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朴婉緖
박완서의 다른 상품
|
빨간 풍선을 놓친 계집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빠져들 듯이 풍선이 멀어 간다. 드디어 빨간 점을 놓치고 만 나는 눈물이 솟도록 하늘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옆에 앉은 남편도 풍선을 쫓았던가 고개를 젖힌 채 눈이 함빡 하늘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뿐, 이미 그의 눈엔 십 년 전의 앳된 갈망은 없다. 그뿐이랴. 여자를 소유하고 가정을 갖고 싶다는 세속적인 소망 외에는 한 번도 야망이나 고뇌가 깃들여 보지 않은 눈. 부수수한 머리가 늘어진 이마에 어느 새 굵은 주름이 자리잡기 시작한 중년의 그가 나는 또 다시 낯설다.
--- p.42 |
|
남편이 다시 나를 상식적인 세계로 끌어들인다. 빨간 풍선을 놓친 계집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빠져들 듯이 풍선이 멀어 간다. 드디어 빨간 점을 놓치고 만 나는 눈물이 솟도록 하늘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옆에 앉은 남편도 풍선을 쫓았던가 고개를 젖힌 채 눈이 함빡 하늘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뿐, 이미 그의 눈엔 십 년 전의 앳된 갈망은 없다. 그뿐이랴. 여자를 소유하고 가정을 갖고 싶다는 세속적인 소망 외에는 한 번도 야망이나 고뇌가 깃들여 보지 않은 눈. 부수수한 머리가 늘어진 이마에 어느 새 굵은 주름이 자리잡기 시작한 중년의 그가 나는 또 다시 낯설다.
저만치서 고등학생들이 매트민턴을 친다. 콕이 나비처럼 경쾌하게 날아와 라켓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젊은 연인들의 찰나적인 키스의 파열음처럼 감각적으로 들린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의 이마의 주름진 곳에 그런 키스를 퍼부었다. 그가 낯선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그가 아주 타인처럼 낯선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옥수수 바람이 온다. 이미 낙엽을 끝낸 분수 가의 어린 나무들이 벌거숭이 몸을 애처롭게 떨며 서로의 가지를 비빈다. 그러나 그뿐, 어린 나무들은 서로의 거리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채 바람이 간 후에도 마냥 떨고 있었다. --- p.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