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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경성의 밤을 뒤흔든 살인 사건으로 들여다본 식민지 조선의 속살
전봉관
더숲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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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스무 가지 사건, 스무 빛깔 인생

첫 번째 이야기_패륜아의 독살인가, 협잡배의 모함인가 : 이수탁 살부 공판
▶ 남겨진 장면들

두 번째 이야기_보험마(保險魔)의 에로·그로·패륜 드라마 : 평양 오천일 살부 사건
▶ 문화사 읽기|자료 소개

세 번째 이야기_1,000명의 순사를 낚은 가짜 독립군 : 장호원주재소 무기고 절취 사건
▶ 남겨진 장면들

네 번째 이야기_독립운동 군자금 징발을 위한 은행털이, 강도인가 의거인가?
: 이선룡 동일은행 장호원 지점 습격 사건
▶ 남겨진 장면들

다섯 번째 이야기_동양 최대 은행털이 범죄, 갑질 피해자의 제보로 꼬리 잡히다
: 조선은행 평양 지점 78만 원 도난 사건
▶ 남겨진 장면들|문화사 읽기

여섯 번째 이야기_7년의 추격전, 그리고 기막힌 해피엔딩 : 경의선 특급열차 2만 원 도난 사건
▶ 문화사 읽기

일곱 번째 이야기_“쉿! 금 만드는 기술 있다” : 홍우찬 연금술 사기 사건
▶ 남겨진 장면들

여덟 번째 이야기_무장 독립단으로 시작해 산신령으로 끝난 16년 대하 잔혹사
: 벌교 백만장자 서도현 참살 사건
▶ 남겨진 장면들|문화사 읽기|자료 소개

아홉 번째 이야기_영하 20도 혹한 속, 8일간 이어진 신출귀몰 탈주극
: 사형수 심종성의 프리즌 브레이크

열 번째 이야기_고물상 주인에서 일본인 순사까지, 6일간의 잔혹한 살인 질주
: 넝마주이 정기현의 어쩌다 연쇄 살인

열한 번째 이야기_“중국인의 씨를 말리자” 치명적 오보에서 비롯된 최악의 참사
: 완바오산(만보산) 사건과 중국인 배척 폭동
▶ 남겨진 장면들┃ 문화사 읽기┃ 자료 소개

열두 번째 이야기_살인자는 복역 중인데 피살자가 살아 돌아왔다 : 청양 박석산 소년 살해 사건
▶ 남겨진 장면들

열세 번째 이야기_“그같이 어여쁜 계집이 어찌 어린 남편을 죽였겠느냐?” : 독살 미인 김정필 신드롬
▶ 남겨진 장면들┃ 문화사 읽기

열네 번째 이야기_사라진 진범과 ‘만들어진’ 살인마들 : 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열다섯 번째 이야기_확인된 살인만 314건, 전 조선을 전율시킨 사교(邪敎) 집단
: 살인 마교(魔敎) 백백교 사건
▶ 남겨진 장면들|자료 소개

열여섯 번째 이야기_참혹히 난자당한 조선인 하녀, 싸늘히 미소 짓는 일본인 여주인
: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

열일곱 번째 이야기_경성 거리에 나뒹군 몸통 없는 아이 머리, 23일간의 대소동
: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

열여덟 번째 이야기_아비 손에 홍등가로 팔려 간 여인, 애인에게 버림받고 남편 총에 죽다
: 상하이 국제 삼각연애 살인 사건
▶ 남겨진 장면들

열아홉 번째 이야기_경성 시내를 뒤흔든 400대 1의 대혈투 : 김상옥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

스무 번째 이야기_중국옷을 입은 사내는 왜 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졌나?
: 나석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

저자 소개 1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근대문학을 공부하다가 그 시대 문화의 발랄함과 역동성에 매료돼 박사학위 취득 후 본격적으로 근대문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근대 조선의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를 찾고 그것을 해결할 지혜를 얻고자 한다. 근대 조선의 살인 사건, 스캔들, 투기, 사기·협잡, 가정 문제, 애정 문제 등을 매개로 현대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비판하는 독특한 형식의 글을 발표하고 있다. 1930년대 한국의 골드러시를 다룬 『황금광시대』(2005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근대문학을 공부하다가 그 시대 문화의 발랄함과 역동성에 매료돼 박사학위 취득 후 본격적으로 근대문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근대 조선의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뿌리를 찾고 그것을 해결할 지혜를 얻고자 한다. 근대 조선의 살인 사건, 스캔들, 투기, 사기·협잡, 가정 문제, 애정 문제 등을 매개로 현대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비판하는 독특한 형식의 글을 발표하고 있다.

