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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뇌
누가 그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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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최빈곤층 여성, 그 후 10년

제1장 의문의 출발점

제2장 자업자득으로 보이는 당사자

제3장 이제야 이해한 그들의 말

제4장 ‘일할 수 없는 뇌’를 가진 우리들

제5장 왜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파멸을 기다릴까

제6장 왜 그들은 제도 이용을 어려워할까

제7장 ‘일을 할 수 없는 뇌’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당사자와 주변인들에게

제8장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영역

최종장 빈곤의 정체

후기

저자 소개 2

스즈키 다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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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uke Suzuki,すずき だいすけ,鈴木 大介

르포라이터. 1973년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스무 해 넘게 어린이, 청소년, 여성의 빈곤 문제를 취재하며 『최빈곤층 여성』, 『집 없는 소녀들』, 『집 없는 소년들』, 『갱구스 파일』, 『노인 사냥』 등을 썼다. 2015년 뇌경색을 겪으면서 고차원 뇌기능 장애의 당사자가 되었지만 집필 활동을 지속해 『뇌가 고장났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2020년 자신처럼 뇌기능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쓴 『뇌경색 환자 지원 가이드』는 현직 정신과 의사, 뇌신경과 의사, 사회복지사에게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이해하는 최고의 당사자 연구서”라는 평을
르포라이터. 1973년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스무 해 넘게 어린이, 청소년, 여성의 빈곤 문제를 취재하며 『최빈곤층 여성』, 『집 없는 소녀들』, 『집 없는 소년들』, 『갱구스 파일』, 『노인 사냥』 등을 썼다. 2015년 뇌경색을 겪으면서 고차원 뇌기능 장애의 당사자가 되었지만 집필 활동을 지속해 『뇌가 고장났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2020년 자신처럼 뇌기능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쓴 『뇌경색 환자 지원 가이드』는 현직 정신과 의사, 뇌신경과 의사, 사회복지사에게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이해하는 최고의 당사자 연구서”라는 평을 받으며 일본의학저널리스트협회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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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오랜 꿈을 찾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드라마 제작사에서 일하는 한편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책과 드라마를 통해 좋은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노잉』, 『기암관의 살인』, 『바스커빌관의 살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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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35*210*20mm
ISBN13
9791191998757

책 속으로

격차와 가난이 보편화되어 갈 때는 그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일수록 빈곤층을 차별하고 공격한다. 우리들은 이렇게 노력하며 역경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 그만큼 노력하지 않는 당신이 가난한 것은 본인의 책임이라는 감정과 논리를 앞세운다. 스스로 노력해서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일수록 같은 상황에서 노력하지 않는(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에게 신랄하다.
--- 「서문: 최빈곤층 여성, 그 후 10년」 중에서

그들은 노력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자신을 탓하며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면 아래에서의 몸부림은 바깥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저 그들의 게으름과 책임감의 결여, 주체성의 부족에만 주목했다. 그 결과 그들은 필연적으로 일할 힘과 일할 자리를 잃고 가난 속으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서문: 최빈곤층 여성, 그 후 10년」 중에서

뇌는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진단명이 무엇이든, 발병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뇌 기능의 저하는 정보처리 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정보처리란 보고, 듣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생각해서 결정하는, 그야말로 ‘당연한 일상 행동’에 사용되는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당연한 일상을 잃게 된다는 의미이다.
--- 「제1장: 의문의 출발점」 중에서

다행히 내가 겪고 있는 고차 뇌기능 장애는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기능이 회복되는 특성이 있고, 내게는 그 회복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인적, 물적, 경제적 자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나 또한 과거의 취재원들과 마찬가지로 빈곤의 굴레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 「제1장: 의문의 출발점」 중에서

