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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A - 10
Side B -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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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에 의해 만들어진 신화 속 인물처럼 어둠에 의해 정화되고, 역사 속 인물처럼 묘한 계책을 펼쳤으며, 루틴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처럼 건강해졌고, 콘텐츠를 만드는 여느 사람들처럼 영감을 얻었다. 이제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얼핏 보면 비슷하고 자세히 보면 정체가 다를 것이다. 마치 어둠 속의 저것처럼 흔하고 흔하여.
--- p.13 어둡고 축축한데, 두꺼비가 죽어있다. 두꺼비가 죽어있다. 아까 내 발밑에도 무언가가 뭉클하고 걸렸는데, 두꺼비가 죽어있었을까. 온 동네가 어둡고 축축해서, 내가 걷는 발끝마다 목숨을 잃은 두꺼비가 있는 듯하다. 울지도 않고 조용히 뭉클하게. 기억처럼 쥐 죽은 듯이 곳곳에. 그래도 어쩔 수 없음에 멈추지 않기 위해서는 마저 걸어야 한다. 설령 온 동네의 두꺼비를 다 밟더라도. --- p.23 오늘도 나는 어둠의 주머니 속에 있다. 이 안에 있는 것들은 이제 더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다. 사라지는 기쁨 / --- p.29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정체 모를 검은 벽은, 정작 집어삼켜지고 나면 그저 푸르고 차분하게 가야 할 길로 뻗어 있다. 수많은 한 발이 필요할 뿐이었다. --- p. 53 밤은 그저 밤인 것처럼 세상엔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러니 시간을 걷는다. 어쩔 수 있을 때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괜찮을 때까지. 도무지 어찌할 수 없어도, 괜찮을 때까지. --- p.67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나왔는데, 밤 속에 당신은 없었다. 이해하고 싶은 내 마음만 가득했을 뿐. --- p.93 그래서 종종 내가 걱정스럽다. 외로워도 좋다며 모든 걸 거스르고, 흥미롭게 보이는 시간에만 살고 싶어질까봐. 새와 곤충들처럼 때에 맞춰서 밤을 거닐 수 있어야 할 텐데, 미련과 욕심이 남아 낮을 살고 싶을까 봐. 흔한 것은 지루하다며 그 아름다움을 느낄 줄 모르고, 모든 걸 혼자 만들어가며 계절과 시간을 정해 살아가고 싶어질까봐. --- p.125 어둠 속을 걷다 보니 뒷골이 시큰시큰 아프다. 어디에 닿으려고 목을 그렇게 뺐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보일 거 같은 낮에도 날 못 봐서 목을 매고 있었는지, 모든 것이 흐릿해진 밤에야 내가 대롱대롱 목을 달고 다녔다는 걸 안다. 비로소 고개를 드니 내가 있는 밤이다. --- p.1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