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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 이 여행이 신혼여행임을 잊지 말자고 몇 번이고 승열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김없이 글을 쓸 준비를 했고 그는 어김없이 사진기를 챙겼다. 부숭부숭한 마이크까지 카메라에 달고선.
그러나 공항에서 짐을 부치기도 전에 마이크가 부서졌다. 뜻대로 되지 않아 뒤통수에서 스팀이 나오는 듯한 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여긴 촬영장이 아니라는 거였다. 완벽하게 컨트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놓치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도, 잃어버리는 것도, 다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당황스러움의 연속이겠으나, 같이 이겨내면 된다고. 그것이 신혼여행이니까. 무척 어른스러운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건 앞으로 벌어질 나의 실수에 미리 대처한 것이었다. 글을 통해 처음 밝히는 거지만 (승열 미안) 마이크는 내가 카메라를 맡고 있었을 때 부서졌다. 그가 화장실에 간동안. 카메라가 내 손에 있다가 떨어지는 동안. (한 번 더 미안) 그래도 여행 계획은 내가 세웠다. 그러니 부주의도 안고 가줬으면 한다. 어쨌든 이 여행은 신혼여행이다. ---「2월 2일 월요일 비행기에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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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면서 함께 걷는 방법
전작 『REC 01: 밤을 걷는 동안』 (민주)을 통해 온전히 혼자 걷는 길 위의 주체성을 이야기했던 퓽 출판사가 이번에는 ‘함께 걷는 길’로 돌아왔다. 혼자 걷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했던 출판업자 민주와, 타인과의 협업에 능숙하고 주변 시야가 넓은 영상업자 승열. 지극히 다른 두 세계가 신혼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포르투갈로 떠났다. 하지만 기대했던 달콤한 낭만은 출발하기 전부터 보기 좋게 어긋난다. 1일 차엔 녹음용 마이크가 망가졌고, 2일 차엔 우산을 도둑맞았다. 이어지는 인종차별과 기차 파업, 급기야 번갈아 가며 속탈까지 앓아야 했던 6박 8일. 매일같이 쏟아지는 비는 차라리 애교에 가까웠다. 그러나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 없는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짜증을 내다가도 끊임없이 농담을 던지고 웃어 보이기를 택한다. 맑고 화창한 뻔한 풍경 대신, 비에 젖어 한층 색이 짙어지고 몽환적인 포르투갈의 낯선 거리를 집요하게 프레임에 담아내면서 말이다. “두 사람이 만든 책은 두 사람이 만든 책 같아야 한다.” 라는 슬로건 아래, 두 사람은 서로를 억지로 섞으려 하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으로 길을 이끄는 민주가 가장 나다운 템포로 글을 적어 내려갈 때, 다정하고 꼼꼼한 승열은 가장 그다운 시선으로 묵묵히 곁의 풍경을 찍었다. 하지만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두 사람이 하나의 여정을 함께 완성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서로를 빤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일이다. 자신과는 다른 타인을 관찰하며 낯선 지점을 발견하고 기꺼이 배워가는 과정은 꽤나 피곤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 옥신각신하는 빗속의 여정을 통과하며 이들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을 품고 쉼 없이 기록을 남겼다. ‘앞으로 펼쳐질 무수한 변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온전히 나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우리일 수 있을까?’ 『REC 02: 수학여행』은 그 다정하고도 치열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고난 속에서도 각자의 고집과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법을 배워가는 두 사람. 이들의 빗속 여행기를 덮고 나면, 독자들 역시 삶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길목에서 내 곁을 걷는 사람의 온기를 새삼스레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기꺼이 웃어볼 수 있는, 당신만의 수학여행을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