리 天文學校〉
우리는 늘 그렇게 살지요|정재학 〈늘 그래요〉
그늘농사를 잘 지었습니다|문태준 〈산수유나무의 농사〉
이런 날엔 멋지게 자살이라도 해 보이고 싶습니다|나태주 〈뭉게구름〉
들리지 않던 소리까지 들립니다|박상순 〈Love Adagio〉
분양 받았던 하늘을 되돌려주었습니다|김종해 〈나의 하늘 1〉,〈나의 하늘 2〉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김형영 〈나〉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이홍섭 〈서귀포〉
가문 이전에 한 인간이 있습니다|이상 〈오감도 시제2호〉
설명할 수 없어서 그냥 눈을 감았습니다|천양희 〈눈〉
무한에 기대어보았습니다|최승자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국어시간에 ‘시적 혁명’이 일어났습니다|함기석 〈국어선생은 달팽이〉
리듬에는 ‘생계의 운율’도 있습니다|고영민 〈계란 한 판〉
시인학교에서는 자습을 합니다|김종삼 〈詩人學校〉
나도, 그대도, 가슴이 아픈 것이지요|박진숙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깊은 밤엔 담배를 허락합니다|이승훈 〈담배〉
울타리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함민복 〈그림자〉
직업과 화해하였습니다 |이면우 〈손공구〉
풀벌레들에게도 작은 귀가 있습니다|김기택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아직도 노란 벤치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정유화 〈은행나무〉
보름달이 떴습니다, 환하게|노창선 〈보름달〉
소유보다는 향유하고 싶습니다|신경림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바위는 하지 않으면서 하고 있었습니다|반칠환 〈새해 첫 기적〉
아무것도 아닌 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강현국 〈평상이 있는 풍경〉
아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이성복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쪼그리고 앉아 채송화를 보았습니다|송찬호 〈채송화〉
부엌은 시처럼 사람을 유혹하지요|장석남 〈부엌〉
발효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정진규 〈原石〉
한 숟가락 흙 속에 1억 5천만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정현종 〈한 숟가락 흙 속에〉
문상을 가면 누구나 비틀거립니다|유홍준 〈喪家에 모인 구두들〉
중심이 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심수향 〈중심〉
저곳에 작은 평화가 있습니다|배한봉 〈저 작은 평화〉
화엄을 화음으로 읽어도 괜찮겠지요|임동확 〈화엄 또는 화음〉
봄날엔 문구점엘 가고 싶습니다|이진명 〈봄날〉
속세를 한짐 지고 절에 올랐습니다|채필녀 〈석남사에서〉
마당을 한가로이 거닙니다|고재종 〈한가함을 즐기다〉
감자는 싹이 틀 때 얼마나 아플까요|유형진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사랑은 언제나 관념인가봐요|한영옥 〈누워 있는 그리움〉
등산보다 입산이 낫다고 하지요|나희덕 〈俗離山에서〉
정해진 순서가 따로 있겠습니까?|고두현 〈수연산방에서〉
인간의 집들이 슬퍼 보입니다|강은교 〈신 경부철도가〉
누군가에게 그리운 몸이 되지 못하였습니다|김원각 〈남해 보리암에서〉
살을 느끼니 살 것 같았습니다|황지우 〈일요일 내내, TV 禪하다〉
클릭하는 것도 존재의 한 방식이랍니다|이원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흙마당을 쓸고 또 쓸었습니다|신현정 〈담에 빗자루 기대며〉
살아 있는 것들의 목록입니다|최승호 〈이것은 죽음의 목록이 아니다〉

저자 소개 1

鄭孝九

1958년에 출생하여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하였고, 미국 럿거스대학교의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에 방문교수로 체류한 바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청하, 1987), 『시와 젊음』(문학과비평사, 1989), 『현대시와 기호학』(느티나무, 1989), 『광야의 시학』(열음사, 1991), 『상상력의 모험 : 8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2), 『우주공동체와
1958년에 출생하여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하였고, 미국 럿거스대학교의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에 방문교수로 체류한 바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청하, 1987), 『시와 젊음』(문학과비평사, 1989), 『현대시와 기호학』(느티나무, 1989), 『광야의 시학』(열음사, 1991), 『상상력의 모험 : 8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2), 『우주공동체와 문학의 길』(시와시학사, 1994), 『20세기 한국시의 정신과 방법』(시와시학사, 1995), 『백석』(편저, 문학세계사, 1996), 『20세기 한국시와 비평정신』(새미, 1997), 『몽상의 시학 : 90년대 시인들』(민음사, 1998), 『한국 현대시와 자연탐구』(새미, 1998), 『시 읽는 기쁨』(작가정신, 2001), 『한국 현대시와 문명의 전환』(국학자료원, 2002), 『시 읽는 기쁨 2』(작가정신, 2003), 『재미한인문학연구』(2인 공저, 월인, 2003), 『정진규의 시와 시론 연구』(푸른사상, 2005), 『시 읽는 기쁨 3』(작가정신, 2006), 『한국 현대시와 평인(平人)의 사상』(푸른사상, 2007), 『마당 이야기』(작가정신, 2009),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푸른사상, 2010),『일심(一心)의 시학, 도심(道心)의 미학』(푸른사상사, 2011) 등의 저서가 있다. 2016년 현대불교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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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584g | 153*224*30mm
ISBN13
9788972882756

