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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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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농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입니다. 아침에 볼을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뜨고, 식탁에서는 눈과 손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잠들기 전까지 창문 사이로 스미는 불빛을 빛 삼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부모님께 수어라는 유산을 물려받아 오랫동안 수어와 음성언어를 통역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코다라는 삶은 사실, 농사회와 청인사회, 두 세계를 연결하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그것은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우연히 농인을 만난다면 주저 없이 수어로 인사를 건네고, 조금 더 다정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제가 받은 이 귀한 유산이 당신의 세계에도 가닿기를 바라며, 이제 당신의 하루를 맞이하는 수어 단어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놓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수어를 이루는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수어소’라고 합니다. 손의 모양, 위치, 방향, 움직임이 모두 같아도 표정 하나로 전혀 다른 말이 되기도 하죠.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따라 해 보세요! --- 「표정까지 살펴 보세요」 중에서 수어는 눈으로 보는 언어입니다. 음성언어에서는 잠깐 시선을 돌려도 목소리가 계속 들리지만, 수어에서는 시선을 피하는 순간 상대방의 손 모양과 표정이 보이지 않아 대화가 끊깁니다. 수어 대화 중 시선을 피하면 상대방은 ‘내 말을 보지 않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요. 대화하는 동안 눈을 마주치는 것, 수어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 「시선이 곧 경청입니다」 중에서 존대를 표현할 때는 상체를 살짝 숙이고, 속도를 늦추며,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습니다. 이는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태도입니다. 반대로 친구와 편하게 대화할 때는 속도가 빨라지고, 표정과 몸짓도 한결 자유로워집니다. 결국 수어의 존댓말은 단어나 문법이 아니라, 대화에 임하는 자세와 시선에서 완성됩니다. --- 「수어에도 존댓말이 있나요?」 중에서 농사회에서는 이름을 글자 하나씩 옮기는 대신, 그 사람의 외모나 성격, 특징을 담아 만든 ‘얼굴 이름’을 사용합니다. 보조개, 안경, 점 등 얼굴의 특징 및 특유의 습관 등이 얼굴 이름의 재료가 되는데요, 얼굴 이름은 농인들 사이에서 그 사람을 부를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농인이 직접 부여하기도 합니다. 얼굴 이름은 단순히 이름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농 공동체로부터 환영받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특별한 일입니다. --- 「키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친구」 중에서 지금은 홈캠이나 휴대폰 앱 등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농인 부모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이 곁을 지켜왔습니다. 아기 손목과 자신의 손목을 실로 묶어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잠에서 깨던 부모, 보청기가 빠질까 귀를 테이프로 고정한 채 잠들던 부모, 밤새 교대하며 불침번을 서던 부부까지. 방법은 달라도, 자식을 향한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습니다. 이 세상 부모님들께 반짝이는 박수를 보냅니다. --- 「아이 울음소리는 어떻게 들을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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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진짜 수어’
국제수어통역사 감수로 더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수고하셨습니다”, “또 만나요” 같은 기본적인 인사부터 “주말에 뭐 해?”, “눈치 좀 챙겨!”처럼 친구들과 나누는 일상 대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완전 럭키비키잖아?” 같은 신조어 표현까지. 『유손생의 수어 일력 365』에는 지금 우리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이 가득 담겨 있다. 새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계절과 시기에 꼭 맞는 표현도 골고루 구성해, 하루 한 장씩 365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수어는 손동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표정과 시선, 고개의 움직임을 뜻하는 ‘비수지기호’ 역시 의미를 전달하는 중요한 문법이다. 예를 들어 눈썹을 치켜올리면 의문을,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 부정을 표현한다. 이런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도록 동작 기호와 확대 컷을 적극 활용했고, 사진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움직임은 QR 영상으로 보완했다. 특히 유손생의 생생한 표정과 정확한 동작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수천 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수어 교재 제작 경험이 풍부한 수어 전문가이자 국제수어통역사도 촬영 단계부터 참여해 손의 모양과 움직임, 표정까지 세밀하게 감수했다. 처음 배우는 사람도 손동작부터 표정까지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공들여 만든 책이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다." 수어를 배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수어를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한 것들이 생긴다. 왼손과 오른손 중 어떤 손을 써야 할까? 수어에도 존댓말과 반말이 있을까? 농인을 만났을 때 조심해야 할 에티켓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수어 문법부터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까지, 수어가 더욱 재미있어지는 52가지 이야기도 곳곳에 담았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농인들은 소리가 나는 손뼉 대신 두 손을 좌우로 흔들어 ‘반짝이는 박수’를 보내고,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때는 문을 두드리는 대신 불을 켰다 껐다 하며 밖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안내견이 있듯, 청각장애인에게는 초인종이나 알람 같은 생활 속 소리를 알려주는 보조견도 있다. 저자가 코다로 살아오며 직접 보고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청인에게 낯설었던 농인의 일상이 어느새 한층 가까워진다. 결국 이 책에서 배우는 것은 수어 365개만이 아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누군가의 소통 방식과 삶을 이해하는 것. 『유손생의 수어 일력 365』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조금 더 가깝게 이어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