1930년대 한국의 골드러시를 다룬 『황금광시대』(2005),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을 다룬 『경성기담』(2006), 근대 조선을 들썩인 투기 열풍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룬 『럭키경성』(2007)을 펴냈다. 「조선일보」에 ‘30년대 조선을 거닐다’(2005)를 연재했고, 2005년 7월부터 월간 『신동아』에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경성 자살 클럽』,『EBS 지식 프라임』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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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872쪽 | 152*223*40mm
ISBN13
9791194273523

책 속으로

이건호가 사망한 지 채 1년도 못 돼 100만 원에 달하던 그의 유산은 돈 냄새를 맡고 파리 떼처럼 날아든 전국의 협잡배들 손에 모조리 넘어 갔다. 이수탁은 아비의 유산을 몽땅 날린 것으로도 모자라, 자기가 한 번 써 보지도 못한 20여만 원의 빚까지 떠안았다. 백만장자 외아들에서 하루아침에 알거지로 전락한 이수탁의 처지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수탁의 재산이 모두 사라지자, 썩은 고기 주위로 몰려든 하이에나처럼 이수탁 주변에 바글거리던 협잡배들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건 호가 살아 있을 때 집안의 대소사를 자기 일인 양 살뜰히 챙기던 친척들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세 여동생까지 “오빠가 아버지 유산을 한 푼도 분재(分財)해 주지 않고, 백만 원 재산을 홀랑 날려 버렸다”고 이수 탁을 원망했다.
---「패륜아의 독살인가, 협잡배의 모함인가 : 이수탁 살부 공판」중에서

“만주 창춘에서 동포 60명이 학살되었다!”
세 시간 동안 파괴와 약탈의 희열을 맛본 군중들에게는 유언비어를 가려낼 분별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랐다. 유언비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마다 한껏 부풀려졌다.
“중국인의 씨를 말리자!”
누군가가 외치자, 군중들은 일순간 피에 주린 이리 떼로 돌변했다. 피가 흥건히 묻은 곤봉을 든 장정 6~7명을 앞세우고 200~300명씩 무리를 지어 토끼몰이하듯 중국인을 찾아 헤맸다. 잿더미가 된 가게와 집 을 정리하던 중국인들은 허겁지겁 피난길에 올랐다.
“저기 중국인이다!”
]국인이 발견되면 수백 명이 함성을 지르며 쫓아가 기어이 때려눕혔다. 군중에게 발각된 중국인들은 채 10분이 못 돼 피투성이 시체가 돼 길가에 널브러졌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안면이 굳어 버린 노인, 고사리 같은 두 주먹을 예쁘장하게 쥐고 두 눈을 뜬 채 땅바닥에 엎어 진 영아(嬰兒), 젖먹이를 품에 안고 맞아 죽은 여인, 온몸에 피멍이 든 임신부…. 거리에는 중국인들의 시체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평양 시내 가 무정부 상태에 빠진 그날 밤, 경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의 씨를 말리자” 치명적 오보에서 비롯된 최악의 참사 : 완바오산 사건과 중국인 배척 운동」중에서

