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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박완서

 

朴婉緖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다. 1970년 마흔이 되던 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평범한 일상을 풍부하고 다채로운 언어로 길어 올리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살아 숨 쉬는 문장으로 시대와 삶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세대를 넘어 깊이 사랑받고 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다. 1970년 마흔이 되던 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40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평범한 일상을 풍부하고 다채로운 언어로 길어 올리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살아 숨 쉬는 문장으로 시대와 삶의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세대를 넘어 깊이 사랑받고 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친절한 복희씨』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상 금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1995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18쪽 | 490g | 153*224*30mm
ISBN13
9788933800690

책 속으로

빨간 풍선을 놓친 계집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빠져들 듯이 풍선이 멀어 간다. 드디어 빨간 점을 놓치고 만 나는 눈물이 솟도록 하늘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옆에 앉은 남편도 풍선을 쫓았던가 고개를 젖힌 채 눈이 함빡 하늘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뿐, 이미 그의 눈엔 십 년 전의 앳된 갈망은 없다. 그뿐이랴. 여자를 소유하고 가정을 갖고 싶다는 세속적인 소망 외에는 한 번도 야망이나 고뇌가 깃들여 보지 않은 눈. 부수수한 머리가 늘어진 이마에 어느 새 굵은 주름이 자리잡기 시작한 중년의 그가 나는 또 다시 낯설다.

--- p.42

남편이 다시 나를 상식적인 세계로 끌어들인다. 빨간 풍선을 놓친 계집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빠져들 듯이 풍선이 멀어 간다. 드디어 빨간 점을 놓치고 만 나는 눈물이 솟도록 하늘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옆에 앉은 남편도 풍선을 쫓았던가 고개를 젖힌 채 눈이 함빡 하늘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뿐, 이미 그의 눈엔 십 년 전의 앳된 갈망은 없다. 그뿐이랴. 여자를 소유하고 가정을 갖고 싶다는 세속적인 소망 외에는 한 번도 야망이나 고뇌가 깃들여 보지 않은 눈. 부수수한 머리가 늘어진 이마에 어느 새 굵은 주름이 자리잡기 시작한 중년의 그가 나는 또 다시 낯설다.

저만치서 고등학생들이 매트민턴을 친다. 콕이 나비처럼 경쾌하게 날아와 라켓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젊은 연인들의 찰나적인 키스의 파열음처럼 감각적으로 들린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의 이마의 주름진 곳에 그런 키스를 퍼부었다. 그가 낯선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그가 아주 타인처럼 낯선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옥수수 바람이 온다. 이미 낙엽을 끝낸 분수 가의 어린 나무들이 벌거숭이 몸을 애처롭게 떨며 서로의 가지를 비빈다. 그러나 그뿐, 어린 나무들은 서로의 거리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채 바람이 간 후에도 마냥 떨고 있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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