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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1부 입동 즈음에명예 감꽃허공에 슬며시 몸을 밀어 넣다빗소리 읽다삼성반월교봄날 아침에봄비에 널다못과 소금입동 즈음에살구나무 꽃그늘에서피안彼岸으로 가는 길산천은 바쁘다빈집에 드네솔잎도 나도극락암 영지影池에서2부 옛날 옛적에나뭇잎 편지[葉書] 구절초옛날 옛적에 그대 하늘에 귀 하나 걸다부처님 오신 날인연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달무리 귀울음모순이별가다시, 고군산군도다담茶談민들레꽃토닥토닥 3부 외줄 한 가닥저물녘 고향사자평에서손칼국수를 먹으며외줄 한 가닥코뚜레이 봄에 저문 날을 걷다입추에 변명하다청복淸福 머위 같은 시 한 편감나무, 단풍, 시지우개깊은 밤, 비에 젖다오십천 지품 가는 길깃발4부 부치지 않을 편지또, 봄날은너는 누구냐봄눈 우수 경칩 어름에 신록 이산移山 뗏목 처서處暑 무렵 떨감 부치지 않을 편지초우初虞 지내고 상족암 동굴에서 구절초 새로 쓰다 나뭇잎에 쓰네 붉은 해 속으로 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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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지 않고도 가벼운 것들이 꽃으로 핀다”삶과 죽음 사이, 허공을 건너듯 써 내려간 시의 언어문학철 시인의 시에는 과장된 슬픔이나 요란한 감정이 없다. 대신 솔숲을 스치는 바람과 빗소리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문장들이 있다. 『허공에 슬며시 몸을 밀어 넣다』는 삶의 무게와 상실의 시간을 지나온 한 시인이 자연 속에서 다시 삶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마음을 비워 가는 과정을 담아낸 시집이다.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끊임없이 자연의 움직임과 삶의 시간을 겹쳐 놓는다. 새는 “뼛속까지 비워 / 허공에 / 길을 내고”, 봄비는 솔잎 사이로 스미며 숲을 깨운다. 강물과 바람, 구절초와 감나무 같은 익숙한 풍경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을 견디고 건너가게 하는 존재들로 시 속에 머문다.특히 시집 곳곳에는 먼저 떠난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애도의 마음이 잔잔하게 흐른다. 「달무리」, 「다담茶談」, 「귀울음」 같은 시편들은 함께 살아온 시간과 사소한 일상의 기억들을 담담하게 불러낸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만을 붙들고 머물지 않는다. 상실 이후에도 계절은 다시 오고, 산천은 바쁘게 흐르며, 삶은 끝내 다시 살아 내야 할 시간이 된다.이번 시집은 불교적 사유와 자연 친화적 감각 또한 짙게 배어 있다. ‘피안’, ‘허공’, ‘만월’, ‘청복’ 같은 시어들은 비우고 내려놓는 마음의 태도를 드러내면서도, 어렵거나 관념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메로나, 칼국수, 머위, 우산 같은 생활의 사물들을 통해 삶의 온기와 그리움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 준다.무엇보다 문학철 시의 힘은 담백함에 있다. 천천히 읽다 보면, 삶과 죽음 사이의 아득한 숲길을 더듬더듬 걸어가는 한 사람의 마음이 조용히 전해진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삶과 그리움 또한 함께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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