자기 일인데도 왜 저렇게 남 일처럼 말하는 걸까? 당장 눈앞에 위기가 닥쳤는데도 왜 저렇게 위기감이라곤 없는 걸까? 카드 대출 연체로 은행 계좌가 막히는 걸 걱정하면서도 왜 고가의 시계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까? 이야기하는 내내 본인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위화감. 정작 내가 더 초조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그날의 취재를 마무리했다.
--- 「제2장: 자업자득으로 보이는 당사자」 중에서

그가 계속해서 호소한 것은 아무리 많은 자원과 경험,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한 사람이 끝내 일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파국 앞에서 맞서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너무나도 생생한 증언이었다.
--- 「제2장: 자업자득으로 보이는 당사자」 중에서

과거 건강한 뇌로 생활하고 이러한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던 내가 지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노력하면 해결되는,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되는’ 종류의 증상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감이 동반된다. 그리고 노력하면 할수록 극심한 불쾌함과 고통이 따라온다.
--- 「제3장: 이제야 이해한 그들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일할 수 없는 사정으로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자기책임론을 불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일하기 어려워하는 당사자들이 ‘왜 자신이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고, 그처럼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들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섣불리 질책하거나 실망하기보다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함께 고민하도록 돕는 것도 이 책의 중요한 목표이다.
--- 「제3장: 이제야 이해한 그들의 말」 중에서

불편한 뇌의 당사자가 된 이후 나는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약속 시간에 늦거나, 같은 시간에 여러 개의 약속을 잡는 등의 실수를 셀 수 없이 반복했다. 발병 이전에는 비행 청소년이나 야쿠자 등을 취재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약속 1시간 전에 정해둔 장소에 도착하기’를 철저하게 지켜왔기에 당연히 지각한 적이나 약속을 잊어버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 「제4장: ‘일할 수 없는 뇌’를 가진 우리들」 중에서

즉, 잘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아무리 기억하려고 애써도 머릿속에 담아둘 수 없는 것이다. 주의가 산만한 게 아니라 주위의 환경정보가 생각을 방해한다. ‘서투름’이나 ‘어려움’ 정도가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므로 질환이자 장애인 것인데,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의료진조차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 「제4장: ‘일할 수 없는 뇌’를 가진 우리들」 중에서

“어차피 갚지 못하는데 독촉장을 읽어봤자다.”라고 말했던 사람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도, 자포자기했던 것도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했을 뿐이었다. 독촉장을 보면 불안이 밀려와 뇌가 얼어버려서 일을 못하게 되니 ‘차라리 열어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 「제5장: 왜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파멸을 기다릴까」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신뢰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간절히 바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자신을 책망하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모습이야말로 진짜 당신의 모습이다. 스스로 용서할 수 없을 만큼 게으르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모습은 당신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 「제5장: 왜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파멸을 기다릴까」 중에서

빈곤 당사자의 대다수는 ‘압도적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낮아서’ 제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것은 취재를 할 때 절실하게 느낀 점이기도 하다. 그들은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규칙을 이해하는 것부터 몹시 어려워했고, 무엇보다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신청 서류를 작성하는 일을 놀라울 정도로 못했다.
--- 「제6장: 왜 그들은 제도 이용을 어려워할까」 중에서

취재를 하면서 배우자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친 여성이나 블랙 기업에서 도망친 사람이 어째서 ‘그 후에 무너지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더 이상 폭력을 두려워하며 살 필요가 없고, 더 이상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던 회사에 구속되지 않아도 된다면 이제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살면 되지 않을까? ‘무너지지 말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이나 포기했던 일을 내키는 대로 하면 좋을 텐데’라고 말이다.
--- 「제6장: 왜 그들은 제도 이용을 어려워할까」 중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지금의 나도 할 수 있는 일’, 즉 자기 능력의 최대치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인들이 환경과 조건을 완벽히 갖춘 상태에서 어느 정도나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당사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당사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지원이 아닐까.
--- 「제7장: ‘일을 할 수 없는 뇌’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중에서

