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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미는 손뜨개질 ㆍ6
2. 시노다의 집 ㆍ25 3. 동물 보호 센터에서 ㆍ39 4. 반딧불이 구경 ㆍ57 5. 꿀벌의 사나운 날갯짓 소리 ㆍ74 6. 직접 만든 모형 로켓 ㆍ88 7. 고사카 이쿠미의 손뜨개 인형 ㆍ108 8. 소리 없는 집 ㆍ132 9. 타 버려도 괜찮아 ㆍ148 10. 한여름의 태양 ㆍ170 작가의 말 ㆍ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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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구치 선생님의 좌우명은 “남자답게 살아라.”였다. 고타로는 그 말이 몹시 거북했다. ‘남자답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누가 보아도 남자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쓰여 있다. 알 듯 말 듯 애매한 말, 그것이 ‘남자답다’라는 말이라고 고타로는 생각했다.
--- p.22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고타로는 또다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현관 옆 선반 위에 손뜨개 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강아지, 고양이, 개구리, 오리. 돼지도 있었다. 연한 주황색 털실로 뜬 돼지는 코와 귀가 분홍색이었고, 동글동글한 눈망울이 사랑스러웠다. 필요한 말만 하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무심코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나도 손뜨개 인형…… 아, 아니, 이 이 인형들 진짜 귀엽다. 누가 만든 거야?” 순간, 시노다의 눈썹이 움찔하더니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p.33 “그 작품이 무섭다고 하는 사람은 진짜 아픔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어둠 속에서 울리는 시노다의 목소리가 고타로의 뱃속 깊은 곳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진짜 아픔. 고타로에게는 고타로만의 아픔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아픔. 하지만 그걸 ‘진짜 아픔’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타로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p.33 “인정 욕구라는 말, 들어 본 적 있니?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란다. 시노다도 자기가 정성을 다해 만든 로켓을 히가시하마 중학교 사람들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지 않았을까. 그 마음을 이루도록 도와준 사람이 바로 고타로야.” ‘인정 욕구’라는 말이 고타로의 귓가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 P.110 고사카 이쿠미의 작품을 본 학생들이 “귀엽다.”, “잘 만들었네.” 같은 말을 하며 고타로 옆을 지나쳤다. 그럴 때마다 고타로의 마음은 봄을 기다리는 꽃봉오리처럼 부풀어 올랐다. 지금까지 고타로가 자신이 만든 손뜨개 인형을 보여 준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이 손뜨개 인형, 살아 있는 것 같아.” 이 말을 들었을 때, 고타로의 마음속 꽃봉오리는 단숨에 활짝 피어올랐다. --- p.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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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진짜 모습
‘보통 남자애’가 아닌 두 아이의 우정 주인공 고타로는 겉모습만 보면 ‘보통 남자애’다. 운동 신경이 좋아 야구부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수학 문제도 곧잘 풀고,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낸다. 이런 고타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손뜨개 인형 만들기다. 스스로 도안을 그려 원하는 인형을 만들 정도로 뜨개질에 푹 빠져 지내지만,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예상과 다른 모습을 가진 건 고타로만이 아니다. 고타로는 담임인 구라하시 선생님의 부탁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 시노다의 집을 찾아간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는 이상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시노다는 잘 정돈된 집에서 살며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남들 눈에는 ‘보통 남자애’처럼 보이지만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고타로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매사 딱 부러지는 시노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두 아이는 동물 보호 센터에서 직업 체험을 하고, 할머니 집 근처에서 반딧불이를 구경하고, 문화부 발표회에 참여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여름의 태양 아래 두 아이는 서로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 남자다움? 그게 뭔데? 여전히 고정관념에 시달리는 요즘 10대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라는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남자다움’에 대한 강요가 10대 남학생들을 얼마나 압박하는지, 그것이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한여름의 태양》은 “남자가 왜 그래?” “그건 남자가 아니지.” 같은 일상적인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 이야기에는 “남자면 남자답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이 등장한다. 야구부 담당 하라구치 선생님은 선발 투수인 고타로에게 “남자답게 정면 승부”하라고 강요하거나,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전학생 아유무의 야구부 입단을 거절한다. 이전 학교에서 아유무는 야구부 활동은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고타로네 반 아이들은 긴 머리를 찰랑이는 아유무를 이상하게 보고, 거리를 둔다. 이와 같은 온도 차는 같은 시대, 같은 나라 안에서도 편견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준다. 사실 고타로도 아유무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인형을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고타로를 두고 “계집애 같아서 비호감”, “재수 없다.”라며 공격한 아이들이 있었던 것. 자신이 좋아하는 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바람에 공격당한 고타로는 철저하게 자신의 욕구를 감추게 된다. 다시는 그런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억압은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것 같으면 귓속에서 ‘꿀벌들이 윙윙대는 소리’가 울리는 신체 증상과 소변 실수로까지 이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한여름의 태양처럼 뜨겁고 자연스러운 욕구 손뜨개 인형 만들기를 좋아하는 고타로는 혼자서도 충분히 인형을 만들 수 있다. 학교에 가는 대신 어머니를 돌보며 가정 학습을 선택한 시노다는 혼자서도 학업 성적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시노다가 문화부 발표회에 자신이 만든 로켓 모형을 전시하겠다고 나섰을 때, 구라하시 선생님은 고타로에게 ‘인정 욕구’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결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아주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것이다. 이에 고타로는 꾹꾹 눌러 왔지만 자기 안에도 자신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확인한다. 남몰래 전시회에 참여한 고타로는 열심히 만든 손뜨개 인형을 보고 “살아 있는 것 같아.”라고 감탄하는 관람객을 본다. 그 순간 “고타로의 마음속 꽃봉오리는 단숨에 활짝 피어”오른다. 이것이 바로 적당히 숨기며 살아갈 수도 있지만 자신의 진짜 마음을 세상에 내놓는 이유다. 이처럼 《한여름의 태양》은 나와 내 주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용기 있게 한 발 내딛는 이들을 응원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