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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SF
54가지 질문으로 읽는 SF 소설
최기숙
현실문화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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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사이보그 사회와 AI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특이점이 온다 - 이언 매큐언, 『나 같은 기계들』
연결체라는 정체성 정치 - 김초엽, 『파견자들』
사이보그의 감각 전환 - 세라 핀스커, 「이차선 너비의 고속도로 한 구간」
생애 창조의 주역은 나 - 테드 창, 「옴팔로스」
모든 인연을 찾아주는 AI 알고리즘 - 켄 리우, 「천생연분」
기억, 스토리텔링 퍼즐 - 테드 창, 「사적인 진실, 감정적 진실」
태고 신화의 정치성 - 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
정체성과 메타인지 - 스타니스와프 렘, 「가면」
사이보그 가이아와 인류 문명사 - 켄 리우, 『제왕의 위엄』과 『폭풍의 벽』

2장 멀티버스와 시간여행
다선적 시간이 교차할 때 -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다세계 평행우주의 평행자아‘들’ - 테드 창,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다중우주 살인사건의 종말 - 세라 핀스커, 「그리고 (N-1)명이 있었다」
시간의 문: 후회, 희망, 참회 - 테드 창,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먼 별에서 오는 빛, 사람들 사이의 시차 - 김초엽, 「캐빈 방정식」
광기를 건너는 시간여행 -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사랑과 우정, 돌봄과 착취의 딜레마 - 옥타비아 버틀러, 『킨』
우주 시대의 노스탤지어 - 켄 리우, 「내 어머니의 기억」
암흑의 숲과 미래 정치 - 류츠신, 『삼체』

3장 과학기술과 비/인간화
‘되기’와 ‘이해’의 거리, 너와 나의 ‘관계 장치’ - 그렉 이건, 「우리 사이의 간극」
승부사 AI와 예술로서의 바둑 - 벵하민 라바투트, 「세돌 또는 인공지능의 망상」
과학기술의 문화 정치, 그 딜레마와 가능성 - 테드 창,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나쁜 기억 지우개 - 세라 핀스커, 「기억살이 날」
메타/인류의 문해력 격차 - 테드 창, 「인류 과학의 진화」
번역자의 과제: 외계어 편 - 김초엽, 「숨그림자」
정보자본주의의 함정 - 켄 리우, 「매듭 묶기」
만능을 향한 욕망의 무한 동력 - 스타니스와프 렘, 「세탁기의 비극」
우주 시대의 그림자 노동 - 박해울, 『기파』
이주와 번역의 시대, 우리가 준비할 것들 - 다와다 요코, 『지구에 아로새겨진』
전지적 외계인 시점 - 에두아르도 멘도사, 『구르브 연락 없다』
문밖의 외계인 -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4장 네트워크로 엮인 AI와 인간
사랑, 알게 된 순간 사라지는 그것 - 천선란, 「얼지 않는 호수」; 김초엽, 『원통 안의 소녀』
쓸모없음의 가치 - 김보영, 『종의 기원담』
확률 너머의 희망에 대하여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오프라인 콘서트의 신체성과 현장성 - 세라 핀스커, 「열린 길의 성모」
공감 없는 초공감의 역설 - 옥타비아 버틀러,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이야기라는 마술과 정체성 정치 - 다와다 요코, 「개 신랑 들이기」
AI는 우정을 학습할 수 있을까? -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 - 켄 리우,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5장 인구 재생산과 생명 정치
여자 없는 출산은 가능한가? -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복제인간은 인간인가? - 애드워드 애슈턴, 『미키7』
모성의 분할, 돌봄의 기계화 - 테드 창,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부/모 ‘되기’의 수행성 - 그렉 이건, 「큐티」
맞춤 아이의 역설 - 그렉 이건, 「유진」; 「너 혼자서?」; 「꿈 공장」
늙어갈 자유, 생명의 자본화 - 켄 리우, 「호(弧)」
고장, 노화, 쓰레기 - 김초엽, 「최후의 라이오니」
자본과 기술의 난산 - 그렉 이건, 「적절한 사랑」

6장 디지털 망자와 포스트휴먼
디지털 원격 임종 - 켄 리우, 「곁」
디지털 망자와 디지털 착취 - 박해울, 『세 개의 적』
죽음 관리와 무덤 친구 - 세쿼이아 나가마쓰, 「당신이 바다로 녹아 없어지기 전에」
죽음을 향한 선택, 삶을 향해 끝까지 - 세쿼이아 나가마쓰, 「당신의 부패에 관한 노래들」
살아 있다는 것, ‘되어가기’의 수행성 - 그렉 이건, 「내가 되는 법 배우기」
애도와 용서 - 세쿼이아 나가마쓰, 「추도사에 가려진 3만년」, 「웃음의 도시」, 「돼지 아들」, 「애도 호텔」; 천선란, 「뼈의 기록」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의 역설 - 다와다 요코, 「헌등사」
애도를 위한 닻 - 김초엽, 「관내분실」