당사자의 가족, 특히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나 당사자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 등이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이유는 예컨대 한번 직장을 잃은 당사자가 한참 시간이 흘러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일자리를 가려 고르느라 좀처럼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한 어렵게 복직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음에도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이직과 퇴직을 반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 「제7장: ‘일을 할 수 없는 뇌’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중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는데 그곳이 하필 블랙 기업이었다면, 난 금수저도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생은 망했어’라며 주저앉기보다 잠시 숨을 돌리는 유예기간을 가지며 재기를 꾀할 수도 있다. 즉 기초생활보장 지원금을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게임 재도전권’으로 여기는,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마인드가 등장한 것이다.
--- 「제8장: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영역」 중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거나 일하는 데 한계가 느껴질 때 이용할 수 있는, 계속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다는 것. 그 가능성과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제 수급자의 목소리라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는 건 불안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끊임없이 머릿속을 스치는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그들 실제 수급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많은 용기를 얻었다.
--- 「제8장: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영역」 중에서

우리들처럼 후천적으로 불편한 뇌가 된 사람에게도 제도는 절망적일 만큼 이용하기 어렵다. 하물며 그들과 같은 빈곤의 대물림 당사자는 성장할 때부터 발달의 기회를 빼앗기고 사회에서 배제당한 채 그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아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복잡한 척력까지 얽혀 있다. 이에 따라 그들은 제도로부터 한층 더 멀어지고 그와 연결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최종장: 빈곤의 정체」 중에서

빈곤은 단지 ‘가난(貧)’할 뿐만 아니라 ‘어려움(困)’이 동반되는 상황이다. 또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모습이 가려지고 그 노력이 무시당하며 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는 헌법에서 정한 인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일이며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 「최종장: 빈곤의 정체」 중에서

하지만 적어도 이런 생지옥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주변에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면, ‘어쩌면 이 사람의 뇌는……’이라고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후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들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빈곤을 ‘망가진 뇌’의 문제로
바라보게 만드는 깊은 통찰,
그리고 고통을 직접 겪은
당사자만이 쓸 수 있는 무서운 설득력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당사자들의 현실,
그들의 치열한 분투를 길어올리는 압도적인 수작!

“감정 기복이 심하고, 말이 계속해서 바뀌고,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어긴다. 시간관념이 없고 생활 태도가 엉망이다. 계획성이 전혀 없으며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다. 상대방을 생각해서 노력하거나 제안해도 그것을 뿌리치고 임시방편을 우선시한다. 생판 남보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을 더 헐뜯는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기회를 걷어찬다.” (『빈곤과 뇌』, 279페이지)

이 글을 읽고 『빈곤과 뇌』를 곧 펼쳐 들 당신에게 묻고 싶다. 외부적인 요인이 딱히 없어 보이는데도 심각한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는 보통 이러한 특징이 있는가, 없는가? 아주 쉽고 간단해 보이는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을 신음하는 사람들에게는 종종 위와 같은 모습이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리뼈가 부러지면 걸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에 반해 ‘뇌가 불편해서 일할 수 없다’는 건 추상적이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가 나는 상처’처럼 바로 알아챌 수 없다는 사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시작된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외형적 장애가 있는 경우는 사회적 배려와 제도가 작동하지만,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뇌의 인지 기능과 정보처리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은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 ‘게으른 사람’, ‘사회성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배척당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말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새롭지도 않다. 이미 불평등과 빈곤, 장애와 차별에 대한 연구와 텍스트는 세상에 많이 나와 있다. 진짜 낙인과 배척은 그보다 훨씬 더 강고하고 끈질긴 방식으로 계속된다. 그것이 무서운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동체의 잔인함과 부조리함을 비판하고 ‘그들의 편’을 자처하는 사람들 안에서조차 무언가 뒤엉켜서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사회가 이쯤 노력했으면 그들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무 해 넘게 어린이, 청소년, 여성의 빈곤 문제를 취재하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사회에 치열하게 알려온 저자 스즈키 다이스케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취재해 온 빈곤 당사자들에게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것, 즉 ‘끊임없이 약속을 어기고, 지각하고, 무기력에 빠져 있고, 자꾸 회피하면서 미루기만 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더 깊이 파고들지 않은 채 속으로만 삼켜왔다. 사회가 그들을 향해 “그건 너희들 탓이잖아.”라고 몰아붙이며 왜곡된 자기책임론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10여 년간 가난한 이들을 취재하던 저자가
스스로 ‘고차 뇌기능 장애 당사자’가 된 이후,
자신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그 힘으로 빈곤층을 재해석하며
그들을 몰아붙이는 왜곡된 ‘자기책임론’을 비판하다