책 속으로

고영민_계란 한 판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짧은 침묵)
계란 한 판…(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여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

방 안쪽에서 조용히 시를 쓰던 시인은 불현듯 세상의 바깥에서 큰 소리로 다가오는 계란장수의 확성기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시인은 시의 원천인 운율, 곧 소리에 예민한 시인답게 계란장수의 확성기에서 울려 퍼지는 호객소리를 그 악보라도 본 듯 리얼하게 파악하고 재현합니다. 그런 그가 분석하듯이, 받아 적듯이 계란장수의 호객소리를 파악하고 나서 내놓은 결론은 “여백의 미”가 절묘하게 구사되고 있다는 점과 그런 미학 속에는 만만치 않은 내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자기 생의 아티스트라는 말이 있듯이, 계란장수도 고달프지만 자신의 생을 길 위에서 만들어가는 인생의 예술가요, 그 생이라는 예술 구현의 한 현장이 고달프지만 감동적인 운율로 확성기의 호객소리에 묻어 있는 것입니다. 시인은 그것을 민첩하게 포착한 것이고, 그것을 위와 같은 시의 창작으로써 우리들과 공유하고자 한 것이며, 그런 생에의 깊이 있는 인식이 그로 하여금 ‘계란 한 판의 리듬’에 이끌려,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서서 계란 한 판을 사게 만든 것입니다.

--- p.

송찬호_채송화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수염으로 포도씨만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쪼그려 앉아 마당이라는 책 속의 채송화 나라를 살펴보는 일은 아름답습니다. 그 채송화 나라를 관찰하며 시인은 마당의 이쪽에서, 채송화 나라가 있는 저쪽에까지 가는 데엔 구두 한 짝 정도 크기의 배만 타고 가면 된다고 동화적인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채송화 옆에 누군가 오래 전에 버린 구두 한 짝이 놓여 있나 봅니다. 채송화 옆에는 깨진 거울 조각도 있나 봅니다. 인간들이 함부로 버렸으나 그 나름대로 조용히 자리 잡은 이 깨진 조각거울을 시인은 채송화 나라의 호수라고 표현했습니다. 채송화 옆에는 고양이도 있나 봅니다. 그런데 고양이만이 아니라 비둘기도 채송화 나라에 왔다 간 흔적이 있습니다. 비둘기는 그 옆에 똥을 눔으로써 그것으로 “헌사”를 바쳤습니다.
시골집 마당에서 쪼그려 앉은 채로 채송화의 나라에 얼굴을 대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시골집 마당가에 작은 소인국을 예쁘게 차려놓은 채송화의 나라도 또한 눈에 밟힙니다. 이런 삶 속에 맨살을 그대로 부드럽게 내놓고 있는 시골집의 흙마당, 그런 곳의 한쪽에 아주 작지만 예쁜 나라를 이룬 채송화들, 그런 나라들을 책처럼 소중히 다루며 그곳에 얼굴을 파묻고 작은 글씨를 읽어가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 p.

출판사 리뷰

“생계의 운율” 담은 진솔한 우리 시 46편
수십 년 동안 오롯이 우리 시를 찾아 읽고 연구해온 문학평론가 정효구 교수가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시 읽는 기쁨 3』을 펴냈다. 1편과 2편이 시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를 알고 좋아하도록 만든 과정이었다면, 3편은 완성된 교향곡처럼 풍성한 시 차림으로 독자로 하여금 맘껏 시를 골라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저자는 3편의 테마를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이 속에서 지속되는 인간의 삶으로 잡고, 인간사의 여유 없는 레일을 벗어나 하늘과 땅으로 자신의 존재를 넓히며 살아보자고 말한다. 시의 결을 따라 우주의 공간으로 안내된 우리는 마치 헐렁한 옷을 입은 듯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낀다.
저자는 전편들에서 보여주었듯, 독자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한 자리에서 이러한 시와 시 속에 깃든 시인의 마음풍경을 나지막이 들려준다.
‘계란 한 판에 삼천 원’을 외치는 계란장수의 호객소리에서 생계의 운율과 여백의 미를 발견하고 감탄하는 시인(고영민), 상징계의 이단아 배추머리 소년과 운동장의 염소를 빌려 국어선생을 달팽이, 당나귀라 놀리며 딱딱한 상징과 질서를 벗어던지라고 외치는 시인(함기석), 맑고 푸르고 높은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며 연신 “햐!”를 외치는 아이 같은 시인(나태주), 산골마을에서 밤하늘의 별들과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며 살아가는 시인(정일근), 인간사의 슬픔을 무한과 우주사에 기대어 넘어서려고 하는 시인(최승자).
인류의 시원이자 회귀의 장소인 우주와 자연의 이야기들, 그리고 스쳐가듯 흘려보았던 일상 속에 숨은 “생계의 운율”을 포착한 수록 시도 감동적이지만, 그것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시인들의 시심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시와 삶은 진실에 끈을 대고 이어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시 속에 삶의 진실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일 것이다.
저자는 서두르거나 다그치는 일 없이, 현학과 수사로 고개를 젓게 만드는 일 또한 없이, 행간에 숨은 시의 뜻을 차근차근 일러주고, 함께 그 맛을 느껴보자며 다정하게 어깨를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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