에필로그


출전 목록

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 한국학협동과정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 고전문학을 포함해 한국과 세계의 문학, 문화, 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계류자들: 요괴에서 좀비, 영혼 체인지, 포스트휴먼까지, 아시아 귀신담의 계보』(2022), 『처녀귀신』(2010), 『환상』(2003) 등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AI 시대에 인문학이 모색해야 할 방향 전환과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SF 작가들이 미래세를 두고 펼치는 상상력과 통찰력, 아이디어와 직관을 인문학적 자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의 놀이적 성격과 가치를 추구하는 글을 쓰기에 앞서, 더 많이
연세대학교 한국학협동과정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 고전문학을 포함해 한국과 세계의 문학, 문화, 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계류자들: 요괴에서 좀비, 영혼 체인지, 포스트휴먼까지, 아시아 귀신담의 계보』(2022), 『처녀귀신』(2010), 『환상』(2003) 등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AI 시대에 인문학이 모색해야 할 방향 전환과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SF 작가들이 미래세를 두고 펼치는 상상력과 통찰력, 아이디어와 직관을 인문학적 자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의 놀이적 성격과 가치를 추구하는 글을 쓰기에 앞서, 더 많이 읽고 사유하는 직업윤리를 지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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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30*205*30mm
ISBN13
9788965643234

책 속으로

2025년 5월 말,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에서 『피에르 위그: 리미널』 전시를 관람했다. 티켓의 바코드를 찍고 입구로 들어가는데 전시장이 컴컴하고 공기가 묵직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왼쪽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는 얼굴 없는 여자가 벌거벗은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검고 둥근 판이 얼굴에 씌워져서 마치 얼굴이 없는 것 같다. 순간, 거대한 공포감이 육체를 압도했다. 조명이 켜진 아래층으로 내려가 전시를 관람하고 올라오면서 나는 불안감의 진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류가 맞이하게 될 미래는 SF 영화에서처럼 최첨단 기술로 세팅된 금속성의 세계가 아니라 사막처럼 광활하고 암석처럼 단단한, 검고 깊은 물질성의 세계일지 모른다는 원시적 공포감, 미래세의 인류는 벌거벗은 생명체로 무한 우주를 독대하리라는 불안감은 리미널의 감각 그 자체였다 .
--- pp.13-14

장르로서의 SF 소설과 영화에서는 대개 인류 문명사의 원시적 퇴행을 가상하기보다 기술적 차원에서 최첨단의 발전을 이룬 미래세 문명을 등장시키는 편이다. 재앙과 불행이 가득한 디스토피아일지라도, 그 세계에는 아직 인간‘들’이 존재하고 ‘사회’가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인류가 사회를 이루어 함께 감당하게 된다면 고독과 불안, 공포감은 완화될 것이다 .
--- p.14

SF는 미래세에 대한 감각과 사유를 질문의 형식으로 전달한다. 특히 21세기에 창작된 SF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초래할 미래를 자의적인 상상력으로 그리기보다, 실재하는 과학 이론과 개념을 활용해 재현의 감각을 구체화한다.
--- p.15

이 책의 글쓰기 방식은 SF를 온전히 완결된 문학 작품으로서 비평하는 방식과는 결을 달리한다. SF 텍스트를 미학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며, 미래세를 디자인하는 작가의 아이디어에 반응해서 작품이 제시하는 질문을 재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SF을 매개로 삼아 미래와 현재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과 교섭하고 대화하면서 전대미문의 포스트휴먼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통찰력을 공유해 보려고 했다.
--- p.17

포스트휴먼 시대에, 인간은 가속화되는 문명의 변화를 사유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기술문명과 정보공학의 세계를 받아들이도록 안내된다. 편리성, 효율성, 합리성, 경제성, 대세라는 그럴듯한 명분 속에서. 겉으로 보기엔 인터넷, 스마트폰, 디지털 플랫폼, 일상에 안착한 각종 AI에 대한 진입 장벽이 허물어져 문화 간 연결성이 강화되는 듯하다. AI를 통해 각종 편의시설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기에 편리성도 확보된 것처럼 보인다. 시간도 절약하고 체력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어쩐지 약탈당한 느낌이다. 일상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이 우위를 점하다 보니, 불편함을 견디는 일은 어리석어 보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 p.35

21세기의 SF는 과학과 문화, 상상과 실재가 스며들 듯 넘나들기에 독자가 작품 속 미래세를 현대사회로 환치해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SF를 매개로 해서 작가가 고민하는 것은 도래하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그 미래를 끌어당길 현재의 수행성이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나를 대신해 나의 미래를 만들어 주는 존재는 없다. 만약 그런 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저 믿고 따르기보다 의심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는 누군가 미리 만들고 준비해 놓은 미래세의 소비자가 아니라 주인이다. 지구인과 온 우주의 모든 생명체와 광물질까지도 모든 시간의 주인이다.

