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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_ 지나간 시간과 지속될 미래를 생각하며
1부_ 생각의 깊이 문명, 낡음과 새로움의 순환 궤적/ ‘모호함’을 견뎌 ‘명징’으로 이끄는 힘/ 안목의 역전, 문명의 교차/ 세기말 감각의 역설/ 공감의 조건/ 사유의 실천/ 성취에 대한 세 가지 반응/ 실수의 해석/ 종의 행복, 개체의 행복/ 세계가 다시 열리는 순간/ 세 번의 독서/ 감정은 에너지이다/ 해도 되는 도둑질/ 직업과 품사品詞/ 근대 문명에 대한 오독/ 노블레스여, 쿨하게 행세합시다!/ 감각의 기억, 절기의 흐름/ 선생님, 선생님, 나의 선생님/ 대동고, 박석무 선생님/ 동경이감의 힘 2부_ 역사의 쓸모 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에 ‘원래’는 없다/ 역사 속 ‘당대적 근원’/ 단군 할아버지와 나, 그리고 우리/ 미륵을 꿈꾼 백제인, 서동 설화 속 이상사회/ 국왕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었다!/ 백제는 왜 무너졌을까/ 오만의 정치, 제국의 몰락/ 실패한 혁명의 명분/ 개국 군주와 중폐비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정치세력/ 포폄의 원칙/ 민심과 천심/ 우리 역사에서 ‘스스로’를 상상한다는 일/ 장희빈의 사랑싸움, 결국 권력투쟁이었다!/ 한가위, 풍요와 나눔의 기억/ 옛사람의 ‘이름’에 담긴 깊은 뜻/ 미학 너머, 역사로 읽는 문화유산/ 부석사, 불가능한 꿈이 그리운 곳/ 불국사와 석굴암, 찬란함과 쇠망의 경계/ 누정, 선비들의 담론 창출 공간/ 독서상우의 매력/ 다산의 인문학 정신 3부_ 시대 단상 상시분속/ 새로운 가족 패러다임과 관계 맺음/ 자본가는 왜 권력자의 편을 드는가/ 불안한 사회와 미신/ 혐오를 ‘문명’이라 포장하는 괴설/ 혐오와 차별, 무지의 발로/ 시기상조와의 싸움/ 지역주의와 학벌주의의 극복/ ‘깊이 잠든 한국’에서 상시분속의 정신을 되새기며/ 더 이상 ‘은혜 갚은 두꺼비’를 기다리지 말라!/ 시공의 압축과 공동의 지평/ ‘여성가족부 폐지론’은 온당했는가/ 반헌법적 정치 DNA/ 해서는 안 되는 일/ 언론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제 ‘공존의 생명’을 꿈꾸자!/ ‘근본’을 다시 생각하다/ ‘광주’를 인정하지 않는 마음/ 5·18, ‘죽음’에서 ‘헌법정신’으로/ 헌법 전문에 담긴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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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사회가 반드시 더 행복한 것도 아니고, 소비 수준이 높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더 풍요로운 것도 아니다. 어떤 사회는 효율을 얻는 대신 공동체를 잃고, 어떤 사회는 풍요를 얻는 대신 자연과의 관계를 파괴한다. 그런데 근대의 사고는 이런 손실을 “발전 과정의 비용” 정도로 취급해버렸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그 한계 앞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 생태 파괴, 정신적 소외, 과잉 경쟁 같은 문제들은 단순히 발전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발전 모델 자체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인간은 처음으로 질문하기 시작한다. ‘더 빠른 것이 더 나은 것인가? 모든 사회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시간의 앞뒤가 문명의 높고 낮음을 의미하는가?’ 어쩌면 문명은 하나의 직선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가능성들이 공존하는 방식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회는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어떤 사회는 관계를 중시하며, 어떤 사회는 자연과의 조화를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차이를 단순히 “누가 더 앞서는가”로만 이해하는 순간, 인간은 타자의 삶을 이해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근대화의 진짜 오류는 발전 자체가 아니라, 발전을 단 하나의 시간표로 상상했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의 다양한 문명들은 서로 다른 가능성이 아니라, 누군가는 미래이고 누군가는 과거라는 위계 속에 갇혀버렸다. ---「근대 문명에 대한 오독」중에서 식민지 시기 조선인들에게 강요된 것은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관이었다. 일본은 자신을 아시아의 중심 문명으로 제시했고, 조선인은 황국신민으로 재편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항했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엘리트들은 제국의 질서 속에서 출세와 안정, 근대화를 보았다. 식민지 근대는 폭력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중심에 접속해야 살아남는다”는 오래된 심리를 다시 강화했다. 냉전 속에서 한국 사회는 미국을 새로운 문명의 중심으로 받아들였다. 친미는 단지 외교 노선이 아니라 생활양식과 가치체계 전반을 조직하는 기준이 되었다. 한국인은 미국을 통해 근대성과 풍요를 상상했고, 동시에 안보를 의존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역사에서 ‘진보적 사유’ 혹은 급진적 자율 의식이 사회 전체의 흐름으로 떠오른 시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군부 독재 이후 민주화 과정,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형성된 비판적 시민의식과 민중 담론은 오히려 예외적인 순간에 가까울 수 있다. 그 시기에는 국가·권위·외세에 대한 비판이 공론장의 중심으로 올라왔고, 개인과 민중, 자율과 저항이 중요한 가치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어야 30년 남짓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사람들은 자유를 말하면서도 강한 국가를 원하고, 자주를 외치면서도 더 강한 패권국에 기대어 안정을 찾으려 한다. 