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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보랏빛 그리움의 섬, 낭도
경탄하며 살 수 있는 세상 12 콩순이와 자리공 15 이면지에 글을 쓰는 아우들 18 구전된 이야기와 와전訛傳 22 활자중독자의 엑스터시 26 영악한 도둑놈 30 신화적 공간과 집라인 33 어진화사御眞畵師의 붓끝 37 강둑에 삽을 깔고 앉아 41 보랏빛 그리움의 섬, 낭도 45 이순신대교와 광양만해전 50 제2부 젓갈 열차와 밥상 원리 젓갈열차와 밥상 원리 53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앙관 56 하동 참게가리장국 60 제암산 리기테다소나무 63 풋내 나는 사월 66 섬진강이 띄운 섬 69 참새가 이소하는 아침 72 소통하는 인성의 바람직한 자세 75 의식意識이 되살아날 때까지 78 제3부 인연의 물꽃 내가 쓴 국화 시 84 시와 음악 88 기독교문학이 무엇이기에 91 물과 거울 95 글쓰기와 용기勇氣 98 작가의 승부 101 시처럼 살아가는 친구 104 오래된 인연 107 인연의 물꽃 112 놀이의 건강한 기능 116 제4부 내 인생 시동 걸기 내 인생 시동詩動 걸기 120 시대와 단절한 문학은 없다 122 죽은 자를 위무하는 시인의 방식 126 산하를 덮은 하얀 축복의 손 129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133 모난 세상에 남기고 간 침묵 137 마음에서 시작되는 우리의 모든 것 140 당신, 하나의 사랑 143 풀빛으로 새긴 민중의 부활 147 슬프지만 인생이란 구름처럼 흘러간다 152 제5부 사랑은 백색의 무게다 소리를 볼 줄 아는 마음으로 사는 이 158 섬처럼 고독하나 비겁하지 않다 162 사랑은 백색의 무게다 166 사랑과 고통의 참다운 대리인 170 비우는 쓰레기통, 버리는 쓰레기통 173 따뜻한 존재적 인간의 시학 177 조갈증 걸린 교회에 대한 외침 181 다시 새롭게 출발하자 184 끝까지 반성하며 산다 189 사람을 앓다 떠난 시인, 기형도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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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물꽃
시 쓰기의 코드가 있다면 무엇일까,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코드가 있을 테다. 송수권 시인은 노자의 ‘곡즉전이 시 쓰기의 코드라고 하였다. 산문집 『소리, 가락을 품다』에서 시인은 ‘곡선의 상법’이야말로 well-being의 선이며 생체리듬의 선이라 하였다. ‘곡선의 상법’ 속에 소리가 숨 쉬고 가락이 있으며 이 가락은 느림으로 가는 삶이고, 시로 말하면 서정의 운율인데 이 상법에서 나오는 체험의 소리를 모아 『소리, 가락을 품다』를 엮었다. 따뜻한 향토적 이미지에 남도가락과 순수한 우리 언어를 보듬는 시인의 시 쓰기는 정지용, 서정주, 김영랑을 잇는 서정시를 구축하는 코드이었던 것이다. 시풍을 닮는다는 것, 코드의 기저를 가져보는 것 모두 시를 쓰는 데 자만할 수 없는 태도일 것이다. 자기 개성을 몰수하면서까지 아류의 행세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또한 독보적일 수 없는 것이 성경을 가장 잘 우려먹은 시인은 윤동주이고, 불경을 잘 우려먹은 시인은 한용운인데 베끼는 것과는 다른 것인 만큼 자기 것으로 우려내야할 것 또한 중요한 일임을 가르치고 있다. 향토적 이미지와 남도의 가락을 시화 할 수 있는 작업, 송수권 시인은 음양, 즉 쌍가락지 끼는 법을 자주 언급하곤 하였다. 그 하나가 ‘인연’이다. 연기설이라고도 하는 ‘인연’은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네가 없으므로 나 또한 없는 것이다. 소위 남성성과 여성성이 전인에 속함을 일러주는 말이기도 한데 시가 시이기를 바란다면 음양의 조화를 잘 짜야 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돌아가시기 전 시인으로부터 절대 낮은 시를 쓰지 말 것과 명시를 쓰라는 당부를 받았다. 향토적 이미지와 남도가락의 중요성을 강조한 듯싶어 나름 성근지게 시를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 이차에 영랑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의 「물꽃」과 나의 졸시 「물꽃」을 읽어보고자 한다. 