『빈곤과 뇌』를 쓴 스즈키 다이스케는 고백한다. 자신에게도 그들, 사회의 빈곤층을 향해서 ‘왜 이렇게 당연한 일도 못 하는 걸까’, ‘이렇게 당연한 일도 못 하고,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가난해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고. 그러다 2015년 5월, 저자는 『최빈곤층 여성』을 출간한 다음 해에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불편한 뇌’의 당사자가 되어버린다.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고차 뇌기능 장애’라는 인지기능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직접 부서지고 망가진 뇌로 10년 남짓을 살아오면서,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커다란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자신이 예전에 취재하며 수도 없이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던 이들과 거의 똑같은 상황에 놓였기에 그는 그들이 왜 그토록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책임감이 없어 보이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고통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지식인, 연구자, 르포라이터가 아니라 진정 ‘내부’에서 함께하는 당사자로서 그는 강조한다. 빈곤이란 ‘불편한 뇌’, 즉 뇌의 인지 기능과 정보처리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이차 증상 또는 하나의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다시 말해 그들의 문제 행동은 본인의 성향에서 기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뇌에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증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요컨대 저자는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가 아닌 ‘뇌 기능의 장애와 과부화, 물리적 한계’라는 환경적 시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약자를 향한 사회적 비난과 혐오의 근거를 그 근본적 뿌리부터 무력화할 수 있었다.

즉, 저자도 역시 그들을 보며 항상 품어왔던 ‘왜 해보려고도 하지 않을까’, ‘왜 의욕이 없을까’, ‘왜 그렇게 제대로 하는 게 없을까’ 등등의 의문들이 사실은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할 수 없는 것’, ‘의욕이 있어도 도저히 극복하기가 불가능한 것’ 때문이었음을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고통의 힘을 바탕으로, 저자는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불편한 뇌’를 가진 당사자들은 어떤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걸까? 그리고 왜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의욕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마는 걸까?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빈곤이라는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되는 걸까? 왜 그들 앞에서 제도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가? (『빈곤과 뇌』, 15페이지) 이 질문들에 대한 치밀하고도 자전적인 답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전 세계의 어느 사회든 빈곤한 이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공격하고 또 공격한다. ‘엄청난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신은 왜 일하지 않는가. 그런 당신이 가난한 것은 당연하지 않나. 어째서 우리가 힘들게 낸 세금으로 도와줘야 하나.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않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앞서 말했듯, 그들을 신랄하게 차별하고 멸시하는 논리의 구조는 아주 은밀하고도 강력하게 ‘다수 시민’의 머릿속에 자리잡혀 있다.

스즈키 다이스케의 『빈곤과 뇌』는 바로 이 자기책임론을 송두리째 격파한다. 이 책은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바깥’에서 분석하는 작업이 아니다. ‘불편한 뇌’의 당사자가 되고 나서 자신을 철저하게 관찰할 수밖에 없던 저자가 그 ‘내부의 힘’을 통해 빈곤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그는 빈곤이 정신력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장애와 과부하에 따른 물리적 현상이라는 것을, 즉 그동안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되던 사회적 약자들의 행동 패턴이 실제로는 뇌 기능의 저하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기의 삶 자체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고통을 직접 겪은 당사자만이 쓸 수 있는 무서운 설득력을 지니면서 빈곤층을 몰아붙이는 “그건 너희들 탓”이라는 자기책임론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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