“과연 놀라운 발명이올시다.”
“오늘 시험 삼아 만든 금은 1돈(3.75g), 5원어치입니다. 여기에 든 비용은 기껏해야 50전입니다. 한 되들이 고수액 한 병에 1만 원가량 하지만, 고수액 한 방울이면 금 1돈은 너끈히 만들 수 있습니다.”
1897년 일본이 금본위제를 도입해 1931년 완전히 폐지할 때까지 일본은행의 법정 금 태환(兌換) 비율은 ‘1원당 0.2돈(0.75g)’ 즉 ‘5원당 1돈’이었다. 오병조가 금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수익을 종이에 적어 가며 상세히 설명하자, 민병석은 오병조의 두 손을 버럭 움켜쥐며 즉석에서 동업을 제의했다.
“오 선생, 대단하시오. 김종순 지사의 거룩한 사업에 나 같은 허물 많은 사람이 함께해도 되겠소?”
오병조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고수액을 많이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우선 5만 원은 있어야 우랄 산중으로 사람을 보내 고수액을 사 올 수 있습니다.”
“그까짓 5만 원이 문제겠소. 자금일랑 걱정 말고 어서 그 고수액이라는 약품을 구해 오시오.”
민병석은 공장 설립 준비가 끝나면 돈을 받으러 오라고 당부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사람이 자가용에 오르려 할 때, 오병조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대감, 오늘 보신 것은 대감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혹여 관헌이나 외국인이 알기라도 하면 이 놀라운 기술을 승냥이 떼 같은 그놈들이 그냥 둘 리 있겠습니까? 행여 가족에게라도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여부가 있겠소. 내 그리하리다.”
---「“쉿! 금 만드는 기술 있다” : 홍우찬 연금술 사기 사건」중에서

현금 2만 원이 잠깐 동안 정차한 금촌역에서는 없어질 겨를이 없었다. 처음 적재한 경성역에서도 역시 도난을 당할 겨를이 없었다. 홍인상이 잠깐 졸았던 일산과 금촌 사이 13분 동안 도난당한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추측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홍인상은 조는 동안에도 금고를 깔고 앉아 있었다.
-‘미궁의 열차 도난 2만 원 사건’‚ 『신여성』‚ 1934년 4월호.

사건은 의문투성이였다. 우선 홍인상이 조는 동안 누군가 침입해 금고 문을 열고 현금을 꺼내 갔다면, 어떻게 금고 위에 걸터앉아 있던 홍인상에게 들키지 않았는지 의문이었다. 홍인상이 등받이도 없는 금고 위에 걸터앉아 졸면서 그처럼 깊은 잠에 빠졌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금고에 보관 중이던 귀중품에는 내용물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고, 범인이 금고를 뒤지거나 포장을 뜯어 본 흔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범인이 금고에서 알짜만 콕 집어 빼간 것은 내용물이 무엇인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음을 의미했다.
---「7년의 추격전, 그리고 기막힌 해피엔딩:경의선 특급열차 2만 원 도난 사건」중에서

미곡의 품질과 가격을 표준화하기 위해 설립된 시장이었지만, 실제로는 공인된 도박장처럼 운영되었다. 미두의 최소 거래 단위는 100석이었다. 쌀을 사거나 팔려면 중매점에서 ‘미두 통장’을 개설해 10퍼센트의 증거금을 예치해야 했기 때문에 미두를 하려면 최소한 몇백 원은 있어야 했다. 당시 평범한 월급쟁이 한 달 치 봉급이 50원 남짓이었다. 소액 거래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였다. 통신 시설이 발달하기 이전 운영된 선물시장이었기 때문에 전화로 시세를 확인하거나 거래 주문을 넣을 수도 없어 미두를 하려면 매일같이 중매 점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미두는 재테크 삼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투자 혹은 투기는 아니었다. (중략) 미두는 하고 싶은데 밑천이 충분치 않은 사람은 ‘합백(合百)’이라는 사설 미두 거래로 내몰렸다. ‘하바’ 혹은 ‘절치기’라고도 불리던 합백은 쌀값의 등락을 놓고 벌이는 도박이었다.
---「문화사 읽기 : 칼 물고 뜀뛰기’ 미두(米豆)시장 43년 흥망사」중에서

매해 정어리 떼가 몰려온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너나없이 정어리 어업에 뛰어들어 산업 종사자 자체 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어리잡이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항공기를 동원하여 어군을 탐색하고 40~50톤급 대형 기선에 신형 그물, 즉 건착망(巾着網)을 이용하여 대규모 조업이 이루어지자, 정어리 어획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략)
조선인이 운영하던 정어리 공장은 노동력에 의지하는 영세한 규모였지만,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한 일본계 자본은 200마력 엔진을 장착한 40~60톤 기선을 도입해 건착망을 이용한 대규모 조업에 나섰다. 무전 장비를 갖추고 50명 정도의 승조원이 탑승한 본선 외에 20톤 규모의 선예선(先曳船) 1척과 보조선 1척, 수십 톤 규모의 운반선 2~6척이 한 조업 단위를 이룬 기업적인 어업 조직이었다. 항공기를 이용한 어군 탐색을 도입한 것도 이런 일본계 기선 건착망 선단이었다. 이런 선단 하나가 1년에 1만 톤의 어획량을 올리기도 했다. 온유 생산 과정의 기계화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조선인이 사용하던 재래식 온자부가 1일 평균 78통 정도의 어유를 생산했음에 반해, 일본계 자본으로 도입된 기계식 유수분리기는 하루 3,000통 정도의 어유를 생산할 수 있었다. 같은 정어리를 두고도 자본의 격차는 곧 산업 지배력의 격차로 이어졌다.

