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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시우나무 그늘 13 / 판목나루 14 / 세평놀이 16 / 해당화 18 / 남면주재소 20 / 날근터 22 / 느르섬에 풀어진 노래 24 / 주막거리 26 / 거울섬 거아도(居兒島) 27 / 도리깨질 28 / 곰섬 30 / 삼밭골 32 / 간식놀이 34 / 익모초 35 / 누비 36 / 조새 40 / 나비 42 / 돼지떡 43 / 돼지오토바이 44 / 해의(海衣) 46 제2부 조기젓국 49 / 땅에 귀를 기울이다 50 / 구들장 52 / 숭어 53 / 꿩 54 / 당암포구 56 / 노작 58 / 너른글 59 / 대하랑 꽃게랑 다리 60 / 오산소와 양골소 62 / 걸레 64 / 섬 새끼 65 / 풍년초 66 / 뻘굴 68 / 점박이네 70 / 지게초리 71 / 자운영꽃 72 / 눈깔사탕 74 / 계담, 귀가 먹다 76 / 문풍지가 있는 방 78 제3부 무릇 81 / 글자를 걷다 82 / 봄비 83 / 입춘부고 84 / 달력편지 86 / 고무신 엎어 기울이다 88 / 풍로 1 89 / 풍로 2 90 / 풍로 3 92 / 풍로 4 94 / 풍로 5 96 / 아버지의 놀이 97 / 벽이 쓴 시 98 / 다시 땅으로 돌아가라 100 / 소나무 말뚝 101 / 바람의 파이터 102 / 띠집 104 / 남면막걸리 106 / 단풍 107 / 고구마꽃 108 해설 참말로 ‘참말’하기에 대한 경이 109 백인덕(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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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부터 마(麻) 장사치들이 장시했다고
마근포(麻斤浦)라 부르다가 천연스레 물너울 막던 방파제라서 막음이라고 마금포라고도 했다가 도적떼들이 바다에 칼 갈아 훈련했다고 마검포라 부르는데 누가 알겠어만 흔하게 마근개로 갯바구니 들고 다녔으니 -「해당화」중에서 포구의 이름 변천사를 상세히 들려준다. ‘마근포→마금포→마검포→마근개’로 지명 하나가 변하는 이유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작품으로는 「세평 놀이」가 있는데 주석을 통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나는 고향 말을 신봉한다 내 귀에 새겨진 이름들이 나를 느끼며 살게 하는 혼령이시다 언어가 하나이던 시날 평지는 나와 상관이 없다 내 조상의 말, 짐승들을 부르고 산천초목을 부르고 신을 부르며 사는 말이 내게는 참말이다 가령 너무 슬픈 꽃이어서 꽃의 비녀 떼고 옥잠화를 옥자마로 불러도 나는 틀린 말을 믿는 것이다 하여 철목에 묻어와 귀화한 꽃을 망초, 개망초 하지만 내 고향에서는 신나는 나물이고 소의 밥이었다 할미초 또한 안달곶 얼크러진 시퍼런 물풀을 난 풍년초로 상속받는다 꽃가마 덩실거리던 궁샘 매끌매끌 퍼렇게 자라는 풀 헤치고 두레박 차게 길러 고수레, 고수레 풍년을 빈다 나의 판수여 -「풍년초」전문 시인은 단호하다. “나는 고향 말을 신봉한다”고 명제적으로 선언한다. 무릇, 모든 명제는 일종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어야만 한다. 즉 자기 전제를 자기가 참되게 만들어야 한다. 시인은 “내 귀에 새겨진 이름들이/나를 느끼며 살게 하는 혼령”이라고 근거를 댄다. ‘혼령’은 비사실적으로 느껴지지만 ‘내 귀에 새겨진 이름들’이기 때문에 그 어떤 논리적 귀결보다 강력하고 아름답다. ‘시날 평지’(구약에서 바빌론 탑을 쌓았다)는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비유인데 이 또한 적절하다. 이제 언어는 ‘표준어/지역어’의 구분을 넘어 하나의 코드(code)로 집중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화려한 기술적 날개를 달고. 하지만 시인은 이를 결단코 거부하는 자세를 드러낸다. “내 조상의 말, 짐승들을 부르고/산천초목을 부르고 신을 부르며 사는 말이/내게는 참말이다”라고 오히려 ‘신봉’의 의미를 구체화한다. |