이는 위선이라기보다, 오랫동안 형성된 역사적 감각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우리 역사에서 ‘스스로’를 상상한다는 일」중에서 광주시민들은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27일 새벽에 숨져간 이들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자괴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또한 5·18 항쟁 기간에 광주를 떠나 피해 있어야 했던 학생운동 주도 세력, 그리고 대학생들 에게도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과 비겁함을 안겨주었고, 이들 살아남 은 자들은 광주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열정과 치열함을 남겨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5·18 이후 광주 지역에서 전개된 정치적 복권 투쟁의 정신의 근본적 요소라 할 수 있다. 5·18의 핵심적 주제는 죽음이고, 그 죽음 중에서도 5월 27일의 순교는 살아남은 자들에게 광주 문제의 해결이 라는 과제를 남기게 되었고, 이후 광주 지역의 사회운동의 핵심, 즉 학생운동 세력은 이를 위해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6월 항쟁을 통해 한국 사회 민주화의 일단을 완성하였으며,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5·18의 정신이 한국의 민주화에 공헌한 부분은 여러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역사의 부름을 받고 죽어간 자들’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역사적 소명의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 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비민주적인 폭력적 죽음에서 민주적 헌법정신으로의 승화를 이루어냈으니,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5·18, ‘죽음’에서 ‘헌법정신’으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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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이해하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 역사 오랜 시간 역사의 현장과 사람들을 마주해 온 역사학자 김병인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자신의 역사적 사유와 삶의 성찰을 한 권의 산문집에 담았다. 『사유의 풍경_ 역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의 풍경, 그 깊고 너른 사유의 바다』는 역사와 현실의 접점에서 우리 삶의 모습을 성찰해 한 역사학자가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과 사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 정치와 사회, 갈등과 혐오, 지역주의와 학벌주의,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살펴본다. 책은 크게 ‘생각의 깊이’, ‘역사의 쓸모’, ‘시대 단상’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_ 생각의 깊이’에서는 문명과 인간, 감정과 공감, 독서와 배움, 직업과 성취 등 일상과 사유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모호함’을 견디는 힘, 실수를 해석하는 방식, 감정의 에너지, 기억과 감각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삶의 장면들을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간다. ‘2부_ 역사의 쓸모’에서는 우리 역사 속 인물과 사건,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살핀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에 ‘원래’라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백제의 멸망, 정치세력의 흥망, 장희빈과 권력투쟁, 부석사와 불국사·석굴암, 누정과 선비들의 담론 공간, 다산의 인문학 정신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문화유산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낸다. ‘3부_ 시대 단상’에서는 저자가 오늘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며 던지는 질문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펼쳐진다. 새로운 가족과 관계의 패러다임, 자본과 권력, 불안과 미신, 혐오와 차별, 지역주의와 학벌주의, 언론의 자유, 공존의 생명, 민주주의와 헌법정신 그리고 5·18민주화운동까지 동시대의 여러 문제를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성찰한다. 특히 저자에게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밝히는 학문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를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삶의 학문’이다. 전남대학교 1학년이던 1980년 5월,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 경험은 이후 그의 삶과 역사 인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때의 기억은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오늘의 사회를 성찰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에게 역사 연구는 과거를 기억하는 일인 동시에 오늘 우리가 어떤 인간과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학자로서의 지식뿐 아니라 한 인간이 오랜 시간 역사와 사회를 마주하며 축적해 온 경험과 고민이 함께 담겨 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일상의 작은 단상은 다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일은 결국 지속될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다. 정년을 맞은 역사학자가 자신의 연구와 삶을 돌아보며 건네는 이 책은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오늘의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역사와 현재를 새롭게 연결해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