세월이 이처럼 흘렀으니/그대를 잊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나는 오늘도 채석강 가에 나와 돌 하나 던집니다/강은 온몸으로 경련을 일으킵니다/상처가 너무 깊은 까닭입니다/상처가 너무 큰 까닭입니다/돌 하나가 떠서 물 위에 꽃 한 송이 그립니다/인제는 향기도 빛깔도 냄새도 없는 그것을/물꽃이라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오늘도 채석강 가에 나와 돌 하나 던집니다 - 송수권, 「물꽃」 전문 이 시는 시집 『파천무』에 수록된 작품으로 문학평론가 황지헌은 해설에서 세속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혹은 속세의 존재 의의란 이 지상에서 찰나적인 ‘물꽃’ 하나 피우는 일이라는 통찰에서 송수권은 세속적 삶의 원리로서 ‘인연’의 신비함으로 나아가는 듯하다고 하였다. 시의 이미지가 도시 이미지가 아니고 자연 속의 삶의 이미지로 곡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곡선의 상법’과 ‘소리의 상법’은 김준오 교수가 「송수권론」에서 처음 끌어낸 이론이다. 이렇듯 「물꽃」은 곡선의 강한 자연 속의 이미지이며 인연하여 사는 사람의 문양이기도 하다. 하여 시인은 맹문재 시인과의 대담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직선은 악마가 만들어낸 죽임의 선이고, 곡선은 천사가 만든 살림의 선이란 뜻으로 풀이했다. 처음부터 고이는 것이 무엇인지/배우는 물이 있기도 하고/상처 하나 없이 떨어져 강의 이름 받는/물이 태어나기도 하고//얼마나 고요해지는지 푸르게 털이 자라/푸른 털이 말라 검은 거죽이 될 때까지/몸 태워 도해한 물의 흔적이거나//수평이 무너지는 여울로 기울어지다/봉화산 높이 가늠하는 해면까지/강이 흔들릴 만큼 무수히 꽂혔다든지/누구든 먹어 물이라고 하든지 간에//너에게로 오는 동안 부황난 꽃이/꽃물이 되려 했음도 잊어버리고/노랗게 먼저 피어나는 달맞이 강/동천 곁에/눈부신 물꽃으로 올 것이다 - 졸시, 「물꽃」 전문 송수권 시인과의 만남은 시집을 통해서다. 문하에 들어가 배운 것도 아니고, 학생으로 제자가 되어 가르침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가 시인과의 다리를 놓아주었다. 처음 식당에서 뵙게 됐을 때 시집을 드렸다. 순천만을 연작으로 쓴 시들을 묶은 시집이었다. 며칠 후 시인과 가까이 지내고 있던 송준용 시인이 찾아왔다. 말하자면 시인의 심부름으로 나를 찾아 아침 일찍부터 부르러 온 것이다. 그렇게 송수권 시인과의 인연은 시작됐다. 제법 시인을 모시고 다닐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다. 바위를 가리키며 “저 바위를 뭐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불멸의 신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때는 ‘석축 담쟁이’에 대한 시를 구상하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던 것 같다. 대답을 듣고 시인은 무릎을 탁 치면서 ‘똘 것’이라고 하였다. ‘똘 것’은 돌연변이의 방언이 아닌가. 그래도 그렇지 ‘똘 것’이라니 마음이 유쾌하지 않아 되물었다. ‘똘 것’이라니요? 했더니 동행하던 송준용 시인이 그건 욕이 아니고 칭찬이라고 하여 오해를 풀었다. 그렇게 나는 시인으로부터 ‘똘 것’으로 시작하였다. 당신의 가락을 닮았다고 끊지 말고 부지런히 시를 쓰라는 격려를 받았는데 들메끈도 풀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물꽃」은 시인에게 화답하며 쓴 시다. 나는 동천에 나가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눈부신 물꽃으로 올” 꽃을 기다리고 있다. ‘곡선의 상법’인 물이 때로는 고이기도 하고, 곧바로 강물로 흐르거나 바싹 마른 흔적이 되기도 하며, 수없는 곤두박질에 먹히기도 하다 결국 수평의 꽃으로 피어나는 물, 그런 시를 고대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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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순의 수필집 『인연의 물꽃』은 작가의 삶과 문학의 뿌리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보여준다. 정홍순이 바라보는 세상과 인간관계는 모나고 날카로운 직선이 아니라, 굽이치고 포용하는 곡선이다. 문학적 감수성과 신앙적 영성이 대립하지 않고, 서로를 채워주며 인간과 신을 향한 깊은 영성적 탐구의 길을 가고 있다.
송수권 시인으로부터 ‘똘 것(창의적 돌연변이)’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가는 자신의 문학적 뿌리가 ‘남도 가락’과 ‘향토성’에 닿아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저드래(지명)’, ‘낭창낭창’, ‘검불덩이’, ‘부황난 꽃’ 같은 어휘들은 어설픈 세련됨을 쫓지 않고, 삶의 흙내음과 모국어의 숨결을 시와 산문에 그대로 녹여내는 묵직한 힘을 드려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