---「문화사 읽기 : 일확천금의 꿈, 1930년대 동해안을 뒤덮은 정어리 러시」중에서

출판사 리뷰

“스무 편의 사건은 단순한 범죄 기록이 아니다.
100년 전 경성을 비추고,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이어지는 인간사다.”

이 책에는 엽기적인 참극부터 안타까운 사연, 패륜적 범죄, 가슴 뭉클한 이야기,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 심지어 코믹한 소동극까지 총 20편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스무 가지 사건들은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살인 사건의 기록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겉으로는 패륜 살인, 독살 사건, 연쇄살인과 탈옥 소동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과 돈, 사랑과 욕망, 실패와 좌절이 얽힌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책에 이름을 남길 이유가 없었던 사람들이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록 속에 보존되었고, 그들의 희로애락은 100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생생하게 다가온다(‘이수탁 살부 공판’ ‘오천일 살부 사건’ 등).

두 번째 유형은 개인의 삶을 넘어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사회상을 비추는 이야기들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신과 집단 학살, 민족 간 증오와 폭력, 식민지 사법 체계의 불평등 등 역사책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시대의 단면이 사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곧 식민지 조선의 모순과 비극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중국인 배척 폭동’ ‘백백교 사건’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등).

세 번째 유형은 독립운동의 빛과 그늘을 함께 조명하는 이야기들이다. 의열 투쟁과 군자금 모집, 무장 독립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독립운동의 숭고한 뜻과 희생을 조명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논란, 예상치 못한 희생까지 함께 살펴본다. 영웅적 서사에 가려졌던 역사 속 인간들의 선택과 고민을 복원함으로써 독립운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 등).

네 번째 유형은 역사적 의미나 교훈을 떠나 그 자체로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죽은 줄 알았던 피해자가 살아 돌아온 사건, 완전범죄를 방불케 하는 거액 도난 사건 등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들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순수한 이야기의 재미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상하이 국제 삼각연애 살인 사건’ ‘경의선 특급열차 2만 원 도난 사건’ ‘박석산 소년 살해 사건’ 등).

스무 편의 사건은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모두 100년 전 경성을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역사는 거대한 인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서사와 치밀한 사료 고증으로
식민지 조선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린 역사 르포르타주

독립운동가와 총독, 정치인과 지식인만으로는 한 시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경성기담』이 주목하는 것은 역사책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살인범과 피해자, 사기꾼과 부호, 하녀와 노동자, 경찰과 기자까지. 이들은 우연히 사건에 휘말렸다는 이유로 기록 속에 남았지만, 그들의 삶은 오히려 식민지 조선의 일상과 현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 준다.

사건은 한 개인의 비극이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살인 사건 하나에도 가족 관계와 재산 문제, 신분과 계층, 사랑과 욕망, 시대의 불안이 함께 얽혀 있다. 법정 기록과 신문 기사, 경찰 자료 속에는 교과서나 정치사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삶과 감정, 그리고 당시 사회의 공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성기담』은 이러한 기록들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복원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수많은 신문 기사와 판결문, 각종 사료를 대조하며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했고, 오늘날 독자들이 당시의 현실을 보다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폐 가치와 생활 수준, 형사 제도와 사회적 배경까지 함께 복원했다. 1930년대 노동자의 월급과 쌀값, 조선호텔 식사 가격, 서울 시내 주택 가격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은 단순히 사건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감각까지 체감할 수 있다.

그래서 『경성기담』은 단순한 범죄 사건집이 아니다. 잊힌 사건 속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시대를 읽어내는 살아 있는 역사 기록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식민지 조선은 더 이상 교과서 속 몇 줄의 연표가 아니라 피와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낸 시대로 다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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