--- pp.377-378

출판사 리뷰

SF, ‘가속화 사회’에서 ‘우선멈춤’의 사유를 긷다

AI와 과학기술이 바꾸는 미래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 일상과 신체의 일부가 되었고, 어제까지 낯설었던 기술이 오늘은 필수품이 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바꾸는지 충분히 생각하기도 전에 사용법부터 익히고, 편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다음 기술에 주목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곧 인간의 진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켄 리우의 ⸀천생연분」에 나오는 AI 회사 센틸리언처럼,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누구를 위해 사용할지,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되는지는 언제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다. 『질문하는 SF』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여기서 SF는 미래를 예언하는 장르가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사고실험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여행과 멀티버스, AI와 사이보그, 복제인간과 디지털 망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독자는 익숙했던 현재의 질서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SF 소설은 무엇이 가능한지를 그리기보다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지 질문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가속화 사회’에서 갖는 ‘우선멈춤의 사유 시간’이라고 부른다. 우리를 더 빨리 달리도록 재촉하기보다는, 있던 자리에서 SF의 상상력으로 현재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그 짧은 멈춤의 순간에 비로소 우리는 다음 발걸음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SF,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묻는 상상력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까지를 인간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질문하는 SF』는 이 오래된 질문을 전혀 새로운 조건 속에서 다시 꺼내놓는다.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성과 감정을 갖더라도 여전히 기계일까. 뇌에 기계장치를 이식한 인간, 기억과 의식을 디지털 정보로 옮긴 인간, 죽은 뒤에도 데이터로 남아 대화하는 존재를 우리는 같은 의미에서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던 익숙한 선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인간은 이미 스마트폰과 AI, 디지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살아가며 유기체 신체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멀티버스가 가능하다면 무수한 ‘나’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복제된 인간은 원본보다 덜 인간적인지도 묻는다. 그렉 이건이 DNA 조작으로 남자도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미래세를 그린 것처럼(⸀큐티」), 출산이 생식 기술의 영역으로 옮겨갈 때 가족과 부모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죽은 사람의 기억과 말투를 데이터로 복원할 수 있다면 죽음은 어느 순간에 완성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현실과 무관한 기괴한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가족, 사랑, 노동, 생명, 죽음에 대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정의는 이제 근본적으로 곱씹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인간이 정보로 변환될 때 정체성이 왜곡되고 착취되고 재구성될 가능성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관계와 선택, 감각과 돌봄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무엇으로 나타난다. 기계가 인간보다 더 윤리적일 수 있고, 영원히 사는 것이 인간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SF가 넓혀놓은 인간의 경계는 결국 우리가 인간이라 불러온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열어놓는다.

SF, 기술이 아닌 우리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미래

우리는 흔히 미래를 기술 발전의 결과처럼 말한다. AI가 발전하면 이런 사회가 오고, 생명공학이 발달하면 인간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질문하는 SF』가 보여주는 미래는 기술의 궤도를 따라 저절로 도착하는 세계가 아니다. 기술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 무엇을 연구하고 개발할지, 어디에 자본을 투입할지, 어떤 기술을 누구에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사회다. 과학기술의 뒤에는 언제나 기업과 국가, 연구기관과 자본, 법과 정치가 존재한다. 류츠신의 『삼체』를 두고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질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를 편리한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학습시키고 어떤 판단을 맡길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정치의 문제가 된다. 출산과 생식 기술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누가 생명을 결정하고 관리할 것인가와 같은 생명정치의 질문을 불러온다. 복제인간이나 디지털 망자 역시 중요한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그치지 않는다. 가능해진 일을 실제로 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허용할 것인가,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리는 미래는 완성된 청사진이 아니라 수많은 갈림길로 이루어진 가능성의 공간으로 펼쳐진다. 같은 기술도 선택에 따라 자유의 수단이 되거나 통제와 착취의 도구가 될 수 있다. SF는 그 선택의 결과를 현실보다 먼저 살아보게 한다. 미래는 일방적으로 기술이 가져다주는 세계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내리는 판단과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아직 열려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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